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콘텐츠는 비용이 큰 산업이다. 성공하면 큰 수익을 안기지만, 실패하면 손해가 크다. 플랫폼은 제작비를 줄일 방법을 찾고, 제작자는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할 해법을 고민한다. 이 딜레마의 접점에 ‘AI 영상 콘텐츠 제작’이 자리한다. 스튜디오메타케이는 시장에서 가장 앞선 플레이어 중 하나다. 2022년 설립한 이 회사는 최근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총액 30억 원.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요즘, 국내 메이저 벤처 캐피털로부터 이 정도 규모의 투자를 받은 건 예사롭지 않다. “AI 기술을 가진 기업은 많지만, 콘텐츠 감각과 IP 모두를 인하우스에 갖춘 회사는 거의 없어요. 그 점을 높이 평가해주신 것 같습니다.” 김광집 대표가 담담하게 말했다.
스튜디오메타케이는 스스로를 ‘AI 기반 IP 콘텐츠 제작사’로 정의한다. 실제로 AI 기술만 보면 테크 스타트업이지만 동시에 국내 유명 드라마와 영화감독, 작가들을 파트너로 두고 있는 콘텐츠 스타트업이기도 하다. AI 커머셜 영상, 버추얼 아티스트, 드라마·영화의 기획 및 제작까지 아우르는 넓은 스펙트럼은 김 대표 개인의 독특한 커리어에서 비롯됐다. 김 대표는 서울예대 방송연예과에서 연출을 전공한 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편집과 촬영, VFX(시각·특수 효과)까지 경력을 확장했고, 2006년에는 현지에서 VFX 스튜디오 디지트로브Digitrove를 공동 창업해 <왓치맨>, <지.아이.조> 등 다수의 할리우드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귀국 후에는 모교의 교수직을 맡으며 후학 양성과 창업을 병행해왔다. 학자와 실전형 창업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력이다. 그는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감각의 연장선’으로 본다. “같은 AI 툴을 써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져요. 저희가 만드는 AI 영상은 단순한 퀄리티 외에도 ‘일관성’에서 차이를 보여줍니다. 보통은 영상 속 샷마다 인물 얼굴이 조금씩 바뀌는 게 일반적인데, 저희는 수천 개의 샷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하죠. 이게 파인 튜닝과 경험의 차이예요.” 그가 덧붙였다. “인물을 어디에 배치할지, 카메라를 어떻게 움직일지는 결국 사람이 정하는 거죠.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연출 감각’입니다.”
스튜디오메타케이가
제작 예정인 드라마
<왕비어천가>와 <마라>의
티저 영상 중 한 장면.
스튜디오메타케이는 본래 드라마 제작사로 출발했다. 하지만 2022년, 갑작스레 얼어붙은 편성 시장을 마주하며 방향을 틀었다. AI 버추얼 휴먼 개발로 시작해, 곧바로 생성형 AI 기반 콘텐츠 제작으로 중심축을 옮긴 것이다. 프리비주얼 작업, 대규모 보조 출연자 대체, 세트·로케이션 비용 절감 등 AI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훨씬 넓었다.
현재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다시 드라마 제작에 돌입했다. 자체 기획한 사극 <왕비어천가>와 공포물 <마라>는 AI 기반 티저 영상으로 제작됐고, 이 티저를 바탕으로 지상파 및 해외 OTT 등과 편성을 논의 중이다. AI를 활용해 제작비를 절감하고, 캐스팅과 기획 및 제작까지 총괄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콘텐츠 IP 확보도 적극적이다. <촉법소년>, <가르시아의 머리> 등 웹툰·웹 소설 기반 원작을 자체 확보해 제작 라인업을 구축 중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AI 영상 제작에 회의적인 시선도 여전하지만, 김 대표는 단호했다. “대부분의 AI 콘텐츠는 아직 실험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진짜 경쟁력을 얻으려면 수십억원이 투입되는 상업 드라마나 영화에서, 실제 촬영과 병행했을 때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의 퀄리티가 구현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보여주지 못하면 설득력도 없죠. 아직은 의심하는 사람이 더 많지만 일단 저희가 성공 사례를 증명해내면, 상황은 크게 바뀔 겁니다.”
그가 그리는 미래는 단순한 영상 제작의 효율 개선이 아니다. “한국 콘텐츠는 항상 자본 규모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었죠. 하지만 AI 기술로 할리우드급 퀄리티를 구현할 수 있다면, 그건 비용 절감이 아니라 ‘기술을 통한 반격’입니다.” 여기에 그가 덧붙였다. “그리고 저는 궁극적으로, IP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러닝 개런티 구조의 수익 모델을 만들고 싶어요. 단발성 외주 제작을 넘어, 콘텐츠 산업에서 지속 가능한 생존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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