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의 지평을 넓히는 곳, 공간
한국적 모티프와 현대적 요소를 섞어
메뉴를 만드는 노우현 바텐더.
북촌 골목에 자리 잡은 바 ‘공간’은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아시아 50 베스트 바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가 된 곳이다. 이곳에서는 칵테일의 경계가 잔을 벗어나 확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모든 시그너처 칵테일 메뉴가 술과 디저트 조합으로 이뤄졌기 때문. 일례로 칼바도스와 흑임자 팔레르넘Falernum 등이 들어가는 칵테일 ‘윈드벨’을 주문하면, 술과 한국 전통 과자인 다식이 함께 나오는 식이다. 노우현 바텐더는 이러한 방식으로 다양한 텍스처를 느끼게 하는 한편, 버려지는 부재료를 최소화하려 했다고. 실제로 함께 서브되는 디저트는 칵테일에 쓰는 재료를 활용해 완성한다. 향미 시럽인 팔레르넘을 만들고 남은 흑임자로 다식을 빚거나, 멕시코 발효 음료인 테파체Tepache에 사용한 파인애플로 과일 칩이나 마멀레이드 등을 만드는 것. 다식·강정·양갱부터 쌀 칩·과일 셔벗·초콜릿까지 다채롭고 앙증맞은 디저트가 어떻게 칵테일의 일부가 되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공간으로 향하자. 공간의 복판에는 나무가 자라는 중정이 있어, 달라지는 날씨와 계절을 즐기며 칵테일을 마시기도 좋다.
주소 종로구 율곡로3길 66-4 인스타그램 @gong_gan_anguk 문의 0507-1404-6444
취향이 흐르는 안식처, 한글
좋아하는 것으로 공간을 채우려
노력했다는 정효원·김한글 대표.
북적이는 연남동 거리에서 벗어나 고요하게 휴식하고 싶다면 ‘한글’로 가자. 10년이 넘는 시간을 각각 바텐더와 바리스타로 일한 정효원·김한글 대표가 오픈한 ‘한글’은 두 사람의 특기와 취향이 가득 담긴 곳으로, 훌륭한 칵테일과 커피는 물론 마실 거리에 어울리는 요리와 디저트까지 갖췄다. ‘매일 마시고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 두 사람이 메뉴를 정한 기준이다. 자극적이거나 화려하진 않아도 기본에 충실하고 재료에 공들인 메뉴를 만들고자 했다고. 칵테일과 디저트의 조합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어떤 칵테일과 페어링해도 어울릴 만한 디저트가 여럿 준비돼 있기 때문. 특히 청량한 칵테일 ‘카카오 피즈’와 바닐라 풍미가 도드라지는 ‘판나 코타’는 최고 인기 조합이다. 한글이라는 상호에 걸맞은 인테리어도 눈여겨봐야 한다. 공간에 개성을 불어넣는 단청은 문화재수리기능자 화공, 국가무형문화재 단청장 이수자가 정교하게 작업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종종 영화나 책, 음악 관련 행사를 연다니 알코올과 카페인, 디저트와 예술을 아낀다면 참고하자.
주소 마포구 동교로 235-1, 2층 인스타그램 @hangeul_yeonnam 문의 0507-1396-0007
미각을 깨우는 경험, 페르마타
발효 풍미를 소개하고 싶다는 양효준 바텐더.
지속 가능하고도 특별한 맛, 2021 월드 클래스 코리아 우승자 양효준 바텐더가 지난해 연말 오픈한 ‘페르마타’에서 만날 수 있다. 페르마타는 작은 흠집 때문에 폐기되곤 했던 국산 농산물을 재료로 삼아 다채로운 칵테일을 선보인다. 버섯, 바나나, 복숭아, 옥수수 등의 재료를 직접 발효해 만든 칵테일에서는 라임이나 레몬을 짜 넣은 음료와는 사뭇 다른 산미가 감돈다. 산미는 입맛을 돋우기 마련, 이곳에는 배를 채울 메뉴도 여럿 준비돼 있다. 요리와 디저트 메뉴에서도 발효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인데, 그중 부산의 씨앗호떡에서 영감을 받은 ‘호떡 아이스크림’은 발효한 사워 도가 주요 재료 중 하나다. 견과류와 아이스크림, 쿠키를 한 번에 떠서 먹으면 친숙한 호떡 맛 사이로 피어오르는 기분 좋은 산미를 느낄 수 있다. 지하 동굴을 연상케 하는 아늑한 공간에서 바텐더와 대화하며 메뉴를 맛보다 보면, 일상적인 재료에서 낯선 풍미를 발견하는 기쁨을 알게 된다. 가치 소비나 공생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각별한 공간이 될 것.
주소 강남구 선릉로152길 7, 지하 1층 인스타그램 @fermata.seoul
한남동을 밝히는 편안한 공간, 바 명
누구와 찾아도 좋은 공간을
만들고자 한 김명규 바텐더.
술은 무엇보다 즐겁게 마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바 명’이 좋은 선택이 되어줄 것이다. 김명규 바텐더는 바 문화가 일상적으로 자리 잡길 바라며 안락한 공간을 만들었다. 모든 테이블을 바를 향하게 배치해 바텐더와 손님 간 거리를 좁혔고, 술의 뉘앙스를 날카롭게 살리기보다는 ‘마시기 편한’ 맛을 지향하며 더 많은 사람이 칵테일을 쉽게 느끼도록 했다. 맛있는 요리 역시 그가 꿈꾸는 바에 꼭 필요한 요소였다. 술과 요리가 함께하면 훨씬 더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 셰프가 개발한 메뉴는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 등 다양한데, 술과 페어링했을 때 알맞도록 간이나 텍스처를 세밀하게 조절했다. 특히 블루치즈를 섞어 베이킹한 케이크에 테킬라, 오레가노를 더해 만든 토마토 잼을 곁들이는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칵테일은 물론 위스키와 함께해도 만족스러울 것. 바 명은 유명 레스토랑의 요리와 칵테일을 페어링하는 팝업 스토어 등 흥미로운 이벤트를 열기도 하니, 미식 경험에 열려 있다면 앞으로의 행사에 주목해보자.
주소 용산구 한남대로20길 61, 3층 인스타그램 @bar_myung 문의 0507-1423-7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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