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9월호

ROSÉ RENAISSANCE

가볍고 예쁜 술로 치부되어온 로제 와인이 이제 가장 주목받는 주류가 되었다. 6명의 와인 전문가가 반해버린, 로제 와인 초심자가 마시기 좋은 프리미엄 로제 와인을 꼽았다.

EDITOR 남정화 GUEST EDITOR 이정윤 PHOTOGRAPHER 이호현


제라르 베르트랑, 끌로 뒤 템플 Gérard Bertrand, Clos du Temple  “싱그러운 꽃향기와 신선한 과실 향, 은은한 스파이스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섬세하고 복합적인 아로마가 끊임없이 피어오릅니다. 미네랄의 섬광 같은 존재감과 놀랍도록 정교한 산미는 혀끝을 자극하고, 부드러운 볼륨감과 완벽한 균형감이 긴 여운을 남깁니다.” _ 대한민국 주류대상 심사위원, 소믈리에 윤효정



로제, 이름 이상의 매력

몇 년 전만 해도 로제 와인은 캐주얼한 술로 여겨졌다. 사랑스러운 핑크색과 로제라는 달콤한 이름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20세기 말 최대 와인 소비국인 미국을 중심으로 드라이 로제 와인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상황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로제 와인이 공격적인 마케팅과 합리적인 가격, 품질까지 갖추는 전략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특히 프로방스 지역의 수출은 2010년부터 2016년 사이 10배 이상 증가하며 로제 와인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었다. 수요에 발맞춰 생산된 저품질 로제 와인이 세계 각지에서 쏟아져 나오면서 소비자 경험의 질은 오히려 떨어지기도 했지만. 전 세계 와인 시장이 감소하는 가운데 로제 와인은 거의 유일하게 안정세를 유지하며 오히려 존재감을 굳혀가는 중이다. 로제 와인은 그 특유의 가볍고 청량한 특성 덕분에 전천후 와인으로 주목받는다. 평균 알코올 도수도 10~12% 수준으로 낮아, 어떤 날씨와 환경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딸기, 자몽, 장미, 허브 등 다양한 풍미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며 다양한 요리와 조화롭게 어울리는 개스트로노미gastronomy 와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이제 가성비보다 경험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프리미엄 로제 와인은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그만큼 좋은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반영한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리스트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로제 와인 베스트 리스트

로제 와인이 한없이 부드럽고 가볍기만 한 와인이라는 편견과 오해를 단박에 무너트리고, 상쾌함을 지니면서도 와인의 매력은 그대로 간직한 매력적인 프리미엄 로제 와인을 와인 전문가들에게 추천받았다. 첫 번째 와인은 ‘제라르 베르트랑’의 ‘끌로 뒤 템플’이다. 프랑스 랑그독 지역에서 생산되는 ‘끌로 뒤 템플’은 만드는 데 손이 많이 가는 까닭에 가장 비싼 로제 와인으로 손꼽힌다. 철저한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기반으로 이른 아침 손으로 정성껏 수확한 포도를 즉시 압착한 다음, 콘크리트 탱크와 오크 배럴을 병행하는 숙성 과정을 거쳐 붉은 과일과 바닐라, 미네랄의 균형 잡힌 풍미가 인상적이다. 부르고뉴의 ‘도멘 실방 파타이유’에서 만드는 ‘마르사네 로제 플뢰르 드 피노’는 피노누아 100%의 로제 와인이다. 3~4일간 침용 후 야생 효모로 발효하고 대형 오크통에 약 2년간 숙성해 로제 와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깊고 진중한 풍미가 특징이다. 와인 평론가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이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로제 중 하나”라고 평할 만큼 블러드 오렌지와 라즈베리의 향이 타닌과 섬세하게 어우러진다. 프랑 코트 드 보르도 지역에서 메를로 100%로 만들어지는 ‘샤토 르 퓌’의 ‘로즈 마리’는 일반적인 로제 와인과는 달리 레드 와인 생산과정에서 일부 포도즙을 미리 빼내어 별도로 발효시켜 제조하는 세녜Saignée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또한 시멘트 탱크와 오크 배럴에 숙성시켜 타닌과 허브, 붉은 베리의 농축된 구조감과 복합적이고 정제된 맛이 돋보인다. ‘돈나푸가타’의 ‘로사’는 시칠리아를 기반으로 하는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와 협업해 선보인 아름다운 레이블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고대 로마 토착 품종인 네렐로 마스칼레제Nerello Mascalese와 노체라Nocera 품종을 블렌딩하고 저온에서 천천히 추출해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숙성한 이 시칠리아 로제 와인은 재스민과 백도, 야생 딸기의 향이 경쾌한 풍미를 선사한다. 오스트리아의 내추럴 와인 명가 ‘구트 오가우’의 ‘세실리아’는 내추럴 로제 와인의 대표 주자다.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기반으로 야생 효모 발효와 오크 숙성을 통해 복잡한 구조감과 허브, 레몬 필, 화이트 라즈베리 향의 여운이 기분 좋게 입안에 감돈다. 마지막은 토스카나 지역의 와이너리 ‘두에마니’의 ‘씨’. 토스카나 내에서 떠오르는 신성이자 ‘마세토’와 함께 이탈리아 3대 메를로 와인으로 꼽히는 ‘레디가피’, ‘메소리오’의 신화를 쓴 루카 다토마Luca d’Attoma가 시라 100%로 만든 로제 와인이다. 밀라노의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콤발 제로Combal.Zero’의 셰프 다비데 스카빈Davide Scabin은 “김치 라이스 볼이나 그릴 요리와 잘 어울리는, 미식의 중심에 둘 수 있는 드문 로제 와인”이라고 호평했다. 어느 것을 골라도 로제 와인에 가졌던 편견이 단박에 무너질 로제 와인 리스트다.



(왼쪽부터) 도멘 실방 파타이유, 마르사네 로제 플뢰르 드 피노 Domaine Sylvain Pataille, Marsannay Rosé Fleur de Pinot  “단순한 로제가 아니라 로제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꿔주는 와인입니다. 부르고뉴의 테루아르가 잘 살아 있으며 화려한 향과 구조감이 절묘하게 공존합니다. 로제 와인에 새로운 시각을 알려줄 것입니다.” _ ‘모수’ 수석 소믈리에 김진범

샤토 르 퓌, 로즈 마리 Château Le Puy, Rose-Marie  “전통적인 바이오다이내믹 방식으로 양조한 이 로제 와인은 붉은 베리와 작약의 은은한 아로마, 실크처럼 부드러운 타닌이 긴 여운을 남깁니다. 프랑스 남서부 언덕의 테루아르와 장인의 철학이 고스란히 스며든 우아한 한 잔입니다.” _ ‘크리스탈와인컬렉션’ 브랜드 매니저 이지원

구트 오가우, 세실리아 Gut Oggau, Cecilia  “수박 주스를 닮은 색감이 식욕을 자극하는 세실리아는 구아바와 패션프루츠의 싱그러운 향이 남태평양의 휴양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청량한 허브와 복합적인 과일 풍미가 어우러진 이 와인은 놀라울 만큼 유연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친화력 높은 로제 와인입니다.” _ ‘제로컴플렉스’ 소믈리에 정대수

두에마니, 씨 Duemani, Si  “바이오다이내믹 기법으로 생산한 포도를 손으로 수확한 뒤 이탈리아 북부 산지의 흰 점토로 만든 항아리, 암포라에서 발효 및 숙성하는 특별한 과정을 거친 이 와인은 자몽, 붉은 과일, 은은한 스파이스가 어우러진 깊이 있는 풍미를 지닙니다. 무게감 있는 로제 와인을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_ ‘루벵코리아’ 대표 이승기

돈나푸가타, 로사 Donnafugata, Rosa  “분홍빛 장미에서 영감을 받아 이름 지은 이 로제 와인은, 2020년 첫 출시와 동시에 전 세계적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지중해의 열정과 시칠리아의 예술성을 섬세하고 우아한 풍미로 구현한 감각적인 스타일의 와인입니다.” _ ‘나라셀라’ 브랜드 매니저 최은진



COOPERATION  나라셀라(405‑4300), 뱅 레어 와인(@vin_rare_official), 뱅베(@vinv.official), 루벵 코리아(824‑6606),

크리스탈 와인 컬렉션(1644‑5641), 하이트진로와인(321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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