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 가격을 두고 늘 말이 많은 제프 쿤스,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위블로. 둘 다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얌전히 맞춰줄 생각은 없어 보이는 아이콘들이다. 그러니 이 만남이 재미있을 수밖에.
그중 ‘MP-14 오리진 by 제프 쿤스’ 워치는 모든 것이 팽창하는 순간을 손목 위에 구현했다는 콘셉트가 과장이 아니다. 우선, 다이아몬드와 블루 사파이어를 세팅한 링들이 겹겹이 뻗어 나가고, 중심의 파란 풍선 안에는 위블로 최초의 오토매틱 센트럴 투르비용이 자리한다. 시간과 분을 표시하는 레드와 투명 큐브는 허공에 떠 있듯 움직인다. 무엇보다 사파이어 케이스가 기가 막힌다. 지름 44mm 팔각형 케이스는 무브먼트를 보호하는 외피라기보다 작품을 전시하는 쇼케이스에 가깝다. 시계 내부를 들여다본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아예 기계식 무브먼트를 감상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렸다고 할까. 30피스 한정판이라는 소식에도 순간 ‘이걸 30개나 만든다고?’ 싶었을 정도니까. 두께는 무려 20mm. 숫자만 봐서는 이쯤 되면 손목 위에서 우스꽝스러워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사진 속 모습은 두께마저 작품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얌전한 비례와 우아한 균형을 지키는 대신, 아예 크고 과감하게 밀어붙였을 때만 나오는 조형미가 있는 법이다.
가격은 7억6340만 원. 금액마저 작품 못지않다. 물론 이 시계가 모든 사람의 취향에 맞을 리 없다. 하지만 호불호가 갈린다는 사실 자체가 이 시계를 더 흥미롭게 만든다. 이번에도 누군가는 과하다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시계의 본질에서 멀어졌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시계가 반드시 우리 마음에 들어야 할까? 시간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뒤흔들며 이토록 대놓고 자기주장을 하는 시계라니, 나는 꽤 마음에 든다.

남정화 패션을 전공한 워치 & 주얼리 전문 디지털 디렉터. 미학과 쓸모, 브랜딩과 철학 사이를 오가는 물건들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을 즐긴다.
COOPERATION 위블로(540-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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