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트 쿠튀르 중심의 하이 주얼리가 주를 이루던 1967년, 포멜라토는 ‘일상 속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주얼리’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안했다. 이는 당시 여성해방운동의 흐름과 맞물리며, 여성이 스스로를 위해 직접 선택하고 구매하는 주얼리라는 브랜드 정체성으로 이어졌다. 대담한 컬러 스톤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자신만의 미학을 구축해온 포멜라토. 이러한 유산 위에 밀라노 특유의 건축적 미학을 더해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빈첸초 카스탈도와 메종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DITOR 이수연

빈첸초 카스탈도 피렌체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밀라노에서 패션을 익혔다. 2002년 포멜라토에 합류했고, 2015년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포멜라토의 자유로운 디자인 언어를 구축해왔다. 그는 전임자 세르조 실베스트리스Sergio Silvestris 곁에서 일하며 메종의 유산을 온전히 체득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비정형의 불완전함이 품은 아름다움, 그리고 볼륨감이 빚어내는 포멜라토 특유의 관능미를 이때 깊이 흡수했다고. 그는 포멜라토로 인해 커리어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이야기한다.
건축을 전공한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바라본 밀라노는 남다를 것 같습니다. 밀라노는 제 삶을 함께해온 도시입니다. 유서 깊은 저택과 숨겨진 정원, 합리주의 건축과 현대적인 빌딩이 겹쳐진 풍경에서 늘 깊은 매력을 느끼죠. 1920년대 건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치타 스투디 Città Studi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광장 일대를 걷는 시간을 특히 좋아합니다. 밀라노는 단번에 시선을 빼앗기보다 시간을 두고 본연의 결을 서서히 드러내는 도시예요. 겉으로 요란하게 내세우기보다 내면에 품은 절제된 우아함과 조용하지만 단단한 밀라노의 정서는 지금도 제게 가장 큰 영감의 원천입니다.
건축이 외부 하중과 구조적 균형을 다룬다면, 주얼리는 신체 위에서 움직이며 착용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 오브제입니다. 주얼리는 몸과 온전히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개발 초기 단계부터 무게와 균형은 물론, 살결에 닿는 촉각까지 치밀하게 계산하죠. 아주 작은 피스일지라도 유연한 곡선을 구현하는 건 포멜라토의 원칙입니다. 평면 드로잉으로 시작해, 3D 모델링을 거치며 링크의 움직임을 꼼꼼히 검증합니다. 이후 ‘까사 포멜라토’ 공방 장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비율과 연결 구조를 끊임없이 수정하고요. 이 과정을 거쳐야만 시각적인 입체미를 유지하면서도 마치 처음부터 착용자의 몸에 맞춘 듯 부드럽게 감기는 주얼리가 완성됩니다.

디자인 스케치와 함께 놓인 ‘스틸레 리베로’ 컬렉션의 '입노티카' 링과 이어링.
과감한 컬러 젬스톤의 조화는 하우스의 독보적인 시그너처입니다. 첫 구상은 어디서 출발하나요? 정해진 공식은 없습니다. 어떤 때는 색채 조합에서, 또 어떤 때는 우연히 마주친 젬스톤 하나에서 아이디어가 출발하죠. 색과 형태, 자연이 빚어낸 우연성에 늘 시야를 열어두려고 합니다. 포멜라토는 원석을 대할 때 매우 유연해요. 예측하지 못한 묘한 색조나 천연 내포물, 불규칙한 형태까지 그대로 존중합니다. 이러한 태도가 기존 하이 주얼리의 엄격한 규칙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커팅과 과감한 스톤 매치를 시도하게 만들었고, 마침내 메종만의 고유한 시각언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포멜라토의 주얼리는 절제된 골드와 선명한 유색석 양극단의 매력을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골드와 컬러는 하우스를 표현하는 상호 보완적인 두 축입니다. 골드가 형태와 볼륨, 빛을 탐구하는 조형적 토대라면, 컬러는 풍부한 감정의 결을 얹어주는 요소예요. 섬세하든 과감하든, 컬러는 주얼리에 뚜렷한 개성을 부여하며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중요한 건 두 소재가 서로를 가리지 않고 각자의 목소리를 온전히 낼 때 생기는 시너지예요. 올해 공개한 하이 주얼리 ‘포멜라토 스틸레 리베로’ 컬렉션이 좋은 예입니다. 로즈 골드의 묵직한 구조감과 브라운 다이아몬드, 그리고 선명한 유색석들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면서 공존하지요.
‘누도 컷’을 비롯해 공방에서 일궈낸 기술적 헤리티지가 탄탄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확장해가고 싶은 비전은 무엇인가요? 새로운 아이디어와 장인의 손기술 사이 긴밀한 호흡을 지켜나가는 일입니다. 공방 장인들은 전통 기법을 늘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오랜 기법을 과감히 해체하고 재해석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결과물을 끌어내죠. 유서 깊은 기술 위에 현대적인 감각을 덧입히는 이 유연한 태도야말로 하우스의 미래를 지탱하는 뼈대입니다.

사진작가 스노든Snowdon이 촬영한 1992년 포멜라토 제품 사진. © 1992, Snowdon / TrunkArchive
이번 컬렉션의 시그너처 피스가 궁금합니다. ‘만달라 크로미아’ 네크리스는 하우스의 미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원형 펜던트 안에 수많은 비가열 사파이어를 불규칙하게 배치했는데, 그 안에는 컬러와 크기, 높낮이에 대한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습니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이 무수히 흩어지는 찰나를 연상시키는 작품이죠. 브라운 다이아몬드가 유색석을 감싸고, 시그너처 골드 체인은 포멜라토만의 정체성을 완성합니다. 자유로움과 질서, 즉흥성과 정교함이 공존하는 이 네크리스에는 하우스가 추구하는 독창적인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창립 이래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상을 대변해오고 있습니다. 자유는 저희에게 영감을 넘어 하나의 태도입니다. 단단한 내면을 지니고, 자신만의 언어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주체적인 태도를 상상하죠. 그 결과 각자의 취향대로 조합할 수 있는 주얼리가 나옵니다. 포멜라토는 평범한 일상부터 특별한 자리까지 이어지는 주얼리를 지향해요. 주얼리가 여성을 압도하거나 가려서는 안 됩니다. 여성의 자신감과 고유한 정체성을 조용히 지지하는 도구가 되어야 하죠.
올해 처음으로 파리에서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수많은 장소 가운데에도 특히 파리, 그중에서도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번 ‘포멜라토 스틸레 리베로’는 창작의 자유를 전면에 내세운 컬렉션입니다. 절제와 대담함, 이질적인 소재의 균형을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팔레 드 도쿄가 지닌 진취적인 현대미술의 맥락은 하우스의 이러한 실험을 또렷하게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었어요. 기존의 요소를 해체해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아르스 콤비나토리아 Ars Combinatoria’의 미학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었죠. 덕분에 각각의 주얼리가 자유롭게 숨 쉬면서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적 흐름 안에 단단히 어우러질 수 있었습니다.

브라운 다이아몬드가 총 99개의 사파이어를
감싸는 ‘만달라 크로미아’ 네크리스.
사진작가들과 교류를 통해 메종의 세계관을 전하는 방식도 흥미롭습니다. 사진은 메종의 세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비추는 매개체입니다. 사진가들은 주얼리의 굴곡과 불규칙하게 반사되는 빛을 포착해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하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던 균형과 아름다움이 드러나고, 주얼리를 착용한 여성의 개성과 감정 또한 더욱 풍부하게 표현됩니다. 저는 창의성이 특정 영역에 머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술과 건축, 패션과 주얼리는 서로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주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죠. 서로 다른 관점이 만나는 순간, 익숙한 경계는 허물어지고 메종 역시 한 단계 더 진화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됩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럭셔리’란 무엇인가요?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퇴색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럭셔리라고 생각합니다. 값비싼 소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어요. 독창적인 디자인과 오브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장인의 손길이야말로 럭셔리의 본질이죠. 무엇보다 주얼리는 착용자와 깊은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해야 합니다. 특별했던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에게 건네는 조용한 응원이 되기도 하니까요. 결국 진정한 럭셔리란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경험에 가깝습니다. 즉,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가 되어, 한 사람의 시간과 기억을 함께하며 오래도록 곁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OOPERATION 포멜라토(0030-8321-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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