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오피스 쿼르크 ‘메신’ 지점 루프톱의 모습.
쿼르크는 2015년 디자이너이자 예술 애호가인 알베르 앙줄Albert Angel과 기업 법률가 로런스 나이츠Lawrence Knights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이들은 ‘웰-워킹Well-workingTM’이라는 개념 아래 인간 중심의 오피스 환경, 즉 창의성과 심리적 안정, 그리고 신체적 활력을 모두 고려한 공간 설계를 시작했다. 그리고 각 지점마다 지역적 특징을 살린 고유의 미학을 더해 하나씩 완성시켰다. 그중 화제가 된 것이 바로 2024년 말에 공개된 다섯 번째 지점인 ‘메신Messine’이다. 고품격 인테리어와 부대시설로 쿼르크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는 평가. 웰워킹 철학이 최고 수준으로 구현된 결과물로 공유 오피스 브랜드의 공간 전략이 어디까지 진화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서도호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메신점의 로비와 라운지 인테리어.
흐릿한 경계, 선명한 감각
1875년 건축되어 태피스트리 공방으로 사용되었던 7층 높이의 역사적 건축물을 개조한 메신점은 외관부터 고풍스럽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아치형 복도, 커튼 구조의 벽체, 반투명 천장, 그리고 설치 예술같은 조명이 시각적 몰입을 유도한다. 이곳의 실내디자인 중 일부는 한국인 아티스트 서도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천과 실로 구성된 그의 건축 구조물처럼 회의실은 반투명 소재 벽면으로 경계를 유연하게 연출했다. 건물의 중심인 라운지 공간 천장은 이 연출이 더욱 완벽하게 구현되도록 했다. 창업자이자 디자인을 담당한 알베르 앙줄은 업무 공간에서도 물리적 공간의 경계가 얼마나 유동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특히 “과거 태피스트리 제작이 이루어진 장소의 역사적 유산을 재해석해 디자인에 반영할 수 있어 뿌듯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거미줄처럼 짜인, 마치 공간에 떠 있는 듯 보이는 천장의 돔은 프랑스 장인이 7000시간 이상을 들여 제작한 것으로 이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른 모든 지점과 마찬가지로 직접 개발한 인체공학적 가구와 디자이너 가구들을 배치했고 에펠탑의 멋진 뷰를 볼 수 있는 옥상정원, 명상과 사이클링 등이 가능한 피트니스 룸, 최첨단 사우나, 감각 차단 테라피를 할 수 있는 플로테이션 탱크 등 외부로 나가지 않고도 건물 내에서 휴식과 충전이 한 번에 가능하게 했다. 이뿐만 아니라 드라이클리닝과 택배, 런치 룸서비스 등을 담당하는 컨시어지까지 준비해 5성급 호텔 부럽지 않다.
파리의 멋진 뷰와 더불어 사무실에는 로쉐 보보아와 협업해 제작한 자동 높낮이가 가능한 책상이 제공된다.
컨시어지를 통해 각자의 식단에 맞춘 아침 식사 및 런치 룸서비스도 주문이 가능하다.
각 지점에 구현한 예술적 전략
메신점 외에도 쿼르크의 다른 지점들 역시 독자적 미감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비앵페장스Bienfaisanc’ 지점의 경우 입구에는 극장 무대처럼 붉은 커튼을 드리우고 코끼리, 고래 등의 대형 조각들을 유리 진열장 안에 설치해 마치 자연사박물관 같은 장엄함을 자아낸다. 다양한 직종과 문화가 존재하는 ‘마들렌Madeleine’ 지점은 모로코 타일과 인도 벽화, 프랑스 르네상스 장식을 결합해 다문화적 풍경을 완성했다. 특히 리셉션에는 르네상스 회화에서 착안한 조각형 천장 몰딩을, 회의실에는 아프리카 직조물과 이탈리아 디자인 가구를 함께 배치한 것이 흥미롭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밀집해 있는 ‘생토노레Saint-Honor 'e ’ 지점은 일본의 선禪 철학을 반영해 다른 지점들에 비해 좀 더 미니멀한 재료와 색감으로 차분하게 연출했다. 천연 목재와 석재를 주로 사용해 입주자들의 집중도를 높이고 사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편 ‘오스만Haussmann’ 지점은 조각과 건축 사이를 오가는 설치 예술에 집중한 사례다. 공간 중심부에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든 구형 구조물을 설치하고, 내부 공간은 조형적 곡선과 반사광으로 가득 채웠다. 특히 이곳에서는 소규모 예술 전시와 퍼포먼스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며 문화 공간으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비앵페장스점의 로비는 동물 모형 조각품으로 이국적인 독특함을 연출했다.
일을 넘어 예술적 삶을 위한 일터
고급 서비스 전략을 지향하는 쿼르크는 테크, 법률, 디자인, 문화 예술 등 특정 산업군의 스타트업 및 기업에 초점을 맞췄다. 까다로운 취향을 가진 고객층을 고려해 공간 및 가구의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준비한 것. 물론 기본으로 제공되는 로쉐 보보아Roche Bobois와 협업한 책상과 의자는 인체공학적일 뿐 아니라 시각적 조형미를 완성하는 데 부족함이 없고, 공공 공간에는 디자이너 가구들을 채웠다. 공공 공간에서는 쿼르크가 주관하고 전문 큐레이더가 기획하는 정기 예술 전시와 요가 세션, 전문가 초청 세미나 등이 열려 모든 입주자가 참여해 업무 시간 이후의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중이다. 알베르 앙줄은 쿼르크의 공간은 특정 양식이나 트렌드를 좇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점마다 고유한 내러티브와 문화적 레이어를 쌓는 여정이 오늘날 쿼르크의 정체성을 완성한 것이다. 10년간 웰워킹 철학으로 기능적 효율성을 넘어 신체와 마음을 모두 아우르는 예술적 삶을 제안해왔고, 이를 쿼르크 안에서 경험한 이들은 일하는 것이 단순한 노동 공간을 넘어 예술성과 생산성, 그리고 자신만의 리듬으로 삶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기능적 사무 환경에서 벗어나 예술적 몰입을 제안하는 쿼르크의 철학.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어진다. 과연 나는 어떤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가.
알베르 앙줄Albert Angel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케이프타운, 뉴욕을 거쳐 파리에 정착한 후, 2015년 쿼르크를 공동 설립했다. 몰입형 공간 경험에 특화된 그는 웰빙과 창의성이 공존하는 공유 오피스를 통해 ‘WellworkingTM’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제안한다.
WRITER 양윤정
COOPERATION 쿼르크(kwerk.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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