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5년 5월호

굿노드 이승기 대표, 당신이 누구든, 바이크를 타면 이미 동료다

IT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별개로, 이륜차 시장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판과 입소문에 의존하는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다. 굿노드는 위치 기반성과 실시간성으로 이륜차 시장의 공백을 메우려는 스타트업이다.

EDITOR 이호준 GUEST EDITOR 이기원 PHOTOGRAPHER 박용빈



한국에서 이륜차 오너는 여전히 ‘불편을 감수하는 사람’이다. 중고 거래든 긴급 상황 대처든, 아직도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이 포털 카페 게시판이나 전화로 이뤄진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모바일 기반 실시간 서비스가 이미 일상화된 상황인데 말이다. “편의성이 형편없었죠. 2024년 3월에야 처음으로 보험사의 이륜차 대상 긴급 출동 서비스가 특약 형태로 출시됐을 정도니까요.” 굿노드 이승기 대표는 이런 불균형을 개선하고 싶었다. “자동차 대비 이륜차 사용자는 10% 수준이지만, 사용자가 작다고 해서 기술 진보의 혜택을 볼 수 없다는 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대표는 이륜차 오너들이 위치 기반성과 실시간성을 바탕으로 ‘진짜 도움’을 주고받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굿노드를 창업했다. 굿노드는 모터사이클 오너들을 위한 위치 기반 매칭 플랫폼 ‘휠즈앤밋츠 Wheels & Meets’를 운영한다. 정비나 구난, 정보 교류 등 다양한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사람을 찾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휠즈앤밋츠의 다양한 홈 화면. 모터사이클 관련 리뷰 및 전문가 매칭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자동차는 사고가 나면 위치가 어디든 보험사의 긴급 출동 차량이 곧바로 달려온다. 체계적인 서비스망과 높은 이용률 덕분이다. 하지만 이륜차는 다르다. 최근에야 국내에 이륜차 대상의 긴급 출동 서비스가 생겼다지만, 아직은 도입 초기 단계일 뿐이다. 무엇보다 바이크는 구조적으로 타본 사람만이 해결할 수 있는 고장이 많고, 보험사의 출동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가장 빠르고 현실적인 대안은 주변에 있는 다른 라이더들의 도움을 얻는 것이다. “크몽이나 당근 같은 재능 거래 서비스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모터사이클과 자전거는 오너들만이 조언하고 조치할 수 있는 특수한 영역이 많기 때문에, 위치 기반성과 실시간성을 반영해 특화된 매칭 서비스를 선보이고 싶었죠.”

모터사이클 오너들을 떠올릴 때면 대개 얼핏 보기엔 마초적이고 폐쇄적인 이미지가 연상될 테지만, 의외로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들이 많다. 단순 성향의 문제는 아니다. 바이크는 자동차에 비해 무게 대비 출력이 크고, 조작에 민감한 기계라 운전자에게 훨씬 섬세한 감각을 요구한다. 맨몸으로 기계 위에 올라탄다는 것, 위험을 감수하는 일종의 희열 같은 것들이 축적되다 보니, 바이커들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공통의 감각과 정서가 쌓인다. 그 결과, 서로를 잘 몰라도 도로 위에서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네는 풍경은 전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익숙한 장면이다. ‘누구든, 바이크를 탄 사람은 동료’라는 일종의 암묵적인 룰. 때로는 같은 기종을 탄다는 이유만으로, 때로는 같은 지역 번호판을 달았다는 이유만으로도 말없이 끄덕이며 인사를 나눈다. 사고가 나거나 곤란한 상황이 생기면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기꺼이 멈춰 서서 도움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굿노드는 바로 이 ‘동료의식’과 ‘도움의 네트워크’를 기술로 구현하고자 하는 시도다. 바이커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는 연대감과 상호 도움의 문화를 디지털 플랫폼 위에 옮겨놓는 것이다.

굿노드의 서비스 이름인 휠즈앤밋츠는 콘텐츠와 온디맨드 매칭(실시간으로 수요와 공급 연결) 기능으로 구성했다. 실제 라이더들이 작성한 리뷰를 스레드 형식으로 연결하고, 그 리뷰가 마음에 든다면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질 수도 있게 했다. 예컨대 간단한 정비를 요청하면 다른 라이더가 거기에 응하면서 수익을 얻을 수도 있는 구조다. 이후 서로에게 남기는 후기와 별점은 일종의 신뢰 자본으로 축적된다. 바이크의 경우 실제 오너의 한마디가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이 필요했다. 이와 함께 굿노드는 1만6000여 종의 모터사이클 DB도 자체 구축했다. 정부 시스템보다 훨씬 풍부한 데이터다. “행정망에서 일괄적으로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각 제조사가 공개한 사양을 웹 크롤링해서 직접 수집했어요.” 그렇게 만든 ‘스펙 비교’ 기능은 앞으로 가장 유용하게 쓰일 요소 중 하나다.

이승기 대표는 국내 빅테크 기업 출신이다. 괜찮은 회사를 박차고 나올 때는 걱정도 많았을 법한데, 오히려 결정은 쉬웠다고 한다. “제가 한 일은 제품 제작에 관여하는 직무가 아니었어요. 없던 제품을 만든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몰라서 저지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설문 조사를 하면서 이런 매칭 서비스라면 충분히 가치가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요즘은 어떤 서비스건 내수 시장만을 목표로 해서는 답이 없다. 휠즈앤밋츠 역시 국내시장을 넘어 ‘글로벌 슈퍼앱’이 되는 것이 목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서비스니, 아직 먼 얘기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글로벌 진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우선은 매칭 서비스와 심도 있는 리뷰 콘텐츠 수집에 힘을 쏟으려 합니다. 모터사이클 영역에서 자리를 잡으면 확장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굿노드는 대표를 포함해 임직원 모두가 2종 소형 면허를 가지고 있다. 모터사이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모터사이클을 위한 서비스. 두 바퀴가 주는 기쁨을 묻자 그가 대답했다. “두 바퀴 탈것들은 인마일체人馬一體를 느낄 수 있습니다. 기계와 한몸이 되는 기쁨은 다른 무엇도 대체할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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