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호

ALL THAT JAZZ

세계적으로 가장 흥행한 뮤지컬 가운데 하나인 <시카고>가 브로드웨이 버전 25주년을 맞아 오리지널 배우와 함께 한국에 상륙했다.

EDITOR 정송 PHOTOGRAPHER 강혜원

뮤지컬 <시카고>는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품으로 1920년 금주법이 시행되고 있는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다.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여죄수 ‘벨마 켈리’와 ‘록시 하트’를 중심으로, 이들이 변호사 ‘빌리 플린’, 교도소 간수 ‘마마 모튼’의 도움과 언변술, 임기응변으로 한순간 스타가 되었다 지고 또 떠오르는 과정을 담았다. 원작은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지의 기자이자 희곡작가였던 모린 댈러스 왓킨스Maurine Dallas Watkins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연극이다. 이를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신화적 존재였던 안무가 겸 연출가인 밥 포시Bob Fosse가 1975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그 후 1996년에는 연출가 월터 보비Walter Bobbie와 안무가 앤 레인킹Ann Reinking이 손을 잡고 조명, 무대장치 등을 재정비해 브로드웨이에서 리바이벌 공연을 선보였다. 5월 27일부터 8월 6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열리는 오리지널 공연은 바로 이 1996년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버전의 탄생 25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한국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듯 이들은 올여름을 전부 한국에서 보낼 예정이다. 8월 이후에는 부산과 대구에서도 만날 수 있다. <시카고>는 2000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국내 초연을 펼친 뒤 1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즌을 거듭할 때마다 화제를 몰고 다녔다. 자연스럽게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25주년 내한 공연 역시 사람들의 관심사일 수밖에. 특히 한국은 이번 25주년 공연 투어에서 북미를 제외한 첫 무대로 선정됐다. 록시 하트 역엔 케이티 프리든Katie Frieden을, 벨마 켈리 역엔 로건 플로이드Logan Floyd를, 변호사 빌리 플린 역엔 제프 브룩스Jeff Brooks를 낙점했고, 마지막으로 교도소 간수 마마 모튼은 일레나 “일리” 커븐Illeana “Illy” Kirven’이 맡는다. 공연에 맞춰 한국을 찾은 4명의 주인공을 만나 작품 전반에 묻어나는 자신들의 문화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표현하는지, 또 가발과 무대의상을 입지 않고 익숙한 무대를 벗어나서도 이들은 ‘시카고적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물었다. 앞으로 펼쳐지는 4인 4색 <시카고> 배우의 장면을 통해 모두 그 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블랙 톱과 화이트 브라렛, 롱스커트 모두 미우 미우.


“‘<시카고>는 현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을 늘 얘기한다. 그래서 ‘록시’라는 한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나, 즉 케이티를 불러내야 했다. 록시는 기쁨, 흥분, 실망같이 다양한 감정 속을 유영하고, 계산적이지만 어리석으며, 취약한 면모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진실된 모습을 유지하기도 한다. 속마음을 숨김 없이 드러내고, 순간순간 감정을 발산하는 것에서 이를 느낄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강력한 생존력을 뽐낸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나와 록시가 공명하는 지점이다. 우리는 모두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어려운 일도 불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블랙 드레스는 웰던. 팬츠는 YCH.


“이 작품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명작이라는 걸 이번 공연을 통해 매 순간 체감하고 있다. ‘유산’이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 <시카고>는 문화, 언어, 대륙을 초월해 세계의 반대편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연결해주는 강력한 힘이 있다. 나는 이 작품을 정말로 사랑한다. ‘벨마’를 처음 만났을 때 매우 건조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모습에 끌렸다. 그리고 이러한 스펙트럼을 무대 위에서 있는 그대로 드러낼 때, 스스로 매력 있다고 생각한 나의 모습에 몰입한 관객을 볼 때 진정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레더 톱과 팬츠 모두 웰던.


“한국에서 연기하며 배우로서 존중받는다는 기분을 느낀다. 무대에서 오롯이 그 시간의 주인공이 되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은 무척 중요하다. 한국의 관객은 장면이 끝날 때까지, 즉 우리가 시간을 충분히 쓸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음을 다해 응원해주는 듯하다. 이곳 무대 위에서 오롯이 배역에 몰입하고, 그 순간을 끌어가는 힘에 대해 배웠다. 모든 캐릭터가 저마다의 매력이 있지만, 나의 빌리는 규칙을 지키며 그 안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인물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누군가는 그를 이중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는 언제까지나 공정한 사람이라는 걸 기억하며 작품을 감상하길 바란다.”



블랙 시스루 디테일의 드레스는 베르사체.


“지난 25년 동안 수많은 마마 모튼이 존재했다. 내 이전에 배우들이 그를 어떻게 그렸는지 살펴보는 걸 좋아한다. 그들에게서 좋은 점을 차용해 나의 마마에게 적용했을 때 이는 분명 다르게 드러난다. 나의 몸이 본능적으로 다르게 반응할 수밖에 없으니까. 이것이 <시카고>가 25년 동안 큰 인기를 끈 비결이 아닐까 싶다. 매번 새로운 인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이번 공연을 보고 인스타그램에 ‘시카고는 한국이다’라고 올렸더라. 공연이 올라간 시간, 혹은 찰나라도 서로 마음이 통하면, 그것으로 행복하다.”



HAIR  이슬아   MAKEUP   박수연  STYLIST  현국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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