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5년 6월호

‘무비랜드’ 극장주, 모춘 각자의 이야기, 모두의 즐거움

더욱 즐겁게, 더욱 나답게. 우리의 삶에서 일을 ‘잘’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나만의 방식으로 좀 더 재미있게 일하기 위한 고민을 이어온 모춘은 늘 자신을 매혹시키는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를 따라가기로 했다. 그가 각자의 세계를 지닌 수많은 ‘이야기꾼’과 나누고 싶은 것들 그리고 그가 다져온 취향의 이야기들.

EDITOR 이연우 PHOTOGRAPHER 이기태

모춘  크리에이티브 그룹 ‘모빌스그룹’의 대표로 브랜드 ‘모베러웍스’와 극장 ‘무비랜드’를 이끌고 있다. 브랜드 디자이너로 회사 생활을 이어오다 2019년 퇴사하며 ‘이야기’를 키워드로 하는 모빌스그룹을 만들었다. 일련의 모든 과정을 유튜브 채널 ‘모TV(MoTV)’ 콘텐츠로 선보이며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극장주입니다." 브랜드의 기획부터 프로젝트 진행 그리고 디자인 작업과 고객 응대까지, 역할의 경계 없이 전천후로 '일하는' 사람인 모춘은 '이 칼럼의 인터뷰이로서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나?'라는질 문에 명쾌한 목소리로 '극장주'라 답했다. 그가 운영하는 극장 '무비랜드'는 관심의 시계가 가장 빠르게 돌아가는 곳 중 하나인 서울 성수동 골목에 자리한다. 마치 부티크 호텔 같은 감각적인 분위기의 이곳은 무비랜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채로운 즐거움을 만들고 또 나누고자 한다.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 나아가 그 영화를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그리는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마음껏 소비하는 공간인 것이다. 방문객들은 극장을 찾기 전부터 유튜브와 팟캐스트 채널을 통해 영화적 수다를 시작하고, 현장에서는 라운지 등을 이용하며 영화적 활동을 경험한다.        

“무비랜드는 영화를 판매하는 곳이 아닌 이야기를 나누는 ‘극장’입니다. 이야기의 총체라 할 수 있는 ‘영화’를 중심으로 재미있는 경험과 생각을 주고받고 싶었어요. 문을 연 지 이제 1년 남짓 되었는데, 저 역시 관람객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하고 교류하며 저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키워가기도 해요. 무엇보다 처음 세웠던 ‘천 명이 한 번 찾는 곳이 아닌 백 명이 열 번 오는 곳’이라는 뱡향을 어느 정도 충족하고 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껴요. 우리의 생각과 메시지를 공감하고 공유하길 원하는 분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고, 또 그들에게도 무비랜드가 매력적인 공간일 수 있길 바랍니다.”

즐겁게 일하는 ‘극장주 모춘’의 다음 목표는 무비랜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더욱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가진 이들을 만나 각자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가는 것이다. 좀 더 다양한 분야의 큐레이터를 초대해서 그들의 취향이 반영된 콘텐츠를 만든다거나 모두의 기억에 오래 남을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의 흥미로운 기회를 늘려갈 생각이다. 운영의 주체인 브랜드 ‘모베러웍스’의 정체성인 ‘메시지’를 판매하는 일 역시 지치지 않고 밀고나갈 예정. 일을 좋아하는 만큼 더 많은 사람과 즐겁게 ‘잘’ 일하고 싶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생동하는 극장, 무비랜드의 극장주 모춘의 이야기가 궁금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봤다.



내 스타일의 ‘한 끗’은?

가벼운 농담이 있는 이야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나를 매료시킨 스타일 아이콘은?

영화 <파리, 텍사스>에서 ‘트래비스’ 역을 맡은 해리 딘 스탠턴. 시대성과 인물의 정서를 과장 없이 담아낸 그의 의상이 인상 깊었다. 후줄근하고 낡은 느낌이 있지만, 그래서 더 좋다.


옷장에서 가장 오래된 아이템은?

디즈니랜드에서 산 모자. 자주 쓰진 않는데, 당시의 기억이 담긴 기념품이라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다.


단 한 벌만 챙겨야 한다면?

무비랜드 유니폼. 나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옷이면서도 셔츠 형태라 어느 정도 포멀함도 유지할 수 있다.


늘 지니고 다니는 가방 속 필수품은?

펜과 노트. 아이디어 기록보다는 일정 정리 용도에 더 가깝다. 그래도 수기로 쓰다 보면 예기치 않게 떠오르는 새로운 생각들이 있다.





쇼핑할 때의 기준은?

지금의 기분이나 감정을 기념할 수 있는지를 고려한다. 품질이나 가격보다는 순간의 정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 그러다 보니 사실 필요 없는 물건도 많이 산다.


가장 최근에 구입한 것은?

아이패드 펜슬. 벌써 다섯 번째다. 작업 도구로 자주 쓰는 만큼 조금만 망가져도 새로 구매한다.


요즘 가장 갖고 싶은 것은?

문장력. 메시지를 전달할 때 유저의 경험이나 시각화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지만 결국 가장 정확하게 작동하는 건 글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할수록, 글이 모든 기획의 기초가 된다고 느낀다.


나의 시그너처 향은?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지만, 지금은 담배 냄새에 찌들어 사는 듯하다.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향수로는 잘 감춰지지 않더라.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은?

판소리 중에서도 춘향가를 자주 듣는다. 어릴 적 들을 때는 몰랐던 선율이 새롭게 다가오는데, 특히 간결한 표현을 통한 서사의 고조가 흥미롭게 느껴진다. 박동진 명창의 완창도, 밴드 ‘두번째 달’의 현대적 해석도 각자의 매력이 있어 좋다. 내 작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욕심도 생긴다.


근래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김규항 작가가 쓴 <예수전>. 저자의 관점을 통해 다시 본 예수의 행적이 흥미로웠다. 교인은 아니지만, 예수가 선택한 삶의 방향을 통해 지금 나의 선택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근래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무비랜드에서 상영을 앞두고 있어 오랜만에 다시 본 <매트릭스>. 예전에 봤을 땐 몰랐던 장면들이 새롭게 읽혔다.




소장하고 싶은 아트 작품은?

무협 영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후진첸(호금전) 감독의 오리지널 포스터들, <대취협> 같은 영화의 포스터 원본을 소장하고 싶다. 지역성을 통해 보편적인 정서를 전달하는 그의 작업은 늘 영감이 된다.


내 인생의 스타는?

너무 많은데, 지금 떠오르는 사람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다. ‘덕질’에 진심인 ‘덕후’로서 결국에는 자기 세계를 완성한 사람이지 않나. 그리고 그것을 다시 많은 사람에게 설득시킨 기세까지 대단하고. 닮고 싶은 사람이다.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커피를 마신다. 카페인 없이는 하루가 시작되지 않는다.


잠들기 전 하는 일은?

그날그날 인상 깊었던 키워드를 검색한다. 위키, 유튜브, GPT 등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단어의 기원과 의미를 되짚는 일이 흥미롭고 또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절대 빼먹지 않는 자기 관리법은?

솔직히 건강관리를 잘하지는 못한다. 요즘은 자전거 출퇴근 정도로 타협하고 있다. 다만 스트레스 해소와 멘털 관리를 위해 틈날 때마다 그림을 그린다. 그리는 행위 자체가 일단 즐겁고, 일상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면서 쌓이는 힘듦이 해소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냉장고 속 필수품은?

인슐린을 상비한다. 인슐린 냉장 보관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평생 하나의 음식만 먹는다면?

토마토스파게티. 아무리 먹어도 늘 맛있고 절대 물리지 않는다.


내게 의미 있는 장소는?

아무래도 내가 동경하고 구현하고 싶었던 것들을 실현한 공간인 무비랜드다. 아직 부족한 점도 많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나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다.


최고의 여행 기념품은?

오키나와에서 구입한 도자 컵. 지역의 역사성을 적당히 유머스럽게 표현한 디자인이 내가 기념품에 바라는 정서를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은?

무비랜드 개관 기념으로 작가 마라가람이 도자기를 선물해줬다. 나의 취향을 그만의 섬세한 감각으로 풀어낸 것이 인상 깊었다.


요즘 내가 가장 빠져 있는 것은?

단어들.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발생하는 감정을 어떻게 ‘나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한다.




인생에서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은?

온갖 종류의 이야기에 감화받는다. 이야기가 꼭 화려하고 드라마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와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발견하는 것이 재미있다. 또한 이야기를 우리의 방식으로 시각화하고 재편집하는 과정 역시 즐겁다.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조언은?

‘지옥을 걷고 있다면 계속 걸어라’. 윈스턴 처칠이 했다고 전해지는 말이다. 일을 하다 보면 괴롭고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많은데, 그럴 때면 이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물론 쉽진 않지만 말이다.


내가 만약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면?

글쎄, 또 다른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지금에 만족하지만 그만큼 피로감도 크다. 이 삶이면 충분하다.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낄 때는?

가까운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이런저런 불평과 험담도 하고 자랑도 하는 시간. 좋은 이야기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천박한 면까지 이해해주는 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편안하다.


나의 영감의 원천은?

역시나 ‘이야기’. 더 구체적으로는 ‘단어’일 것이다. 삶 속에서 다시 정의된 언어들로부터 힘을 얻는다.


내가 생각하는 ‘럭셔리’란?

스스로를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 자신의 부족한 부분까지도 인정하고 말할 수 있는 용기야말로 ‘럭셔리’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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