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재킷, 슬리브리스 톱, 팬츠는 모두 르메테크.
첼시 부츠는 크리스찬 루부탱.
최근 많이 아팠다고요. 컨디션은 어때요, 차츰 회복 중인가요?
제가 웬만해선 잘 아프지 않는데, 이번에 정말 크게 앓았어요. 드라마 촬영 끝내고 종방연 때부터 뭔가 이상하더라고요. 홍보 스케줄을 쭉 잡아놨던 터라 쉬지 않고 강행군을 했더니 완전히 탈이 났나 봐요. 지난 몇 주 끙끙대며 지냈네요. 때문에 늘 하던 운동도 못 하고,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떨어진 상태이긴 해요. 그래도 오늘 화보 촬영은 물론이고 지난 며칠 예능 프로그램 녹화도 엄청 열심히 했어요. 확실히 카메라 앞에 서면 저도 모를 에너지가 솟아요.
작품이 끝날 때면 한 번씩 앓는 배우들이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혼신의 힘을 쏟았기 때문이겠죠. 온 힘을 기울인 드라마, <7인의 부활>이 방영 중입니다. 복수의 판이 다시, 제대로 깔렸더군요.
저는 모든 것을 단순화해서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이번 작품에 임하면서 생각한 건 딱 하나예요. ‘갚아준다’요. 지난 시즌에서 크게 당한 만큼, 철저히 준비해서 완벽하게 갚아주려고요.
전개가 무척 강렬하잖아요. 배우들도 독하게 열연을 펼치고요. 촬영은 어땠나요?
대부분의 장면이 쉽지 않았죠. 그런데 모든 작품이 그래요. 단 한순간도, 연기하기 쉬운 장면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순간에 집중하려고 해요. 설령 인물이 이해가 잘 안된다거나 그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각도로 바라보면서 몰두하고 그 상황에 녹아들도록 하죠.

슬리브리스 톱은 어네스트 더블유 베이커 by 10 꼬르소 꼬모 서울. 팬츠는 르메테크. 브레이슬릿은 돌체앤가바나.
‘민도혁’을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접근했나요?
무조건 이 인물의 편이 되어주자 생각했어요. 이해를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연기를 하는 나만큼은 이 사람을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아요. 이 사람을 가장 잘 아는 것도 내가 되어야 하고요. 계속해서 인물에 대해 고민하고, 파고들고, 흡수하고, 나와 일체화하면서 각 장면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충족시키고자 했어요. 특히 이 작품에서만큼은 최대한 그 순간만 생각하며 연기한 것 같아요.
배우마다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연기를 펼치는 사람이 있고, 철저하게 계산된 이성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이가 있는데, 이준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요?
전 어떤 작품을 하느냐에 따라 매번 바뀌는 것 같아요. 대본이나 디렉팅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요. 그러고 보면 저는 매사에 있어 모든 걸 열어두는 스타일이지 않나 싶어요. 유연하게 흡수하고 새롭게 시도하는 편이에요.
이번 작품이 배우 이준에게 새롭게 던진 숙제 혹은 목표가 있다면요?
언젠가부터 계속 느끼는 부분인데요. 예전엔 오로지 ‘연기를 잘하는 데’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걸 느껴요. 함께 일하고 작품을 만들어가는 사람들과의 교류, 그 관계 속에서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경험하고 겪어나가는 과정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선배님들, 동료분들과 함께하면서 연기는 물론 삶에 대한 태도도 많이 배웠어요.

슈트 재킷은 이로.
촬영을 준비하며 느낀 건데, 이준이라는 사람은 친숙한 것 같으면서도 실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그런 아이러니가 생길까요?
저 무슨 말인지 너무 잘 알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도 제가 어떤 성격인지 도통 모르겠거든요.(웃음) 주변에서도 많이들 그래요. 예전에 아주 친해져서 제가 저를 정말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한 감독님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촬영 끝날 때쯤 “다른 배우들은 이제 다들 좀 알겠는데, 너는 아직도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 그러시더라고요. 저 너무 충격이었어요.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인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카메라 밖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이준은 어떤 사람인가요?
글쎄요, 그냥 집에 있는 거 좋아하고 일이 없을 때는 굉장히 게으른 사람? SNS도 귀찮아서 안 해요. 아직까진요.(웃음) 아,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있어요. 아이돌 활동 때부터 제가 뭐 맨날 김치볶음밥만 먹는다고 하고 지금까지도 ‘짠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데 실제로 저 별로 그렇지 않거든요. 물론 그런 면모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사람이 무조건적인 건 없잖아요. 그때그때 생각에 따라 혹은 처한 상황에 따라 여러 모습을 갖고 있는 건데, 지나치게 하나의 이미지로만 규정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매사에 성실하고 열심일 거란 이미지도 있죠.
그렇지도 않아요. 열정이 마구 넘치는 스타일도 아니고요. 어떻게 사람이 늘 전력 질주를 할 수 있겠어요? 일상생활에서든 일을 할 때든, 저는 우리가 마치 축구 경기를 하는 선수 같다고 생각해요. 흐름을 타는 거죠. 몰아쳐서 공격에 집중하다가도 한 템포 늦추기도 하고, 수비로 기울기도 하고요. 뛰어야 할 때 온 힘을 다해 뛰고, 그렇지 않을 때는 누구보다 풀어지는 게 저예요.
그럼 본인의 모습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꼽아본다면요?
음, 제가 꽤나 현실적인 사람이거든요. 그래서인지 좋은 건 지금 잘 모르겠고 안 좋은 점들만 떠오르는데요. 워낙 생각이 많고, 그러다 보니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다만 누구나 결점이 있고, 그것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제 단점들을 그나마 똑바로 보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매번 ‘정신 똑바로 차리자’ 다짐해요.
데뷔한 지도 벌써 15년이 훌쩍 넘었어요. 스스로 커리어를 돌아보면 비교적 잘 쌓아왔단 생각이 드나요?
사실 지나간 일을 뒤돌아보는 스타일이 아니라 특별히 생각해본 적이 없네요. 저는 커리어 이런 것보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일들을 기분 좋게 잘 해내는 데 중점을 두고 움직여왔어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잘 소통하고, 오늘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만족하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살려고 해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지만, 어쨌든 여전히 저를 찾아주는 이들이 있다는 데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계속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고맙고 신기해요.
꾸준히 배우의 길을 걸어오는 동안 가장 많이 달라진 게 있다면 뭘까요?
꽤 단단해졌다는 것? 아직 배우고 노력해야 할 점이 많지만, 그래도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좀 더 유연하고 굳건한 마음을 갖게 된 것 같아요. 매 작품 배움이 있었어요. 조금씩이라도 분명 성장할 수 있었고요.
어린 시절부터 대중 앞에 서는 것이 꿈이었다고 했죠. 결국은 배우가 되기 위해, 배우로 살기 위해 매일을 차곡차곡 밟아왔네요.
네, 감히 ‘운명’이라고도 생각해요. 제가 잘해서, 잘나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거든요. 도와준 이들이 있었고 또 운이 좋았어요. ‘돌고 돌아도 반드시 배우가 될 운명’인 것까진 모르겠으나 어쨌든 운명이 저를 이끈 건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는 제 일을 더 사랑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매일을 즐겁게 누리면서, 더 좋은 연기를 하고 싶고요. 더 많이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일하고 싶어요.

베스트, 팬츠, 슈즈 모두 돌체앤가바나.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STYLIST 하다솜 HAIR 김가희 MAKEUP 박세나
COOPERATION 10 꼬르소 꼬모 서울(3018-1010), 돌체앤가바나(3442-6888), 르메테크(070-8660-4782), 이로(6905-3427),
크리스찬 루부탱(6905-3795)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