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호

[이노베이터] ‘디스트릭트’ 이성호 대표

2020년 삼성동 코엑스 K-팝 스퀘어에 실재하는 듯한 파도가 쳤던 장면을 기억하는가. 이 이머시브 콘텐츠 작품 ‘WAVE’를 만든 디스트릭트는 이제 ‘아르떼뮤지엄’과 함께 해외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EDITOR 정송 PHOTOGRAPHER 이우경

이성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회계사로 일하던 중 2007년 디스트릭트와 연을 맺었다. 정식 입사 후 7년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그는 2020년 퍼블릭 미디어 아트 ‘WAVE’로 디스트릭트의 이름을 국내외에 알리기 시작했다. 같은 해 아르떼뮤지엄 제주를 론칭하고 여수와 강릉에 이어 현재는 아르떼뮤지엄 해외 확산에 몰두 중이다. 라스베이거스와 두바이, 부산 등에 개관은 물론 2024년 제주도에 실감 콘텐츠와 미디어 아트 기술을 접목한 ‘ARTE KIDS PARK’ 오픈도 앞두고 있다.




연초부터 디스트릭트는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 이유는 바로 대체 투자 전문 운용사 IMM 인베스트먼트로부터 무려 1000억 원이라는 거금을 투자받았기 때문. 이에 이성호 대표는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양어깨에 짊어졌다. “국내 아르떼뮤지엄의 사업 성공이 투자 유치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실감 콘텐츠 사업의 부가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디스트릭트는 ‘실감 콘텐츠’라는 말이 있기 전부터 체험형 이머시브 전시, 인터랙티브 콘텐츠 등을 선보이며 관련 분야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만들어왔어요. 그런 레거시를 기반으로 2020년 제주도에 처음으로 아르떼뮤지엄 제주를 오픈하고, 이후 여수와 강릉까지 열었죠.” 이성호 대표는 그동안 디자인 에이전시가 가진 한계, 즉 일회성 사업을 수주받으며 수익을 얻는 구조에서 벗어나 자생할 수 있는 ‘기업’으로서의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데 힘써왔다. 이머시브 미디어 아트 전시관인 아르떼뮤지엄은 바로 그 결과물이었던 것.

“2020년 코엑스 K-팝 스퀘어에서 선보인 ‘WAVE’의 성공 이후 많은 점이 달라졌어요. 시각예술 전반에 걸쳐 사업을 확장해 더 많은 사람에게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죠. 퍼블릭 미디어 아트 ‘Whale #2’, ‘Waterfall-NYC’ 같은 작품을 만들기도 했고, ‘LED.ART’라는 미디어 아트 콘텐츠 라이선싱 사업도 진행 중이지만, 단연 아르떼뮤지엄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우리의 입지를 탄탄히 굳히는 데 일조하는 사업이에요. 우리는 현재 이 아르떼뮤지엄의 해외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디스트릭트는 이성호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지난 4월 중국 청두에 첫 번째 해외 아르떼뮤지엄을 개관했다. “국적, 인종 등을 불문하고 대중적인 전시로 인정받은 기분이 들어 의미가 깊습니다. 보편적이며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연’을 주제로 삼았다는 점, 언어가 필요 없이 직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했다는 면에서 해외에서의 성공에 자신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해외 관람객을 마주하고, 이들의 생생한 피드백을 들으니 더 감동적이더군요.”

이제 이성호 대표는 더욱 큰 무대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은 너무 작고, 중국에서의 입지도 어느 정도 굳혔으니, 이제는 더 큰 세계를 향해야 할 적기인 것. “올해 11월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 스트립Strip에 아르떼뮤지엄을 오픈할 계획입니다. 사실 더 일찍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우리 모두 중국과 달리 미국에서의 오픈은 처음이니 살펴봐야 하는 법규부터 제도까지 공부해가며 진행해야 했어요. 어떻게 뚫고 여기까지 왔는지, 지금 생각하면 우리 모두가 참 대견합니다.” 라스베이거스를 선택한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성호 대표는 주저하지 않고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이라고 외쳤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연간 관광객 수가 작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만 살펴보더라도 4000만 명이 넘어섰을 정도로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이니, 재밋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라스베이거스의 자연, 문화, 역사 등 특색이 담긴 작품을 새롭게 만들었어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답니다.”




디스트릭트는 작품에 대한 감상의 경험과 그 정의를 관람객에게 오롯이 맡긴다. 작품을 스스로 풀이하는 것보다 그저 내부적으로는 서로를 독려하며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우선순위로 둘 뿐이다. “저는 우연한 기회에 전공과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됐어요. 디자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구조적으로 그 능력과 역량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오랫동안 아쉬웠습니다. 분명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는 동료들임에도 업의 특성상 항상 ‘을’의 위치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상황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러한 동료들과 함께 비즈니스적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다행히 운 좋게 시도했던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디자인을 업으로 영위하며 사회적으로 인정받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어려운 시기를 동고동락한 동료들이 빛을 볼 수 있는 변화를 만드는 것이 제가 움직이는 원동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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