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블브레스트 코트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블랙 슬리브리스 YCH. 메탈 장식 벨트 MIU MIU. 팬츠와 네크리스, 링, 이어 커프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육성재 열여덟에 보이 그룹 ‘비투비’로 데뷔한 후 연기 활동을 병행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후아유-학교 2015〉의 반항기 어린 청춘, 〈도깨비〉의 신 캐릭터를 거쳐 MBC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금수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증명해왔다. 데뷔 15주년을 맞은 그는 무대와 카메라 앞을 오가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차기작인 오피스 드라마 〈나인 투 식스〉를 통해 특유의 다정하고 밝은 캐릭터로 복귀할 예정이다.

레드 레더 재킷과 벨트 모두 RECTO. 블랙 핀턱 팬츠 STU.
웨스턴 첼시 부츠 MAISON MARGIELA.
셔츠와 타이, 링, 커프스 버튼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차기작 드라마 <나인 투 식스>를 한창 촬영 중입니다. 극중 법무부 인턴인 한선우가 마주하는 현실을 소개해주세요. 지극히 현실적인 오피스 환경 속에서 유독 비현실적일 만큼 다정한 인물이에요. 정직원도 아닌 인턴 신분이지만 놀라운 희생정신과 센스로 차장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죠. 심지어 자신의 꿈마저 잠시 뒤로 미뤄둔 채 ‘차장님 바라기’를 자처할 정도입니다. 저 역시 대본을 보면서 ‘과연 나라면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선우가 언제, 어떤 계기로 차장님을 따르게 됐는지 그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며 보신다면 더욱 흥미롭게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처음 대본을 넘기면서 의외다 싶던 지점도 있었겠네요. 본인과 닮은 구석도 있나요? 현실에 과연 선우 같은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정하고 따뜻한 인물이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제가 선우를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죠. 하지만 선우의 마음을 하나씩 들여다보면서, 오히려 그 다정함이 받는 상대에게는 쑥스러움으로 다가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품 속에 진심이 담긴 대사들이 많은데, 그 감정을 담백하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그 온도를 조율해가는 과정 자체가 배우로서도 무척 흥미로운 경험이었고요.

벨트 디테일의 바이커 재킷 EMPORIO ARMANI. 블랙 팬츠 RECTO. 필로 셰이프 선글라스 PRADA BY ESSILORLUXOTTICA. 네크리스와 링, 벨트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더 베스트 재킷 RECTO. 래글런 톱 COURRÈGES. 스트라이프 패턴 팬츠 ANN DEMEULEMEESTER BY ADEKUVER. 벨트와 슈즈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팬츠 체인 KAPITAL. 브레이슬릿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글로 읽을 때와 직접 현장에 부딪쳐본 선우는 또 결이 달랐을 텐데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선우에 어떤 결을 더해야 좀 더 생동감 있게 살아 움직일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안에 있는 장난기와 유쾌함을 자연스럽게 얹어봤죠. 결국 배역에 제 모습을 조금씩 녹여내며 인물을 완성해간 저만의 방식이 유효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도 그런 해석을 좋게 봐주셨고요. 무엇보다 박민영 선배와의 호흡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함께 장면을 만들어가며 코믹한 타이밍이나 애드리브, 능청스러운 표정 같은 디테일을 하나씩 쌓아갔어요. 덕분에 많은 부담을 내려놓고 선우라는 인물에 더욱 자유롭게 몰입할 수 있었죠.
쟁쟁한 선배 연기자들과의 호흡에서 유독 좋은 시너지가 돋보입니다. 그들과 함께 연기하며 가장 많이 배우고 체득한 것은 무엇인가요?
어느덧 활동 15년 차가 됐습니다. 이제는 현장에서 제가 가장 선배인 경우도 적지 않아요. 그래서 후배들이 저를 어렵게 느끼기보다 편안히 소통할 수 있는 동료이자 선배로 느껴줬으면 싶은 생각을 자주 합니다. 돌아보면 저 역시 선배들의 배려 속에서 성장했거든요. 먼저 말을 건네고 현장의 긴장을 풀어주던 선배들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저 또한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선배가 되고 싶습니다.

레더 코트와 팬츠 모두 KIMSEORYONG. 팬츠 위에 레이어드한 스카프 RECTO. 슬리브리스와 글러브,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SNS 아이디부터 유튜브 채널명까지 ‘육캔두잇’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도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편인가요? 의외로 고민이 정말 많은 편이에요. 스스로 납득할 만한 확신이 없으면 무작정 뛰어들지는 않습니다. 대신 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하죠.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 앞에서는 여전히 흔들리고 헤매기도 하지만, 그만큼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한 가지 배운 점이 있다면, 내려놓아야 할 때를 아는 것도 용기라는 사실이에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끝까지 움켜쥐고 있는 것이 오히려 스스로를 힘들게 할 때도 있거든요. 때로는 물러서는 선택 역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나고 보니 망설이지 않고 도전하길 잘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드라마 <귀궁>을 촬영할 때였어요. 사극에 판타지와 액션 요소까지 더해진 작품이라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거라는 건 시작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단단히 각오하고 들어갔는데도 예상한 것보다 훨씬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모든 촬영을 마치고 나니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성취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사람들이 이 벅찬 감정 때문에 끊임없이 도전에 나서는구나’ 하고 깊이 실감한 것 같아요. 물론 어떤 도전이든 그 결과를 미리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끝에 남을 성취와 성장의 무게를 떠올려보면, 다음 도전 앞에서는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칼라드 싱글 라이더 재킷, 스트라이프 패턴 셔츠, 팬츠 모두 BOTTEGA VENETA. 실버 링 TOM WOOD. 슬리브리스 톱과 네크리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렇게 치열하게 달려가다 보면 문득 방향을 잃거나 막막해지는 순간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중심을 잡는 육성재만의 방법이 있나요? 내일의 일은 최대한 내일의 저에게 맡기려고 해요. 작품을 연달아 하면서 생긴 일종의 생존 방식이죠. 내일 촬영할 장면부터 며칠 뒤 대사까지 미리 끌어안고 있으면 오히려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제 앞에 놓인 일에만 집중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충분한 휴식과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보상이에요. 밤샘 촬영이 이어질 때도 ‘이것만 끝나면 푹 잘 수 있다’, ‘끝나면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 하면서 다가올 휴식을 떠올립니다. 결국 사람은 기대할 무언가가 있을 때 더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주말만 기다리며 한 주를 버텨내는 직장인들의 마음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런 휴식의 순간마다 오랜 취미인 낚시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올해는 여름이 오기 전 잠시 다녀온 이후로 작품 촬영에 매달리느라 낚시를 갈 시간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도 짬을 내서 조만간 한 번 가려 합니다. 찌를 바라보고 있으면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잡생각들이 신기할 만큼 사라집니다. 그 시간이 참 좋아요. 입질이 오지 않아 답답한 순간에도 다른 복잡한 일들은 잊은 채 오롯이 눈앞의 순간에만 집중하게 되거든요. 그러다 마침내 물고기를 낚아올렸을 때 손끝으로 전해지는 짜릿한 감각은 삶과도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성취감이라는 점에서 연기나 무대와도 비슷하고요.

울, 혼방 모헤어 재킷 BOTTEGA VENETA.
화제를 모았던 집 인테리어도 떠오릅니다. 무채색과 블랙으로 꾸민 공간은 지금도 여전한가요? 솔직히 말하면 요즘은 조금 후회하고 있습니다. (웃음) 밤늦게 촬영을 마치고 아침에 잠드는 일이 많다 보니 집 전체를 어둡게 꾸몄어요. 수면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오래 지내보니 공간이 주는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더라고요. 어두운 공간에만 있다 보니 눈도 쉽게 피로해지고요. 그래서 최근에는 커튼을 활짝 열어두고 환기를 자주 하면서 집 안에 빛을 많이 들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침실만큼은 여전히 어둡게 유지해요. 쉬어야 할 공간과 생활하는 공간의 분위기를 분리하니 오히려 만족도가 높더라고요. 호기심에 시작한 블랙 인테리어였지만, 온 집을 무채색으로 채우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가구나 조명으로 포인트를 주면서 조금 더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2026년도 어느덧 두 달 남짓 남겨두고 있습니다. 올해를 돌아볼 때 스스로에게 어떤 한 해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몸과 마음이 한결 건강해진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저는 맡은 인물의 결에 따라 일상의 심리 상태도 꽤 영향을 받는 편이에요. 이번에 선우를 연기하면서 저 역시 덩달아 맑아지고 투명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불필요한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털어내고, 제 안을 기분 좋게 비워낼 수 있었죠. 한 해의 리듬이 오롯이 선우의 따뜻한 온도를 따라 흘러간 덕분에 이전보다 훨씬 건강하고 유연한 태도를 갖게 된 것 같습니다.

불 레더 재킷 GUCCI.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비 드 쇼메’ 네크리스,
화이트 골드 ‘비 드 쇼메’ 링 모두 CHAUMET.
HAIRSTYLIST 박세민 MAKEUP ARTIST 이아영 STYLIST 박선용 COOPERATION 구찌(1577-1921), 김서룡(3444-3512), 꾸레쥬(3479-1396), 렉토(790-0798),
메종 마르지엘라(772-3234), 미우미우(541-7443), 보테가 베네타(3438-7694),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545-2250), 쇼메(1670-1180), 아데쿠베(2056-0990), 엠포리오
아르마니(1644-4490), 캐피탈(kapital.jp), 톰 우드(tomwoodproject.com), 프라다 바이 에실로룩소티카(569-3914),STU(499-9091), YCH(798-6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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