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K 핑크 골드 콤비 케이스와 악어가죽 스트랩을 매치한 ‘산토스-뒤몽’ 워치 CARTIER.
시간을 물려받는다는 것
델보 PR 시니어 마케팅 매니저 조성원
“어머니께 1년 반 전쯤 선물받은 까르띠에 ‘산토스-뒤몽’은 제가 먼저 어머니께 추천했던 시계예요. 100년 넘게 이어진 산토스의 역사와 반듯한 정사각형 안에 부드러운 곡선을 담은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출장 전 어머니께 이 시계를 건네받았는데, 마침 이 시계를 차고 떠난 출장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와서인지 이후로는 착용할 때마다 든든한 기분이 들어요. 어머니와 저는 체형과 발 사이즈까지 비슷해 옷과 신발도 많이 물려받았는데, 지금도 어머니의 옷장을 서서히 흡수하는 중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특별한 날보다 함께 보내는 평범한 시간이 더 귀하게 느껴져, 요즘은 그 시간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요.”

네 가족이 다 같이 하나씩 차고 있는 플라스틱 소재 워치 모두 SWATCH.
거들먹거리지 않는 시계
콘텐츠 크리에이터 신동헌·백승연 부부와 아들 신유진, 딸 신예원
“1983년 큰누나가 첫 해외 출장에서 사다 준 스와치가 제 첫 시계였습니다. 선명한 컬러의 플라스틱 시계가 새로운 세계처럼 신기했던 기억 덕분인지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시계 중 하나예요. 가볍고 부담 없으면서 금속과는 다른 플라스틱만의 경쾌한 감각이 있죠. 모나코에서 만난 백만장자가 저와 똑같은 스와치를 차고 있어 친구가 된 일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첫째 아들에게는 수험장에 가져갈 아날로그 시계로 ‘오토매틱인 시스템51’ 워치를 물려줬고, 둘째 아이에게도 여섯 살 때 ‘손목에 차는 장난감이 아닌 시계’를 사줬어요. 비싼 시계를 물려주는 것만이 세대를 잇는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권위나 계급보다 실용과 개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태도를 전하는 것 역시 훌륭한 계승이니까요.”

2006년에 태어난 쌍둥이 남매에게 선물로 안긴 2006년산 블랙 다이얼 ‘서브마리너’ 워치 ROLEX.

1940~1950년대에 제작한 빈티지 워치. 복잡한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정교하게 구현했다. PHILLIPS WATCH.
아버지에게서 이어진 시간
용정 컬렉션 김문정 대표
“1940~1950년대 제작된 필립스 워치는 아버지께 물려받은 시계입니다. 한국 고미술협회 외국 유물 감정위원장이셨던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고미술품과 예술품을 가까이에서 접했고, 자연스럽게 시계 역시 하나의 예술품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 필립스 시계는 날짜와 요일, 크로노그래프, 퍼페추얼 캘린더, 문페이즈까지 다양한 기능을 담고 있으면서도 복잡해 보이지 않는 구성과 필립스 특유의 필기체 로고가 특히 마음에 들어요. 일본 유학을 떠나던 날 긴자역에서 각자의 열차를 타고 헤어지며 보았던 아버지의 한 방울 눈물도 잊을 수 없습니다. 아버지께 시계를 물려받은 저 역시 2006년생 쌍둥이 아이들이 스무 살이 된 해, 같은 연도에 제작한 롤렉스 ‘서브마리너’ 워치를 하나씩 선물했어요. 언젠가 아이들이 그 시계를 차고 “엄마가 준 시계”라고 이야기할 때, 부모의 사랑까지 함께 전해지길 바랍니다.”

2018년에 제작된 ‘링크 데이트 칼리버 5 오토매틱’ 워치 TAG HEUER.
아버지의 시간을 이해하는 순간
레포시 PR 이재효 과장과 아버지 이남희
“201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대학을 졸업할 때 아버지께 태그호이어 ‘링크 데이트 칼리버 5’ 워치를 선물받았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링크’ 컬렉션을 착용한 모습을 보며 언젠가 갖고 싶었던 시계라 더욱 특별했죠. 손목을 감싸는 S자형 브레이슬릿 덕분에 슈트부터 캐주얼까지 잘 어울려 거의 매일 착용합니다. 아버지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 주말에 피곤한 몸으로도 저와 동생을 데리고 박물관이나 전시를 찾아가주시곤 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소파에 누워 잠든 아버지에게 놀아달라고 졸랐는데, 어느덧 저도 당시 아버지의 나이가 되고 보니 일을 마치면 소파에 눕게 되더군요. 그제야 당시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계는 누구에게 물려주기보다 평생 간직하고 싶어요.”

2025년 페니워치 출범 7주년을 기념해 다이얼 색상과 레이아웃, 인그레이빙까지 페니워치에서 직접 디자인한 7점 한정 ‘게오르그’ 페니워치 에디션 워치 LANG&HEYNE. 이상문 대표의 둘째 아들이 요즘 착용하고 있는 플라스틱 워치 CASIO.
아빠의 취향을 담은 시계
페니 워치 이상문 대표
“제가 운영하는 시계 커뮤니티 페니워치의 출범 7주년을 기념해 단 7개만 제작한 랑앤하이네 ‘게오르그’ 페니워치 에디션은 언젠가 둘째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시계입니다. 제가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를 이 시계로 전하고 싶어요. 다이얼 색상을 정할 때 컴퓨터 화면과 실제 색이 달라 샘플을 여러 번 주고받으며 완성했던 과정도 기억에 남습니다. 둘째 아들은 아름다운 것과 만듦새가 좋은 것에 관심이 많은데, 초등학교 4학년 때 제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점보’ 워치를 학교 발표 과제의 주제로 골라 자신만의 관점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습니다. 제가 평소 느끼던 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거든요. 첫 취직이나 결혼처럼 자신의 취향과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순간, 이 시계를 아빠의 시계가 아닌 자신의 시계처럼 차주면 좋겠습니다.”

샴페인 컬러 다이얼과 스틸 브레이슬릿의 ‘씨마스터’ 35mm 워치 OMEGA.
아버지를 기억하는 시계
시계 전문 크리에이터 김생활
“어릴 적 장롱 속에서 몰래 만지다 혼났던 아버지의 오메가 ‘씨마스터’ 워치를 5~6년 전 어머니께서 물려주셨습니다. 아버지는 시계를 무척 아껴 차셨지만 오토매틱이라 중간중간 멈추는 것을 무척 힘들어하셨고, 저는 반대로 시계가 긁히든 말든 차는 편이었어요. 시계를 볼 때마다 우리가 참 다른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에는 여러 시계를 번갈아 차지만 아버지께 조언을 구하고 싶거나 힘을 얻고 싶은 순간이면 한 번씩 이 시계를 찾습니다. 실제로 이 시계를 빌려간 사람이 좋은 기운을 받아 일이 잘 풀렸다고 말한 적도 있어서정말 좋은 기운이 있는 시계인가 싶기도 해요. 아버지와는 사춘기 이후 서로를 외계인처럼 느꼈는데, 대학 시절 찾아오셔서 맥주 한잔 하자는 제안을 거절했던 것이 지금도 마음에 남습니다. 그래서 이 시계를 찰 때면 놓쳐버린 아버지와의 시간도 함께 떠올라요.”

투명한 케이스 안에서 움직이는 다이아몬드와 보 디테일의 러그가 특징인 ‘해피 다이아몬드’ 워치 CHOPARD.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감각
피알프리베 정소희 대표
“쇼파드 ‘해피 다이아몬드’의 빈티지 브레이슬릿 워치는 몇 해 전 크리스마스에 엄마에게 선물받은 시계예요. 오래전부터 눈여겨보던 물건이라 선물로 받았을 때 정말 기뻤죠. 엄마는 어릴 때부터 옷과 주얼리는 물론 가구와 그릇까지 좋은 취향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신 분이고, 지금 돌아보면 제 취향의 상당 부분을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것 같습니다. ‘해피 다이아몬드’ 특유의 밝고 위트 있는 분위기와 다이얼 양옆의 리본 디테일도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과 잘 맞아요. 성인이 된 후 엄마에게 주얼리, 원피스, 백 등을 선물받았지만, 이제는 럭셔리 브랜드와 기관 PR, 브랜드 전략을 다루는 피알프리베를 운영하면서 제가 능력을 갖춰 엄마에게 좋은 것들을 더 많이 드리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나이가 들수록 특별한 날보다 함께 보내는 평범한 시간이 더 귀하게 느껴져요.”

독특한 베젤 형태로 희소성이 높은 ‘오이스터 퍼페추얼 데이트’ 워치 ROLEX.

함께 물려받은 빈티지 필름 카메라. ROLLEI.
시간이 지나 알게 된 아버지의 멋
바 비바라비다 김현철 대표
“아버지는 넥타이만 200~300장씩 갖고 계실 만큼 멋내기를 좋아하는 분이었습니다. 구두와 벨트, 커프링크스까지 챙기는 그 시대의 제임스 본드 같은 스타일이었지만, 시계는 신기하게도 평생 딱 하나만 차셨죠. 결혼할 때 외할머니께 받은 1974년식 롤렉스입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 물려받았을 때는 알이 작고 묵직하지 않아 제 취향과 거리가 멀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블루 다이얼과 특이한 베젤 모양이 예뻐 보이더군요. 날짜를 맞추려면 시침을 24시간씩 돌려야 해서 날짜가 맞는 날에만 차지만, 이제는 그런 번거로움까지 이 시계의 매력처럼 느껴집니다. 아버지의 취향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 것처럼, 언젠가 저도 멋진 뒷모습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HAIR & MAKEUP ARTIST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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