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9월호

LITTLE TOMBOY

예민해 보이지만 한없이 천진하고, 세련된 동시에 순수하고 투명하다. 소년과 소녀의 느낌을 모두 간직한 배우 이설의 새로운 모멘트.

CONTRIBUTING EDITOR 정수현 PHOTOGRAPHER 김선혜


오버사이즈 셔츠, 팬츠, 벨트, 모자 모두 르메르. 스퀘어토 앵클부츠는 로에베.



벨트 포인트 레더 재킷, 컬러 블록 니트, 아방가르드한 라인의 팬츠, 스퀘어토 부츠 모두 로에베.



케이프 스타일의 타탄체크 톱, 데님 팬츠 모두 아미.



페이즐리 패턴 재킷, 새틴과 레이스 소재의 슬리브리스 톱 모두 끌로에.



싱글브레스트 버진 울 코트, 테일러링 쇼츠 모두 메종 마르지엘라. 레이스업 롱부츠는 닥터마틴.



오버사이즈 스트라이프 니트는 N21. 랩 스타일 쇼츠는 렉토.



크림 톤의 프린지 롱 코트는 드리스 반 노튼.




지난 주말,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디 이펙트>를 봤어요. ‘트리스탄’이 등장하는 순간 의상에서 어떤 캐릭터인지 느낌이 오더군요. 현실의 이설 같다는 인상도 받았고요.

오래된 팬들은 ‘트리스탄’이 저와 가장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무대에서 입은 옷은 100% 제 의견이었어요. ‘트리스탄’에게 뭐가 잘 어울릴까 생각하다가 집에 있는 오버사이즈 가죽 재킷이 생각났고, 하얀색 크롭트 톱에 찢어진 청바지, 핑크색 반스를 신었죠.


무대에서 용수철 튕기듯이 뛰더라고요. 그때마다 튕기는 짧은 펌 헤어가 잘 어울렸어요.

저희 공연이 원작에 ‘세계 최초로’ 젠더 벤딩(성별을 뛰어넘는 캐스팅) 시스템을 도입했잖아요. 영어로 된 원문에는 마지막에 ‘Human Love’라는 단어가 등장하거든요? 거기에 꽂혀서 너무 여성스러운 한 가지 이미지보다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요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코니’와의 사랑이 남녀 간의 사랑으로만 규정되지 않는 인간의 사랑이었으면 좋겠다고 해석했고요. 당시 <우리영화> 드라마에서 ‘채서영’을 연기하던 때라 이미지도 반전시킬 겸, 제 해석을 외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중성적인 느낌을 많이 가져가려고 했어요.


쇼트 펌이 잘 어울려요. 처음 머리를 잘랐을 때 인터뷰를 보면 아쉬워하던데, 이젠 적응이 됐나요?

허전함은 있었죠. 근데 이왕 자른 거 더 짧은 스타일도 해보고 싶어요. <매드 맥스> ‘퓨리오사’ 머리도 좋고요. 그런 역할을 하면 진짜 행복할 것 같아요. 머리 하는 데 시간도 적게 들고 좋을 것 같습니다.


서핑에 러닝에 복싱, 최근엔 승마까지, 운동 취미 부자예요. 오늘 촬영 전에는 뭘 했나요?

복싱은 한동안 빠졌다가 발목을 많이 다쳐서 그만뒀어요. 발목이 원래 약한데 심하게 접질렸거든요. 계속 가드를 올리니까 승모가 솟는 것도 신경이 쓰였고요. 이후로 재미있는 게 뭐가 있을까 찾다가 친구가 같이 승마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해서 시작한 게 벌써 1년 넘게 하고 있네요. 오늘 아침에도 승마하고, 샤워하고, 폭우를 뚫고 여기 왔습니다.


운동을 시작할 때 아이템부터 갖추는 편인가요? 종목마다 패션 로망이 있잖아요. 복싱은 날렵한 복싱화를 신고 링 위에 선 모습, 승마는 매끈한 부츠를 신고 말에 탄 모습처럼요.

운동할 때는 편안한 복장을 더 선호하는데요. 승마 부츠는 예쁜 걸로 샀어요. 코치님이 가성비 좋은 걸 사서 1년에 한 번씩 바꿀 생각 말고 처음부터 마음에 꼭 드는 좋은 부츠 사서 5년은 신으라고 하셨거든요. 큰맘 먹고 구입했는데, 정말 만족해요.


오늘 입은 감색 니트도 그렇고, 니트를 즐겨 입고, 잘 고르는 것 같아요.

저는 니트 좋아해요. 재작년에 익스트림 캐시미어라는 브랜드를 알게 됐는데 너무 편안하고 색감도 예뻐요. 아메리칸 빈티지도 좋아하고요. 니트와 흰 티셔츠는 좋은 것을 사려고 해요. 교복처럼 많이 입는 흰 티셔츠는 리던의 크롭트 톱인데요. 세탁기에 막 돌려도 안 늘어나고 제 몸에 잘 맞아요.


“Reading is Sexy”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도 잘 어울리던데요?

애서가로 유명하잖아요. 지금 가방에 있는 책을 소개해줄 수 있어요? 가즈오 이시구로의 데뷔작 <창백한 언덕 풍경>을 읽고 있어요. 어딘가 기묘하고 서늘한 긴장감이 감돌아서 여름 장마철에 특히 잘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오늘처럼 비 오는 날 짧게 읽기 좋은 책으로 가브리엘 콜레트의 <셰리>를 추천해요. 빨간 장미를 연상케 하는 표지 속에 관능적인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는 소설인데요. 평소에는 다 읽은 책을 지인에게 선물하는 편이지만 이 책만큼은 다시 읽고 싶은 마음에 책장에 고이 모셔두고 있어요.


두 해 전 베를린 한국독립영화제에 간 영상을 보고 버킷 리스트를 추가했어요. 토요일 저녁에 바빌론 극장에 가서 무료로 상영하는 예술영화를 봐야겠다고요. 더 추천할 만한 리스트가 있을까요?

꼭 가보세요. 진짜 좋아요. 그리고 박물관 투어도 추천해요. 자전거를 빌리고 뮤지엄 패스도 사세요. 역사적인 건축물들 사이사이를 누비면서 박물관 보고, 중간중간 벤치에 앉아서 책 읽고. 전 그렇게만 지내도 한 달은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베를린은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갔을 때 혼자의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어서 좋아요.


베를린에서 입은 가죽 재킷과 청바지도 예뻤어요.

청바지와 가죽 재킷은 빈티지를 좋아해요. 베를린에서 입은 바지는 샌프란시스코 여행 갔을 때 리바이스 빈티지 스토어에서 산 건데요. 너무 예뻐서 제일 자주 입어요.


본인의 감성과 가장 잘 어울리는 해외 어딘가를 꼽는다면요?

제가 많은 곳에 가본 건 아니지만 LA로 하겠습니다. 날씨가 정말 좋은 곳이에요. 이엘 언니와 몇 년 전 방송으로 갔던 포르투갈도 좋았어요. 양질의 생선구이를 매일 먹을 수 있고, 젤라토도 있고. 하루에 봄 여름 가을이 다 있더라고요.


할머니를 정말 사랑하고, 할머니가 된 본인의 모습도 자주 그려보는 것 같아요. 어떤 할머니가 될 것 같아요? 이세이 미야케와 꼼 데 가르송을 입는 멋쟁이 할머니겠죠?

이세이 미야케 입고 텃밭 가꿔야죠, 로로피아나 잠옷 입고. 말하고 보니 윤여정 선생님이 생각나네요? 내 집에서 내가 재배한 채소들 먹으면서 사는 게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무조건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노후 걱정 없는 경제력을 갖춰야 하니까요.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진짜 믿을 수 있는 친구 두세 명만 있으면 잘 살 수 있어요. 너무 심플하죠. 근데 모든 사람이 다 이런 삶을 꿈꾸면서 살지 않나요? 저도 그런 평범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INTERVIEW WRITER  김가혜  HAIR  이혜영  MAKEUP  이영  STYLIST  강이슬

COOPERATION  끌로에(6905-3670), 닥터마틴(070-4821-0227), 드리스 반 노튼(3479-1796), 렉토(790-0797), 로에베(3479-1785),

르메르(070-4146-0230), 메종 마르지엘라(792-7780), 아미(6956-8782), N21(3467-8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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