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 떠 있는 하나의 예술품
마치 갤러리 공간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클래식 인테리어에선 절제된 아름다움이 빛난다.
붉은 곡선의 미학, Leona
강렬한 버건디 컬러, 맞춤형 디테일, 조형적인 실루엣은 80m급 슈퍼 요트 ‘레오나’를 하나의 예술적 구조물로 만든다. ‘빌긴 요트Bilgin Yachts’의 263시리즈 중 두 번째 선박인 레오나는 튀르키예의 ‘유니크 요트 디자인Unique Yacht Design’이 외관을, 런던의 ‘H2 요트 디자인’이 인테리어를 맡았다. 소유주의 개성과 미적 취향을 명확히 반영해 빚어낸 대담한 곡선과 색채, 비대칭적 구성이 눈길을 끈다. 요트 내부는 그야말로 바다 위의 궁전이다. 수영장과 영화관, 튀르키예식 스파가 자리 잡고 있으며, 맞춤 제작한 샹들리에가 공간 전체를 지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함께 가죽, 대리석, 커스텀 아트워크가 고요한 오라를 자아낸다. 이에 관해 유니크 요트 디자인의 설립자 엠레잔 외즈귄Emrecan Özgün은 “움직이는 개인 갤러리이자 경험의 플랫폼”이라 설명한다. 이는 바다 위에서 누리는 가장 럭셔리한 삶의 방식을 뜻하는 게 아닐는지.
돛을 단 미래, Black Pearl
네덜란드 ‘오세안코Oceanco’에서 건조한 106m 길이의 세일링 요트 ‘블랙 펄’은 지속 가능한 항해를 실현한 혁신의 아이콘이다. 3개의 다이나리그Dynarig(돛을 활용해 항해할 수 있는 세일링 시스템)를 통해 20노트(약 37km/h)의 속도를 낼 수 있고, 화석연료 없이 대서양 횡단이 가능한 것이 블랙 펄의 특징. 나아가 선체 하부에 있는 에너지 회수 시스템Waste Heat Recovery System은 항해 중에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기도. 인테리어는 절제된 고급스러움을 지향한다. 유려한 곡선의 가구, 대형 창으로 연결된 바다, 그리고 2층 높이의 메인 살롱은 기술과 미학이 공존하는 모양새다. 한마디로 ‘이동하는 미래지향적 에코 레지던스’인 셈. 더욱이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유선형 실루엣은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면서도 시각적 임팩트를 극대화하며, 내부에서는 리넨, 티크, 유광 마호가니 등 천연 소재를 활용해 품격 있는 장면을 연출한다.
수평선 너머의 만찬, Four Seasons I
‘포시즌스 I’는 바다 위에서 즐기는 미식 무대가 압권이다. 2026년 첫 항해를 앞둔 이 요트는 11개의 레스토랑과 바를 갖추고 있으며, 각 공간은 지역성과 계절성을 반영한 메뉴와 함께 독창적인 인테리어로 설계되었다. ‘세드나Sedna’는 에메랄드그린 톤의 세련된 공간에서 프렌치 테크닉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요리를 선보이며, ‘테라스Terrasse’는 직접 제작한 페이스트리를 제공한다. 또 8인용 히노키 원목 카운터가 눈에 띄는 ‘미우나Miuna’에선 오마카세를 맛볼 수 있다. 각 레스토랑은 오픈 키친, 라이브 쿠킹 스테이션, 실내외 연결 구조 등을 통해 시각적 즐거움은 물론 미식 경험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 이러한 공간 설계는 바다 위에서 만나는 미식의 세계를 감각의 향연으로 승화시킨다.
상상을 현실화한 미래형 스위트
기술과 디자인, 섬세한 감각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상상 속 풍경이 현실이 된 결과다.
바다 위의 미니멀리즘, Mangusta Oceano 39
‘망구스타 오셔노 39’는 해양 건축의 새로운 조형 언어를 보여준다. 이탈리아 ‘오버마린 그룹Overmarine Group’의 설계와 요트 디자이너 알베르토 만치니Alberto Mancini의 손길이 만나 탄생한 이 요트는 유리로 둘러싸인 미니멀한 구조와 탁 트인 시야, 실내외를 자연스럽게 잇는 개방적인 구성으로 바다와의 거리를 좁힌다. 매력 포인트는 단연 미노티Minotti 가구가 수놓인 야외 공간. 뱃머리에는 로돌포 도르도니Rodolfo Dordoni의 ‘선레이Sunray’ 소파가, 어퍼 덱에는 셰이즈 롱이 있어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며, 러스트 컬러 마감의 ‘선레이 메그Sunray Meg’ 커피 테이블은 선미를 평안한 라운지로 탈바꿈한다. 이처럼 차가운 미니멀리즘에 미노티 특유의 따스한 감성이 더해진 망구스타 오셔노 39는 우수한 기술과 정교한 인테리어 디자인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야누스의 얼굴, Project LIFE
요트 건축가 에스펜 외이노Espen Øino가 외관을, 인테리어 디자이너 프랑수아 주레티François Zuretti가 실내를 꾸민 베네티Benetti의 ‘프로젝트 라이프’는 바다 위 삶의 방식을 재정의한다. 요트의 자랑거리는 270㎡ 규모의 수영장 ‘비치 에어리어Beach Area’다. 삼면을 개방해 실내외 경계를 허물었고, 투명한 수영장 바닥을 통해 햇살이 비치는 아래층에선 몰입적 해상 경험을 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이곳은 낮에는 수상 스포츠와 일광욕의 무대가 되고, 밤이면 은은한 조명 아래 사교의 장으로 변모한다고. 더욱이 메인 살롱은 천장에서 바닥까지 이어지는 파노라믹 글라스로 바다를 끌어들이며, 112㎡의 공간을 절제된 조명과 차분한 색감으로 채워 깊이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혹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유리로 둘러싸인 스카이라운지, 프라이빗 덱, 맞춤형 서재를 갖춘 98㎡의 오너 스위트에 들어가면 된다.
요트에서 마주하는 폭포, Axiom 40
이탈리아 디자이너 마우로 잠보이Mauro Giamboi가 선보인 ‘액시엄 40’은 쌍동선(2개의 선체를 갑판 위에서 결합한 배) 형태의 ‘해상 거주 플랫폼’이다. 눈길을 사로잡는 건 120㎡ 규모의 워터폴 비치 클럽. 삼면 개방 구조, 투명 풀 바닥 위로 쏟아지는 자연광, 접이식 사이드 테라스, 쌍동선 사이에 감춰진 인공 폭포가 어우러져 공간에 극적인 효과를 더한다. 오너 스위트는 55㎡ 크기로 전용 오피스와 테라스, 스파 스타일 욕실을 갖췄고 메인 살롱은 라운지, 포멀 다이닝, 바를 포함한 오픈 플랜 구조로 구성된다. 액시엄 40은 최대 16노트(약 30km/h)의 속도와 항속거리 3500해리(약 6500km)를 갖춘 디젤-전기 하이브리드 구조를 채택해 지속 가능성을 잡았으며, 서비스 효율을 고려해 덤웨이터dumbwaiter(소형 수직 엘리베이터 시스템)도 설치했다.
심연의 바다에 누워, S520
이탈리아 조선소 ‘탱코아Tankoa’가 공개한 52m급 슈퍼 요트 ‘S520’은 세련된 비례감과 유려한 미니멀리즘이 공존하는 새로운 럭셔리의 언어다. 알베르토 만치니의 외관 디자인과 기계적 효율성이 조화를 이룬 요트는 단순한 항해 수단을 넘어 감각적 거주 공간을 지향한다. 수영장과 사우나, 라운지를 품어 총 94㎡에 달하는 비치 클럽은 바다와의 물리적 접점을 극대화하며, 파노라마 뷰를 살린 글라스 월과 워터사이드 테라스는 깊은 휴식에 빠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수면과 거의 비슷한 높이로 설계돼 묘한 느낌을 받는다. 더불어 따뜻한 중간 톤의 우드와 미니멀한 패브릭을 사용해 절제된 세련미를 구현한 오너 스위트는 프라이빗 발코니와 전용 서재를 갖춘 독립적 공간이며, 상층 브리지 덱에는 스카이라운지와 별도의 다이닝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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