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8월호

K COUTURIER

여기, 패션을 예술로 실현하는 뜨거운 열정과 독특하고 기발한 발상, 대담한 비전을 바탕으로 한국적 쿠튀르 패션 DNA의 우수성을 입증하며 맹활약 중인 9명의 디자이너들이 있다. 더욱 확장된 무대에서 창의적 기량을 발휘하며 자신만의 색을 보여주는 이들을 통해 살펴본 K-오트 쿠튀르의 세계.

EDITOR 남정화 GUEST EDITOR 손소라 PHOTOGRAPHER 안주영

삶에 스며드는 이혜미의 옷, EENK


잉크의 디자이너 이혜미에게 쿠튀르는 현대 패션의 속도와 소비 중심적 흐름 속에서 창작의 본질을 되살리는 존재다. 물리적 한계와 시간의 제한 속에서도 최대한의 정제와 밀도를 담아내야 하는 쿠튀르는, 현대 패션이 잃어버릴 뻔한 근원적 아름다움을 되찾아주는 느림의 언어로 정의된다. 이혜미는 소재와 장식, 실루엣, 디테일 간의 밸런스를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한다. 자개, 구슬, 금속 장식을 활용할 때 시각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소재 자체의 물성을 세심히 고려하고, ‘어떻게’ 배치할지 철저히 계산한다. 이는 단순히 외형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착용자에게 전달되는 움직임의 리듬과 감각, 그리고 옷이 표현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조율하는 작업으로 확장된다. 그녀의 패션 철학은 잉크라는 브랜드 안에서 변함없이 그리고 타협 없이 자신만의 언어와 색채로 드러나며, 세계적인 무대인 파리 패션위크에서도 그 모습을 보여준다.



자개와 프린지 디테일이 포인트인 블랙 롱 드레스, 태슬 장식 블랙 로퍼 모두 잉크.



정통 쿠튀르, JAYBAEK COUTURE


백지훈이 전개하는 제이백쿠튀르는 클래식 룩을 기반으로 기품 있는 실루엣과 완벽한 테일러링, 고급스러운 소재의 조화를 추구한다. 옷을 입는 사람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클래식과 모더니즘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K-오트 쿠튀르의 대표 주자다운 실력을 여실히 드러낸다. 백지훈은 쿠튀르를 ‘대체할 수 없는 시작과 끝의 중심’이라고 정의한다.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완성하며, 이 과정을 거친 뒤 찾아오는 성취감은 그를 더욱 고무시킨다. 제이백쿠튀르의 옷을 가장 많이 입어본 사람이 바로 자신이기에, 옷을 반복적으로 입어보며 편안함과 불편함 그리고 강조해야 할 부분을 섬세하게 파악한다. 몸의 움직임, 근육의 느낌, 뼈마디의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는 정교한 재단으로 이어지며, 비로소 백지훈이 창조하는 쿠튀르의 세계를 더욱 우아하고 아름답게 완성한다.



카키빛 브라운 코듀로이 벨벳 히든 더블브레스트 재킷과 테일러드 플레어 팬츠 슈트, 플로럴 오브제 보 장식 셔츠 모두 제이백쿠튀르.

간결한 디자인의 레더 로퍼는 보스.



‘자기애’를 바탕으로 내면과 외면의 균형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KIMHĒKIM


김해김의 김인태는 손끝으로 한 땀 한 땀 빚어내는 아름다움과 감동을 쿠튀르로 표현한다. 여전히 보수적인 동시에 최첨단 트렌드가 공존하는 파리에서, 김해김은 대한민국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독창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키고 있다. 김인태는 에스모드 서울과 파리, 스튜디오 베르소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발렌시아가 컬렉션 팀에서 경력을 쌓았다. 장식 예술을 접목한 그의 실험적 디자인은 대담하고 정교하다. 어린 시절 바비 인형에게 한복을 지어주시던 할머니를 통해 한복의 섬세한 바느질을 배우며 감각을 갖춘 그는, 작품 하나하나에 김해김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낸다. 시그너처인 리본 장식과 진주는 일반적인 크기보다 훨씬 더 큰 사이즈로 제작해 예상치 못한 반전 매력을 드러낸다. 이렇듯 지극히 여성스러운 요소를 극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독창적이고 대담한 분위기를 창출하는 것은 어느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그만의 예술성이다.



구조적인 실루엣의 ‘먼로 리본 에펠’ 드레스와 티셔츠, ‘가브리엘’ 슬링백 펌프스, 빅 폭스 펄 네크리스 모두 김해김.



사람의 감정에 감응하며 소통하는, LEE Y. LEE Y


이현정 디자이너는 리리를 통해 패션을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하며, 인간의 ‘존재’를 탐구하는 독특한 철학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창조적 세계를 펼쳐나간다. 대량생산과 패스트 패션이 팽배한 세상 속에서 그녀는 쿠튀르를 통해 저항적이고 독창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프랑스 파리에서 패션에 대한 깊은 영감을 얻고, 탄탄한 기량을 쌓아온 그녀는 세상에 하나뿐인 옷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며, 옷을 단순한 외피가 아닌 존재의 구조로 표현한다. 사람이 가진 비언어적인 감정, 고유한 리듬, 공기의 흐름 같은 섬세한 요소를 읽어내어 옷 안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렇기에 그녀의 작품은 각도와 시선에 따라 오브제와 건축적 미감을 전하고, 단순한 의복에서 벗어나 깊이 있는 예술의 정수로 거듭난다. 그녀의 작품은 조용한 긴장감 속에 자존감과 존엄성을 담아내며, 세심한 속도로 그녀만의 고유한 세계를 구축해나간다.



플라스틱 필름을 입체적으로 레이어링한 몽환적인 분위기의 드레스와 이어링 모두 리리.



MODEL  루루, 은해, 재형  HAIR  한지선  MAKE UP  홍현정  ASSISTANT  한승아

COOPERATION  굼허(@goomheo), 규리킴(@gyoureekim), 김해김(@maison_kimhekim), 디젤(797-8770), 리리(@leey.leey_official),

보스(2210-5154), 선우(@sun_woo_official), 잉크(@eenk_official), 제이든 초(@jaden__cho), 제이백쿠튀르(@jaybaekcouture),

지미 추(3443-9469), 지안비토 로시(6905-3690), 크리스찬 루부탱(6905-3795), 한킴(@mynameisha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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