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5월호

the PRESENTS - 단단한 마음, 차정우

좋은 배우는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를 한 뼘 더 확장시킨다. 만물이 싱그러운 에너지를 내뿜는 5월, 새로운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될성부른 배우들을 만났다. 반가운 5월의 선물처럼 찾아온 빛나는 얼굴들.

EDITOR 이연우 PHOTOGRAPHER 김선혜


펀칭 니트 톱과 데님 팬츠, 밸트 모두 발렌티노.


새로운 얼굴

오늘 화보 촬영을 하며 그간 몰랐던 나의 모습을 또 한번 발견했다. 사진 찍는 건 좋아하지만, 카메라 앞에 설 수록 익숙해지기보다는 일종의 과제가 생겨나는 기분이다. 배우로서 내가 찾고 그려내야 할 얼굴, 꺼내놓아야 할 표정 등을 고민하게 된다. 최근 몇 십 년 만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은 내 얼굴에 점이 눈 밑 그리고 코, 이렇게 2개나 있다는 거다. 생각보다 눈썹이 진한 편이고 속눈썹도 길더라. 앞으로 좀 더 열심히 나의 이미지와 매력을 찾아갈 예정이다. 내가 가진 장점을 살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잘 보여드리고 싶다.


나와 타인을 들여다보기

생각보다 조용하고 침착한 성격이다. 혼자 있을 때면 끝도 없이 차분해진다. 가장 솔직해질 수 있기에,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다만 집에 있는 것보다는 밖으로 나가는 것을 즐긴다. 조용한 카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이나 주변을 관찰하고 이런저런 상상을 펼치기도 한다. 이때 음료는 요즘 한창 꽂혀 있는 패션프루트 에이드. 틈만 나면 여행을 떠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새로운 곳에서는 반드시 무엇이라도 배우게 된다.


블랙 슬리브리스 톱은 프라다. 화이트 롱 와이드 팬츠는 로에베.


배우의 꿈

모델로 활동하신 부모님의 영향 덕분인지 예고를 다니며 패션모델 일을 했다. 사실 나는 얌전한 것 같으면서도 자신을 표현하는 데는 늘 적극적인 편이었다. 런웨이에 자주 섰는데 늘 무대 위에서의 시간이 짧게만 느껴지더라. 무대를 돌고 백스테이지로 들어갈 때면 어찌나 아쉬운지. 좀 더 제대로 나를 보여주고 싶고, 좀 더 오래 대중과 만나고 싶어 연기자의 길을 꿈꾸게 됐다. 대학교 입시 면접이 어떻게 보면 내 인생 첫 오디션인 셈인데 완전히 긴장해서 정말 말도 못하게 떨었다. 다행히 무사히 합격은 했지만 그 순간을 계기로 진짜 ‘제대로’ 이 길을 가보겠다는 굳은 다짐을 했다.


같은 길을 걷는 형제

매체에 처음으로 얼굴을 비친 계기가 특별하다. 배우인 형(추영우)의 대역으로 드라마 <옥씨부인전>에 출연했다. 1인 2역 전개가 필요한 상황에서 감독님이 형에게 “닮은 사람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했다더라. 형과 나는 얼굴도 제법 닮았을 뿐 아니라 체격도, 목소리도 비슷하다. 처음 접해본 드라마 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대단했다. 평소 존경하던 선배님들의 연기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경험이었다. 작품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준비해 갔고 형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형은 연기 면에서도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내게 좋은 기둥이 되어준다. 어릴 적부터 남자 형제치고 무척 돈독하고 다정한 사이였는데, 우리가 함께 같은 꿈을 꾸고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든든하고 힘이 된다.


체크 패턴 이너 셔츠는 웨이비니스. 브이넥 니트 톱은 아스페시. 네이비 컬러 팬츠는 보테가 베네타.


그 인물이 되는 법

영광스럽게도 데뷔작부터 바로 주연을 맡았다. 왓챠에서 독점 공개한 드라마 <비밀 사이>에서 상처와 아픔을 겪으며 성장하는 ‘수현’ 역으로 출연했다. 다소 거친 성격이지만 사랑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쏟아붓는 인물로, 원작 웹툰을 보고 이 인물에 완전히 빠졌었다. 캐스팅 연락을 받고 얼마나 기쁘던지. 사실 수현은 실제 내 성격과는 다른 면이 많아서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혼자 있을 때는 예민한 상태를 유지하는 등 신경을 많이 썼다. 그 인물이 되기 위해 연구하고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연기의 즐거움에 더욱 다가갈 수 있었다. 기대한 것보다 훨씬 많은 분이 작품을 좋아하고 열광해주셔서 뿌듯했다. 드라마 팬 미팅 때 만난 팬들의 빛나는 눈을 보며 ‘앞으로도 계속 좋은 연기를 선보이고 싶다’는 각오를 다질 수 있었다.


선물 같은 순간

살아오면서 경험한 가장 선물 같은 순간은 나를 일으켜 세우는 가장 큰 힘인 가족들과 보내는 때다. 나이가 들어가며 느끼는 당연한 감정일까? 요즘 들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깨닫는다.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에게 소홀해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그들에게 나 역시 끊임없이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나를 사랑해주시는 팬분들께는 더더욱. 그분들이 내 연기를 보고 조금이나마 삶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노력으로 책임지는 내일

뛰어난 배우들이 많지만, 그 속에서 ‘차정우’여야만 하는 이유를 계속해서 찾아나가야지. 배우로서 나의 강점은 누구보다 강한 책임감을 지녔다는 거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게 주어진 일은 반드시 제대로 해내고야 만다. 무엇보다 이 일을 사랑하는 만큼, 진심으로 끝까지 잘해내고 싶다. 요즘은 나라는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그래서 나에게도 좀 더 집중해보려 한다. 잘하는 점, 부족한 점은 물론 다채로운 인물을 만나게 될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많이, 똑똑히 알고 강점을 더욱 가다듬어야겠다. 일단은 어서 다음 작품으로 찾아뵙고 싶다. 전작의 인물과는 완전히 다른 다층적 캐릭터면 좋겠다.



HAIR·MAKEUP  장해인  STYLIST  이지현

COOPERATION  로에베(3479-1785), 발렌티노(2015-4655), 보테가 베네타(3438-7694), 아스페시(3277-0236), 웨이비니스(6083-0418), 프라다(3442-1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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