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SHION DIRECTOR SOHN SORA
패션위크 기간의 파리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런웨이로 변한다. 그러나 화려한 쇼와 파티 이면에는 수십 개의 일정을 소화하며 숨 가쁘게 이동하는 현실이 존재한다. 이번 2027년 S/S 파리 패션위크 역시 그랬다. 예기치 않은 변수와 분주한 이동 속에서도 도시는 뜻밖의 순간들로 기억에 남았다.
EPISODE #1 쇼 시작 2분 전
그날의 일정은 유난히 촘촘했다. 다음 에르메스 쇼를 보기 위해 2시간 전부터 이동에 나섰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파리 도심 곳곳에서 열린 퀴어 축제와 고등학생 시위, 패션위크의 교통 통제까지 겹쳐 도로가 사실상 마비된 것이다. 내비게이션 속 도착 예정 시간은 점점 늦어졌고, 쇼 시작은 눈앞으로 다가왔다. 결국 결단을 내렸다. 목적지까지 약 2km를 남겨둔 지점에서 차에서 내려 달리기 시작했다. 구글맵을 켠 채 파리의 골목길을 가로질렀다. 구두 소리와 자동차 경적, 사람들의 대화가 뒤섞인 도시 한복판에서 머릿속에는 오직 쇼 시작 시간만 맴돌았다.
그렇게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 채 쇼장에 도착한 시각은 시작 2분 전. 가까스로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조명이 어두워졌고, 첫 번째 룩이 런웨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화려해 보이는 패션위크도 결국은 체력과 집중력을 시험하는 또 하나의 마라톤이라는 사실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화려한 패션위크의 이면에는 언제나 이런 전력 질주가 숨어 있다. 그날의 2km는 이번 시즌 가장 잊지 못할 ‘런웨이’로 남았다.

EPISODE #2 파리를 물들인 빛
주변 사람들은 종종 에디터를 ‘날씨 요정’이라고 부른다. 중요한 출장이나 일정이 있을 때마다 이상하리만큼 날씨 운이 따르기 때문. 이번 파리 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출국 전만 해도 연일 비 예보가 이어졌지만, 정작 쇼장을 오가는 대부분의 시간은 눈부신 햇살과 함께했다. 이른 아침 센강 위로 내려앉은 햇빛과 쇼가 끝난 뒤 황금빛으로 물든 튀일리 정원, 늦은 저녁까지 이어진 분홍빛 하늘은 빼곡한 일정 속에서도 잠시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특히 로에베, 미우미우, 발렌티노, 루이 비통 등 주요 쇼가 열린 날마다 맑은 날씨가 이어진 덕분에 컬렉션은 물론 쇼장으로 향하는 길목의 풍경까지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아침의 햇살과 저녁의 노을, 도시를 스치는 계절의 공기 또한 컬렉션의 장면들과 겹쳐지며 잊지 못할 하나의 인상으로 남는다. 이번 파리를 더욱 선명하게 기억하게 만드는 것 역시 그런 순간들이다. 유난히 맑았던 하늘은 쇼와 쇼 사이의 짧은 순간마저 특별한 기억으로 바꿔놓았다.

EPISODE #3 도시가 런웨이가 될 때
패션위크를 떠올리면 보통 런웨이 위의 옷부터 생각한다. 하지만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정작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쇼장 밖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아침 첫 쇼로 향하는 길목에는 카페 테라스에 앉아 신문을 읽는 노인이 있었고, 쇼장 앞은 런웨이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화려한 차림의 사람들과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포토그래퍼들로 북적였다. 해가 지면 쇼를 마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작은 비스트로로 모여들며, 파리의 밤은 또 다른 무대가 되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런웨이의 트렌드가 이미 거리의 풍경 속에 녹아 있었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바랜 오버사이즈 스웨이드 재킷, 오래 신어 한층 멋스러워진 스니커즈, 쇼윈도를 채운 액세서리까지. 패션은 런웨이에서 거리로 흘러나가고, 거리에서 다시 새로운 영감이 되어 런웨이로 돌아온다. 그래서 패션위크는 단순히 컬렉션을 취재하는 일정이 아니다. 동시대의 취향과 욕망,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을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일에 가깝다. 런웨이와 거리 사이를 오가는 수많은 장면들 속에서 패션의 현재와 미래를 읽어내는 것. 어쩌면 그것이 매 시즌 파리를 찾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FASHION EDITOR OH KYUNGHO
9월 22일부터 시작된 2027년 S/S 밀라노 패션위크를 마친 뒤 곧바로 브뤼셀의 델보 아틀리에 취재에 나섰다. 열흘 가까이 여러 도시를 오가며 가장 중요했던 것은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일정을 소화하는 일이었다. 하루에도 쉴 새 없이 컬렉션 쇼와 리시re-see, 프레젠테이션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중교통은 가장 든든한 조력자였다. 택시부터 지하철, 버스, 심지어 전동 킥보드까지 다양한 이동 수단을 섭렵하며 매 순간 가장 효율적인 이동 경로를 찾아야 했고, 덕분에 빠듯한 스케줄도 큰 차질 없이 이어갈 수 있었다. 낯선 도시의 교통망을 익히는 일은 어느새 출장의 가장 중요한 일부가 되어 있었다.
EPISODE #1 든든한 출장 조력자
1년 동안 수많은 도시를 오가지만, 패션위크만큼 이동량이 많은 순간도 드물다. 하루에도 여러 쇼와 프레젠테이션, 미팅을 오가야 하는 만큼 스타일과 실용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선택이 필요하다. 이번 출장에서 가장 자주 손이 간 아이템은 보테가 베네타의 러버 부츠였다. 인트레치아토 패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은 강한 존재감을 발휘하면서도 어떤 룩에나 어우러진다. 우천 시에도 걱정 없고, 안정적인 굽 높이 덕분에 장시간 이동에도 부담이 없다. 패션과 기능 사이에서 균형을 찾은 이 한 켤레는 바쁜 여정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EPISODE #2 또 다른 발
이번 2027년 S/S 밀라노 패션위크 기간에는 유난히 택시 잡기가 어려웠다. 앱으로 호출해도 배차가 쉽지 않았고, 어렵게 차량을 잡더라도 도착하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악명 높은 교통 체증 때문에 약속된 시간에 늦을 뻔한 순간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모든 일정을 무사히 소화할 수 있었던 비결은 상황에 따라 이동 방식을 유연하게 바꾼 데 있었다. 택시가 잡히지 않을 때면 주저 없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티켓을 구매하고 노선을 확인하는 모든 과정이 처음에는 낯설고 긴장됐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자 어느새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지하철역이 멀거나 동선이 맞지 않을 때는 전동 킥보드가 좋은 대안이 됐고, 비교적 여유로운 날에는 밀라노의 상징적인 트램에 몸을 실으며 도시의 풍경을 즐기기도 했다. 돌아보면 패션위크의 이동은 단순히 일정을 소화하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과정만이 아니었다. 낯선 도시를 몸소 경험하고 그 안에 스며드는 또 다른 경험의 여정이었다. 그렇게 지하철과 트램, 전동 킥보드 등의 다양한 이동 수단이 에디터의 또 다른 발이 되어준 덕분에 바쁜 일정도 무탈히 이어갈 수 있었다. 다음 패션위크에서는 또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도시를 경험하고 마주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PISODE #3 낯선 도시를 건너는 시간
브뤼셀에서의 일정은 숨 가쁘게 이어진 패션위크를 마친 뒤라 비교적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편안한 차림으로 호텔 주변을 거닐며 그랑플라스 광장과 브뤼셀의 상징인 오줌싸개 동상, 개성 있는 편집숍과 북 스토어를 차례로 방문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도시의 매력을 천천히 음미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귀국하는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브뤼셀에서 파리 샤를 드골 공항까지 고속 열차로 이동한 뒤 비행기에 올라야 했기 때문. 브뤼셀 미디역에 도착하자 유럽 특유의 복잡한 철도망이 눈앞에 펼쳐졌다. 여러 국가가 철도로 촘촘히 연결된 만큼 행선지와 승강장을 정확히 확인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자칫하면 전혀 다른 국가로 향할 수도 있는 상황. 런던행과 독일행 열차가 오가는 플랫폼 사이에서 몇 차례 표지판을 확인하고 역무원에게도 행선지를 재차 물은 끝에 마침내 파리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비로소 귀국길에 올랐다는 실감이 났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밀라노에서 시작해 브뤼셀을 거쳐 파리까지 이어진 열흘간의 여정을 되짚어보았다. 수많은 쇼와 취재, 예기치 못한 변수와 이동의 연속이었지만, 그렇게 이번 출장도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차분히 마무리되고 있었다.

FASHION EDITOR LEE SUYEON
처음으로 혼자 떠난 해외 출장이었다. 혼자 밥을 먹고 공연을 보러 다니는 일에는 이미 익숙했지만, 낯선 도시에서 모든 일정을 책임져야 하는 출장은 다른 차원이었다. 하지만 두려움보다 설렘이 더 컸다. 그렇게 시작된 파리의 여정은 기대 이상으로 따뜻했다. 컬렉션의 감동은 물론, 도시 곳곳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유쾌함과 친절함까지 가득 안고 돌아왔다.
EPISODE #1 파리의 맛은 가방 속에 있었다
빵순이인 에디터에게 파리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도시다. “밥은 꼭 챙겨 먹어”라는 선배들의 당부에도 “빵만 있으면 굶을 일은 없어요”라고 호기롭게 답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처음 홀로 떠난 취재 여정은 생각보다 분주했다. 모처럼 파리까지 온 만큼 단 하나의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아 스케줄을 촘촘히 채웠다. 차를 타든 걸어가든 도착 시간이 비슷할 때면 주저 없이 두 발을 선택했다. 그러던 중 작은 베이커리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 앉아 맛볼 여유조차 없어 초콜릿 크루아상 하나를 산 뒤 유산지째 가방 깊숙이 넣어두었다. 그저 허기를 달래기 위해 급히 먹은 빵 한 조각. 그 순간만큼은 어떤 레스토랑에서의 한 끼보다 만족스러웠다. 어쩌면 이번 파리 출장에서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은 맛은 바로 그 소박한 크루아상이었는지도 모른다.

EPISODE #2 익숙해질수록 더 많이 보인다
모든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두 번째로 찾은 파리 컬렉션, 그리고 다시 마주한 방돔 광장. 덕분에 불가리 프레젠테이션이 열리는 장소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었다. 이전 방문이었다면 구글맵 화면 속 파란 점만 쫓아 걸었겠지만, 이제는 익숙한 골목과 건물들이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대신 거리의 풍경을 둘러볼 만큼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돌이켜보면 첫 파리 패션위크는 모든 것이 낯설고 벅찼다. 정해진 시간 안에 쇼장과 프레젠테이션을 오가야 했고, 혹시라도 길을 잃을까 지도를 확인하느라 바빴다. 아름다운 건축물과 오래된 거리마저 배경처럼 흘려보냈고, 시선은 내내 화면과 발끝 사이에 머물러 있었다.
이번 방문에서는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한 번 걸었던 길은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아 있었고, 다음 쇼장으로 이동하던 중에는 지난번 발견했던 빈티지 숍에 들를 여유도 있었다. 여전히 바쁜 패션위크 기간이었지만, 그 사이로 분위기를 음미할 수 있는 순간들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출장을 계기로 찾은 곳이지만, 그렇게 에디터는 조금씩 이 도시를 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취재 일정이 아닌 여행자의 걸음으로, 파리를 온전히 즐길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PISODE #3 런웨이 그 이상의 장면들
지난 시즌 패션위크에서는 아쉽게도 크리스찬 루부탱 컬렉션을 만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 출장에서 가장 손꼽아 기다린 일정 역시 단연 크리스찬 루부탱 쇼였다. 연출에 대한 명성이 워낙 대단했던 터라, 과장을 조금 보태면 그 장면을 직접 보기 위해 파리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샤틀레 극장에서 펼쳐진 컬렉션은 한 편의 뮤지컬에 가까웠다. 배우와 무용수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서사 속에서 슈즈는 액세서리를 넘어 이야기의 중심 역할을 했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정교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각인시킨 순간이었다. 반면 가장 예상 밖의 충격을 선사한 것은 릭 오웬스였다. 팔레 드 도쿄 야외 분수 광장에서 열린 컬렉션은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피날레가 가까워질수록 분수의 물줄기는 더욱 거세졌고, 순간 워터밤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자욱한 물안개 사이로 고대 신전을 연상시키는 기둥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사이를 유영하듯 가로지르는 모델들의 실루엣은 비현실적인 풍경을 완성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맑은 하늘 아래서도 충분히 압도적이었지만, 차라리 비까지 쏟아졌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적인 장관이 되었을 것만 같다.
© LAUNCHMETRICS/SPOT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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