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7월

햄튼의 낭만, 랄프 로렌의 미학

랄프 로렌에게 영감의 원천이 된 그곳, 햄튼. 공간에 대한 감정과 향수, 낭만은 랄프 로렌을 이루는 하나의 미학이 되었다.

EDITOR 이호준



햄튼은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그려낸 미국 동부의 낭만의 무대가 되는 도시다. 더없이 아름답고 또 어느 순간에는 고아한 매력의 도시는 조앤 디디온, 에드워드 호퍼 등 문학을 포함한 다양한 예술가들의 영감의 원천이 되어왔다. 랄프 로렌에게도 햄튼은 더없이 애틋한 지역이다. 랄프 로렌이 선보여온 고유의 미학과 여정을 반추하면 햄튼이라는 지역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 그도 그럴 것이 때론 부침이 느껴질 법한 패션 산업에서의 속도감과는 판이하게 다른 천천한 도시의 여유는 그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을 테니까. 지난 6월 5일 폴로 랄프 로렌 사운즈 한남 여성 스토어에서 랄프 로렌과 햄튼의 상징성과 의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컬처 & 아트 토크 : 햄튼 문학과 예술 유산>이 마련됐다. 소설가 김영하 작가와 라이프스타일 저널리스트 박찬용 에디터가 함께한 이번 자리는 랄프 로렌이 ‘마음의 고향’이라 부르는 햄튼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된 2025 스프링 시즌 캠페인 〈Ralph’s Hamptons〉의 일환으로 열린 것.




뉴욕 롱아일랜드 끝자락의 해안가 마을 햄튼은 여러 갈래의 아메리칸 라이프스타일이 조화롭게 꽃피운 곳이다. 그저 자리한 것일 뿐임에도, 더없이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쉼을 즐길 수 있는 햄튼의 풍광과 안온함을 마주한 랄프 로렌은 자신의 별장이 자리한 이곳을 단순 휴양을 위한 지역이 아닌, 이상적인 삶의 태도를 갖출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비록 태어나지는 않았더라도 랄프 로렌에게 마음을 뉘일 수 있는 정서적 고향이자 영감의 분수령이 되어주었던 햄튼은 동시에 역사적으로 상류층의 사교와 이상적인 애티튜드가 공존하던 ‘아메리칸 드림’의 정서가 자리한 곳이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랄프 로렌과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햄튼이 기묘한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셈. 이를 두고 김영하 작가는 “개츠비가 꿈꾼 이상적 삶에 실제로 다가간 사람이 어쩌면 미스터 랄프 로렌일지 모릅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민자 출신 넥타이 판매원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패션 하우스를 이룩해낸 그는 ‘아메리칸 드림’ 나아가 아메리칸 럭셔리의 신화가 되었기 때문. 아메리칸과 럭셔리, 뚜렷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단어를 하나의 고유 명사로 치환한 이가 바로 바로 랄프 로렌이다.




다만 개츠비와 랄프 로렌의 차이가 있다면, 허상으로 이뤄진 삶을 살았던 개츠비와는 달리 랄프 로렌은 이상과 현실의 조율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는 점에 있다. 햄튼에서의 모든 순간을 오롯이 만끽하던 그는 럭셔리를 ‘자연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향유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그리고 햄튼식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한 이번 랄프 로렌의 컬렉션은 그의 럭셔리 가치관을 십분 들여다볼 수 있는 주요한 키가 되어줄 것. 한편, 이날 연출된 공간 역시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 듯한 인상이었다. 오묘한 푸른빛의 수국과 화이트 트렐리스로 수놓은 포토 월, 햄튼을 주제로 한 아트 북 큐레이션, 미스터 로렌의 아내 리키 로렌이 햄튼에서 가족과 함께 쌓아온 추억이 담긴 레시피를 담은 책 에 등장한 음식을 실제로 선보인 케이터링까지. 단순한 제품 경험을 넘어 시대와 공간 속 서사가 완벽히 합일되는 순간이었다.




랄프 로렌이 평생에 걸쳐 그토록, 견고히 구축한 이야기, 하나의 옷에 더없이 귀한 삶의 고찰을 담아온 랄프 로렌의 숙고와 통찰 그리고 그것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햄튼이라는 장소에 담긴 정서와 기억. 옷 너머의 공간과 이야기로 확장되는 랄프 로렌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면, 폴로 랄프 로렌 사운즈 한남 여성 스토어로 방문해볼 것. 랄프 로렌이 그토록 사랑한 햄튼의 감성이 곳곳에 배어있음을 목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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