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irui Aries/imagebank.sweden.se
도심에서 발견한 헤리티지와 컨템퍼러리

WHERE TO STAY, AT SIX
도심의 베이스캠프는 호텔 ‘앳 식스At Six’였다. 감라스탄과 노벨 뮤지엄까지 도보 10분, 중앙역까지도 걸어서 닿는 거 리라 이번 일정 내내 이보다 더 좋은 위치를 찾기 어려웠다. 스톡홀름 사교계의 옛 무대였던 브룬케베리스토리 광장, 1977년 지어진 브루털리즘 양식의 은행 건물을 헐어내는 대신 호텔로 재해석한 곳이다. 343개 객실과 42개 스위트 를 갖추고 있으며, 갓 구운 시나몬 번과 사워 도 브레드, 그 라블락스가 매일 조금씩 다른 구성으로 차려지는 스웨덴식 조식 뷔페도 인상 깊었다.
주소 Brunkebergstorg 6, Stockholm
스톡홀름 도심을 알아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냥 걷는 것이었다. 첫걸음을 뗀 곳은 감라스탄. ‘오래된 거리’라는 의미의 이름에 걸맞게 13세기부터 존재해온 이 거리는 스톡홀름이라는 도시 자체의 기원이다. 한자동맹의 무역 거점으로 성장하며 쌓인 자갈길과 황톳빛 건물들 사이를 걷다 보면 800년의 세월이 발밑에서 켜켜이 쌓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중심부에 있는 스토르토리에트 광장에 이르면 그 켜 하나가 유독 짙어진다. 이곳은 1520년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2세가 90명이 넘는 스웨덴 귀족을 처형한 '피의 목욕' 사건 현장이기도 하다. 광장에서 몇 걸음 더 걸으니 스웨덴 왕궁에 가닿았다. 마침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이라 근위병 교대식이 한창이었다. 약 40분에 걸쳐 이어진 근위병 교대식은 16세기부터 이어져온 전통으로 군악대를 동반한 기마행렬로 치러진다. 관광객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서서 이 의식을 지켜보고 있으니, 왕실이 박물관 속 유물이 아니라 도시의 살아 있는 이웃이라는 사실이 실감났다. 1430개의 방이 있는 이 궁전은 로열 아파트먼트, 트레저리, 로열 아모리, 트레 크로노르 뮤지엄 4개 공간으로 나뉘며, 1981년 왕실이 드로트닝홀름 궁전으로 거처를 옮긴 뒤에도 여전히 국왕의 공식 집무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스톡홀름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시청사. Ⓒ Anna Andersson/imagebank.sweden.se

역대 노벨 수상자들의 기증품과 발명품을 만날 수 있는 노벨 프라이즈 뮤지엄. Ⓒ Ola Ericson Ⓒ Nobel Prize Outreach. photo: Mattias Lindbäck

(왼쪽) 노벨 프라이즈 뮤지엄에서 발견한 한강 작가의 사인. (오른쪽) 감라스탄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스토르토리에트 광장.
왕궁을 마주한 스토르토리에트 광장 반대편에는 노벨 프라이즈 뮤지엄이 자리한다. 재산 대부분을 인류에 공헌한 이들을 위한 상으로 남기겠다던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은 1901년 첫 시상식 이후 100년 넘게 이어져왔고, 물리학부터 평화상까지 6개 분야 수상자들의 기증품과 삶의 이야기가 이 작은 박물관 안에 전시돼 있다. ‘비스트로 노벨’의 의자 밑면에는 이곳을 방문한 노벨상 수상자들의 서명이 남아 있는데, 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서명도 발견할 수 있었다. 노벨상 수상식이 열리는 기간 동안 정작 이들이 실제로 만찬을 즐기는 곳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발걸음이 자연스레 다음 장소로 향했다. 바로 스톡홀름의 랜드마크인 시청사다. 건축가 랑나르 외스트베리Ragnar Östberg가 1911년부터 1923년까지 지은 이 건물은 내셔널 로맨티시즘 양식의 정수로 꼽힌다. 매년 12월 10일, 블루 홀에서는 전 세계에서 온 1300여 명의 귀빈을 대상으로 노벨 만찬이 열린다. 이곳을 지나 만찬 후 무도회가 열리는 골든 홀로 향했다. 이곳은 1800만 개가 넘는 금빛 모자이크 타일로 뒤덮여 있어 노을이 창으로 들어오는 시간이면 방 전체가 빛으로 일렁인다.

근엄함과 위엄이 느껴지는 왕궁의 군위병. Ⓒ Ola Ericson/imagebank.sweden.se

세계에서 가장 긴 미술관이라 불리는 스톡홀름의 지하철역. Ⓒ Victor Gårdsäter
시청사에서 도심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걷는 대신 지하철을 타보길 권한다. 1950년 개통된 스톡홀름 지하철은 100개 역 중 90여 곳에 예술 작품이 설치돼 있어 세계에서 가장 긴 미술관이라 불린다. T-센트랄렌 역의 푸른 벽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역’이라 불리는 쿵스트레드고르덴 역 등 표 한 장이면 이 지하 미술관을 마음껏 둘러볼 수 있다. 낮 동안 헤리티지를 따라 걸었다면, 밤의 스톡홀름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그뢰나 룬드 놀이공원 옆, 그리스 스코펠로스섬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공연장에서는 아바ABBA의 멤버 비에른 울바에우스가 기획한 이머시브 다이닝 쇼 <맘마미아! 더 파티Mamma Mia! The Party>가 매일 밤 다른 얼굴로 펼쳐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영화 <맘마미아> 속 ‘니코스 타베르나’로 순간 이동한 듯한 착각이 드는데, 춤추는 웨이터들과 아찔한 공중곡예가 테이블 사이사이를 파고든다. 지중해식 식사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아바의 히트곡이 넘실대는 디스코로 이어지고, 관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진 채 4시간 가까운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식사를 하며 아바의 히트곡을 신나게 즐길 수 있었던 다이닝 쇼 <맘마미아! 더 파티>. Ⓒ Jonas Borg
자연 속 럭셔리, 군도로 떠나는 하루

Ⓒ Simon Karlsson
WHERE TO STAY,
SMÅDALARÖ GÅRD HOTEL & SPA
스톡홀름 도심에서 1시간 남짓한 뱃길 끝에 닿는 ‘스모달라 뢰 고르드 호텔 & 스파’는 스파와 웰니스 시설, 레스토랑을 갖춘 사계절 리조트다. 발트해와 맞닿은 부지 덕분에 객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자체가 이미 치유의 일부처럼 느껴진 다. 실내외 수영장과 사우나를 오가며 몸과 마음의 긴장을 천천히 풀어내고, 산책로를 가볍게 걸으며 자연 속에서 하 루를 시작하기에도 좋다. 도심의 자극과는 완전히 다른 속 도로 몸과 마음이 동시에 회복되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주소 Smådalarövägen 100, Dalarö
3만 개의 섬과 암초로 이루어진 스톡홀름 군도는 도심에서 80킬로미터가량 발트해를 향해 펼쳐져 있다. 텐트만 있으면 백만장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자신만의 해변에서 일출과 일몰을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자연이 선사하는 럭셔리이자, 스웨덴 국민들이 갖는 자부심이기도 하다. 이 광활한 군도로 향하는 관문은 외스테르말름 지구, 스트란드베겐 선착장이다. 이곳에서 배를 타는 순간 전혀 다른 스톡홀름이 펼쳐진다. 1시간 남짓한 뱃길을 달린 끝에 스모달라뢰 고르드 호텔 & 스파에 도착했다. 유리창 너머로 발트해가 내려다보이는 사우나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도심에서의 분주함이 스르르 풀려나가는 게 느껴졌다. 사우나를 마친 뒤에는 저녁 빛이 내려앉는 숲길을 따라 가볍게 산책에 나섰다. 소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과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만이 유일한 소음이었던 그 산책 덕분인지, 다음 날 아침은 유독 가뿐하게 눈이 떠졌다. 그 여운을 그대로 안고 카약에 올라 잔잔한 발트해를 가르는 시간은 이번 여정 전체를 통틀어 가장 사치스러운 순간으로 남았다.

바다와 바로 이어지는
사우나에서 휴식과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진정한
스웨덴의 럭셔리다.

잔잔한 바다 위에서 유유자적하며 즐긴 카약.
도심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른 ‘아르티펠라그Artipelag’는 아트와 ‘군도’라는 의미의 아키펠라고archipelago를 조합한 이름 그대로 미술관과 자연을 품은 복합 문화 공간이다. 한국에서도 유아용품 브랜드로 잘 알려진 베이비뵨의 창립자 비에른 야콥손이 세운 곳으로, 스톡홀름 도심에서 30분 거리의 군도 섬 하나를 통째로 사들여 만들었다. 22만㎡에 달하는 부지에 지어진 이 건물은 최대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소나무 숲과 화강암 절벽을 그대로 살린 지형 위에 건물을 얹고, 전시실 곳곳에 낸 커다란 창으로 채광은 물론 바다와 숲의 풍경이 그대로 스며든다. 휠체어나 유모차로도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완만한 경사로와 리프트까지 세심하게 설계해, 자연과 건축이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공존하는 법을 보여주는 곳이다.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에서 점심을 먹는 이 하루는 도심의 헤리티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스톡홀름이 가진 여유를 보여준다.

아트와 군도를 의미하는 아키펠라그를 조합해 이름 붙인 복합 문화 공간 ‘아르티펠라그’.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고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Jesus Roger/Artipelag/imagebank.sweden.se
이번 취재는 스웨덴관광청과 스웨덴공항공사, 스톡홀름의 관광과 비즈니스, 도시 홍보를 담당하는 스톡홀름경제도시개발진흥원, 주한 스웨덴무역투자대표부, 주한 스웨덴대사관의 공동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현재 한국과 스웨덴은 간헐적으로 전세기를 운영 중인데, 언젠가 두 나라를 잇는 정규 직항 노선이 개설되길 모두가 염원하고 있다.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스웨덴이 지닌 럭셔리를 모두가 경험해볼 수 있는 날이 오길.

숙소에서 바라본 바다의 모습. 어디선가 저마다의 배를 타고 이곳에 와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내심 부러웠다. Ⓒ Olivia Arte
스톡홀름을 읽는 4개의 렌즈
역사와 민속, 예술 그리고 오늘의 문화와 미식까지. 각기 다른 시대와 방식으로 이 도시의 문화 예술을 들여다보는 네 곳의 공간.
일정이 짧더라도 꼭 한 번은 찾아가볼 것을 추천한다.


Ⓒ Julia Donka, FLB Europa
FOTOGRAFISKA
포토그라피스카는 옛 세관 창고 건물을 개조한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사진 전문 공간이다. 꼭대기 층에 자리한 레스토랑은 2020년부터 매년 <미쉐린 가이드> 그린 스타를 받아온 곳. 식사가 부담스럽다면 커피라도 마셔보길 권한다. 발트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서 전시와 미식,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주소 Stadsgårdshamnen 22, Stockholm

Ⓒ Yirui Aries/imagebank.sweden.se imagebank.sweden.se

Ⓒ Ola KarlssonEricson/imagebank.sweden.se
THE VASA MUSEUM
바사박물관은 17세기 침몰선 한 척을 위해 지은 전 세계 유일의 박 물관이다. 1628년 첫 항해 중 가 라앉은 전함 바사호는 333년이 흐 른 1961년, 발트해의 차갑고 산소 가 부족한 바닷물 덕에 원형의 98%가 완벽하게 보존된 채 인양 됐다. 69m 길이의 이 배가 전시장 한가운데 통째로 서 있는 광경이 압도적이다. 오늘날 스칸디나비아 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는 박 물관이기도 하다.
주소 Galärvarvsvägen 14, Stockholm

Ⓒ Oskar Scheller
SKANSEN
스칸센은 유르고르덴섬 언덕에 자 리한 세계 최초의 야외 박물관이 다. 1891년 문을 열었으며 스웨덴 전역에서 옮겨온 150여 채의 전 통 가옥과 농장을 지역별로 배치 해놓아 걷는 것만으로 스웨덴을 한 바퀴 도는 느낌을 받는다. 대장 장이와 유리공예가들이 실제로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고, 토착 동물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주소 Djurgårdsslätten 49-51, Djurgården


Ⓒ Anna Danielsson/Nationalmuseum
NATIONALMUSEUM
국립미술관은 왕궁을 마주한 자리에 서 있는 스웨덴 최대 규모의 미술·디자인 박물관이다. 1792년 설립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 중 하나이며, 베네치아 르네상스 양식 건물도 볼거리 중 하나. 렘브란트와 루 벤스, 고야부터 안데르스 소른, 칼 라르손 같은 스웨덴 국민 화가의 대표작까지 소장하고 있다.
주소 Södra Blasieholmshamnen 2, Stockho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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