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6월호

DIOR, 찬란한 꿈의 여정

1946년 파리 몽테뉴가 30번지에서 시작된 디올의 꿈이 찬란한 시간을 거쳐 2025년 서울에서 다시 피어났다. 75년이 넘는 디올 하우스의 역사가 한눈에 펼쳐지는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전시를 찾아서.

EDITOR 이연우


창조적인 활기로 가득한 디올 하우스의 역사를 기념하는 전시.


파리 장식미술관을 시작으로 런던, 상하이, 청두, 뉴욕, 도하, 도쿄, 리야드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던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 전시회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플로렌스 뮐러Florence Müller의 큐레이션으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글로벌 건축 기업 OMA의 파트너 시게마츠 쇼헤이Shigematsu Shohei가 구상한 몰입감 넘치는 공간을 배경으로, 창조적 활기가 가득하던 디올 하우스의 역사를 다채롭게 기념한다.

디올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전시는 파리 몽테뉴가 30번지에 세워진 디올 부티크의 웅장한 문에서부터 시작된다. 크리스챤 디올의 열망과 여성의 행복을 상징하는 중심지이자 패션 역사를 빛낸 수많은 순간의 배경이 된 몽테뉴가 30번지는 진귀한 아카이브 문서와 사진이 가득한 ‘꿈의 왕국’으로 재현되었다. 다음 공간에서는 1947년 패션계에 혁명을 일으킨 크리스챤 디올의 ‘뉴 룩New Look’을 만나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침체된 시대 분위기 속에서 여성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회복하고자 한 디올의 의지에서 탄생한 ‘뉴 룩’은 여성의 실루엣과 룩에 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계기가 됐다.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한 아이코닉한 룩들이 전시된 공간은, 황홀한 분위기로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성대한 무도회를 연상시키는 드레스 전시 공간은 한국 아티스트 수 써니 박이 함께 작업했다.


꽃과 정원을 향한 크리스챤 디올의 열정은 2개의 서정적인 공간으로 구현되었다. ‘미스 디올’을 주제로 한 공간은 이제껏 공개된 적 없는 귀중한 아카이브 자료와 더불어, 이와 조화를 이루는 에바 조스팽의 설치 작품을 통해 특별한 향수가 탄생한 순간과 변천사를 조명한다. 디올 향수의 헤리티지와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예술의 장이기도 하다. 거대한 달항아리의 형상을 닮은 ‘디올 가든’ 공간은 별처럼 흩뿌려진 꽃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한국 문화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정원에 경의를 표하며, 사계절의 모습을 담은 영상 연출로 여유로운 순간을 선물한다. 아티스트 김현주가 전통 한지에 사용되는 닥나무 섬유를 활용해 식물의 다양한 형태를 표현했다. 수많은 나무와 나비, 꽃이 몽환적으로 피어나는 모습은 무슈 디올이 소중히 여겼던 가치인 삶과 자연의 순환에 조응한다.



다양한 스케치와 아카이브 작품으로 채워진 공간.


전설적인 향수로 사랑받는 ‘쟈도르’의 이야기는 베르사유 궁전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공간에서 장 미셸 오토니엘의 예술 작품과 빅투아르 드 카스텔란, 인디아 마다비가 제작한 마법 같은 보틀 그리고 디올 앰배서더 리한나가 착용한 골드 자수 드레스 등을 통해 펼쳐진다.

크리스챤 디올, 이브 생 로랑, 마크 보앙, 지안 프랑코 페레, 존 갈리아노, 라프 시몬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등 1947년부터 현재까지 디올의 아티스틱 디렉터들이 선보인 독창적 아이디어와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의 조각보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독특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오디세이는 아티스트 제이디 차Zadie Xa가 작업한 크리스챤 디올의 특별한 초상화로 이어진다. 화이트 컬러의 캔버스를 배경으로 한 ‘디올 아뜰리에’는 디올의 재단사들이 이어온 뛰어난 기교와 노하우를 예찬한다. 화려하게 어우러지는 시각적 요소와 빛반사 효과를 통해 장인 정신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 또한 다채로운 컬러가 돋보이는 ‘컬러라마’ 공간은 디올 액세서리에서 컬러가 지닌 의미를 탐구한다. 이곳에서는 마치 생동감 넘치는 프레스코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우아한 품격을 상징하는 ‘레이디 디올’은 ‘디올 레이디 아트’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바 있는 9점의 작품과 ‘레이디 디올 애즈 신 바이Lady Dior as Seen by’ 콘셉트로 완성된 17점의 작품 등 한국 아티스트들의 작품으로 구성해 디올 하우스와 한국 사이의 끈끈한 유대 관계를 증명한다.



자신이 입었던 드레스 앞에 선 글로벌 앰배서더 지수. 레이디 디올 백과 함께한 디올 앰배서더 한소희.


이 외에도 그레이스 켈리부터 다이애나 왕세자비에 이르는 세계 유명 인사들이 디올과 함께 선보인 눈부신 룩들도 마음을 훔친다. 한국의 아이콘이자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약 중인 블랙핑크 지수를 비롯해 셀린 디옹, 샬리즈 테론, 제니퍼 로런스, 제나 오르테가, 애니아 테일러 조이 등 디올 하우스의 뮤즈와 소중한 친구들이 빛내준 의상이 놀라운 감동을 선사한다. 전시의 피날레를 장식한 것은 크리스챤 디올을 매료시켰던 파티와 무도회를 축제처럼 표현한 공간. 한국 문화에서 상징적 의미를 지닌 흰색과 파스텔 톤으로 채색한 매혹적인 앙상블 시리즈가 아티스트 수 써니 박Soo Sunny Park의 설치미술 작품과 함께 어우러져 꿈같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에서,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 특별한 오디세이가 마침내 완성된다.


전시 일정  ~7월 13일

전시 장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아트홀 1관

입장권 구매  디올 공식 웹사이트 (www.dior.com/ko_kr/fashion/designer-of-dreams)



깊은 울림의 종이 정원

아티스트 김현주가 작업한 ‘가든’은 자연을 향한 크리스챤 디올의 애정을 환상적으로 표현해냈다. 마법 같은 공간을 완성한 작가와의 짧은 인터뷰.



아티스트 김현주의 손끝에서 나비와 나무, 몽환적인 꽃이 피어난다.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녔던 크리스챤 디올은 ‘꽃을 닮은 여성’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정신은 작가님의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작가님은 자연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자연에서 어떤 영감을 받는지 궁금합니다.

제 작품의 출발점은 항상 자연입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규칙적이고 또 질서 정연하게 존재하는 자연은 언제나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작품의 소재가 되고요. 자연은 제게 힐링을 주기도 하는데요. 꽃이 피고, 잎이 물들고, 바람이 스치는 순간들에서 위안과 평온을 얻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제 작품에 스며들죠.


식물의 다양한 형태를 한국 전통 종이인 한지로 표현했는데요.

저는 오랜 시간 동안 가공되지 않은 천연 소재가 지닌 잠재력과 이를 활용해 선보일 수 있는 유기적인 아름다움에 흥미를 느껴왔어요. 한지는 전통적이면서도 실험적이며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소재입니다. 크리스챤 디올이 ‘꽃을 닮은 여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섬세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표현한 것처럼, 저도 한지라는 매체 안에서 그와 같은 대비와 조화를 포착하고자 합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작품, ‘에테르의 정원Ethereal Garden’은 어떻게 구상했는지요?

시게마츠 쇼헤이가 정원이라는 공간을 한옥의 중정과 달항아리로 재해석한 데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둥글고 부드러운 모양의 달항아리는 우주의 기운과 자연의 순환을 담고 있는 형태죠. 저는 그것을 사람이 들어설 수 있도록 확장된 하나의 세계이자 디올의 정신을 구현하는 새로운 디올의 세계로 상상했어요. 이 작품은 동서양의 식물이 공존하는 상상의 정원을 나타냅니다. 프랑스 정원은 크리스챤 디올의 정원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식물들로 구성했고 한국 정원은 청화백자에서 자주 표현되는 작약, 매화, 소나무 같은 요소들로 꾸몄습니다. 두 세계가 하나의 공간에서 조화를 이루며 신비롭고 초현실적인 풍경이 되도록, 동화 같은 모습을 만들고자 했어요.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요?

사전에 디올 드레스 작품들의 사진을 받아봤고, 거기에서 영감을 얻은 다양한 요소들을 정원에 녹여냈습니다. 자연에서 탄생한 드레스와 드레스로부터 탄생한 종이 정원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서정적인 순환이라고도 할 수 있죠. 종이 정원 작품은 한지와 전통 한지에서 사용되는 닥나무 섬유, 나무껍질로 제작했습니다. 벽을 장식하는 한지 잎사귀들은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마치 종이로 식물을 ‘심는’ 것처럼 하나하나 손으로 꽂아가며 완성했고요. 장인 정신과 지속 가능성을 모두 반영한 노력의 산물입니다.


디올의 본질 중 어떤 점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받았나요?

특히 ‘뉴 룩’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전쟁 후, 상실의 시기에 아름다움을 되찾게 해준 ‘뉴 룩’의 실루엣은 단순한 패션을 넘어 울림이 있는 치유로 느껴지더군요. 이러한 감성은 제가 예술에 접근하는 방식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저 역시 자연을 통해 회복과 조화 그리고 연결이라는 감정들을 탐구하기 때문이죠.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특성을 지닌 한지는 전통적이고 실험적이며, 이는 디올이 여성의 매력을 그려내는 방식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그 차분한 힘, 균형, 변화의 정신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COOPERATION  디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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