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주얼리&워치북> 2026년 10월호

주얼리에 새긴 브랜드의 비밀 7

독자적인 커팅법과 시그너처 세팅법으로 메종의 정체성을 증명해온 하이 주얼리의 눈부신 노하우를 들여다본다.

EDITOR 이수연 WRITER 심관선 PHOTOGRAPHER 이경옥

플래티넘에 총 1캐럿의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티파니TM 세팅’ 웨딩 링과 18K 옐로 골드에 총 2캐럿의 쿠션 컷 옐로 다이아몬드를 견고하게 올린 ‘티파니 포에버 솔리테어 다이아몬드’ 링 모두 TIFFANY & CO.


TIFFANY™ SETTING
다이아몬드 내부에서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선명한 백색광, 굴절과 분산을 거치며 나타나는 무지갯빛, 그리고 움직임에 따른 순간의 반짝임. 이는 잘 커팅된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에서 한눈에 볼 수 있는 빛의 효과다. 1886년 찰스 루이스 티파니는 이 빛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세팅법을 개발했고, 이 기법을 적용한 새로운 솔리테어 링을 선보였다. 반지의 밴드 부분과 다이아몬드를 지지하는 마운트의 세팅 부분을 시각적으로 분리하고, 6개의 가느다란 프롱이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의 거들 부분을 잡아 밴드 위로 높이 들어 올리는 티파니앤코의 독자적인 세팅법이었다. 이 간결하고 안정적인 구조의 핵심은 잘 연마된 다이아몬드가 지닌 빛의 효과를 최대한 드러내는 데 있다. 금속을 최소화해 측면을 열어둔 구조는 정면에서 바라본 다이아몬드의 윤곽뿐 아니라 측면의 프로포션까지 또렷하게 보여준다. 밴드 위에 떠 있는 듯한 높이 역시 티파니 세팅 특유의 존재감을 부각한다.

다이아몬드를 흩뿌린 듯한 파베 또는 헤일로 세팅을 더하거나, 다양한 팬시 컷 다이아몬드와 밴드의 형태를 조합하며 티파니앤코의 브라이덜 디자인은 각자의 개성을 담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변주되어왔다. 1886년, 인게이지먼트 링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티파니 세팅은 세기를 넘어 브라이덜 헤리티지로 이어졌으며, 140년이 지난 2026년에도 사랑을 상징하는 디자인으로 계속 확장 중이다.



모노그램 플라워 형태를 바탕으로 개발한 ‘LV 모노그램 스타’ 컷.


LV MONOGRAM STAR CUT
1854년 여행 트렁크 메종으로 출발한 루이 비통은 2004년 파인 주얼리에 진출한 데 이어, 2008년 65면의 ‘플라워’ 컷과 77면의 ‘스타’ 컷으로 연마한 커스텀 다이아몬드를 선보이며 하이 주얼리로 영역을 넓혔다. 두 컷은 1896년 창립자의 아들 조르주 비통이 고안한 모노그램에서 출발한다. 하우스의 상징인 모노그램을 다이아몬드 형태로 구현하려는 작업은 주얼리 부문 전 아트 디렉터 프란체스카 암피테아트로프Francesca Amfitheatrof의 지휘 아래 새로운 단계로 이어졌다. 3년간의 연구 끝에 완성된 53면의 ‘LV 모노그램 스타’ 컷은 2022년 ‘LV 다이아몬드’ 컬렉션과 함께 세간에 공개됐다. 정교한 패싯은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스타의 윤곽과 볼륨, 깊이를 또렷하게 드러내고, 수작업 커팅과 연마로 광채를 극대화한다.

천연 다이아몬드의 결정형을 모노그램 형태로 연마하려면 상당한 중량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루이 비통은 모노그램 고유의 윤곽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완성된 스톤은 ‘모노그램 플라워’ 형태의 마운팅에 세팅되며, V자형 프롱이 다이아몬드를 안정적으로 지지하면서 스타 컷의 독특한 형태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LV 모노그램 스타 컷은 GIA 감정서에 루이 비통 고유의 형태로 기록되며, LV 다이아몬드 컬렉션의 다이아몬드에는 아우라 블록체인 컨소시엄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인증서가 제공된다. 여기에는 다이아몬드의 품질과 채굴 국가, 원석 상태부터 커팅과 폴리싱, 세팅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여정이 담긴다. 루이 비통은 이처럼 모노그램을 다이아몬드의 형태와 세팅으로 완성하는 모든 과정과 출처, 제작 이력까지 투명하게 기록한다.



‘미스터리’ 세팅 루비가 돋보이는 반클리프 아펠의 공방 작업 모습.


MYSTERY SET™

1933년 반클리프 아펠이 특허를 획득한 ‘미스터리’ 세팅은 작품의 윗면에서 금속이 보이지 않는, 보석만으로 형태와 색을 이어가는 세팅 기법이다. 뒷면에 골드 레일을 정교하게 만들고 각각의 보석 거들 아래에 미세한 홈을 내어 레일에 하나씩 끼워 고정한다. 곡면에서는 스톤마다 크기와 각도를 달리해 다시 커팅해야 하며, 완성된 표면은 벨벳처럼 매끄럽게 이어져 하나의 색이 물결치듯 흐른다.

특허 출원 이후 다양한 보석을 여러 가지 형태로 연마하는 색다른 기법들이 개발되었다. 경도 9의 루비와 사파이어를 대표적으로 사용했지만, 에메랄드와 토파즈, 다이아몬드까지 서로 다른 성질의 보석으로 영역이 넓혀졌다. 특히 경도 10의 다이아몬드는 거들 아래에 미세한 홈을 가공하고 벽개 방향까지 고려해야 해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며 하나의 클립을 완성하는 데에만 평균 300시간 이상의 작업이 필요하다. 보석을 독립적으로 고정시키는 인디비주얼, 육각형 구조를 만드는 헥사고널 등의 기술이 계속 개발되었고 앞뒤의 금속 구조를 감춰 빛과 투명성을 살리는 ‘비트라이 미스터리’ 세팅으로 발전했다.
1925년 파리 장식미술박람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아르데코를 대표하는 메종으로 자리매김한 반클리프 아펠. 당시 이집트의 기하학 형상을 주얼리에 담았던 시선은 ‘매혹적인 이집트’ 컬렉션에서 더욱 깊어진 이해와 풍부한 색채로 이어진다. 90년 넘게 이어오며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내는 미스터리 세팅은 메종의 시그너처이자, 오늘날에도 창조적인 진화를 거듭하는 살아 있는 유산이다.



2002년 그라프가 연마한 플로리스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에서 비롯된 ‘아이콘’ 세팅.


GRAFF ICON SETTING
우아한 클래식의 기본을 가장 화려한 정점으로 끌어올린 세팅이 그라프의 ‘아이콘’ 세팅이다. 밴드 위에는 메인 다이아몬드와 주변의 작은 다이아몬드를 받쳐주는 갤러리가 자리하고, 그 위에서 프롱이 센터 다이아몬드를 높이 들어 올린다. 여러 스톤이 모이는 구조에서 갤러리는 전체 세팅을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골격 역할을 한다.

메인 다이아몬드 주변에는 작은 다이아몬드를 촘촘하게 파베 세팅한 한 줄의 헤일로가 둘러져 있다. 이 헤일로는 각도를 약간 아래로 기울여 정면에서 빛이 퍼져 보이는 범위를 넓히고, 메인 다이아몬드를 한층 크고 화려해 보이게 한다. 측면의 갤러리 금속 줄기에는 서로 다른 각도를 향한 두 줄의 작은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해 옆에서도 빛이 이어지도록 했다. 밴드에서 위로 올라오는 숄더는 화려한 마운팅을 양옆에서 받치며 구조적인 안정감을 더한다.

그라프는 각기 다른 크기의 다이아몬드를 구조와 각도에 맞춰 배치해 정면의 마운팅에서 측면의 갤러리와 숄더, 밴드까지 광채가 끊이지 않도록 구성한다. 갤러리 위에 소복이 담긴 메인 다이아몬드와 서브 다이아몬드의 빛은 금속의 존재감을 약화시키고 반지 전체에 감도는 빛의 밀도를 높인다. 클래식한 반지의 기본 구조를 지키면서도 보이는 면마다 다이아몬드의 빛을 극대화해 우아함과 화려함을 정점으로 끌어올린 것. 이것이 그라프가 클래식을 브랜드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완성한 아이콘 세팅이다.

아이콘이라는 이름은 2000년 그라프가 커팅하고 연마한 총 90.97캐럿 D 컬러, 플로리스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에서 비롯됐다. 하나의 특별한 다이아몬드에서 시작된 이름은 오늘날 쿠션, 에메랄드, 페어 등 다양한 팬시 컷과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 구성으로 확장되며 아이콘 컬렉션의 언어를 이어가고 있다.



브랜드 로고의 꽃 모티프에서 영감을 받아 타셰 다이아몬드와 공동 개발한 부첼라티 컷.


BUCCELLATI CUT

2019년 부첼라티는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57개의 패싯으로 이루어진 독자적인 다이아몬드 컷인 ‘부첼라티’ 컷을 선보였다. 브랜드 로고의 꽃 모티프에서 영감을 받아 다이아몬드 산업의 중심지인 벨기에 안트베르펜에 위치한 유통 기업 타셰 다이아몬드Taché Diamonds와 공동 개발했다. 연마 면의 각도와 비율을 정교하게 조율해 빛의 광학적 효과를 극대화했으며, 꽃잎처럼 펼쳐지는 형태와 방사형 연마 면만으로도 부첼라티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메종의 미학과 장인 정신을 다이아몬드에 구현한, 부첼라티의 새로운 브랜드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이 컷은 1919년부터 이어온 부첼라티의 이탈리아 금세공 전통과도 맞닿아 있다. 부첼라티의 강점은 오래된 기법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금속의 질감과 공간, 형상 자체를 메종만의 표현으로 바꾸는 데 있다. 인그레이빙 기법으로 금속에 실크와 리넨, 벨벳을 연상시키는 섬세한 표면을 만들고, 단단한 금을 오픈 워크 기법을 활용해 튈이나 레이스 같은 직물의 텍스처를 표현하면서 가벼운 구조로 변화시켰다. 전통적인 장인의 기술과 높은 완성도를 독창적인 형태로 전환해온 것이 부첼라티 금세공의 특징이다.

100년 동안 르네상스 시대의 금세공을 부첼라티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면, 창립 100주년에는 그 시선이 다이아몬드 자체로 옮겨졌다. 금속에 표현해온 꽃, 빛과 공간의 감각을 이제 다이아몬드의 형태와 연마 면 안에 담아낸 것이다. 현재 ‘마벨’ 링을 비롯해 펜던트와 이어링에 사용되는 부첼라티 컷은 100주년의 기념적인 시도에서 출발해, 이탈리아의 공예 정신을 오늘의 다이아몬드에 새기는 메종의 또 다른 시그너처로 자리 잡았다. 한 세기의 유산을 하나의 다이아몬드에 응축한, 부첼라티의 아름다운 진화다.


(왼쪽) 향수 ‘N°5’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55.55’ 네크리스의 센터 스톤. (오른쪽) 2026년 ‘코코 게임’ 워치에서 공개한 트위드 세팅.


55.55CT DIAMONDS & TWEED SETTING

샤넬 하이 주얼리는 메종의 상징적 아이콘을 조형 언어로 변환하고, 서로 다른 물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보석의 커팅과 세팅 기술을 발전시켰다. 커스텀 커팅의 대표작은 2021년 향수 ‘N°5’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N°5 컬렉션의 정점인 ‘55.55’ 네크리스다. 중심석은 N°5 보틀 스토퍼의 형태와 비율을 반영하되, 숫자 5를 상징하는 총 55.55캐럿의 중량을 먼저 정한 뒤 원석을 연마한 커스텀 에메랄드 컷이다. 다이아몬드에 계단식 패싯을 내는 '스텝' 컷은 높은 투명도와 기하학적 형태를 강조한다. 네 모서리를 베젤 세팅으로 고정하고 파베 세팅 다이아몬드를 더했으며,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로 스토퍼의 실루엣을 구현하고 페어 컷 다이아몬드로 향기의 잔향을 표현했다. 세 줄의 다이아몬드가 흐르듯 이어지는 리비에르와 숫자 5를 형상화한 클래스프까지 N°5의 코드를 네크리스 전체에 담았다.

패션의 영감을 세팅 기술로 발전시킨 작업은 ‘트위드’ 세팅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첫 ‘트위드 드 샤넬’ 하이 주얼리는 금속과 보석을 유연하게 연결해 직조를 구현했다. 2023년에는 샤넬의 상징적 모티프를 중심에 두고, 입체적으로 엮은 금속 구조에 보석을 세팅해 뒷면까지 정교하게 마감하며 트위드의 조형미를 높였다. 2026년 ‘코코 게임’ 워치에서 공개한 트위드 세팅은 다이아몬드를 고정하는 화이트 골드의 마감 각도를 달리해 금속 자체가 직조의 일부처럼 보이도록 다듬었다. 흰색 체스 퀸과 ‘가브리엘’ 워치, ‘가브리엘’ 롱 네크리스의 슈트에 적용돼 트위드의 질감과 구조를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샤넬은 디자인이 요구하는 형태에 맞춰 기념비적인 중심석을 커스텀 커팅하고, 상징적 모티프는 금속과 보석을 섬세하게 엮는 세팅 기법으로 풀어냈다. 서로 다른 기술을 작품 전체의 구성으로 이어 완성도를 극대화한 샤넬의 완벽함이 돋보인다.


다이아몬드를 벌집 모양의 육각형으로 커팅한 ‘타이 임페라트리스’ 컷.


TAILLE IMPÉRATRICE CUT

프랑스어로 ‘황후의 컷’을 뜻하는 ‘타이 임페라트리스’ 컷은 2021년 9월 ‘비 마이 러브’ 컬렉션을 통해 공개된 쇼메의 독자적인 다이아몬드 컷이다. 당시의 CEO 장-마르크 망스벨Jean-Marc Mansvelt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스톤 구매 부서를 이끄는 파스칼 샤마Pascal Chamat가 기술적 조건을 구체화해 외부 가공 전문가와 맞춤 컷을 공동 개발했다.
3년간의 연구 끝에 완성한 이 컷은 다이아몬드를 벌집 모양의 육각형으로 커팅하고, 아랫부분인 파빌리온에는 별 모양의 패턴을 넣었다. 빛을 반사하는 연마 면은 총 88면이다. 쇼메는 빛이 다이아몬드의 크라운 전체에 반사되며, 그 범위도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보다 약 50% 넓다고 설명한다. 사용 범위는 세팅의 안정성과 육각형이 선명하게 보이는 정도를 고려해 약 0.25캐럿에서 3캐럿으로 정했다. 이보다 작으면 세팅이 어렵고, 3캐럿보다 크면 빛의 분산 효과가 지나치게 강해 육각형의 형태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비 드 쇼메’ 컬렉션에서는 이 컷을 ‘플라스트’ 롱 네크리스로 확장했다. 10개의 타이 임페라트리스 커팅은 각각 6개의 미세한 골드 그레인으로 안정되게 세팅했다. 다이아몬드를 받치는 세팅의 측면과 하부는 빛을 가리지 않도록 개방했으며, 금속 무게를 줄이고 육각형의 선을 자연스럽게 이어 다이아몬드가 한층 선명하게 보인다. ‘임페라트리스’라는 이름은 조세핀 황후와 쇼메의 제정 시대 역사를 불러오고, 88면은 벌의 8자 비행과 이중 무한대가 상징하는 행운을 의미한다. 1780년부터 이어진 메종의 힘은 이러한 상징을 장식에 머물게 하지 않고 다이아몬드의 형태와 빛의 구조, 세팅 방식으로 확장한 데 있다. 쇼메의 문양을 다이아몬드 위에 얹은 것이 아니라, 다이아몬드의 형태와 빛 자체를 쇼메의 문양으로 만든 컷이다.



COOPERATION 그라프(2256-6810), 루이 비통(3432-1854), 반클리프 아펠(1877-4128), 부첼라티(6905-3490), 샤넬 워치 & 하이 주얼리(080-805-9628), 쇼메(1670-1180), 티파니앤코(1670-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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