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telier des Établisseurs Peacock
전통의 재창조
AUDEMARS PIGUET, ATELIER DES ÉTABLISSEURS PEACOCK
1972년 출시되어 올해로 54년의 역사를 지닌 ‘로열 오크’. 명실공히 오데마 피게를 대표하는 워치 컬렉션으로 자리 잡았지만, 151년에 이르는 메종의 역사에서 보면 이제 3분의 1을 조금 넘겼을 뿐이다. 그보다 앞선 100여 년 동안에도 오데마 피게는 대담한 디자인과 독보적인 기술력을 선보이며 시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왔다. 1880년대 초부터 퍼페추얼 캘린더와 미닛 리피터를 탑재한 회중시계를 비롯해 작고 얇은 크기에 복잡한 기계식 기능을 담은 무브먼트를 개발했다. 이와 함께 기계식 구조를 미적으로 드러낸 스켈레톤 다이얼, 보석을 입체적으로 세팅한 칵테일 주얼리 워치, 비대칭 형태의 독창적인 케이스 등 역사적으로 주목할 만한 시계들을 선보여왔다. 이제 오데마 피게는 그간 로열 오크의 압도적인 성공에 가려져 있던 것들을 새롭게 꺼내기 시작했다. 올해 선보인 ‘아틀리에 데 에타블리쉐르Atelier des Établisseurs’ 컬렉션이 그중 하나다. ‘설립자’ 또는 ‘사업장’을 뜻하는 이 이름은 시계업계에서는 18~19세기 외부에서 조달한 부품을 바탕으로 시계를 조립하고 완성해 판매하던 제조사나 장인을 일컫는 용어였다. 오데마 피게는 기술과 예술이 집약된 마스터피스를 위해 조각, 에나멜링, 보석 세공, 스켈레톤 등 각 분야의 전문 장인들과 협업한다는 의미를 담아 이 이름을 사용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공작으로 재현한 ‘피콕’ 시계다. 푸셔를 누르면 날개가 펼쳐지면서 점핑 아워 방식의 에나멜 다이얼이 나타나는 오토마톤 시계다. 이 경이로운 작품은 메종의 취지에 맞게 여러 전문가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오데마 피게 소속 시계 디자이너 케낭 제로가 전체 콘셉트를 디자인했고, 독립 조각가 기 프루아드보가 공작새의 머리와 목, 깃털을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프리랜스 에나멜러인 바네사 레치는 샹르베 에나멜링으로 화려한 공작 깃털을 표현한 다이얼을 완성했고, 오데마 피게의 보석 세공사 이반 퀸츨리가 부품을 정교하게 연결하고 마감했다. 무브먼트와 오토마톤 장치는 무브먼트 제작자가, 이를 작동시키는 수동 기계식 ‘칼리버 3098.2’는 줄리오 파피가 고안했다. 위대한 유산을 통해 미래를 향한 새로운 전통의 창조, 오데마 피게의 또 다른 시그너처가 될 것이다.

Naissance d’une Montre 3 : Au Temps Qui Instruit
100% 수공의 미학
FERDINAND BERTHOUD, NAISSANCE D’UNE MONTRE 3 : AU TEMPS QUI INSTRUIT
시계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필리프 뒤푸르와 로베르 그뢰벨, 스티븐 포시 등은 2009년 ‘타임 에온 재단Time Æon Foundation’을 설립했다. 그리고 CNC 머신이나 디지털 장비를 배제한 채 18~19세기의 전통 수동 공구만으로 시계를 제작하는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시계의 탄생Naissance d’une Montr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들은 참여 브랜드의 시그너처를 고스란히 담아 100% 수작업으로 시계를 제작했다. 한 점을 완성하는 데 약 6년이 걸렸으며, 지금까지 총 3개의 에디션이 탄생했다. 그뢰벨 포시와 위르베르크에 이어 2020년부터 쇼파드와 페르디낭 베르투의 장인들이 참여해 세 번째 에디션을 선보인 것. 1950~1960년대 빈티지 공작 기계들을 모아 총 747개 부품(체인에만 477개)을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한 시계 ‘오 탕 키 앙스트뤼Au Temps Qui Instruit’는 1806년 페르디낭 베르투와 그의 조수가 함께 만든 천문 해상용 회중시계 ‘No.3’에서 영감을 받았다. 6시 방향에는 동력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특유의 퓌제앤드체인Fusée-and-chain을 두고 있고, 11시 방향 밸런스 안에는 등시성을 높이기 위해 인바와 황동 소재로 제작한 바이메탈 밸런스 휠 등 선대의 유산을 그대로 담고 있다. 오직 사람의 손으로만 조율했음에도 스위스 정밀 시계 인증인 ‘C.O.S.C’를 획득하며 정확성까지 입증했다. 무브먼트 뒤에는 ‘시간의 가르침을 따라’라는 뜻의 문구를 새겨 기술 전수라는 숭고한 가치를 대변한다.

Super Freak
혁신의 혁신
ULYSSE NARDIN, SUPER FREAK
2001년 율리스 나르당은 업계 최초로 실리콘 소재를 도입했다. 당시에는 고급 시계에 실리콘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금속 소재의 부품과 비교하면 장점도 많았다. 온도 변화와 자성의 영향을 받지 않고, 부식이나 변형이 없으며, 가벼운 무게 덕분에 동력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또한 마찰계수가 낮아 윤활유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분해·수리 주기도 연장할 수 있는 등 획기적인 이점을 갖췄다. 이러한 이유로 파텍 필립, 롤렉스, 스와치 그룹도 실리콘 소재 부품 연구에 동참했고, 25년이 지난 현재 실리콘은 시계 산업의 판도를 바꾼 핵심 소재로 여겨지며 널리 사용 중이다. 당시 실리콘을 최초로 탑재한 모델이 바로 ‘프릭’ 워치다. 크라운 없이 케이스 백으로 태엽을 감고, 이스케이프 휠과 밸런스 휠 등 주요 부품을 얹은 축이 분침의 역할을 하는 등 디자인 또한 혁신적이었다. 2026년 율리스 나르당은 ‘No Dial, No Hands, No Crown’이란 DNA를 그대로 계승한 ‘슈퍼 프릭’ 워치를 소개하며 브랜드 창립 180주년과 프릭 탄생 25주년을 기념했다. 단 5mm 크기의 아주 작은 수직 차동 기어를 중심으로 2개의 대형 플라잉 투르비용이 회전하고, 이를 포함한 총 511개 부품의 97%가 짐벌 구조에 얹혀 움직인다. 이 경이로운 장치로 슈퍼 프릭은 ‘가장 복잡한 타임 온리 시계’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미래지향적인 아방가르드 시계의 선구로 여겨지는 프릭의 건재함은 기계식 시계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Horological Machine No.11
초소형 건축공학
MB&F, HOROLOGICAL MACHINE NO.11(HM11)
MB&F의 창립자 막스밀리안 뷔셰는 시계를 직접 제작하는 워치메이커는 아니지만, 해리 윈스턴의 ‘오푸스’ 시리즈를 비롯해 MB&F의 다양한 시계 컬렉션을 탄생시킨 핵심 아이디어를 고안한 인물로, 매번 창의적인 디자인과 장치로 시계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HM11’이 콘셉트로 삼은 것은 르코르뷔지에의 “집은 살기 위한 기계다”라는 말을 ‘시계는 손목 위에 올린 기계 집’이라는 개념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디자인은 1960년대 우주 시대, 원자 시대의 낙관론 등에서 영향을 받아 탄생한 유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건축사조를 기반으로 한다. 파스칼 호이제르만Pascal Häusermann의 ‘버블 하우스’, 마티 수로넨Matti Suuronen의 ‘푸투로 하우스’ 등이 이러한 건축 사조의 한 예다. 오랜 기간 MB&F와 협업해온 에리크 지루Éric Giroud가 디자인한 시계는 가운데를 거실처럼 만들고 사방에 돔 형태의 방 4개를 배치한 형태로 완성됐다. 특유의 플라잉 투르비용을 중앙에 두고, 90도 각도로 대칭을 이룬 각 방에는 시, 분, 파워 리저브, 온도 표시계를 뒀다. MB&F의 인하우스 엔지니어링 팀이 무브먼트 설계를 맡았으며, 율리스 나르당의 ‘프릭’ 워치처럼 별도의 크라운 없이 캡슐형 케이스 전체를 회전시켜 태엽을 감을 수 있는 독특한 시스템을 고안했다. 열 번의 회전으로 96시간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획기적인 장치다. 공간과 형태를 지닌 작품, 매번 작지만 창의적인 소우주와 같은 시계를 탄생시키는 MB&F는 기계식 시계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ThinKing Prototype 2 & PalanKing
세계 최고의 기록
KONSTANTIN CHAYKIN, THINKING
콘스탄틴 차이킨은 시계 학교를 졸업하지 않았지만, 라디오 엔지니어로 일하며 빈티지 시계를 수리하고 복원하는 과정에서 독학으로 시계 제작자의 길에 들어섰다. 2003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방을 설립한 뒤 러시아 최초로 투르비용을 탑재한 회중시계를 제작했으며, 이후 스위스의 내로라하는 독립 시계 제작자들이 모인 협회 AHCI의 정회원으로 활동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그의 시계는 기발한 발상과 독창적인 장치, 대담한 디자인을 앞세워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선사한다. 이를테면 시계 다이얼은 사람으로 치면 얼굴에 해당한다고 여겨지는데, 그는 시곗바늘 대신 2개의 디스크를 마치 눈처럼 배치해 진짜 얼굴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다이얼 상단 디스크의 왼쪽은 시, 오른쪽은 분을 표시하는데 각기 다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2만 개가 넘는 표정을 만들어낸다. 이런 메커니즘의 다이얼을 의인화해 ‘리스트몬Wristmon’이라고 불렀고 조커, 드래곤, 산타클로스, 펌프킨 헤드, 그린 고블린, 마우스 킹, 미니언즈까지 다양한 모습의 시계로 제작했다. 하나의 장르처럼 자리 잡은 리스트몬은 2024년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손목시계인 ‘씬킹’ 워치에 이르렀다. 씬킹은 19세기의 시계 제작자 오귀스트 골레이Auguste Golay가 만든 두께 1mm도 채 되지 않는 얇은 무브먼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전통적인 배럴의 축을 없애고 배럴통 자체를 케이스와 통합한 무브먼트 메인 플레이트에 매립하는 방식을 사용해 시계 두께를 1.65mm로 줄였고, 이는 기계식 시계 중 ‘세계에서 가장 얇은 시계’라는 기록을 세웠다. 초박형 시계는 충격에 취약해 착용에 주의가 필요한데, 차이킨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별도의 외부 케이스 ‘팔란킹PalanKing’을 개발했다. 팔란킹에는 자동 감기 장치와 크라운을 탑재해 씬킹을 결합하면 전통적인 수동 기계식 시계처럼 편리하게 착용할 수 있으며, 뛰어난 내구성까지 확보된다. 손목 위에서 웃고 있는 듯한 얼굴로 감성을 자극하는 시계 이면에 숨겨진 세계 최고의 기록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트로피다.


The Gekko
공간을 지배하는 시간
L’EPÉE 1839, THE GEKKO
2001년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가 처음 제정됐을 당시에는 작은 탁상시계와 소형 진자시계를 아우르는 ‘펜듈럼 시계’ 부문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듬해 폐지되었는데, 2022년 다시 부활했다. 손목시계를 넘어 기계식 무브먼트로 구동하는 다양한 시계가 키네틱 아트 같은 예술적 오브제로 주목받으며 그 수요와 관심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레페 1839는 이름처럼 1839년 창립 이래 187년간 스위스 쥐라산맥에서 기계식 탁상시계와 벽시계를 제작하며 전통을 이어온 몇 안 되는 브랜드 중 하나다. MB&F, 후즈, 샤넬, 바카라 등 여러 브랜드와 협업했고, 2024년 LVMH 그룹에 인수되면서 루이 비통, 티파니앤코에서도 레페 1839의 손길이 닿은 탁상시계를 제작하고 있다. 기존 탁상시계 브랜드는 케이스와 무브먼트가 분리·결합된 방식으로 시계를 만드는 데 반해, 레페 1839는 마치 스켈레톤 워치처럼 무브먼트가 그대로 드러나고, 그 자체로 오브제가 되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올해 소개한 ‘게코The Gekko’ 시계도 마찬가지. 길이 290mm, 무게 1.4kg의 이 시계는 이름처럼 도마뱀 형태로, 몸통에 자리하는 밸런스 휠 등의 부품이 움직이면서 살아 있는 생명체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시계의 태엽도 레페 1839다운 방식으로 감는다. 구멍에 열쇠를 꽂아 돌리는 방식이 아니라 도마뱀 꼬리를 좌우로 움직이면 태엽이 감기도록 설계했다. 4개의 다리와 꼬리 관절을 모두 움직일 수 있고, 원하는 모양으로 변형시킬 수도 있다. 평소에는 탁상시계지만, 전용 고정 장치를 사용하면 마치 벽을 타고 올라가는 도마뱀 같은 벽시계로도 활용 가능하다. 기계식 시계가 건물 꼭대기 탑에서 집 안으로, 그리고 주머니 속에서 손목으로 올라왔다가 다시 우리의 생활 공간 곳곳으로 확장되고 있다.


20199M-001 The House of The Dragon.
단 하나뿐인 작품
PATEK PHILIPPE, DOME TABLE CLOCK
파텍 필립 하면 전통적인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이나 ‘칼라트라바’ 워치를 떠올리기 쉽지만, 원통형 몸체 위에 천문대에서 영감받은 반구형 돔을 얹은 돔형 탁상시계 역시 파텍 필립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마스터피스다. 1948년 설립한 파텍 필립의 ‘전자공학 부서Electronics Division’에서 개발해 1950년대 중반부터 선보인 이 시계는 초기 모델의 경우 돔 상단에 작은 태양광 패널을 장착해 빛으로 동력을 축적하고, 이를 통해 기계식 태엽을 자동으로 감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기술을 탑재했다. 쿼츠 무브먼트가 개발된 이후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배터리 구동 방식의 고정밀 쿼츠 무브먼트를 사용했다. 1980년대에 사라져가는 스위스 전통 공예 기술을 보존하기 위한 캔버스가 되면서 ‘돔 테이블 클락’의 진가가 발휘되었다. 주제별로 단 한 점만 제작하고 에나멜러, 조각가, 보석 세공사 등 3~4명의 장인이 아주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완성했다. 주제는 자연과 새가 있는 풍경, 항해용 지도나 범선, 히말라야 등정 등 인간의 모험, 실크로드, 가우디의 건축 같은 문화적 랜드마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각 주제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그랑푀 클루아조네, 샹르베, 파요네, 미니어처 페인팅 에나멜, 우드 마키트리 등의 공예 기술을 총망라해 그야말로 시간을 알려주는 예술품으로 완성된다. 현대의 돔 테이블 클락은 초기 전통을 살려 수동 기계식 무브먼트를 기본으로 하며 내장된 초소형 전기모터가 배터리의 힘으로 태엽을 감아주는 펜듈럼용 ‘칼리버 17’’’ PEND’를 탑재한다. 1년에 극소량만 제작하는 돔 테이블 클락은 매년 4월 제네바 파텍 필립 살롱에서 열리는 <레어 핸드크래프트Rare Handcrafts> 전시나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파텍 필립의 아카이브 전시에서 소개한 후 전 세계 극소수의 선택받은 고객에게 전해진다. 2026년 소개한 돔 클락에는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서거 100주년을 추모하며 바르셀로나의 아르누보 스타일 건축물에서 영감받은 ‘용의 집’을 소개했다. 시곗바늘에는 플리카주르 에나멜링 기법을 활용하고, 돔과 몸체에는 클루아조네 에나멜에 극세화를 더했으며, 총 154개의 색상을 사용했다.
COOPERATION 레페 1839, 오데마 피게, 율리스 나르당, 콘스탄틴 차이킨, 파텍 필립, 페르디낭트 베르투 MB&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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