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26년 ‘검은 베리의 계곡’이라 불리는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에서 시작한 ‘더 글렌드로낙’의 중심에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최상급 올로로소와 페드로 히메네즈 셰리 캐스크가 있다. 지금도 전체 생산량의 90% 이상에 스페인산 셰리 캐스크를 쓴다. 얼마 전 출시한 ‘더 글렌드로낙 1968’은 1968년 증류한 원액을 56년간 숙성한 브랜드 최장기 숙성 위스키로, 페드로 히메네즈 캐스크 3개를 골라 완성했다. 전 세계 200병 가운데 단 3병만 국내에 들어왔는데, 벌써 새 주인을 찾아갔다고. 장인이 입으로 불어 형태를 빚은 디캔터는 스코틀랜드 가구·목공예 디자이너 존 갈빈이 제작한 캐비닛이 감싼다. 아메리칸 블랙 월넛 148조각을 이어 붙이는 작업에만 80시간이 들었다. 반세기 넘게 기다린 만큼 원액을 담는 그릇까지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또 하나의 200주년 기념작 ‘보인스밀 하우스 에디션’은 창립자 제임스 앨러다이스가 머물던 장소에서 이야기를 찾았다. 앨러다이스는 그가 생활했던 ‘보인스밀’ 부지로 귀족과 상류층 인사를 초대해 품격 있는 연회를 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에디션 역시 당시의 연회 문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총 14년에 걸쳐 숙성한 원액에는 올로로소와 페드로 히메네즈 셰리 캐스크를 사용했고, 마지막으로 마스터 블렌더 레이철 배리가 고른 클라레 레드 와인 캐스크를 거쳤다. 한 모금 머금으면 하일랜드 토피와 블랙베리, 핵과류, 헤이즐넛, 건포도에 이어 초콜릿 캐러멜이 느껴지는데, 마치 당시의 풍성한 식탁을 맛과 향으로 옮긴 듯하다.
6년 묵은 원액과 창립자가 손님을 맞던 보인스밀 하우스. 200주년을 맞은 더 글렌드로낙은 최장기 숙성 위스키와 브랜드의 시작점을 나란히 꺼냈다. 200년을 돌아보는 데 이보다 더 멋진 장면이 또 있을까.

박이현 감상은 길고 질문은 엉뚱한 피처 디렉터. 미술, 자동차, 주류 그리고 대중가요와 클래식 음악 앞에서는 왕왕 직업인보다 팬이 되는 편이다.
* 경고: 알코올은 발암물질로 지나친 음주는 간암, 위암 등을 일으킵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산 위험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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