마곡리빙디자인페어의 주제관 ‘The 6 Hue’는 6개의 공간을 통해 관람객이 저마다의 미묘한 감각과 취향을 발견하도록 기획했다.
섬세한 밀도 속에 드러난 새로운 집의 가능성
지난 9월 11일부터 14일까지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2025 마곡리빙디자인페어는 ‘없던 집, 어떤 집’이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집’의 모습과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집의 가능성을 탐구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익숙하게 여겨온 집의 형태와 기능, 재료와 감각에서 벗어나 일상과 공간, 기술과 감성이 교차하는 풍경을 경험했다. 가장 먼저 발걸음을 붙잡은 곳은 주제관인 ‘The 6 Hue’. 이곳은 단순한 전시 체험을 넘어 공간이 곧 심리적 풍경이자 정체성의 은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적인 무대였다. 여섯 가지의 색채로 짜인 공간을 거닐며 관람 객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고 취향을 발견하도록 구성되었다. 각 공간마다 배치된 다양한 작가들의 이야기는 관람객 스스로 감정의 결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했다. 주제관을 연출한 백에이어소시에이츠 안광일 소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6개의 빛으로 지은 6개의 자리, 각각의 공간은 감각의 온도, 시선의 각도, 그리고 마음이 쉬어 가는 방식을 품고 있습니다. 여섯 빛깔의 방을 거니는 동안 잊고 있던 감각과 마주하고, 스쳐 지나간 감정의 결을 붙잡으며, 자신만의 색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는 이어 “결국 ‘없던 집’은 우리 안에 숨어 있던 감정의 색채이며, ‘어떤 집’은 그 색이 밖으로 드러나는 과정”이라며, 이번 여정이 물리적 구조물이 아닌 “각자의 내밀한 집을 발견하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팝업 스토어와 뜨는 공간을 소개하는 디지털 플랫폼 ‘헤이팝’의 감각적인 부스.
1인 가구를 위한 취향 플랫폼 ‘1집구석’의 부스에선 1집러 4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었다.
경험에서 취향으로, 집을 확장하는 방식
올해 마곡리빙디자인페어가 주목받은 이유는 ‘집’을 체험과 취향의 무대로 확장했다는 것. 그중 하나가 ‘뭔데? 이 클래스’라는 부제로 신진 작가들과 함께한 체험 프로그램 ‘뭔데이클래스’다. 소비의 공간이 아닌 경험의 장소로 기억될 수 있도록 관람객은 회화·공예·디자인 분야의 신진 작가인 백인 교, 박노을, 이준과 함께 작품과 인테리어 소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었다. 자신의 공간을 채워줄 오브제를 스스로 만드는 과정은 ‘집을 꾸민다’는 행위가 단순한 장식물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의 즐거움과 자기만의 감각을 표현하는 예술적 행위임을 일깨워주었다. 1인 가구를 소개하는 디지털 미디어 ‘1집구석’의 전시도 눈길을 끌었다. 1집구석은 혼자서도 잘 살고 싶은 1인 가구를 위한 취향 플랫폼으로, ‘1집러’ 4명의 취향 가득한 공간을 김경주 작가의 드로잉으로 담아낸 ‘특별한 구 석’으로 완성했다. 문화 기획자 이연화의 공간은 오래된 물건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가 중심이 됐다. 중고 거래로 모은 고가구와 골동품이 켜켜이 쌓여,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취향으로 되살아났다. 예술과 아웃도어를 넘나드는 N터테이너 박지원의 공간은 자유로운 성격을 품었다. 백패킹과 하이킹 을 사랑하는 취향이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일상에서도 자연의 숨결이 느껴졌다. 1집구석에 방문한 관람객들은 “타인의 공간을 엿보는 순간 나도 미처 몰랐던 취향을 발견하고 혼자의 삶을 풍요롭게 꾸려갈 영감을 얻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디지털 플랫폼 헤이팝이 선보인 첫 오프라인 프로모션 역시 눈길을 사로잡았다. 1980~1990년대 미국 도심의 신문 가판대를 모티프로 한 부스는 디 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풍경을 구현하며, 마치 시간의 결을 따라 이동하는 듯한 감각을 전했다. 도시 곳곳의 소식을 전한다는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스탬프 투어와 미션 수행을 통해 굿즈와 상품을 받을 수 있는 리워드형 체험을 마련한 덕분에 단순한 앱 홍보를 넘어 관람객과 브랜드가 친밀하게 교감하는 다층적 경험의 장이 되었다. 이처럼 마곡리빙디자인페어는 색채와 오브제, 취향과 실험, 그리고 경험의 층위를 빌려 각자만의 집에 대한 정의를 찾아가도록 유도했다. 그 여정 속에서 집은 더 이상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감정과 정체성이 깃드는 가장 내밀한 풍경임을 새삼 일깨웠다.
유리와 금속 등 이질적인 소재가 어우러져 일상의 테이블을 감각적인 오브제로 탈바꿈한 스튜디오 딥스.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다양한 유닛을 조합할 수 있는 가구를 선보인 레브릭스.
취향을 탐험하는 8개의 Zone
마곡리빙디자인페어는 8개의 주제별 존으로 취향의 길잡이가 되었다.
U존 없던 집·어떤 집House Unseen·A Home That Feels New: 주제관 The 6Hue와 카페테리아, 1집구석을 포함한 존으로 이번 페어의 철학을 집약했다.
E존 새로운 경험으로 새기는 하루Fresh Experiences to Fill Your Day: 핸드크림 브랜드 더퍼블리셔, AI와 아트를 결합한 도보 등 참여형 부스로 채워졌다.
N존 새로운 취향의 발견New Tastes, Joy Found: 마곡리빙디자인페어에서 처음 만나는 신선한 브랜드들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P존 SLDF Pick, Curated for Everyday Living: 서울리빙디자인페어가 직접 큐레이션한 존으로 파이피, 레브릭스, 에코스마트 파이어 등이 주목받았다.
D존 공간을 물들이는 디테일Details that Bring Warmth to Your Space: 파브리카의 패브릭, 노르딕파크의 가구와 그릇이 공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W존 온기를 더하는 식탁Adding Warmth to the Table: 프루프루홈의 유리 오브제, 휴움의 테이블웨어가 식탁을 예술적이고 따뜻하게 꾸몄다.
C존 시간을 가볍게 하는 편리함Comfort that Makes Time Easy: 코웨이, 세라젬 등이 기술과 디자인을 결합해 바쁜 일상에 여유를 불어넣는 해법을 제시했다.
L존 손에 담는 순간들Little Things, Lasting Happiness: 오늘의 일상, 헬레닉 와인, 페렐로 올리브 등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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