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 종의 장미를 감상할 수 있는 ‘폭스가르텐 정원’과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박물관으로 꼽히는
‘빈 자연사 박물관’.
상반기를 열심히 달려 몸과 마음이 지칠 때쯤,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출장 일정이 잡혔다. 뜨거운 여름을 앞두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던 찰나,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대학 시절 유럽 여행을 하면서 잠깐 경유지로만 들렀던 곳인지라, 현지인의 생생한 삶을 가까이서 엿보며 그들의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출장 콘셉트에 꽤나 기대와 설렘이 앞섰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들르는 관광 명소 위주의 틀을 깨고 현지인의 시선에서 이 도시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였다. 또 하나 이번 여행이 나에게 더 특별한 이유는 비엔나가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배경이 된 도시라는 것. 인생 영화로 꼽는 작품 중 하나인 만큼 영화 속 거리를 걷거나 두 주인공의 데이트 장소인 프라터 공원을 꼭 한 번은 방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올해로 영화가 개봉한 지 30주년이 되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남달랐다.
세계적인 사진 작가 그룹 ‘매그넘 포토스’의 전시
장인 정신과 세심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사간 비엔나’의 ‘후로시키’ 백.
틀을 깨는 발상으로 독창적이고 개성 넘치는 수제 신발과 가방, 액세서리를 선보이는 ‘로사 모사’ 숍.
로컬과 하나 되는 스트리트 여정
비엔나 도착 이후 하루이틀은 모든 것이 생소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낯선 거리를 걷고, 익숙지 않은 언어를 듣는 것이 마치 일상인 것처럼 낯설지 않은 순간이 찾아왔다. 현지인이 자주 방문하는 레스토랑과 로컬 패션 브랜드를 직접 탐방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여유롭게 거리를 거닐며 사진을 찍거나 눈여겨봤던 장소를 방문할 수 있었기 때문. 특히 트렌디한 패션 신을 체감할 수 있었던 수제 핸드백 브랜드 ‘사간 비엔나Sagan Vienna’와 개성 있는 슈즈와 액세서리를 선보이는 ‘로사 모사Rosa Mosa’는 비엔나의 풍부한 문화유산과 섬세한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평소 출사를 즐기거나 사진 찍는 취미가 있다면 지난 3월, 새롭게 개관한 전시장 ‘포토 아르세날 빈Foto Arsenal Wien’에서 열리는 사진전 또한 눈여겨볼 것. 과거 군사시설이던 아르세날 단지를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그룹 ‘매그넘 포토스’의 개관 전시를 비롯해 다양한 사진작가들의 시선을 감상할 수 있다. 나 역시 해외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이국적인 감성을 사진으로 담는 것을 좋아하기에 그 어떤 전시나 박물관 투어보다 이 사진전을 적극 추천한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 비엔나. 도시의 편안한 분위기와 문화적 풍요로움이 어우러져 섬세한 취향과 삶의 여유를 추구하는 이에게 더할 나위 없는 여행지다. 게다가 문화 애호가들의 성지로 불리는 지역인 만큼 다채로운 아트 신과 라이프스타일 스폿 또한 포착할 수 있다. 에디터가 추천하는 코스에 따라 로컬 아이덴티티를 만끽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진짜 비에니즈가 된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힐 것이다.
약 2500m² 규모의 공간에서 현대미술과 컨템퍼러리 아트를 전개하는 ‘알베르티나 모던 미술관’.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감각적인 디자인과 장식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꼭 들러야 할 ‘MAK 응용미술관’.
비엔나 길거리 곳곳에서 대담한 벽화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라피티 등 생동감 넘치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비엔나의 문화 지형을 새롭게 그려가고 있는 스트리트 아트.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아트 신
비엔나는 풍부한 문화유산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다채로운 아트 스폿이 도시 곳곳에 포진해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비롯해 갤러리, 아트 스튜디오 등 많은 곳을 방문했지만 그중에서도 꼭 가봐야 할 아트 스폿을 꼽자면 단연 ‘MAK 응용미술관’과 ‘알베르티나 모던 미술관Albertina Modern Museum’이다. MAK 응용미술관은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는 예술의 변화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한 미술관으로 가구, 유리, 도자기, 섬유예술 등 과거와 현대 예술을 모두 품은 다양한 전시를 진행 중이다. 특히 오스트리아 왕실에서 사랑한 ‘토넷Thonet’의 벤트우드 의자와 오스트리아 출신의 저명한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벽화 등에서 아르누보 미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오스트리아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조망하는 비엔나의 새로운 현대미술관 알베르티나 모던에서는 5000여 명의 작가가 제작한 6만 점 이상의 작품과 함께 컨템퍼러리 아트를 선보인다. 오스트리아 미술의 가장 중요한 컬렉션으로 평가받는 ‘에슬Essl’ 컬렉션을 기반으로 다양한 갈래로 뻗어나가는 현대 예술의 장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 현대미술 작가들의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탐구하는 예술 애호가들에게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비엔나의 생동감 넘치는 스트리트 아트 또한 놓칠 수 없는 장관 중 하나다. 과거에는 반달리즘 성격의 단순한 낙서 행위로 보는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현재는 대담한 대형 벽화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라피티로 일명 ‘거리의 미술관’이라 불리며 도시 곳곳의 풍경을 활기차게 바꿔가는 중이다. 출장 중에 비엔나 관광청 담당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비엔나는 합스부르크 왕가가 남긴 찬란한 문화 예술 유산을 지녔고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늘 꼽히기에 시민들의 자긍심이 대단하다고. 이를 증명하듯 비엔나는 200만 명가량의 인구와 서울시 3분의 2 정도밖에 되지 않는 면적에도 불구하고 균형 잡힌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걸어 다니는 거리 곳곳이 살아 있는 예술 그 자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왼쪽부터) 감칠맛 가득한 파스타부터 정교하게 완성한 스몰 플레이트까지. 이탤리언과 일식의 풍미가 어우러진 미식을 선보이는 ‘쿠치나 이타메시’ 레스토랑. 미니사이즈 맥주 ‘피프’와 호밀빵 위에 다양한 풍미를 더한 시그너처 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는 ‘트르체스니에프스키’.
다양한 문화권이 만들어낸 비에니즈 미식
현지인도 몇 달 전부터 예약해야만 방문할 수 있다는 ‘쿠치나 이타메시Cucina Itameshi’ 레스토랑은 현재 비엔나에서 ‘핫 플레이스’ 중 하나로 꼽힌다. 이탤리언과 일식의 풍미가 대담하게 어우러지는 요리는 물론 세련된 인테리어와 감각적인 음악이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비엔나 구시가지의 쇼핑가를 둘러볼 계획이 있다면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스낵 바 ‘트르체스니에프스키Trzesńiewski’도 꼭 방문해볼 것. 한 입에 넣을 수 있는 크기의 샌드위치와 미니사이즈의 맥주는 잠깐의 허기를 달래기에 충분하다. 오스트리아산 비프로 만든 햄버거로 깊고 진한 풍미를 자랑하는 ‘X.O 그릴’도 현지인이 사랑하는 스트리트 푸드 브랜드 중 하나다. 전 세계 어느 곳에나 있는 유명 프랜차이즈보다 현지 재료를 사용하는 이곳을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특히 느끼함을 잡아주는 김치마요 소스가 있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현대적인 디자인과 비엔나 지역 특유의 감성을 조화롭게 결합한 ‘호텔 인디고 비엔나 나슈마르크트’의 정원.
자연 정원에서 영감받은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아늑한 스위트룸.
여행으로 지친 몸과 마음의 안식처
비엔나의 활기 넘치는 도심 속 숨겨진 안식처 ‘호텔 인디고 비엔나 나슈마르크트Hotel Indigo Vienna - Naschmarkt’는 이 지역의 생동감 있는 분위기에서 영감받은 세련된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세심함이 돋보이는 객실과 매력적인 테라스, 옥상정원을 즐길 수 있으며 특히 시내 중심지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점이 큰 장점이다. 비엔나의 유서 깊은 곳 중 하나로 꼽히는 마르가레텐 지구와도 가깝기 때문에 비엔나 여행의 시작과 끝을 이곳에서 해도 좋을 듯하다. 모든 여행은 새로운 곳을 방문하고 그곳의 문화를 체험하는 설레는 일이지만, 늘 걱정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평소에 걱정이 많은 성격인지라 낯선 타지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음식은 잘 맞을지 여행 가기 전부터 돌아오기까지 많은 생각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부담을 내려놓고 현지인과 자연스럽게 융화되려 노력하다 보니 용기가 생겼다. 다음번에는 이보다 더 생소한 환경을 마주하더라도 그 특유의 낯섦과 두려움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총 평 진짜 비에니즈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로컬 투어
추천 대상 홀로 여행을 좋아하며, 섬세한 취향을 가진 2030 세대
추천 기간 6~9월, 4박 6일 일정
추천 코스 (1일차) 도착 → 오후 ‘X.O 그릴’ 방문
(2일차) 오전 ‘MAK 응용미술관’ 방문 → 오후 ‘프라터 공원’ 관광
(3일차) 오전 ‘포토 아르세날 빈’ 사진전 관람 → 오후 ‘쿠치나 이타메시’ 레스토랑 방문
(4일차) 오전 스트리트 아트 투어 → 점심 ‘트르체스니에프스키’ 스낵 바 방문 → 오후 비엔나 구시가지의 중심 거리 쇼핑
(5일차) 오전 ‘알베르티나 모던 미술관’ 방문 → 오후 로컬 패션 브랜드 탐방
(6일차) 오전 비엔나 도시 거닐며 여유 즐기기 → 오후 인천행
COOPERATION 비엔나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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