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6년 11월호

디자인 50년, 시대를 빚어온 장면들

월간 <디자인> 창간 50주년 특집에서 조명한 반세기 디자인 역사의 주요 장면을 발췌해 재구성했다. 건축과 가구를 중심으로 시대의 흐름을 바꾼 디자인과 그 변화를 이끈 인물들을 살피며, 1976년부터 오늘에 이르는 디자인 궤적을 되짚는다.

EDITOR 박이현 SOURCE 월간 <디자인> 50주년 특집 ‘디자인 크로니클’

1970년대, 모더니즘의 양면

1973년에 터진 오일 쇼크와 중동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고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전후 산업사회를 뒷받침해온 합리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용 불안에 빠진 디자이너들은 모더니즘의 규범과 권위에 본격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한국의 상황은 달랐다. 급속한 산업화가 진행됐기에 모더니즘이 절실했던 것. 서구에서 모던 디자인의 한계를 비판하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할 때 한국은 그 방법론을 기업 아이덴티티와 제품, 광고, 그래픽에 적용하며 모더니즘을 습득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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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디자인>, 한국(1976)

한국 대중에게 디자인이 아직 낯선 개념이자 관심 밖의 영역이던 1976년 창간한 월간 <디자인>은 국내 디자인계의 소식과 움직임을 더 넓은 독자층에 전하고, 동시대 디자인을 꾸준히 기록하기 시작했다. 디자인의 산업적·문화적 가치를 알리는 미디어가 탄생한 것이다.


현대자동차 포니, 한국(1976)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포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미국이나 일본의 자동차 모델을 단순 조립하는 데 그쳤던 한국은 현대자동차가 포니를 개발하면서 처음으로 고유 모델을 갖추고 자동차 산업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1975년 12월부터 생산을 시작했고, 1976년 5대를 에콰도르에 수출하며 소수의 고유 모델 수출국 반열에 올랐다. 2025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연간 약 410만 대를 생산했고, 그중 약 270만 대를 수출했다.

디자인 이탈디자인(조르제토 주자로) 제조 현대자동차


에르곤Ergon 체어, 미국(1976)

인체공학 디자인을 적용한 본격적인 사무용 의자다. 오래 앉아 있어도 인체에 무리가 없다. 좌판, 등받이, 팔걸이를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등받이와 좌석을 분리한 틸팅 기능을 적용해 발이 땅에 닿은 채 등받이를 기울일 수 있게 했다. ‘Ergon’이라는 이름은 ‘Ergonomics’, 즉 인체공학에서 따왔다.

디자인 빌 스텀프 제조 허먼 밀러


애플 로고, 미국(1977)

롭 자노프는 사과를 다른 과일과 혼동하지 않도록 한 입 베어 문 형태로 디자인했다. 베어 문 자국이 과일의 크기를 가늠하게 해 사과로 인식하기 쉽다는 이유였다. 당시 출시한 ‘애플 II’의 뛰어난 컬러 표현력을 강조하고자 로고에 무지개색 줄무늬를 적용했다.

디자인 롭 자노프


퐁피두센터, 프랑스(1977)

20세기 중후반 하이테크 건축을 대표하는 퐁피두센터는 내부를 완전한 개방형 평면, 즉 빈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기둥,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배관, 공조 덕트, 전기 설비 등을 모두 외부로 노출한 결과 공장 건물 같은 미술관이 탄생했다.

디자인 렌초 피아노, 리처드 로저스


캡Cab 체어, 이탈리아(1977)

의자 뼈대를 만든 뒤 그 위에 가죽 커버를 씌웠다. 살이 뼈를 감싼 동물의 몸과 비슷하다. 가죽 표면에는 스티치 자국을 남겼는데, 의자에 피복 개념을 도입한 독창적인 접근이다.

디자인 마리오 벨리니 제조 카시나


프루스트Proust 체어, 이탈리아(1978)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과거의 인기 제품이나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의자를 약간 변형한 ‘리디자인’ 시리즈를 발표했다. ‘프루스트’ 체어는 기존의 로코코 양식 의자에 점묘법 스타일의 천을 씌운 것이다. 이렇게 멘디니는 순수한 형태, 무장식, 새로움을 추구하던 모더니즘에 도전했다.

디자인 알레산드로 멘디니 제조 스튜디오 알키미아


세종문화회관, 한국(1978)

화재로 소실된 시민회관 자리에 들어선 공연 중심의 문화 시설로, 국가적 위상과 문화적 부흥을 상징하도록 기획했다. 한국 전통 건축의 처마와 서까래 구조를 육중한 돌출 지붕과 그 아래 서까래 형태의 구조로 현대화했다. 전통을 그대로 모방하기보다 비례와 공간 원리를 현대적인 조형 언어로 구현하고자 했다.

디자인 엄덕문, 이희태



1980년대, 타인과 차별화하기 위한 독특한 디자인

1980년대 정치·경제의 가장 큰 변화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확산이었다. 1970년대부터 이어진 경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 개입을 줄이고 시장의 자율성을 확대했으며, 금융 규제 완화와 함께 국제 투자와 자본 이동도 활발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문화와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쳤다. 제품의 기능보다 그것이 상징하는 사회적 지위가 소비의 중요한 기준으로 떠올랐고, 포스트모던 건축과 디자인도 전성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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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교회, 한국(1980)

기도하는 손을 형상화한 교회 건물은 출구가 정면에 없고 옆으로 난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야 나타난다. 본당으로 들어서면 제단 위 17m 높이의 천장에서 자연광이 십자가 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선을 이용해 도시에서 신성한 세계로 이동하는 경험을 구현한 것이다.

디자인 김수근


퍼스트First 체어, 이탈리아(1982)

포스트모던 가구는 엄격한 기능주의에서 벗어나 감각적 즐거움과 상징성, 장식성을 추구했다. 스툴 다리에 원형 프레임을 붙이고 그 위에 동그란 등받이와 볼을 얹어 등받이와 팔걸이를 만든 ‘퍼스트’ 체어는 매우 독창적이면서 기능적으로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디자인 미켈레 데 루키 제조 멤피스


63빌딩, 한국(1985)

1970년에 완공한 삼일빌딩보다 무려 2배 높은, 당시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금빛 반사 유리는 태양빛이 내리쬐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표정을 달리한다. 한강 한가운데 자리한 여의도에서 한강의 기적을 수직적인 황금 기둥으로 표현했다.

디자인 SOM, 박춘명


서울 힐튼호텔, 한국(1983)

미스 반데어로에에게 교육을 받고 그의 사무실에서 근무한 김종성이 자신의 건축 철학을 서울에 구현한 대표적인 건물이다. 금속 멀리언의 반복적인 구성, 유리 커튼 월, 구조와 비례를 강조하는 외관은 반데어로에의 건축 언어지만, 병풍처럼 처리한 부분은 김종성의 독특한 디자인 언어다.

디자인 김종성


버드 케틀Bird Kettle 주전자, 이탈리아(1985)

스테인리스스틸과 폴리아미드로 이뤄진 이 원뿔형 주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알레시 제품 가운데 하나다. 마이클 그레이브스가 유럽의 미술, 미국의 팝 문화, 고대 남미의 문명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작은 새 모양 휘슬을 달아 물이 끓으면 휘파람 소리가 나도록 했다.

디자인 마이클 그레이브스 제조 알레시


홍콩 상하이은행 빌딩, 홍콩(1985)

고층 건물의 코어에 해당하는 엘리베이터, 계단, 화장실, 배관, 기계 설비를 바깥쪽에 배치했다. 그리고 중앙에 커다란 개방형 사무 공간을 만들었다. 건물을 지탱하는 골조 역시 건물 외부에 세워 기둥과 트러스트 구조를 노출한 하이테크 건축을 완성했다.

디자인 노먼 포스터


노모스Nomos 테이블, 영국·이탈리아(1986)

회의, 도면 작업, 전시 등 여러 용도에 사용할 적당한 테이블을 구하지 못한 노먼 포스터는 직접 제품을 디자인했고, 이탈리아의 가구 회사 테크노가 생산을 맡았다. 노먼 포스터의 하이테크 건축을 가구로 축소한 디자인이다.

디자인 노먼 포스터 제조 테크노


아랍 세계박물관, 프랑스(1987)

프랑스와 아랍 세계의 문화 교류를 위한 기관으로 설립한 만큼 북쪽 파사드와 남쪽 파사드에서 각각 두 문화를 소개한다. 유럽을 상징하는 북쪽은 유리 파사드로, 아랍을 상징하는 남쪽은 아랍 문양을 모티프로 한 장식적인 파사드로 표현했다. 전통과 기술, 장식과 기능,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결합한 디자인이다.

디자인 장 누벨


페라리 F40, 이탈리아(1987)

페라리 창립 40주년에 맞춰 출시한 모델이자 창업주 엔초 페라리가 생전 마지막으로 공개한 차다. 탄소섬유, 케블라 등 복합재를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거대한 리어 윙과 공력 성능 중심의 차체로 레이싱 카의 기능적 형상을 도로용 자동차의 미학으로 가져왔다.

디자인 피닌파리나


고스트Ghost 체어, 이탈리아(1987)

기능에 대한 지각을 비물질화해 사용자가 공간의 절대적인 주인공이 되게 하려는 의자를 기획했다. 그리하여 ‘고스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유령처럼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의자가 탄생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모든 형태를 12mm 두께의 유리 한 장으로 완성했다는 것이다.

디자인 치니 보에리, 가타야나기 도무 제조 피암 이탈리아


플라이우드Plywood 체어, 스위스(1988)

가장 구하기 쉬운 재료와 최소한의 도구를 이용해 가장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의자를 디자인했다. 합판 한 장에서 부품을 잘라내고 조립해 완성한 의자. 가장 평범한 디자인의 가치를 알리고자 했고, 이러한 디자인은 훗날 ‘슈퍼 노멀’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디자인 재스퍼 모리슨 제조 비트라


루브르 피라미드, 프랑스(1989)

루브르는 미술관이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증축된 궁전이다 보니 입구와 관람 동선이 복잡하고 현대적인 미술관으로 이용하기 불편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하에 거대한 허브 공간을 만드는 방식을 고안했다. I. M. 페이가 디자인한 유리 피라미드 구조는 명확한 입구의 표지로 기능한다.

디자인 I. M. 페이



1990년대, 미니멀리즘의 부상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포스트모던 디자인의 열기는 차츰 잦아들었다. 과도한 장식과 파격적인 형태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고 사용성과 지속성이 다시 중요해지면서 미니멀리즘이 부상했다. 동시에 소비문화가 팽창하면서 ‘스타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현상도 나타났다. 1990년대 중반 월드와이드웹이 확산되면서 디자인의 무대는 인쇄물과 물리적 제품을 넘어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기술과 산업의 변화 속에서 디자인의 역할이 빠르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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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행 타워, 홍콩(1990)

대나무를 모티프로 삼아 구조와 형태를 기하학적 시스템으로 통합해 지은 건축물이다. 중국 문화에서 대나무는 생명력과 성장, 번영을 상징한다. 외관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대각선 구조가 연속된 삼각형을 만드는데,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건물을 지탱하는 구조 자체다. 구조의 기하학이 건축물의 인상이 된 것이다.

디자인 I. M. 페이


도쿄도 청사, 일본(1991)

일본 전통 건축의 격자 질서에 초고층 건축 기술과 대성당을 연상시키는 기념비적 조형성을 결합했다. 세계적인 도시 도쿄의 위상과 행정 중심지로서의 상징성을 건축으로 구현했다.

디자인 단게 겐조


다이슨 DC01 청소기, 영국(1993)

기존 청소기의 먼지 봉투를 없애고 듀얼 사이클론 기술과 투명 먼지 통을 적용해 흡입력 저하 문제를 해결했다. 동시에 내부 기술과 작동 원리를 외관에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기술이 형태와 미학을 결정한다’는 새로운 가전 디자인의 방향을 제시했다.

디자인 제임스 다이슨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한국(1993)

전통 갓과 한옥 처마를 연상시키는 형태를 현대적 대형 문화 시설로 추상화한 대표적인 한국형 포스트모더니즘 건축물이다. 한국 공연 예술 공간이 다목적 문화회관에서 전문화된 대형 복합 예술 센터로 발전하는 전환점을 상징한다.

디자인 김석철


매듭 의자, 네덜란드(1996)

전통적인 마크라메 매듭 기법에 항공우주용 탄소섬유와 에폭시 수지를 결합해, 부드러운 섬유를 사람 무게를 지탱할 만큼 단단한 구조체로 탈바꿈시켰다. 첨단 기술과 수공예, 기능성과 장식성, 단단함과 부드러움 등 상반된 요소를 결합한 드로흐 디자인의 실험 정신을 보여준다.

디자인 마르셀 반더스 제조 드로흐 디자인


에어론Aeron 체어, 미국(1994)

기존 사무용 의자의 두꺼운 쿠션 대신 통기성과 탄력성이 뛰어난 펠리클 메시를 좌판과 등받이에 적용했다. 다양한 체형을 수용하는 크기와 정밀한 조절 시스템을 도입해 사무용 의자를 신체와 움직임에 반응하는 고성능 작업 도구로 발전시켰다.

디자인 빌 스텀프, 돈 채드윅 제조 허먼 밀러


톰 백Tom Vac 체어, 스위스(1997)

파도처럼 휘어진 연속 셸 구조를 통해 조각적이고 유기적인 형태를 대량생산 방식으로 구현했다. 본래 이 의자는 도무스의 의뢰로 제작한 설치 작품 ‘토템Totem’을 위해 처음 고안한 것인데, 비트라와 협업 과정에서 형태는 거의 그대로 유지하되 진공 성형한 알루미늄판을 폴리프로필렌으로 바꿔 대량생산에 적합한 구조로 발전시켰다. 실험적 가구로 이름을 알린 론 아라드의 조형 언어가 산업 생산의 영역으로 확장된 대표작이다.

디자인 론 아라드 제조 비트라


애플 아이맥, 미국(1998)

PC 시장을 지배하던 베이지색 사각형 컴퓨터에서 벗어나 반투명 컬러와 부드러운 곡면, 올인원 구조를 적용해 컴퓨터를 친근하고 감성적인 생활 제품으로 변화시켰다. 애플의 부활을 이끈 제품이자 스티브 잡스와 조너선 아이브가 주도한 디자인 시대의 출발을 상징한다.

디자인 애플 디자인팀(조너선 아이브)


SK 서린빌딩, 한국(1999)

김종성은 국제주의 오피스 건축을 정립한 미스 반데어로에를 사사한 유일한 한국인 건축가다. 모더니즘 원리를 한국의 대형 고층 건물에 적용해 화려한 조형 대신 구조적 질서와 비례, 기능성, 정교한 디테일로 시대를 초월하는 건축미를 구현했다.

디자인 김종성



2000년대, 디지털 문법의 등장

어느덧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월드와이드웹은 미디어 환경을 빠르게 바꾸었다. 급속히 성장한 전자상거래가 오프라인 소비 방식을 흔들기 시작할 무렵 애플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아이팟과 함께 음원을 사고파는 ‘아이튠즈’ 서비스를 선보이며 하드웨어와 콘텐츠, 디지털 상거래를 하나의 생태계로 통합한 것. 이는 이후 플랫폼 중심의 디지털 경제가 본격화될 것을 예고하는 사건이었다. 버튼과 장식을 최소화한 매끈한 직사각형 스마트폰이 일상의 사물로 자리 잡으면서 미니멀한 조형 언어는 생활 가전 전반으로 확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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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콤시티, 한국(2000)

웰콤시티는 승효상의 ‘빈자의 미학’을 도시 건축 차원에서 구현했다. 하나의 건물을 4개의 매스로 분절하고 그 사이에 ‘어번 보이드Urban Void’, 즉 빈 공간을 만들어, 건축을 독립된 조형물이 아니라 도시의 빛, 바람, 시선,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제시했다. 광고 대행사 웰콤 사옥으로 지었고, 현재는 월간 <디자인>을 발행하는 디자인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다.

디자인 승효상


인천국제공항, 한국(2001)

해외 방문객이 한국에서 처음 맞는 공간에서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현대건축으로 표현했다. 한국 전통 건축의 곡선과 항구·비행의 이미지를 첨단 철골 구조로 현대화했다.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과 세계적 건축·기술 역량을 동시에 보여준 ‘국가 관문 건축’이다.

디자인 펜트리스 브래드번 아키텍츠, 한국 건축사무소 컨소시엄


루이 고스트Louis Ghost 체어, 이탈리아(2002)

18세기 프랑스 궁전의 고전 양식 의자 실루엣을 투명 폴리카보네이트의 일체형 사출 성형으로 재해석했다. 고전과 첨단 기술, 수공예와 대량생산을 한 작품 안에 결합한 기념비적 디자인이다. 고스트는 의자의 투명성과 비물질성을 상징한다.

디자인 필립 스탁 제조 카르텔


체어 원Chair One, 독일·이탈리아(2003)

일반 의자가 좌판과 등받이를 하나의 면으로 처리하는 것과 달리 체어 원은 삼각형과 다각형으로 이루어진 뼈대 같은 격자로 제작했다. 복잡한 격자형 구조는 컴퓨터로 계산해 만들고, 알루미늄 다이 캐스팅으로 성형한다. 형태가 구조이고 구조가 곧 장식이 되는 21세기 디지털 산업디자인의 새로운 미학을 보여주었다.

디자인 콘스탄틴 그리치치 제조 마지스


현대카드 M, 한국(2003)

정보가 많던 기존 신용카드 디자인에서 벗어나 정보를 최소화하고 강렬한 색상 대비로 카드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 카드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이자 오브제가 되도록 했다. 한국 금융업계에 ‘디자인 경영’이라는 새로운 경쟁 방식을 정착시켰다.

디자인 토탈 아이덴티티(오영식)



국립중앙박물관, 한국(2005)

배산임수, 남향, 마루, 성곽, 자연과 건축의 조화 같은 한국 건축의 원리를 현대적인 대형 박물관으로 번역했다. 동관과 서관을 2개의 성벽처럼 구성하고 그 사이에 크게 열린 마당을 두었다. 이는 대청마루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공간으로, 앞뒤의 자연과 도시를 연결하는 거대한 문 같은 역할을 한다.

디자인 정림건축


강남 교보타워, 한국(2003)

마리오 보타 특유의 강한 기하학적 대칭 구성, 육중한 매스, 붉은 벽돌, 테라코타 계열의 외피로 유리 커튼 월 일변도의 업무용 건축과 차별화를 꾀했다. 건물 하나가 교차로와 지역의 이름을 규정할 만큼 강력한 도시적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디자인 마리오 보타 실시·설계 창조종합건축사사무소


뉴 뮤지엄, 미국(2007)

크기가 다른 직육면체를 수직으로 쌓되, 각 층을 조금씩 옆으로 밀어낸 구성이 독특하다. 여러 개의 독립된 전시 공간이 불규칙하게 쌓인 것처럼 보인다. 가벼움, 불규칙성, 개방성을 현대미술관의 새로운 언어로 제시했다.

디자인 SANAA


애플 아이폰, 미국(2007)

숫자 키패드와 물리적 키보드가 휴대전화의 형태를 결정하던 시대에 이를 대부분 없애고 전면을 하나의 큰 멀티터치 디스플레이로 만들었다. 필요한 버튼을 소프트웨어가 화면에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휴대전화와 음악, 인터넷 등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기기에 통합하며 스마트폰의 형태와 사용 방식을 새롭게 정의했다.

디자인 애플 산업디자인 팀(조너선 아이브)


마이토Myto 체어, 이탈리아(2008)

캔틸레버 구조는 하나의 기둥으로 하중을 유지해야 해서 부담이 크다. ‘마이토’ 체어는 고성능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일체형 사출 성형으로 이를 새롭게 해석하고 효율화했다. 재료, 구조, 형태, 제조 공정이 하나가 되는 21세기 산업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디자인이다.

디자인 콘스탄틴 그리치치 제조 플랑크


테슬라 로드스터, 미국(2008)

리튬 이온 배터리와 강력한 전기모터를 스포츠카에 결합해 전기차는 느리고 실용성만 강조하는 친환경차라는 통념을 깼다. 전기차 전성시대의 출발점을 마련했다.

디자인 로터스 디자인 스튜디오(바니 해트)


다이슨 에어 멀티플라이어, 영국(2009)

100년 가까이 유지되던 선풍기의 전형인 모터, 회전날개, 보호망을 없애고 속이 빈 원형 고리 형태로 만들었다. 받침대 내부의 임펠러가 공기를 빨아들인 뒤 고리의 좁은 틈으로 빠르게 분사하는 기술로 개발한 이 선풍기는 기능과 엔지니어링이 곧 디자인이 된다는 다이슨의 철학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디자인 다이슨 디자인·엔지니어링 팀



2010년대, 현실 모방에서 벗어나

스마트폰이라는 강력한 모바일 미디어로 인해 누구나 자신만의 매체를 가질 수 있게 되면서 개인이 기성 미디어에 버금가는 영향 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열렸다. 인터페이스 디자인도 변화를 맞았 다. 현실의 사물과 질감을 모방하던 스큐어모피즘이 퇴조했으며 전자 기기의 인터페이스는 평면적이고 간결한 디자인으로 바뀌 었다. 한국 건축에서는 소규모 건축사무소들이 부상했다. 이들은 다세대주택과 근린생활시설, 골목과 자투리 땅, 작은 공공시설 등 이미 존재하는 도시의 구체적인 조건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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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즈 칼리파, 아랍에미리트(2010)

828m, 163층에 이르는 이 세계 최고층 건물의 핵심은 중심의 육 각형 코어에서 3개의 날개가 Y자형으로 뻗어 서로를 지지하는 버 트레스트 코어Buttressed Core다. 초고층 건축의 새로운 기술적 기준과 도시 랜드마크의 역할을 제시한 건축이다.

디자인 SOM(에이드리언 스미스)


팁 톤Tip Ton 체어, 스위스(2011)

학생들에게 꼿꼿한 자세를 요구하는 기존 학교 의자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자세를 바꿀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바닥면에 9도의 각도를 두어 몸을 앞뒤로 기울이면 의자도 함께 움직인다. 복잡한 메커니즘 없이 역동적인 착석을 구현했다.

디자인 에드워드 바버, 제이 오스거비 제조 비트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한국(2013)

‘무형의 미술관’과 ‘군도형 미술관’이라는 개념 아래 낮은 건물 여 러 채와 마당을 도시의 골목처럼 연결했다. 기념비적인 단일 건축 물을 앞세우기보다 사람과 도시, 역사적 장소와의 관계를 중심에 놓으며 도심 속 미술관의 새로운 유형을 제시했다.

디자인 민현준 & mp_Art, 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


롤리-폴리Roly Poly 체어, 이탈리아(2014)

임신과 모성을 경험하면서 느낀 둥글고 충만하며 부드러운 신체 성을 육중한 다리와 그릇 같은 좌석으로 형상화했다. 이전 작업의 각지고 단단한 조형에서 벗어나 감정과 신체, 조각성을 가구 디자 인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

디자인 페이 투굿 제조 드리아데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한국(2014)

‘환유의 풍경’이라는 개념 아래 건물과 공원, 보행로를 연속적인 곡면과 인공 지형으로 통합했다. 첨단 디지털 설계와 시공 기술로 복잡한 비정형 구조를 구현했다. 서울을 대표하는 21세기 건축물.

디자인 자하 하디드


비아 57 웨스트, 미국(2016)

유럽식 중정형 주거 블록과 미국식 마천루를 결합해 ‘코트스크레 이퍼Courtscraper’라는 새로운 유형을 제안했다. 피라미드형 건 물로 높은 주거 밀도를 확보하면서 중정을 통해 허드슨강의 조망 과 서쪽 햇빛, 녹지와 공동체 공간을 함께 끌어들였다.

디자인 BIG(비야르케 잉엘스)



2020년대, 인공지능의 득과 실

2020년대의 시작을 뒤흔든 사건은 단연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집에 머무는 동안 일과 교육, 소비와 여가의 상당 부분이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연결되는 시간이 늘고,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면서 삶의 디지털 전환이 한층 가속화되었다. 여기에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또 한 번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인간이 직접 수행하던 창작의 일부를 기술이 대신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창의성도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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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사옥, 한국(2018)

초고층 타워 대신 달항아리를 연상시키는 절제된 단일 매스를 세우고, 중정과 3개의 정원 공간을 비워 한옥의 공간 원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자연과 업무 공간, 도시와 시민을 연결하며 기업 사옥을 공공성을 지닌 도시 건축으로 확장했다.

디자인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


롯데월드타워, 한국(2017)

한국 도자기와 서예의 유려한 곡선을 555m 높이의 초고층 형태로 추상화하고 업무와 주거, 호텔, 상업·문화 시설을 하나의 수직 도시에 결합했다. 한국의 초고층 건축 기술을 집약하며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새롭게 정의한 도시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디자인 KPF, 범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노드Node+ 소파, 이탈리아(2022)

작은 건축을 한다는 개념으로 디자인한 소파다. 휴식, 대화, 업무, 개인 공간, 공용 공간에 맞춰 기능을 바꿀 수 있다. 높은 파티션은 시각적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고, 테이블을 결합하면 작은 업무 공간으로 전환된다. 팬데믹 이후 변화한 생활과 업무 방식에 대응해 가구를 유연한 공간 시스템으로 확장한 제품이다.

디자인 UNStudio(벤 판 베르켈) 제조 라치비디나


NYNY 캐비닛, 오스트리아(2020)

NYNY는 ‘New York New York’을 뜻한다. 여러 직육면체가 불규칙하게 쌓인 뉴 뮤지엄 건물에서 영감을 받았다. 건축의 어긋난 상자 형태를 가구의 작은 스케일로 옮기고, 여기에 래커 마감 목재와 비엔나 케인(등나무 짜임) 같은 가구 브랜드 게브뤼더 토넷 비엔나를 상징하는 재료를 결합했다. 현대건축의 조형 언어와 19세기부터 이어진 가구 제작의 유산을 한데 포갠 것이다.

디자인 스토리지 밀라노 제조 게브뤼더 토넷 비엔나


MSG 스피어, 미국(2023)

높이 112m, 폭 157m의 거대한 구체 형태 건물로, 그 자체가 LED 미디어 파사드로 기능한다. 본체와 구조적으로 분리된 외부 철골 구조에 약 120만 개의 LED 모듈을 설치해 건축물 자체를 거대한 디지털 캔버스로 만들었다. 내부 역시 관객석을 감싸 천장까지 이어지는 16K LED 스크린으로 채웠다. 건축을 콘텐츠를 담는 공간에서 콘텐츠를 표현하고 송출하는 미디어 자체로 확장했다.

디자인 파퓰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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