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의되는 야외 가구의 미학
야외 가구는 제어가 가능한 실내 공간이 아닌 비, 바람 등 자연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내구성’이 최우선 요소가 되어왔다. 하지만 B&B이탈리아가 공개한 2025 아웃도어 컬렉션인 ‘에리카Erica’ 컬렉션을 보면 그 편견은 자연히 사라진다. 건축가 겸 인테리어 디자이너 안토니오 치테리오가 2017년부터 디자인한 에리카 컬렉션은 브랜드가 줄곧 지향해온 ‘시간을 초월한 우아함’에 충족하는 모습을 갖췄기 때문. 올해는 기존 컬렉션을 확장하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모듈식 시트와 다이닝 테이블, 로 테이블 등 마치 모든 가구가 하나의 시스템처럼 보이도록 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눈을 편안하게 만드는 내추럴한 색감과 더불어 장식적인 면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우수한 소재만을 사용하는 고집 역시 엿볼 수 있다. 가벼움과 비바람을 견딜 수 있는 마감재, 티크 등 내구성이 뛰어난 프레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는 오래도록 아웃도어 컬렉션을 선보여온 내공이 느껴진다. bebitalia.com
이토록 강렬한 인상
무릇 야외 가구라면 형형색색의 꽃과 다양한 수형의 식물이 어우러지는 자연의 화려한 위용에 결코 뒤지지 않을 강렬한 디자인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카르텔은 화려한 색과 패턴의 프린트 패브릭을 선보이는 브랜드 리버티Liberty와 손잡고 자연 속에서도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가구를 선보였다. 리버티는 오염과 마모에 강해 아웃도어 가구에 자주 사용되는 패브릭을 선별한 다음, 보태니컬 패턴과 기하학무늬를 적용해 카르텔의 가구에 특별함을 더했다. 변신의 주인공으로는 피에로 리소니가 디자인한 ‘플라스틱’ 소파와 ‘트릭스’ 푸프, 필립 스탁의 ‘HHH’ 의자 그리고 ‘카라’ 암체어 등 총 4개의 가구가 선정됐다. 특히 착석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제작한 카라 암체어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리버티의 패턴 패브릭을 적용하니 편안함은 물론, 시선을 끄는 매력을 지닌 디자인 피스로 진화한 점이 놀랍다. kartell.com
경계를 구분 짓지 않는 디자인 언어
플렉스폼은 강조 대신 절제, 채우는 대신 여백을 만드는 등 정제된 매력의 가구를 선보여왔다. 가장 큰 특징은 인도어와 아웃도어 디자인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디자인 언어를 수립했다는 점. 일례로 실내와 실외 2가지 모두 동일한 디자인으로 출시한 ‘카멜롯Camelot’ 소파나 ‘오지Oge’ 암체어 등을 보면 야외라는 특성을 견딜 수 있도록 소재와 마감에만 디테일한 변주를 했을 뿐, 별도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주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다.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아웃도어 컬렉션을 선보이는 장소가 20세기 밀라노 건축을 대표하는 조반니 무치오Giovanni Muzio가 지은 산탄젤로 수도원이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전시 공간이 절제된 비례와 구조,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가치를 품은 플렉스폼의 야외 가구는 공간과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flexform.it
도심 속 오아시스
미노띠의 아웃도어 컬렉션은 실내에서 누리는 휴식을 야외에서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는다. 컬렉션 명칭인 ‘야외 오아시스Open Air Oasis’만 보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원과 테라스 등 야외로 규정되는 공간도 실내에서처럼 담소와 다이닝, 휴식까지 향유할 수 있다고 여긴 셈. 야외 가구 컬렉션 역시 브랜드가 강조하는 정교한 장인 정신과 치밀한 디테일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눈길이 가는 가구는 일본 디자이너 넨도Nendo와 협업한 ‘아미Amii’ 컬렉션. 대피소에서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그물망’에서 영감을 얻어 붙인 이름으로, 부드러운 S자 모양으로 직조한 로프 패널을 보면 디자인 요소로도 이를 차용했다는 점 역시 알 수 있다. 아미 소파의 경우, 등받이의 높낮이가 다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낮은 등받이는 사교 활동을 할 때, 높은 등받이는 안락하게 휴식하고 싶을 때 좋은 선택지가 되어주기 때문. 이와 함께 동일한 디자인 포인트를 더한 커피 테이블과 오토만을 함께 배치하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야외 오아시스를 연출할 수 있다. minotti.com
자연의 색을 입은 메트로폴리탄 테라스
‘자연 속에 놓이는 가구인 동시에 도심에 자연의 일부를 들여올 수 있는 가구라면?’ 까시나는 이 같은 물음에 답하기 위해 지중해의 색에 주목했다.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허무는 노력의 일환이자 도심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아웃도어 가구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향취를 느낄 수 있도록 고안한 것. 이로 인해 작년에 이어 선보인 까시나의 아웃도어 컬렉션 속 가구들은 모두 푸른 바다와 그늘진 정원, 테라코타의 자연스러움, 고요하고 따뜻한 토스카나의 오후를 연상시키는 생동감 넘치는 컬러를 지니고 있다. 지중해 해안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테라코타 컬러를 입힌 ‘세일 아웃Sail Out’ 소파나 옅은 블루 상판의 사이드 테이블을 중심으로 연출한 콘크리트 건물 사이의 중정을 보면 마치 도심 속의 작은 지중해 같다. 가공된 야외 공간인 정원과 테라스에서도 진정한 자연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고안한 위트 있는 아이디어다. cassina.com
조화를 위한 해답
역동적인 아웃도어 라이프를 추구하는 가구 브랜드 에띠모는 인간의 터전이 되는 건축물과 자연의 조화를 고려한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가 바로 신제품 ‘파티오Patio’ 컬렉션. 파티오는 스페인어로 ‘안뜰’, ‘앞마당’이란 뜻으로 건물 안에 있는 정원을 의미하는데, 스페인과 남미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보편적인 건축양식이다. 파티오는 원래 로마 시대의 건축인 아트리움에서 기원했다. 파티오는 정방형의 건물을 세운 후 그 안에 정원을 둔다. 마치 도심 속에서 피어난 작은 자연과도 같은 모습에서 형태적 아이디어를 얻어 소파의 팔걸이와 등받이가 아치형으로 이어지는 프레임을 제작한 후 푸른색 패브릭으로 파티오의 형상을 구현했다. 프레임은 티크 목재로, 패브릭은 잘 찢어지지 않는 촘촘한 직조 방식으로 완성한 패브릭을 사용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ethim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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