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1월호

SCENT OF MANHOOD

영원한 소년은 없다. 하지만 여기 우리 앞에 선 김재중은 지난 20년의 세월 동안 한결같이 소년의 마음을 단련해왔다. 그 과정이 결국엔 누구보다 짙은 남자의 향을 내리란 것을 그는 분명 알았으리라.

EDITOR 정송, 김송아 PHOTOGRAPHER 김민주

블랙 코트는 지방시. 셔츠는 베르사체.


더블브레스트 블레이저와 팬츠 모두 베르사체. 앵클부츠는 손신발.




크리스털 장식을 더한 블레이저와 블랙 셔츠, 팬츠 모두 베르사체. 스터드 장식의 구두는 지미 추.


요즘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시죠. 일본 공연도 성황리에 진행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벌써 데뷔 20주년을 맞았어요.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시간이 언제 그렇게 지났는지 놀랍습니다. 감사할 따름이고요. 살면서 잊힌 기억도 있고, 뼈마디에 각인된 듯한 기억도 있어요. 지금부터가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잊을 수 없는, 절대 잊히지 않는 기억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지금이 가장 젊은 순간이잖아요. 매일매일 젊은 시간을 살아가는 ‘오늘의 나’에게 안주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살아가야만 한다고 되뇌게 되죠. 너무 뻔한 답변인가요.

전혀 아닙니다. 그 20년의 세월 동안 10대부터 30대까지 모두 지나왔어요. 그때의 ‘나’는 어떻게 조금씩 달랐나요? 또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나’의 모습이 있다면요?
저는 늘 제가 아직 소년이라고 생각해요. 10대 때는 정말 작은 어항 속에 있는 나를 지켜내보려고, 어떻게든 꿈을 이뤄보려고 애를 썼던 미성숙한 소년이었던 것 같아요. 20대 때는 나의 세상은 고작 우물 안에서 보이는 하늘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의지 강한 개구리 같은 소년이 아니었을까요. 30대 때는 물줄기가 시원스레 뻗은 강을 품어보고 싶은 포부 넘치는 소년으로 살았죠. 아직 덜 자랐다고 느껴지는 건 똑같아요. 아마 모두 비슷하게 생각하며 살지 않을까요? 남들이 보는 저의 모습은 어른일지 모르지만 저는 여전히 좋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요.

얼마 전 글로벌 팬클럽의 이름이 정해졌어요. ‘보스 베이비스Boss Babies’로요. 이들과도 벌써 오랜 시간 함께해오고 있죠. 어떠한 관계라고 말할 수 있나요?
말로는 다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감정이 오가는 사이예요. 20여 년을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준 고마운 이들입니다. 어떨 때는 연인 같기도 해요. 아마 서로서로를 제일 잘 알 걸요. 시간이 지날수록 말로는 다 전하지 못할 고마움이 쌓여가는 그런 관계 같아요. 하나로 정의하기가 참 어렵네요. 여하튼 매우 소중한 존재라고 강조하겠습니다.

2023년 소속사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사업가로 변신했어요. 회사명 ‘인코드iNKODE’에 담긴 뜻이 궁금해요.
‘우리의 코드로 들어오라’는 뜻을 담아 만든 이름입니다. 각자 다른 코드, 즉 개성이 다른 사람들이 모이면 또 어떤 코드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그런 불확실성이 매력적인 것 같더라고요. 코드에 ‘C’ 대신 ‘K’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답을 유추하시더라고요 김재중의 ‘K’, 한국의 ‘K’, K-팝의 ‘K’ 등으로 말이죠. 흥미로워요. 제가 처음 의도했던 건 뜬금없는 K의 출현으로 일반적이지 않은 것, 모순적인 것들의 융화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물론 다른 분들의 좋은 의견들도 모두 아우르려고 합니다.

함께하는 소속 아티스트의 선정 기준이 있다면요?
인코드의 세계관이 블랙에서 화이트로 이어지는 컬러 스펙트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처럼 세상 모든 컬러를 담을 수 있는 도화지 혹은 스펀지 같은 친구면 좋을 것 같아요. 청년의 순수함을 지니고 꿈과 용기, 인성과 끈기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이 역시 너무 뻔한가요?

오랫동안 회사의 소속 아티스트로 지내면서 혹시 개선하고 싶은 점이 있었나요? 앞으로 어떠한 회사를 만들어가고 싶나요?
저는 울타리 같은 소속사로 인코드를 가꾸고 싶어요. 단지 소속 아티스트의 데이터와 성과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로서, 또 삶에서 올바른 선택을 내리며 살 수 있는 ‘한 사람’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가족이 되어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물론 아티스트가 가진 ‘꿈’이란 싹이 자라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물도 주고 잡초도 없애줘야겠죠. 그건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노력할 거예요.

새롭게 맞이한 2024년 우리는 어떠한 ‘김재중’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까요?
나아가 인생의 또 다른 목표가 있을까요? 먼저 20주년을 기념해 팬들과 꾸준히 만나고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에요. 그리고 인코드도 앞서 말씀드린 방향성을 가지고 잘 운영해보고 싶습니다. 아티스트 김재중으로서도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계획 중입니다. 아직은 비밀이에요. 그렇지만 분명한 건 앞으로 더 좋은 기억들로 저의 인생이 채워질 거라는 거죠. 그렇게 만들 겁니다. 가깝고 친근한 사람, 선한 영향력을 가진 어른으로 자라기 위해 오늘 하루의 시간만큼 노력하며 살아갈게요. 모두 20년 동안 지켜봐주신 것처럼 앞으로도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화이트 셔츠와 웨이스트 밴드, 블랙 팬츠와 타이, 로퍼 모두 돌체앤가바나. 양손의 반지 모두 스쿠도.

HAIR  박옥재  MAKEUP  문주영  STYLIST  차오름
COOPERATION  돌체앤가바나(3442-6888), 베르사체(2118-6126), 손신발(354-7406), 스쿠도(3479-1968), 지미 추(3438-6107),
지방시(546-2790)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