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게 펼쳐진 황금빛 해변에서는 바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위로, 행복과 평온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라고 했다. 유난히 마음에 들어왔던 이 구절을, 어딘가로 떠나게 될 때마다 되뇌곤 한다. 일상을 견뎌낼 호흡이 턱끝까지 차오른 이번에도 그랬다. 성큼 다가온 온화한 기운이 세상을 싱그럽게 채색하기 시작할 즈음, 호주 퀸즐랜드행이 결정되었다. 내일을 위한 큰 생각, 남다른 마음이 필요한 때였다. 막연히 머릿속으로 그려본 그곳의 모습은 눈부셨다. 눈길 닿는 곳마다 찬란한 빛이 흐드러질 것만 같은 새로운 도시로, 새로운 희망과 활력을 꿈꾸며 떠났다.
테마파크 ‘드림월드’에서는 캥거루와 셀피를 찍고 코알라와 교감하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다.
존재 그 자체로 충분한
비행기에 고된 몸을 맡긴 지 9시간 남짓, 드디어 브리즈번 공항에 도착했다. 오전 6시가 조금 지난 시간, 도시를 가득 메운 들뜬 활기가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시야를 가득 채우는 푸르른 하늘. 비로소 호주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보통 호주를 이야기할 때면 많은 이가 시드니나 멜버른을 떠올리겠지만 사실 우리가 호주에 바라는 많은 것은 건강한 자연이 도시의 문화와 조화롭게 어울리는 이곳, 퀸즐랜드에 있다. ‘태양의 주Sunshine State’로 불릴 만큼 화창한 날씨를 자랑하는 퀸즐랜드의 주도 브리즈번Brisbane은 사람과 동물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가장 편안한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이다. 그 어떤 존재도 고유함을 잃지 않아도 되는 세상. 기분 좋게 피어나는 긍정의 기운을 만끽하며 퀸즐랜드에 녹아들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호주 최대의 테마파크인 ‘드림월드’. 호주로 떠난다고 했을 때 모두가 입을 모아 건넨 말, “코알라랑 캥거루 꼭 보고 와”에 부응하는 다채로운 경험이 가능한 곳이다. 우아한 몸짓으로 산책하는 벵골호랑이를 비롯해 쓰다듬는 손길에 가만히 몸을 맡기는 캥거루 등 수백 마리의 호주 토종 동물들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나눌 수 있다. 특히 코알라를 직접 안아보는 체험도 할 수 있는데, 아기처럼 품에 감기는 작은 코알라의 온기를 느끼며 오래도록 우리가 이 세상에서 함께 우정을 나눌 수 있길 기원하기도 했다.
지역 내 포도밭에서 직접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메이슨 와이너리. 날씨 덕분에 이곳의 와인은 맛과 향이 특히 깊다.
울창한 열대우림 숲을 지나 폭포까지 이어지는 탬보린 마운틴 투어에서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독특한 동식물의 생태를 관찰한다.
축복받은 자연의 환대
황금빛 백사장이 펼쳐진 골드코스트Gold Coast는 이름 그대로 축복받은 자연의 환대가 이어지는 휴양 도시다. 아침부터 밤까지, 시시각각 다른 빛으로 물드는 이곳은 그저 넋 놓고 바라보기만 해도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 우아하게 너울대는 파도 위로 만들어진 윤슬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파라다이스가 맞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서퍼스 파라다이스Surfer’s Paradise’는 물론, 곳곳의 스폿에서는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물론 골드코스트의 묘미는 바닷가에만 있지 않다. 서퍼스 파라다이스 근처에 위치한 갤러리 ‘호타: Home Of The Arts(HOTA)’는 일상의 예술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예술의 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시, 영화, 공연 예술이 친밀하게 어우러진다. 특히 창의적인 호주 로컬 아티스트와 여성 작가들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선을 제안하는 것이 인상적. 생동감 넘치는 컬러의 건물 외관은 브리즈번 출신 작가 윌리엄 로빈슨의 작품 ‘The Rainforest’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매주 일요일 오전에는 갤러리 주변으로 파머스 마켓이 열려 지역 먹거리와 문화를 즐겨볼 수도 있다.
자연과 교감하는 즐거움은 탬보린 마운틴Tamborine Mountain에서도 이어갈 수 있다. 울창한 나무들이 빽빽한 숲을 이루는 국립공원에 들어서면 마치 시간의 길을 잃고 수십만 년을 거슬러 올라 야생에 도착한 듯한 기분이 드는데 그 느낌이 무척 신비롭다. 천혜의 자연이 선물한 커피와 와인을 맛보는 시간도 놓칠 수 없다. 투어 신청을 해 방문한 커피 로스터리에서는 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열매와 로스팅 과정에 관한 설명을 듣고 ‘오리지널’ 플랫화이트를 마셨다. 마지막 한 모금을 삼킨 후에도 기분 좋은 여운이 오래 남아 마음을 들뜨게 했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포근한 날씨를 자랑하는 이 푸른 산에서는 다채로운 품종의 질 좋은 와인도 만날 수 있다. 다정한 언덕 사이 고요하게 자리한 와이너리에서 지역 농산물과 제철 재료를 활용한 플레이트와 함께 시라즈와 베르델로를 즐겼다. 다정한 풍경을 곁들인, 평화로운 시간이 흘러갔다.
도시의 스트레스를 잊게 해주는 푸르른 녹음의 ‘탬보린 마운틴 국립공원’.
이른 새벽 어스름을 밀어내고 열기구에 올라 일출을 기다린다. 광활한 대지 위로 두둥실 떠오르는 해는 잊지 못할 감동을 안긴다.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응원하고 관람객과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 예술의 집, ‘호타’. 야외 공간에서는 영화 상영이나 라이브 공연도 진행한다.
호주와 아시아태평양 현대미술의 미래를 감상할 수 있는 ‘퀸즐랜드 아트 갤러리 & 현대미술관’.
아침 해와 함께 떠오른 희망
아무리 어둠이 짙어도 매일 아침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다는 사실은 소중하게 주어진 하루를 굳건히 살아내게 하는 희망이 된다. 새로운 내일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는 솟아오르는 희망의 빛을 발견하기도 했다. 사실 퀸즐랜드에 왔다면 장엄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열기구 체험은 필수다. 집결 시간은 새벽 4시, 고단한 몸을 싣고 달린 차는 40분가량을 움직여 드넓은 고원지대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과연 이게 뜰까’ 하는 의구심을 뒤로하고 뜨거운 공기로 팽팽하게 부푼 풍선 열기구가 우리를 하늘로 안내했다. 바람이 거의 없는 평온한 하늘 가운데 맨몸으로 서 있는 듯한 자유로운 기분을 느끼며 저 멀리 바다 위로 서서히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봤다. 이 황홀한 장면은 아마도 앞으로 살면서 종종 꺼내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스토리 브리지의 야경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짜릿한 ‘스토리 브리지 어드벤처 클라임’ 체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 교각 위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는 이색적인 재미가 상당하다.
1년 내내 온화한 날씨 덕에 달리기에 최적의 환경을 자랑한다. 오가며 만나는 이들의 다정한 인사가 반갑다. 남녀노소 모든 호주인이 사용하는 인사말 ‘G’day(그데이)’는 친근함이 담긴 호주 국민 정서를 나타내는데, 이를 바탕으로 호주관광청은 ‘진짜 호주를 만날 시간, G’day’라는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탬보린 마운틴에 위치한 행글라이더 전망대에서는 푸른 하늘을 수놓는 색색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으며 덩달아 자유로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오래도록 마주하고 싶은 풍경
호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브리즈번은 들여다볼수록 사랑스러운 도시다. 중심을 가로지르는 브리즈번강을 따라 아기자기한 레스토랑과 카페, 아늑한 공원과 문화 시설, 각양각색의 빌딩이 늘어서 있다. 얼굴 가득 낙천적인 미소를 머금은 사람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달리기를 하고, 아침의 생기가 가득한 카페에서 고소한 플랫화이트를 마시며 부지런히 하루를 꾸린다. 최근 이곳의 활력을 주도하는 곳은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는 퀸즈 워프Queen’s Wharf의 ‘더 스타 브리즈번’이다. 엔터테인먼트, 숙박, 다이닝, 쇼핑을 결합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브리즈번의 스카이라인을 파노라마 뷰로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야외 전망대와 레저 덱에 자리한 인피니티 풀 등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2032년 하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계속해서 다양한 시설이 들어설 전망. 물론 네빌 보너 브리지Neville Bonner Bridge를 건너가 도심 속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인공 해변과 대관람차 등이 있는 사우스 뱅크South Bank도 거닐어야만 한다. 각자의 방법으로 느긋하게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있는 주민들을 보며 당장 다음번 브리즈번행 비행기 스케줄을 알아보게 되니 말이다. 도시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넘치는 스릴로 완성됐다. 브리즈번의 가장 상징적인 장소, 스토리 브리지에 직접 올라 360도로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는 것.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허리 벨트에 달린 쇠고리를 다리 난간을 따라 설치된 라인에 묶은 뒤,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다리를 오르면 된다. 발밑으로 자그맣게 달리는 자동차를 바라보며 발을 떼는 순간에는 아찔함에 정신이 아득해지기도 하지만 80m 정상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도심 전경을 감상할 때는 드디어 깨닫게 된다. 결국은 이곳을 사랑하게 됐다는 것을.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종종, 아니 자주 이곳이 생각날 거란 것을. 그렇기에 여러모로 고마운 여행이었다. 마음속에 가고 싶은 도시 하나쯤을 품는 것은, 분명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게 할 동력이 될 테니 말이다. www.queensland.com/kr/ko/home
총 평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만한 시간이 흐르는 곳, 하고 싶은 것이 많아 오래 머물고 싶은 곳
추천 대상 대자연에서의 다양한 액티비티도, 자신에게 충실한 도시의 삶도 모두 경험하고 싶은 생활자
추천 기간 1년 내내, 6박 7일 일정(가능하다면 며칠이 아닌 ‘한 달’ 살아보는 것도 추천)
추천 코스 (1일차) 도착 → 드림월드 즐기기
(2일차) ‘호타’ 갤러리 방문 → ‘퍼시픽 페어’ 센터 쇼핑
(3일차) 탬보린 마운틴 투어
(4일차) 열기구 체험 → 와이너리 방문 → 해변 산책
(5일차) 사우스 뱅크, 퀸즐랜드 아트 갤러리 & 현대미술관 탐방 → 브리지 야경 감상
(6일차) ‘스토리 브리지 어드벤처 클라임’ 체험 → 퀸즈 워프 방문
(7일차) 인천행
COOPERATION 호주관광청, 호주 퀸즐랜드주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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