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10월호

NO ORDINARY MAN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소년의 얼굴과 대비되는, 한밤의 라디오에서 나올 법한 낮고 묵직한 톤으로 본인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스스로는 편안한 사람이 되길 원한다고 말하지만 결코 평범해질 수 없는 배우, 남윤수.

CONTRIBUTING EDITOR 정수현 PHOTOGRAPHER 김선혜

보 디테일의 슈트 재킷은 디올 맨.


싱글 버튼 재킷, 셔츠, 타이, 팬츠, 레이스업 슈즈 모두 아미.


전부터 바다보다 산이 좋다는 이야길 많이 했어요. 북한산, 인왕산, 북악산으로 둘러싸인 평창동으로 이사한 이유도 산 때문인가요?

자연을 보면 사람이 좀 안정되잖아요. 초록색 수술보도 그렇고요. 사실 제가 ‘색약’이어서 자연의 색깔을 구별 못해요. 지금 입고 있는 (카키색) 바지도 갈색인지 초록색인지 구분 못하는데, 이런 색을 좋아해요.


혹시 노란색을 좋아하는 이유는 반대로 초록색, 갈색과 구별이 되기 때문인 가요?

네, 자연계 색과 선명하게 구별되는 형광 노란색도 좋아해요. 제 직업이 그런 면에선 좀 자유롭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색약이면 공군, 경찰 같은 직업에 지원할 수 없었거든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스타일리스트였다면 색깔을 잘 봐야 하지만, 연기는 그렇지 않잖아요.




스트라이프 스카프 셔츠, 울 소재 팬츠 모두 아미.


트롯돌 프로젝트 <마이턴>에 출연 중이죠. 이경규·탁재훈·추성훈 등 주요 출연진이 본인 역할로 등장하지만, 대중적인 이미지나 가십을 이용하는 페이크 다큐이다 보니 영화 <여배우들>의 예능 버전처럼 느껴져요. 예능 정글에 막내로 합류하며 나름의 전략이 있었나요?

평상시처럼! 그분들 사이에 있는 것 자체가 보통 힘이 드는 게 아니거든요. 어떻게 보여야지 계산하지 않고 평소처럼 행동했어요. 누군가와 경쟁하고 싶지는 않아서요.


김원훈 씨가 데뷔 연도를 물었다가 당황했잖아요. 2014년에 모델로 데뷔해 활동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그게 대본에 없던 질문인데, 원훈 형 덕에 재미있게 나왔어요. 솔직하게 대답했을 뿐인데 당황하는 표정이 잘 나왔죠.


‘한라’(이수지가 연기하는 남성 래퍼)와의 러브 라인은 어떤가요? 영화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의 OST가 깔릴 때면 ‘내가 한국의 티모시 샬라메다’ 생각하나요?

전에는 티모시도 좋아했고, 롤 모델로 생각하는 배우들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특정 인물처럼 되어야지 하는 생각은 안 하게 돼요.




레이어드한 화이트 & 브라운 니트 톱, 웜 그레이 팬츠 모두 미우 미우. 앵클부츠는 프라다.



누드 베이지 레이스 셔츠, 톤다운된 옐로 색감의 카디건, 팬츠 모두 펜디. 슈즈는 크리스찬 루부탱.


이전 인터뷰에서 톰 크루즈, 조니 뎁,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언급했던데요?

이미지와 상관없이 하고 싶은 연기를 하는 것 같아요. 잘생긴 배우가 잘생긴 역할만 하는 경우도 잖아요? 디캐프리오가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자폐 연기를 한 게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모델 출신 배우들은 망가지지 않는다’는 선입견에 본인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말했죠. 그렇다고 티니핑 분장까지 할 줄은 몰랐네요.

하라니까 해야죠. 저는 디렉션대로 움직여요. 하기 싫은 게 있다면 춤과 노래인데, 작품마다 춤 과 노래가 들어갔어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제 꿈은 스타가 아니에요. <인간수업>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나서 주인공 역할이 많이 들어왔지만 다 거절했어요. 선배님들이 많은 촬영장에서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우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산후조리원>을 했고, <괴물>을 한 거예요.


다른 건 몰라도 모델 출신답지 않게 평소 옷차림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 같아요.

평소엔 트레이닝복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돌아다녀요. 신경 써서 입으면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는 정도죠. ‘리바이스 501’에 1만2500원짜리 유니클로 티셔츠. 반팔 티셔츠에 돈 쓰는 건 아깝더라고요.




스웨이드 블루종, 버튼다운칼라 셔츠, 브이넥 니트 톱 모두 발렌티노.


최근에 한 아깝지 않은 소비는 뭔가요?

유튜버 ‘매커(모카포트 덕후)’가 만든 모카 포트를 기다리고 있는데 크레마가 정말 다르대요. 또 기다리고 있는 게 헬리녹스랑 ‘난로회’(한국 고기구이 연구 커뮤니티)가 협업한 그릴이요. 왜 풍속화에 보면 갓처럼 생긴 데다 고기 구워 먹고 했잖아요? 그 모양이에요. 오늘 출시됐는데 검은색을 주문해서 좀 더 기다려야 해요. 가격을 떠나서 갖고 싶은 걸 사고 기다리는 건 처음이에요.


‘남윤수 변했다더라’는 소문 들은 적은 없고요?

오히려 좋을 것 같은데요? 그게 예민해졌다는 말일 수도 있고 건방져졌다는 말일 수도 있지만, 저조차 몰랐던 제 변화를 듣게 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크림 톤의 라이닝 레더 셔츠는 프라다.



스웨터, 숄 형태의 롱 머플러, 팬츠, 레더 글러브, 레이스업 로퍼 모두 페라가모.


밀라노 컬렉션에서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주인공 노상현 씨와 만났잖아요. 어떤 대화를 나누었어요?

촬영하는 데 힘든 장면은 없었냐 정도? 다음 작품 이야기를 주로 나눴어요. 맞다, 아까 화보 촬영하는데 형도 아래층에서 촬영했다고 잠깐 왔었어요.


모델을 하기 위해 팔자 걸음을 십일 자 걸음으로 고치고, <인간수업>에 캐스팅되고는 오토바이 면허를 땄죠. 사극 <연모>에 출연하면서는 말을 타게 됐고요. 10년이란 시간 동안 본인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뭐라고 생각해요?

요즘엔 생각이 많아졌어요. 작품을 대하는 데 진중함이 생겼다고 할까요? 예전에는 현장에서 실수할까 봐 걱정이 많았다면 지금은 현장 분위기를 더 생각하게 됐어요. 스태프분들이랑 더 친해지려고 노력하고요.




보 디테일의 슈트 재킷과 팬츠 모두 디올 맨. 앵클부츠는 지미 추.



레오퍼드 패턴의 롱코트, 카디건, 데님 팬츠 모두 돌체앤가바나.


배우 10주년까지는 3년이 남았어요. 그사이 얻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요?

몰입감이 좋은 배우. 제가 촬영하면서 받은 느낌을 보는 사람들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창동 감독님과 어디 시골에 들어가서 다큐멘터리 같은 촬영을 하고 싶은 것도 그런 이유예요.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처럼 크랭크업까지 몇 년씩 걸리는 촬영은 어때요?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제가 촬영장에서 괴롭힘당하는 걸 좋아 해서요. 더운데 땡볕에 앉아 있고, 퍽퍽한 닭 가슴살을 먹는 것처럼요. 수십 테이크를 가는 촬영은 분명 힘들지만 거기서 오는 희열이 있어요.


본인의 트레이드마크인 보조개를 악마에게 판다고 가정해봐요. 뭘 달라고 할 건가요?

빨려 들어가는 눈동자요. 화면을 봤을 때 그런 힘이 느껴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괴물> 찍을 때 신하균 선배님이 그랬어요. 그런 힘을 가진 눈이 있다면, 살아남지 않을까 생각해요.



INTERVIEW 김가혜 HAIR 이혜영 MAKEUP 이지영 STYLIST 강이슬 COOPERATION 돌체앤가바나(3442-6888), 디올 맨(3280-0104), 미우 미우(541-7443), 발렌티노(2015-4655), 아미(6956-8782), 지미 추(3443-9469), 크리스찬 루부탱(6905-3795), 페라가모(3430-7854), 펜디(544-1925), 프라다(3442-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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