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호

SUMMER CLASSIC FESTIVALS

과거 동서양을 불문한 여러 왕조와 귀족들이 여름 궁전과 별장을 짓고 자연 속에 은거했듯, 이 시대의 음악가들 역시 여름이면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 속으로 그 무대를 옮긴다. 천년 역사의 바로크 교회와 와이너리, 잔디가 있는 야외극장 등 클래식 음악을 위한 최상의 무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세계적 ‘여름 음악 페스티벌’을 소개한다.

GUEST EDITOR 박지혜

루체른 페스티벌 8월 8일~9월 10일

LUCERNE FESTIVAL IN SUMMER

1년에 세 번, 세계적 오케스트라, 지휘자, 연주자가 스위스 루체른 호수 연안에서 펼쳐지는 음악 축제로 모여든다. 루체른 부활절 축제, 여름 축제, 11월의 피아노 축제에 이르기까지 인구 7만 명에 불과한 이 소도시는 연중 축제의 달뜬 기운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루체른 페스티벌’은 유럽의 불운한 현대사로 인해 시작됐다. 나치의 오스트리아 점령이 시작된 후 이에 반하는 음악가들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참여를 거부하고, 루체른에 모여 작은 갈라 콘서트를 열었던 것이 그 시작. 이후 1998년, 건축가 장 누벨의 역작인 KKL(루체른 문화 컨벤션 센터)이 완공되고, 2003년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창설하면서 루체른 페스티벌은 유럽 최고의 음악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올해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창설 20주년을 기념해 ‘파라다이스’라는 주제로 축제가 진행된다. 음악감독 리카르도 샤이와 야니크 네제 세갱의 지휘로 상주 음악가 에노 포페의 곡들을 선보이며, 올해의 ‘아티스트 에투알Artiste Étoile’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가 총 5회 무대에 선다.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로얄 콘세르트헤바우까지, 세계 3대 악단이라 불리는 스타 오케스트라도 집결한다. 무료 야외 공연 ‘40min’에서는 바그너의 <라인의 황금>, 하이든의 <사계>를 비롯해, 작곡가 제시 콕스에게 위촉한 작품이 초연될 예정이다. lucernefestival.ch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7월 20일~8월 31일

SALZBURG FESTIVAL

모차르트의 고향,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인 빈 필하모닉의 상주 음악 축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대한 명성을 이야기하는 데 이 2가지 키워드만큼 강력한 것도 없다. 1920년에 시작된 유서 깊은 음악 축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아름다운 중세 소도시인 ‘잘츠부르크’의 기품과 이 땅의 자장 안에서 탄생한 클래식 명곡 및 명장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모차르트의 미사곡 초연이 펼쳐진 ‘성 페터 성당’과 과거 음악감독이던 카라얀의 주도로 지어진 ‘대축전극장’, ‘모차르트 회관’, ‘잘츠부르크 성당 광장’ 등을 공연장으로 활용하며, 세계 최고의 악단인 빈 필하모닉이 주요 공연의 사운드를 탄탄하게 떠받친다. 고전음악을 대표하는 페스티벌인 만큼 메인 프로그램은 주로 오페라에 할애된다. 올해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베를리오즈의 <트로이 사람들>, 베르디의 <팔스타프> 등이 무대에 오르며, 빈 필하모닉의 관현악 섹션에서는 크리스티안 틸레만을 비롯해 리카르도 무티, 야쿠프 흐루사 등 세계 최정상급 지휘자들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솔리스트 콘서트에서는 피아니스트 그리고리 소콜로프, 언드라시 시프, 우치다 미쓰코를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푸송 등의 리사이틀을 만날 수 있다. salzburgerfestspiele.at



베르비에 페스티벌 7월 14~30일

VERBIER FESTIVAL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스위스의 대표적인 스키 휴양지인 발레주의 산악 마을, 베르비에에서 매년 여름 열리는 음악 축제다. 축제 초창기부터 젊은 음악가를 발굴하고 양성한다는 취지 아래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아카데미를 창설했고, 젊은 음악가와 거장들 간의 음악적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는다. 여느 유럽의 음악제들이 2~3개월에 걸쳐 계속되는 반면,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7월 말과 8월 초 2주간 ‘짧고 굵게’ 열린다. 그러나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참여 음악가들의 면면이나 기량 면에서 어느 페스티벌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수준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매해 그에 걸맞은 수많은 명연과 클래식 스타를 탄생시켰다. 2008년 베르비에에서의 첫 독주회로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유자 왕을 비롯해 지난해 말러 교향곡을 지휘하며 다시 한번 젊은 거장의 가능성을 확인받은 클라우스 매켈래 등 베르비에의 라인업은 세계 클래식계의 축을 확인할 수 있는 가늠자와도 같다. 올해 행사는 30주년을 맞아 더 성대하게 치러진다. 개막 공연은 30년 만에 축제에 귀환한 지휘자 주빈 메타가 맡으며, 축제의 단골손님 유자 왕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한국 음악가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7월 25일, 헨델과 구바이둘리나Gubaidulina, 슈만 등으로 구성된 리사이틀을 펼칠 예정이다. verbierfestival.com



그슈타트 메뉴힌 페스티벌 7월 14일~9월 2일 

GSTAAD MENUHIN FESTIVAL

예후딘 메뉴인 음악학교, 예후딘 메뉴인 콩쿠르 등을 설립하며 자신의 인장을 역사에 깊이 남긴 예후딘 메뉴인의 또 다른 성과가 있다면, 바로 1957년 스위스 그슈타트에 설립한 ‘그슈타트 메뉴힌 페스티벌’이다. 인구 3000여 명에 불과한 시골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인 만큼 이 페스티벌은 다분히 가족적이며 학구적인 분위기다. 후대를 위한 교육에 힘쓴 메뉴힌의 유지를 받들어, ‘그슈타트 페스티벌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창설해 정상급 음악가들과 교류의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지휘 아카데미를 통해 젊은 지휘자들을 발굴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3년 만에 정상적으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2025년까지 ‘변화’라는 대주제의 사이클로 진행할 예정이다. 2023년의 주제는 ‘겸손’으로, 바흐의 음악으로 대표되는 ‘자연’과 ‘순환’의 순리에 초점을 맞춰 음악적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 서울시향의 지휘자로 선임된 야프 판즈베던이 선보일 바그너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을 비롯해, 헤리티지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르노 카푸송과 알렉상드르 캉토로프의 브람스 실내악 공연도 주목할 만하다.

gstaadmenuhinfestival.ch



라노디에르 축제 7월 7일~8월 6일 

FESTIVAL DE LANAUDIÈRE

캐나다 최고의 야외 클래식 음악 축제 ‘라노디에르 축제’는 몬트리올에서 약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졸리에트Joliette에서 매년 개최된다. 야외 음악당 ‘앙페테아르트 페르낭-린지Amphithéâtre Fernand-Lindsay’를 중심으로 너른 잔디밭을 포함한 약 6000석의 야외가 페스티벌의 무대로 사용되며, 청명한 여름 밤하늘 아래 와인과 간단한 음식을 즐기며 야외 공연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올해는 1980년생의 젊은 지휘자 라파엘 파야레가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선보이며 축제의 문을 연다.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야니크 네제 세갱은 자신이 음악감독으로 있는 메트로폴리탄 관현악단, 세계적 호른 연주자 4명과 함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파인 심포니’를 무대에 올리며, 마지막 날 공연에서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을 선사할 예정이다. 앙페테아르트 페르낭-린지 외에 지역의 교회나 미술관 등도 축제 장소의 일부로 사용된다. ‘에글리즈 생바르텔레미Église Saint-Barthélemy 교회’에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실내악 공연을 비롯해, 미국의 현대음악가 조지 크럼의 곡을 선보이는 콘서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lanaudiere.org



라인가우 뮤직 페스티벌 6월 24일~9월 2일

RHEINGAU MUSIK FESTIVAL

매년 여름 독일 라인가우 일대에서 펼쳐지는 ‘라인가우 뮤직 페스티벌’은 와인과 음악 애호가들에겐 한여름 밤의 깨고 싶지 않은 꿈과도 같을 것이다. 라인강을 따라 이어지는 중소 도시의 고성과 와이너리 일대에서 음악 축제가 진행되며 무엇보다 유서 깊은 장소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도스토옙스키가 도박 중독에 빠졌던 카지노가 있던 ‘쿠르하우스’, 영화 <장미의 이름>의 촬영지기도 했던 ‘에베르바흐 수도원’, 오스트리아 재상의 소유였던 ‘메테르니히 공 연주홀’ 등 시간을 되돌린 듯한 공간에서 클래식 음악의 아낌없는 세례가 펼쳐진다. 가는 곳마다 축제의 흥을 돋워주는 라인가우산 리슬링 와인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팬데믹 이후 축제의 본모습으로 회귀하겠다는 포부로 펼쳐지는 이번 축제의 테마는 ‘음악의 여름’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Julia Fischer와 피아니스트 얀 리시에츠키Jan Lisiecki가 올해의 상주 음악가로 여러 콘서트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며, 바이올리니스트 대니얼 호프, 첼리스트 솔 가베타, 드러머이자 퍼커셔니스트 마르틴 그루빙거 등이 포커스 아티스트로 활약할 예정. 특히 올해는 펠릭스 멘델스존의 사망 175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오라토리오와 교향곡들이 연주될 예정이며, 구스타프 말러의 3개 교향곡과 함께 자주 연주되지 않는 그의 실내악곡 ‘피아노 4중주 A단조’ 공연으로 작곡가의 생을 재조명한다. rheingau-musik-festival.de



졸스베르크 페스티벌 6월 29일~7월 7일

SOLSBERG FESTIVAL

‘졸스베르크 페스티벌’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인 첼리스트이자 바젤 음악 아카데미의 교수이기도 한 솔 가베타Sol Gabetta가 창설한 음악 축제다. 축제는 스위스의 바젤의 라인강을 낀 소도시 올스베르크Olsberg, 라인펠덴 Rheinfelden 등지에서 열리는데 그 장소가 자못 특별하다. 1234년에 세워진 ‘올스베르크 수도원 교회’, 12세기에 지어진 ‘성 마틴 시립 교회’, 후기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성 페터 성당’이 주요 공연 장소로, 바로크 교회 특유의 신성한 분위기와 더불어 교회 음악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인해 실내악의 환상적인 어쿠스틱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 올해는 각기 다른 주제의 8개 음악회가 펼쳐질 예정. ‘피아노 브릴란테Piano Brillante’라는 주제로 2010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율리아나 아브제예바Yulianna Avdeeva가 연주하며, 아르헨티나의 스타 카운터 테너 프랑코 파졸리가 바젤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프로그램을 들려줄 예정이다. 2021년부터 시작해 젊은 음악가들을 발굴해 무대에 세우는 ‘졸스베르크 영 아티스트’ 시리즈에서는 싱가포르 출신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장하나의 연주를 만날 수 있다. solsberg.ch



탱글우드 뮤직 페스티벌 6월 22일~8월 27일

TANGLEWOOD MUSIC FESTIVAL

매년 여름 미국 매사추세츠주 레녹스Lenox에서 열리는 ‘탱글우드 음악 축제’는 명실공히 북미 대륙을 대표하는 클래식 음악 축제다. 탱글우드는 약 80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적인 음악 아카데미로 매년 여름 축제를 주관하는 한편, 탱글우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조직해 젊은 음악가들을 양성하고 공연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유럽의 다소 보수적인 분위기와 달리 세계 초연 역시 심심치 않게 올리며, 미국 작곡가 존 윌리엄스 등의 현대적 영화음악을 오케스트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특별하다. 메인 공연은 ‘셰드Shed’라는 별명을 가진 ‘탱글우드 음악 창고’에서 열리며,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세계 최고 악단의 반열에 올린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를 기념하는 ‘오자와 세이지 홀’에서는 주로 실내악 공연이 열린다. 올해는 이만 하비비Iman Habibi의 신곡이 세계 초연될 예정이다. ‘보스턴 팝스 & 필름 나이트’ 섹션에서는 조지 거슈윈의 음악과 <해리포터>, <스타워즈> 등에 삽입된 곡들을 비롯해 존 윌리엄스의 영화음악을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만나볼 수 있다. bs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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