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5년 5월호

회화 아티스트 강목, 시공간을 횡단하는 오늘의 초상

덧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성장과 퇴보를 반복하는 인간에게 예술은 성찰의 계기를 마련한다. 회화를 근간으로 다양한 작업을 아울러온 작가 강목에게도 창작은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오늘을 가시화하는 일로 자리한다.

EDITOR 이호준 CONTRIBUTING EDITOR 유승현 PHOTOGRAPHER 조수민


강목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긴 시간 살아온 강목 작가는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파리에서 어시스턴트 과정을 경험하며 미술을 시작했다. 다양한 도시에서의 경험을 통해 유연한 사고와 정체성을 구축한 그는 일상에서 관계하는 모든 것에 대해 숙고해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표현하고자 한다. 2012년부터 최근까지 여러 번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올해 개인전, 단체전 등 여러 전시를 앞두고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늘 저의 화두예요.” 강목 작가의 작업은 ‘보이지 않는 것들’에서 출발한다. 공간을 이루는 물질들이 남기는 심상, 자연의 에너지, 인간관계에서 오는 미묘한 감정 같은 것들이다. 빈 캔버스 앞에 설 때면 이 같은 무의식에 쌓였던 것들이 눈앞에 그려져 무한히 작업을 이어왔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내면에 축적된 생각이나 감정, 히스토리를 길어 올리는 데 사용한다. “태어난 이후에 삶을 통해 쌓아나간 것들을 바라봐요. 또 때로는 그 이전의 것들도 생각해봅니다. 자연스럽게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조상이나 민족, 인류 같은 것들에 맞닿을 만큼 끝까지 생각해볼 때도 있죠. 그러나 결국 그 뒤에도 개개인의 아주 사사로운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문명, 종교의 발전 역사를 살펴보면 개인의 작은 발견이나 성찰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잖아요.” 그는 자신을 닮은 형태이자 가장 작은 단위의 원소인 ‘동그리’를 그림으로써 이러한 생각들을 작품에 형상화하고 있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성찰에서 비롯되는 것이 많다. 그렇기에 물리적 환경의 변화가 작업의 직관적인 동력이 되곤 하는데, 이는 부산과 서울, 제주, 프랑스 파리 등을 오가며 살아온 이유기도 하다. 그는 다양한 장소에서 느끼는 각기 다른 공기와 질감을 작업의 원천으로 삼아왔다. 특히 파리에서 지낸 시절은 그의 무의식을 풍성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그의 작업과 삶의 중심에는 새로운 변화가 자리한다. 곧 아버지가 되기 때문. “이전까지는 신세계를 찾아 떠났다면 아이는 제게 찾아온 새로운 세상이에요. 또 다른 로컬을 경험하는 느낌이 들죠.” 그는 아이의 탄생에서 오는 감정적 경험과 에너지를 작업으로 승화하고 있다. 지난 3월 부산 카린 갤러리에서 연 개인전 <주피터Jupiter> 역시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한 보호와 애정의 메시지가 담긴 작업들로 채워져 있다. 그는 아버지로서 아이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며 불교의 사대천왕처럼 나쁜 것으로부터 아이의 인생을 지켜줄 수호신들을 그렸다. 이번 개인전의 작품들에 유독 애착을 느끼는 이유다.

그가 생각하는 럭셔리는 단순히 비싸거나 화려한 것이 아니라 ‘순도 100%’의 본질이다. “럭셔리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100% 순수 안료로 만든 ‘골든 물감’이에요. 그 자체로 완벽하고 순수한 상태, 그게 진짜 럭셔리죠.” 삶에서 그는 늘 본질적이고 순수한 것들을 추구한다. 그에게 이러한 순수를 일러준 또 다른 존재는 개다. 대학 시절 셰퍼드를 입양하며 시작된 강아지와의 동거는 그에게 깊은 성찰을 안겨주었다. 처음엔 인간과 살아가기 위해 개량된 개와 사회시스템에 수긍하는 자신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극명화된 차이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저는 시스템에 저항하며 저만의 작업을 이어가는 반면, 강아지는 주인과 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야생성을 잃더라고요. 반려인을 위해 본능을 내려놓고 사회화되는 존재가 반려동물 말고 어디 있겠어요. 자연히 애정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죠.” 작가의 두 번째 반려견 ‘달리’는 그의 삶과 작업에 끊임없이 영향을 주는 존재다.



작가는 “앞으로 다가올 삶과 환경의 변화를 유영하듯 맞이하며 보이지 않는 감정과 에너지, 생각을 캔버스 위에 그려나갈 계획”이다. 새로운 요소, 주제를 그리는 것에 주저함이 없고 다양한 재료와 매체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그에게 중요한 것은 순수한 메시지와 표현의 본질뿐이다. 더욱이 올 한 해 여러 전시가 계획되어 있어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해볼 요량이다. 오는 5월 13일부터 하우스 오브 신세계 내 ‘분더샵 메자닌 Boontheshop Mezzanine’에서 이미정 작가와 2인전이 열릴 예정이니 강목 작가의 무르익은 다음 챕터를 만나보길 바란다.




INSPIRATION IN LIFE

매일의 사소한 순간을 영속성 있게 작업으로 구현해내는 강목 작가의 영감들.



어릴 적부터 바다 가까이 살았던 데다가 서핑을 즐겨 자연이 주는 감흥과 힘을 크게 느낀다.



조모의 작은아버지이자 근대 서화가 희재 황기식 선생님의 작품을 줄곧 보고 자랐다. 긴 시간 연마를 통해 자신만의 필적을 이룩해낸 선생의 삶을 교두보로 삼곤 한다.



종교뿐만 아니라 문명에도 관심이 깊다. 특히 마야문명 유물에서 확인할 수 있는 도식, 장식들을 볼 때면 간결하고도 아름답다고 느낀다.



끝없이 이동하며 살아온 강목 작가에게 반려견 달리는 등대처럼 자리해왔다. 달리가 있는 곳이 곧 집이자 작업실이었기 때문. 매 순간 함께하는 것의 의미와 사랑을 일러준 작지만 큰 존재다.



종교를 근간으로 긴 시간 인류가 쌓아온 신념, 예술, 문화 등에 관심이 깊다. 특히 가톨릭, 불교, 힌두교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데 종교의 힘으로 완성된 건축물, 예술 작품에서 강한 에너지를 얻는다. 그중 가장 강렬했던 건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알람브라궁전이었다.



아내와 대화를 나누며 넘지 못했던 생각의 문턱을 계속 넘게 되는 요즘이다. 곧 태어날 아들 명원과의 시간 또한 기대한다.



ⓒ Samuel Sianipar

작업을 할 때면 관현악곡을 자주 듣는다. 지휘자에 따라 오케스트라가 쌓아가는 소리의 레이어가 색을 덧발라 채우는 회화 작업에 영감이 된다.



동네 어르신들과의 사사로운 대화를 통해 영감을 얻을 때도 있다. 긴 세월의 관록이 묻어나는 투박한 말 한마디에 지혜를 배우곤 한다.



계절마다 피고 나는 채소, 해산물 등 제철 식재료를 즐기는 기쁨이 크다. 맛과 영양이 최고 좋을 때의 음식을 먹으며 건강한 삶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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