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10월호

MATCHA CORE

실수인 듯 의도인 듯, 길바닥에 엎지른 말차 사진 한 장이 ‘좋아요’를 받는 시대.
SNS를 점령한 초록빛 웰니스, ‘말차코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건강과 트렌드를 동시에 잡은 이 녹색 파동은 지금을 사는 우리 세대가 원하는 웰니스의 아이콘을 단번에 보여주는 키워드다.

EDITOR 김나림 GUEST EDITOR 박은아 PHOTOGRAPHER 영배

햇녹차처럼 투명하고 말갛게 표현한 그린 아이섀도 ‘디올쇼 5 꿀뢰르 343 카키’와 ‘디올쇼 모노 꿀뢰르 006 펄 스타’, 그리고 그 위에 은은한 광채를 더하는 ‘디올 어딕트 립글로우 오일 000 유니버셜 클리어’ 모두 디올 뷰티.


민트 컬러 브라 톱은 룰루레몬. 브라운 스웨트셔츠와 쇼츠, 화이트 삭스 모두 알로. ‘비브 로우’ 스트랩 발레리나 플랫 슈즈는 로저 비비에.



CATECHIN & CAFFEINE
러닝 후 마시는 말차 라테 한 잔, 혹은 요가 중 잠시 멈춰 마시는 말차 한 모금. SNS 속 말차코어 이미지를 보면, 웰니스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전 세계가 말차에 열광하는 이유는 건강과 미학을 동시에 사로잡기 때문이다. 녹차보다 깊고 쌉싸름하며 감칠맛이 풍부할 뿐 아니라, 핵심 성분인 카테킨이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를 늦추고 체지방 흡수를 줄여 다이어트에 효과를 발휘한다. 이 덕분에 말차는 ‘슬로푸드’이자 ‘슬리밍 푸드’로 주목받고 있다. 카페인도 커피보다 완만하게 작용해 카페인의 활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커피가 남기는 심장 두근거림과 불안감은 덜하다는 점 역시 인기 비결이다. 기분은 업되고, 무드는 그린하게. 그래서 요즘 커피 대신 말차를 즐기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메타그린 부스터샷 7일 체지방 분해에 도움을 주는 녹차 추출물을 함유한 슬리밍 앰풀. 하루 1앰풀씩 식사 후, 또는 Z운동 전후에 섭취한다. 바이탈 뷰티. 프리미엄 말차 제주산 어린 찻잎을 정성껏 갈아 만든 깊은 풍미의 유기농 말차. 물이나 우유에 섞으면 부드러운 풍미를 즐길 수 있고, 음식이나 베이킹에 활용하면 감칠맛이 살아난다. 오설록.



THE FRESH POWER

뷰티 브랜드가 오래전부터 녹차와 말차를 주요 원료로 삼아온 이유는 명확하다. 한 잎의 푸른 기운 속에 숨은 항산화, 진정, 항균의 힘이 그 가치를 오래도록 증명해왔기 때문이다. 먼저 스킨케어에서 말차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카테킨에 있다. 카테킨은 피부 세포를 위협하는 활성산소를 억제해 자외선, 오염, 스트레스가 불러오는 조기 노화를 늦추는 데 탁월하다. 동시에 피부 속 미세 염증 반응을 완화해 여드름이나 붉은 기, 민감성 피부를 차분히 진정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보디케어에서도 말차의 힘은 두드러진다. 보디 워시나 스크럽에 담긴 말차 추출물은 피부 표면의 묵은 각질과 노폐물을 부드럽게 제거하고, 카테킨이 순환을 촉진해 부기를 완화한다. 특히 운동 후 사용하면 피부가 한층 맑고 매끈해진 듯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여기에 말차 특유의 은은한 그린 허브 향이 몸과 감각을 정화해준다.



그린클린 울트라 소프트 식물성 칫솔 모와 재생 플라스틱 핸들로 만든 친환경 칫솔. 조르단. 프레쉬 페이스 마스크팩 말차 스피룰리나와 말차가 피부에 건강한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세안한 얼굴에 피붓결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꾸덕하게 바른 다음 10분 후 미온수로 부드럽게 씻어낸다. 러쉬. 프로폴리스 립세린™ 말차 제주산 녹차 추출물이 입술 각질을 부드럽게 케어하고 산뜻한 그린 향이 힐링을 선사한다. CNP. 그린클린 치약 진한 녹차 성분이 구취를 제거하고 시원한 멘톨이 상쾌한 잔향을 남긴다. 조르단. 제라늄 리프 바디 밤 신선한 그린 시트러스 향과 실크처럼 부드러운 텍스처의 보디 밤. 이솝. 프라다 핸드 크림 전 세계 최초 한국에 선출시한 쿠튀르 핸드크림. 아이코닉한 트라이앵글 디자인이 소장 가치를 더한다. 프라다 뷰티.




부드러운 소재의 니트 크롭트 톱은 비비안 웨스트우드.



THE ART OF GREEN

자연 속에서 천천히 우려낸 듯한 그린 컬러는 피부 위에서 맑은 빛과 고요한 기품을 동시에 드러낸다. 그린을 메인으로 하는 화장법이 흔하고 쉬운 것은 아니나 그만큼 살짝 더했을 때의 효과는 놀랍다. 차가운 듯 부드럽고, 내추럴하면서도 예술적인 긴장감이 피어나는 것. 베이스는 피부 본연의 결을 최대한 살린 헬시 글로로 표현하고, 블러셔는 은은한 핑크 톤을 넓게 펴 발라 피부 위에 투명하게 번지듯 스며들게 한다. 그 위로 말차의 빛을 닮은 아이 메이크업을 더하면 신비로운 공기가 얼굴 위에 내려앉는다. 눈두덩 전체에 맑은 그린 섀도를 은은하게 레이어링하고, 피치톤을 가볍게 덧입히면 청초한 무드가 완성된다. 마지막으로 눈머리에 실버 펄을 얹으면, 고급스러운 빛이 겹쳐져 한층 깊이 있는 눈매가 드러난다.



프리미엄 말차 고운 입자감이 특징인 유기농 말차. 오설록.



LV 옴브르 아이섀도우 팔레트 951 포스 오브 네이처 모노그램 플라워를 닮은 4색 패널을 품은 팔레트. 루이 비통의 자물쇠 제작 헤리티지에서 영감을 받은 혁신적 구조로 각 섀도를 개별 교체할 수 있으며 각인도 가능하다. 라 보떼 루이 비통. 옹브르 데르메스 컬러 팔레트 세트 오브 포 아이섀도우 02 옹브르 베제탈 푸른 나뭇잎을 연상시키는 그리너리한 파우더와 에르메스의 아이코닉한 컬러를 함께 구성한 팔레트. 에르메스 뷰티.



MEDITATION IN GREEN

한 모금만으로도 일상을 깊고 우아한 초록빛으로 물들이는 말차 파워. 단순히 차를 우려내는 행위를 넘어, ‘마시는 명상’처럼 현재의 순간을 진하게 음미하게 한다. 그 여운은 집에서 직접 말차를 준비할 때 더욱 선명해진다. 곱게 간 가루를 채반에 내려 작은 덩어리를 고르고, 뜨거운 물을 붓는 순간 손끝의 감각이 섬세하게 살아난다. 이어 대나무로 만든 차선을 가볍게 흔들며 거품을 일으키는 과정은 호흡을 고르듯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이렇게 완성된 초록빛 한 잔은 고요와 여유로 이어진다.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은 알로.



에너자이징 말차 앤드 페퍼민트 캐터플라즘 포장재를 벗기지 않은 채 그대로 욕조에 띄우면, 초록빛 배스 밤이 천천히 물결 속에 스민다. 말차와 페퍼민트의 청량한 숨결이 피어오르며 욕실은 순식간에 허브 정원으로 변모한다. 하루의 피로가 씻겨 내려가고, 몸과 마음은 초록빛 안식 속에 잠겨든다. 러쉬. 떼 마차 26 오 드 퍼퓸 크리미한 무화과의 결을 머금은 말차 향 위로 시더우드의 깊은 울림이 번지고, 비터 오렌지의 서늘한 쓴맛이 마지막 여운을 남긴다. 마치 고요 속에서 천천히 자신과 대화를 시작하게 하는 듯, 이 향은 잊고 있던 영혼의 그림자를 불러내어 다시 빛 앞에 세운다. 르 라보.



프라다 립밤 트라이앵글 셰이프의 불릿으로 눈길을 끄는 립밤. 끈적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매트 피니시를 선사한다. 프라다 뷰티. 마이크로액티브 슈퍼 말차 포어 마스크 모공 속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녹차수와 녹차 추출물을 함유한 워시 오프 타입 마스크 팩. 숨37°. 레 몽드 드 딥티크 교토 남쪽, 고요한 사원의 숲에서 길어 올린 영감을 담은 말차 캔들. 이끼의 풋풋한 향과 말차의 부드러운 결이 겹겹이 번지며, 공간은 어느새 사색과 명상의 깊은 호흡으로 채워진다. 딥티크.



카페 라테 대신 말차 라테
요즘 틱톡과 인스타그램 피드를 스크롤하면 온통 초록빛이다. 말차 라테와 말차 디저트 영상이 피드를 점령한 것이다. 헤일리 비버, 블랙핑크, 켄들 제너, 젠데이아 같은 글로벌 셀럽들이 일상 속에서 말차를 즐기는 모습은 MZ세대에게 ‘힙한 액세서리’가 되었다. 커피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줄 대안이자, 감각적인 이미지를 완성하는 비주얼 요소로서 확실한 존재감까지 드러내고 있다. 이 흐름을 예견한 K-말차 대표 브랜드, 오설록은 올여름 제주 오설록티뮤지엄에 ‘말차 누들바’를 열며 분위기를 선도하고 있다. 곶자왈 숲을 배경으로 말차 본연의 풍미가 배어 있는 국수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경험을 입체적으로 확장시킨 것. 오설록은 단순히 마시는 차의 개념을 넘어, 먹고 즐기며 일상 속에서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타벅스, 폴바셋, 노티드 같은 글로벌 브랜드도 발 빠르게 말차 메뉴를 선보이며 ‘말차코어’ 확산에 불을 지피고 있다. 노브랜드 역시 슈퍼말차와 협업해 신제품을 내놓았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폭발하면서 일본산 말차 원료 가격이 1년 새 70% 넘게 급등했고, 프리미엄 그레이드는 확보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kendalljenner



뷰티로 확장된 말차 열풍
흥미로운 건 이 흐름이 푸드 영역을 넘어 패션과 뷰티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르 라보의 ‘떼 마차’ 향수, 라네즈의‘립 글로이 밤 말차 버블티’, 러쉬의 ‘프레쉬 페이스 마스크 팩 말차’가 그 예. 기존 라인업 중 말차를 중심으로 한 제품이 역주행하듯 다시 주목을 받고, 새로운 스킨케어와 보디케어 라인이 개발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녹차 추출물이 화장품 원료로 활용된 역사는 오래되었고, 녹차(그린티)를 내세운 마케팅 메시지도 새로운 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뷰티업계의 말차 마케팅은 결이 다르다. 먹는 웰니스가 바르는 웰니스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면서, 말차는 단순한 원료를 넘어 건강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 코드의 상징이 된 것이다.


말차와 녹차, 닮은 듯 다른 매력

언뜻 봐서는 같은 녹색빛이라 구분이 어려운 말차와 녹차. 이 때문에 이름만 다른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말차와 녹차는 무엇이 다를까? 둘 다 같은 차나무에서 자라지만, 가공 방식에서 말차와 녹차의 경계가 구분 지어진 다. 말차는 수확 전 3~4주 동안 차광막 아래에서 자란 어린잎만을 골라 곱게 갈아낸 가루차다. 짙은 녹색을 띠고 달콤하면서 쌉싸름하며 감칠맛이 살아 있다. 떫은맛이 적어 물에만 타도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반면 녹차는 찻잎을 찌거나 덖은 뒤 뜨거운 물에 우려내는 방식으로, 맛은 깔끔하지만 떫은맛이 강한 편이다. 색은 맑은 노란빛에서 연한 갈색까지 다양하다. 즉, 말차는 잎을 통째로 갈아 섭취한다는 점이 영양 흡수 측면에서 차별화된다.


좌) @linda.sza / 우) @haileybieber



K-말차의 허브

초록빛 한 잔이 만들어내는 이 ‘코어’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 또 어떤 분야까지 확장될지는 앞으로 지켜볼 만한 포인트다. 산업적인 관점에서 K-말차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전통 말차의 성지인 일본 교토 우지산 말차 가격이 급등하면서, 제주에서 생산된 K-말차가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 일본은 13세기부터 이어온 800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한국은 잎차 중심의 재배가 이어지다가 2000년대 이후에야 산업적 가공을 본격화한 상황이다. 역사 적 깊이는 다르지만, 제주 말차의 성장 속도는 그 격차를 빠르게 좁히며 새로운 드라마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말차 시대를 향유할 수 있는 지금, K-말차가 열어갈 다음 챕터가 기대되는 순간이다.



좌) @osulloc_official / 우) @duali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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