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을 찾는 기행
김병곤(아웃도어 포토그래퍼)
그에게 캠핑은 다시금 나를 찾는 시간이다. 한겨울의 날씨에도 캠핑을 향한 열망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추천 아이템으로 꼽은 ‘힐레베르그 알락’ 텐트.
후지산이 보이는 고암 캠핑장은 잊지 못할 기억을 선사했다.
캠핑의 첫 시작점은?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문득, 숨 쉴 틈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 대신 바람 소리와 새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었고, 인공조명이 아닌 별빛 아래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처음 떠난 캠핑에서 마주한 풍경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위로였습니다. 텐트를 치며 흘린 땀방울, 모닥불 앞에서의 고요한 시간, 해 뜨기 전의 적막 속에서 느낀 낯선 설렘. 캠핑은 저에게 단순한 취미가 아닌, 삶의 숨구멍이자 다시 나를 찾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일상에 지칠 때마다 자연 속으로 향하게 되는 이유, 그 시작은 아마 ‘쉼을 찾고 싶다’는 아주 단순한 마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스스로 정의하는 본인의 캠핑 스타일은?
가볍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자연을 즐기는 미니멀 캠핑 스타일입니다. 캠핑의 본질에 집중하면서 불필요한 짐이나 장비를 줄이고,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캠핑을 즐기죠. 단순히 짐을 줄이는 것을 넘어 자연과 더 깊게 연결되고, 불편함 속에서 오히려 여유와 자유를 느낍니다.
초보 캠퍼에게 추천하고픈 캠핑 아이템이 있다면?
텐트는 바람, 비, 햇빛, 벌레로부터 보호해주는 캠핑의 핵심 베이스입니다. 제가 자주 사용하는 텐트 브랜드는 ‘힐레베르그 알락’입니다. 사계절 내내 사용이 가능하고 자립식 구조라 설치가 빠르고 안정적인 데다 무게도 3kg 수준으로 적당하죠. 좋은 잠자리는 캠핑 생활에서 생존과도 연관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제가 사용하는 매트는 ‘엑스패드 듀라 5R’ 제품으로, 극동계에서도 한기를 차단해줍니다. 침낭은 국산 브랜드인 ‘페더다운 동계 1500g’ 제품과 겨울을 제외한 계절용인 ‘페더다운 300g’을 사용하지요. 조명은 야간 활동과 안전에 필수적인 장비입니다.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국내 브랜드인 ‘크레모아’ 제품을 추천합니다. 다양한 제품군이 있고 AS를 맡기기에도 좋죠.
기억에 남는 캠핑 명소가 있다면?
일본의 ‘고암 캠핑장’을 최근에 다녀왔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후지산의 압도적인 풍경에 놀랐고, 고요하고 잔잔한 맑은 호숫가 앞에서의 캠프파이어가 아직도 기억에 선연합니다.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워너비 캠핑 스폿은?
국내에서는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굴업도를 가보고 싶습니다. 해외는 노르웨이의 로포텐제도입니다. 국내와는 다른 이색적인 절경이 펼쳐지는 곳이죠.
캠핑의 참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캠핑의 매력은 ‘단순함’에 있는 것 같아요. 작은 화롯불 하나에 모여 앉아 나누는 이야기, 텐트 속 빗소리, 조용히 흘러가는 바람과 햇살, 복잡한 세상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리듬대로 숨 쉴 수 있는, 그야말로 아주 작은 것들로도 충만해지는 감각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도시에서는 당연하게 느꼈던 것들이 캠핑에서는 모두 새롭고 소중해집니다.
언제나 새로운 마이크로 어드벤처
최신엽(일러스트레이터)
춘천 호숫가 옆 잣나무 숲 노지에서 해먹 캠핑을 즐기곤 했다.
그가 안식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곳으로 꼽은 아이슬란드는 최대한 짐이 적은 캠핑을 선호하는 최신엽 캠퍼.
실제로도 많은 캠퍼가 찾는 인기 캠핑 국가다.
그에게 해먹은 없어선 안 될 캠핑 필수 아이템이다.
캠핑의 첫 시작점은?
힘든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하던 중, 야산에 가서 밤을 지새우고 돌아오는 일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오토캠핑에서 백패킹, 비박으로 가는 순서가 많지만, 저는 오히려 거꾸로 더 생생한 경험을 주는 비박으로 캠핑의 세계에 입문했어요.
스스로 정의하는 본인의 캠핑 스타일은?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건 짐이 적은 캠핑이에요. 어떻게 줄일까,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최적의 도구와 장비를 세팅해가는 과정 자체를 즐깁니다. 빠른 설치와 빠른 정리는 자연 속에서 쉴 수 있는 본질적인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해주지요. 그래서 필요한 장비만 최소한으로 챙기는 캠핑을 선호합니다. 캠핑의 본질은 결국 ‘내 시간을 얼마나 온전히 소유하느냐’이니까요.
초보 캠퍼에게 추천하고픈 캠핑 아이템이 있다면?
가장 좋아하는 캠핑 스타일이 해먹 캠핑이에요. 이보다 간편하면서 ‘오직 나만을 위한 쉼’을 누릴 수 있는 장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해먹은 저만의 힐링 아이템이자 최애 캠핑 도구입니다. 캠핑장보다는 노지를 더 좋아하는 캠퍼인지라, 부시크래프트용 도끼와 나이프를 꼭 들고 다닙니다. 장작을 직접 구하고, 간단한 생존 감성 활동을 하면서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거든요. 캠핑 감성을 끌어올리기에도 더할 나위 없죠.
기억에 남는 캠핑 명소가 있다면?
춘천 호숫가 옆 잣나무 숲 노지인데, 장소 이름도 없고 해먹만 들고 혼자 자주 갔던 곳입니다. 가장 힘들었을 때 진짜 위로를 받았던 장소이기도 해요. 지금은 너무 유명해진 탓에,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다 보니 인근 주민분들의 항의로 더는 못 가게 됐어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워너비 캠핑 스폿은?
예전에 여행으로 추자도를 방문했다가 나바론 하늘길을 보고 반해버렸습니다. ‘이곳에서 캠핑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언젠가는 꼭 도전해보고 싶은 장소입니다. 해외로 캠핑을 떠난다면 아이슬란드를 선택하겠습니다. ‘안식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곳’이라는 감정이 강하게 와닿는 곳입니다.
캠핑의 참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아무런 방해 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시간. 그게 캠핑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캠핑은 단순히 ‘놀고, 먹고, 마시는 시간’이 아니라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주는 시간입니다.
그 모든 것이 경험
오진곤(코너트립 브랜드 제작자)
기억에 남는 캠핑 장소로 꼽은 덕룡산 능선.
장대한 자연이 펼쳐지는 돌로미티는 방문하고픈 워너피 캠핑 스폿 중 하나다.
캠핑 떠날 채비를 하는 오진곤 캠퍼의 모습. 계절마다 색다른 모습을 보이는 영남 알프스.
겨울 캠핑 필수 아이템인 리액터.
캠핑의 첫 시작점은?
직장 생활 중 즐기던 자전거가 계기가 됐습니다. 퇴사 후 휴식기를 가지며 지금의 아내와 “자전거 타고 제주도 캠핑 가볼까?” 하는 말 한마디로 캠핑을 시작하게 되었죠. 자전거 캠핑을 시작으로, 등짐을 짊어지고 산과 바다로 향하면서 캠핑의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스스로 정의하는 본인의 캠핑 스타일은?
10년 넘게 캠핑을 해오면서 느낀 건, 제 스타일은 ‘중간’이라는 점입니다. 무거운 장비를 한가득 챙기는 헤비 캠핑도, 모든 걸 최소화하는 울트라 라이트 캠핑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죠.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스타일이 제 성향과 잘 맞습니다. 백패킹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꼭 필요한 것만 챙기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정도의 여유는 남겨둡니다. 캠핑 중 초여름 날씨를 얕봤다가 밤새 추위에 떤 경험이 있습니다. 그 후로는 여름에도 약간의 오버 스펙으로 챙기는 편입니다.
초보 캠퍼에게 추천하고픈 캠핑 아이템이 있다면?
백패커들에게 하드록 쿨러는 사치죠. 대신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대비해 음식 보관이 용이한 소프트 쿨러는 여름 캠핑에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입니다. 반면 겨울에는 리액터를 꼭 지녀야 합니다. 물을 빠르게 끓일 수 있고, 여러 명이 함께 캠핑에 나섰을 땐 몸을 녹일 수 있는 난로 역할도 해주죠. 만능 아이템을 꼽으라면 덕트 테이프를 꼽을게요. 백패킹 중 신발 밑창이 떨어지거나 옷이 찢어졌을 때, 심지어는 우모복이 터졌을 때까지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캠핑 명소가 있다면?
백패킹을 즐기는 편입니다. 주작산과 덕룡산 간의 능선을 좋아하는데요.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영남 알프스도 기억에 남네요. 계절마다 풍경이 다르게 다가와 언제든 찾아도 다른 매력을 풍기는 곳이더군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워너비 캠핑 스폿은?
여행과 백패킹을 함께 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고 싶습니다. 국내 지역을 떠올려보자면 울릉도! 해외 스폿은 돌로미티를 꼽겠습니다. 장대한 자연 속에서의 백패킹은 마음속에만 지녀온 오랜 로망 중 하나입니다.
캠핑의 참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백패킹은 저에게 ‘잠시 쉬러 가는 행위’입니다. 길을 잃어 헤매는 순간조차 새롭고 즐겁습니다. 산과 계곡, 임도, 알바길(잘못 든 길)까지 모든 것이 신선하죠. 늘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모험, 그것이야말로 캠핑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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