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FFANY & CO.

티파니앤코의 스토리텔러, 나탈리 베르데유

1837년 뉴욕에서 시작된 티파니앤코는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과 대담한 혁신, 장인 정신으로 하이 주얼리 역사를 써 내려온 메종이다. 매년 공개되는 하이 주얼리 컬렉션 ‘블루 북Blue Book’은 티파니앤코의 창의성과 장인 정신을 응축한 결정체다. 쟌 슐럼버제의 예술적 유산은 오늘날에도 새로운 영감으로 이어지며 동시대적 작품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티파니앤코 수석 예술 감독 나탈리 베르데유가 있다. 하우스의 헤리티지와 혁신을 잇는 그녀의 창조적 철학을 들여다봤다.

EDITOR 손소라

나탈리 베르데유 티파니앤코의 주얼리 및 하이 주얼리 디자인 전반을 총괄하는 수석 예술 감독. 파리 오트 에콜 드 조알러리Haute École de Joaillerie를 졸업, 까르띠에의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쇼메의 하이 주얼리 디자인 총괄 등을 역임하며 27년 이상 경험을 쌓아왔다. 2021년 티파니앤코에 합류한 이후 ‘블루 북’ 컬렉션과 쟌 슐럼버제의 상징적인 ‘버드 온 어 락’ 컬렉션에 새로운 창의성을 불어넣었다.


오랜 기간 여러 유수의 주얼리 메종을 경험했습니다. 그럼에도 티파니앤코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늘 깊은 역사와 전통을 지닌 브랜드에 매료되어왔습니다. 축적된 헤리티지에서 새로운 영감을 발견하고 이를 동시대적으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죠. 뉴욕의 역동적인 에너지와 문화적 다양성, 뛰어난 장인 정신 역시 이 여정을 선택하게 한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티파니앤코는 창의적 자유로움이 돋보이는 하우스예요. 희귀한 젬스톤과 대담한 컬러, 예상치 못한 조합을 과감히 수용하면서도 세련된 미학을 잃지 않습니다. 풍부한 유산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진화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 바로 그것이 이 브랜드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석 예술감독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요? 상상력은 모든 창작의 출발점입니다. 익숙한 것에 새로운 시선을 더하고, 예상치 못한 조합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죠. 장인 정신은 그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합니다. 아이디어는 장인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발전하고 다듬어지며 가장 이상적인 균형을 찾아가지요. 마지막은 감정입니다. 제가 주얼리를 창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예요. 색채와 형태, 움직임, 그리고 몸과의 관계 속에서 작품은 비로소 생명력을 얻습니다. 주얼리가 단순한 오브제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존재가 될 때, 그때야말로 제가 가장 깊은 감동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블루 북 2026: 히든 가든 가을 ‘네스트’ 네크리스.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동시대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저는 스스로를 디자이너라기보다 ‘스토리텔러’, 보다 정확히는 하나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티파니앤코의 아카이브에는 약 200년에 걸쳐 축적된 창의성과 장인 정신, 그리고 상상력이 담겨 있어요. 그 안에서 하우스를 만들어온 이들의 아이디어와 직관, 창작의 흔적을 발견하는 일을 무엇보다 즐깁니다. 특히 완성된 작품보다 초기 스케치와 습작, 작은 디테일, 혹은 끝내 실현되지 못한 아이디어에 더욱 끌리죠. 아카이브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영감의 원천입니다. 역사 속 형태와 기법, 색채와 서사를 오늘의 시선으로 재해석하고, 여기에 현대미술과 저만의 감각을 더해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해나가죠. 그 과정에서 하우스의 역사를 이어받아 오늘의 아이콘을 만들고, 그것이 다시 미래의 역사가 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제가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쟌 슐럼버제의 영향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쟌 슐럼버제에게서 지금도 깊은 영감을 받는 이유는 그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섬세한 관찰력 때문입니다. 그는 자연의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면밀히 관찰하며, 불규칙한 형태와 움직임, 성장의 과정마저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했습니다. 꽃과 새, 곤충은 그의 작품 속에서 환상적인 존재로 거듭나지만, 동시에 자연이 지닌 본연의 생명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죠. 자연을 향한 예리한 시선과 풍부한 상상력, 창조적 호기심, 그리고 소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그의 접근 방식을 오늘의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확장하고자 합니다. 중요한 것은 형태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신을 이어가는 일이에요. 그의 창조적 유산에 새로운 감각과 생명력을 더해 슐럼버제 특유의 시적이면서도 대담한 미학을 오늘의 관점에서 새롭게 펼쳐 보이고자 합니다.


아카이브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창작의 보고’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카이브를 사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어요. 대표적인 예가 ‘팜Palm’ 챕터입니다. 작업 과정에서 쟌 슐럼버제가 1961년에 제작한 골드 야자수 오브제와 미완성 상태로 남아 있던 장미 스케치를 발견했어요. 이와 함께 특별한 모잠비크산 루비 세트를 본 순간, 야자수 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의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빛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잎의 실루엣과 생동감이 하나의 비전으로 연결됐고, 그렇게 팜 챕터가 탄생했죠.

제가 쟌 슐럼버제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그의 상상력이 주얼리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는 오브제에서도 동일한 창의성과 실험 정신을 보여주었고, 저는 그 아카이브들을 하나의 창작 실험실처럼 바라봅니다.


(왼쪽부터) ‘블루 북’ 2026: 히든 가든 컬렉션의 ‘파라다이스 버드’ 브로치와 미국 버지니아 미술관에 소장 중인 ‘버드 온 어 락’ 아카이브 피스.


최고의 원석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색채와 광채, 질감, 투명도, 커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가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분명한 존재감과 독창적인 개성을 지닌 보석에 끌립니다. 흥미로운 순간은 서로 다른 보석들이 만나기 시작할 때예요. 마치 하나의 팔레트처럼 때로는 조화를 이루고, 때로는 의도적인 대비를 통해 작품에 긴장감과 에너지를 불어넣습니다. 예를 들어 ‘행잉 프루트Hanging Fruit’에서는 강렬한 빛을 머금은 듯한 오렌지 컬러의 스페사르틴과 선명한 블루 튀르쿠아즈를 조합했습니다. 그래픽적이면서도 대담한 생동감이 돋보이는 구성이었죠.


블루 북 2026 컬렉션의 주제인 ‘히든 가든’의 여러 챕터 중 가장 많은 고민과 도전이 필요했던 작품은 무엇인가요? 기술적으로 도전적이었던 챕터를 꼽는다면 단연 ‘네스트’입니다. 겉으로는 자연스럽고 즉흥적으로 완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매우 정교한 구조가 숨어 있습니다. 실제 새의 둥지처럼 각각의 선은 서로 다른 궤적을 따라 교차하고 겹쳐지며 확장됩니다. 같은 형태나 곡선이 반복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요소를 개별적으로 설계하고 구현한 뒤 곡선과 세팅, 볼륨의 균형을 맞추는 일 역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했죠. 주얼리 제작인 동시에 공학적 설계에 가까운 작업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파라다이스 버드Paradise Birds’예요. 젬스톤을 통해 새의 형상이 서서히 드러나는 자유롭고 시적인 표현 방식에 특히 매료됐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럭셔리’란 무엇인가요? 럭셔리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고 기억될 수 있는 작품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쟌 슐럼버제는 하이 주얼리가 부의 상징이 아닌 예술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희귀한 젬스톤을 다루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더 본질적인 가치는 그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 예상치 못한 조합을 통해 고유한 개성을 부여하는 데 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세대를 거쳐 전해지며 사람들의 감정과 기억에 깊이 남는 유산이 되어야 하죠. 50년, 나아가 100년 후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작품.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럭셔리의 가치입니다.



COOPERATION 티파니앤코(1670-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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