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구 서울 청담동에 있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밍글스Mingles’의 오너 셰프. 장醬을 바탕으로 전통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리를 선보인다. 한식을 탐구하며 한식의 본질이 장에 있음을 깨닫고, 장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영문 요리책

강민구 셰프가 착용한 위블로 워치는 18K 킹 골드(케이스)와 블랙 세라믹 소재(베젤)를 적용한 케이스 지름 43mm의 ‘빅뱅 20주년 기념 킹 골드 세라믹’. ‘HUB1280’ 무브먼트(유니코 셀프와인딩)를 탑재했으며 72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올해 ‘밍글스’는 미슐랭 3스타와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5위를 동시에 달성했어요.
밍글스가 벌써 11년을 맞았습니다. 제가 요리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20년이 넘었고요. 처음엔 이런 리스트에 오른 레스토랑에서 식사 한번 해보는 게 꿈이었는데, 그 자리에 밍글스의 이름이 있다니···. 벅찬 감정은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에요.
중간쯤 드릴 질문이었는데,(웃음) 셰프님께서 밍글스 손님이라면 어떤 메뉴에 호기심이 생길까요?
‘밍글링 팟’입니다. 흔히 뉴욕을 멜팅 팟(인종, 문화 등이 하나로 융합되는 것을 의미)이라고 하잖아요. 밍글링 팟은 다양한 한국의 맛과 문화를 하나의 그릇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음식이에요. 국물, 만두, 채소, 해산물 등이 각자의 개성을 뽐내면서도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죠. 계절에 따라 재료가 달라지기에 매번 새롭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 또 찹쌀 푸딩과 찹쌀 아이스크림, 간장, 참기름이 어우러진 디저트 비빔밥을 한 숟가락 머금으면, 감칠맛과 고소함이 입안에 가득 펼쳐집니다.
2014년 청담동에 오픈한 뒤 미슐랭 1스타(2017년), 2스타(2019년), 3스타(2025년)를 거치면서 수많은 도전의 순간을 겪었을 듯해요.
예나 지금이나 매일 손님들의 평가를 마주해야 한다는 점이 참 어렵습니다. 맛이라는 건 정해진 답이 있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만족도나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기억에 남는 순간은 2년 반 전, 밍글스 팀이 손을 맞잡고 미슐랭 3스타를 향해 정진하기로 결심한 날입니다. 이후 서로의 한계를 끊임없이 넘어서며 도전했던 그 시간이 지난 11년 중 가장 힘들었지만 의미 있는 순간이었어요. 성격상 목표를 정하면 꼭 이뤄내야 하거든요. 제가 재해석한 한식을 인정받고 싶었달까요? 큰 회사의 지원 없이 개인 오너 셰프가 미슐랭 3스타를 받는 건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기에 욕심도 났고요.
저라면 3스타가 될 것 같은 확신이 들어서 움직였을 거예요.
파인다이닝의 뼈대 중 하나인 서비스를 강화하려고 테이블을 줄이는 대신 가격을 올리며 준비했어요. 항상 확신이 들었던 건 아니에요. 서비스나 메뉴가 불만족스러운 날엔 “과연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어 힘들기도 했죠. 하지만 점점 레스토랑이 성장하고 있음을 체감했고, 손님들 역시 변화를 알아봐주셨어요. 결국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닌, 진심으로 원하는 걸 성취하는 것임을 깨달으면서 조급함을 덜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한국의 맛과 문화를 하나의 그릇 안에 천연스럽게 녹여낸 ‘밍글링 팟’. 국물, 만두, 채소, 해산물 등이 각자의 개성을 뽐내면서도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미슐랭 3스타 발표 순간 스친 생각은 무엇이었나요?
무언가를 ‘이뤘다’기보다는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식당’으로 인정받은 것 자체가 영광입니다. 발표 이틀 전 작년에 찍은 영상을 리뉴얼한다고 해서 카메라 앞에 서 있는데, 갑자기 프랑스 본사 디렉터가 영상통화를 걸어왔어요. “미슐랭 3스타를 축하해!” 순간 어안이 벙벙했지만, 촬영장 밖에서 저를 기다리던 아내와 팀원들을 보니 비로소 실감이 나더군요.
실제 발표 때 셰프님 표정이 의외로 담담해서 놀랐는데, 엠바고라는 비밀이 있었다니!
막상 현장에 가니까 너무 긴장됐어요. 소감 발표 때도 말씀드렸지만, 꽤 어린 나이인 서른 살에 오너 셰프가 됐습니다. 파인다이닝 개념이 조금씩 퍼져 나가던 시기였죠. IMF를 지나 한국 경제의 성장기와 파인다이닝 문화가 맞물려 있었고, 저도 그 흐름 속에서 자랐어요. 이번 결과는 단순히 제가 잘해서라기보다, 사회적 분위기와 타이밍이 맞은 덕분이에요. 하나 덧붙이자면 2스타 받았을 땐 진짜 아무것도 몰랐습니다.(웃음) 아시아 지역은 영상 촬영을 위해 3스타를 미리 알려준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이번에 알았어요.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하던 와인 바 셰프에게 “요리사가 되려면 타고난 재능과 센스가 있어야 하는데, 너한테는 그런 게 없어”라는 말을 들었다는 건 잘 알려진 일화죠. 그런데 3스타를 받으셨어요. 꾸준히 노력하는 것도 재능의 영역 아닐는지.
대학 시절엔 제대로 된 레스토랑 경험이 없어서 매일 혼났어요. 그때는 제가 센스나 재능이 부족한 줄 알았는데, 일하면서 그래도 감각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웃음) 그래서 목표를 달성하고자 더 열심히 할 수 있었고요.
그러다 요리를 배우러 미국과 유럽(스페인, 덴마크)으로 떠났죠.
글로벌 무대에 한식을 알리고자 하는 열망이 생겨서 미국에서 돈을 모은 뒤 유럽으로 갔습니다. 파인다이닝의 본질을 직접 확인하고자 했어요. 아무래도 식재료의 다양성, 음식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 같은 식문화의 본질은 유럽의 역사가 깊으니까요. 스페인에 있는 3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동안 ‘이곳도 식당이구나. 닿을 수 없는 세계가 아니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그 시기 덴마크나 스페인, 남미 지역에선 자국의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파인다이닝이 활발하게 생겼는데, 이를 보면서 ‘한식을 세계에 선보이겠다’라는 마음을 다졌습니다.
20대 중반, 미국에 일식을 알린 레스토랑 ‘노부Nobu’ 바하마 지점의 총주방장으로 발령받은 것을 보면, 재능과 센스가 없다는 말은 ‘자극용이었나?’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되네요. 노부에서 셰프님의 요리를 맛본 손님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한식이 일식만큼 대중적이지 않았음에도, 프리미엄 메뉴가 아니었음에도 노부에서 한국적인 맛을 담을 기회를 많이 주셨어요. 와규 육회비빔밥, 김치와 된장을 활용한 푸아그라 요리 등을 만들었는데, 손님들이 반응이 좋았습니다. 평소 알던 김치, 불고기와는 다른 결이어서 그랬나 봐요.
셰프님의 ‘장’ 사랑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어요. 장의 어떤 점에 매료됐나요?
장은 한국 음식의 바탕이라 할 수 있는 식재료예요. 물, 소금, 콩 세 가지 재료로 탄생하지만, 여기에 사람의 손맛, 성품, 발효가 이뤄지는 테루아르가 더해지면 장이 진하고 복합적인 맛을 내게 됩니다. 밍글스 요리에도 대부분 장이 들어가요. ‘장 트리오’라는 디저트에도 이용하고요. 장이 한국에서 발달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어디서나 콩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서해엔 훌륭한 소금이 있죠. 더욱이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넉넉한 제철 채소도 선물하니, 자연스럽게 장을 중심으로 한 발효 문화가 뿌리내릴 수밖에요.

서울 청담동에 있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밍글스. 사진: 밍글스
테라스에 장독대가 있던데, 장도 직접 담그시나요?
간장과 된장만요. 메주가 소금과 물을 만나 숙성하면, 소금물은 간장이 되고 메주는 된장이 되잖아요? 하지만 도심에서 메주를 관리하는 건 무리가 있어서 메주는 오랫동안 연을 맺은 장인분께 전달받고 있습니다. 간장의 경우 일부는 씨간장 역할을 하는 기존 간장과 햇간장을 블렌딩해 사용하고 있어요. 고추장은 예전에 몇 번 시도해봤는데, 명인분들의 작품이 더 맛있어서 현재 고추장은 따로 담그지 않습니다.
장 문화와 일맥상통하게 주방 안에서의 핵심 요소도 ‘시간’이죠.
2014년 밍글스와 2025년 밍글스는 이름도 같고 셰프도 같지만, 계속 진화하고 발전해왔어요. 기본에 충실하고 정성스러운 방식에 세월이 흐르면서 쌓인 경험과 노하우가 요리에 스며든 것 같습니다. 한국 음식에서 김치, 장 등의 발효식품도 시간의 힘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간단한 재료라도 시간이 지나면 전혀 다른 차원의 맛으로 변화하는 것, 이것이 발효나 숙성이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와인과 위스키처럼요. 밍글스의 요리도 그런 시간의 힘을 담고 있고요.
오늘 착용하신 위블로Hublot 시계도 정밀한 시간으로 유명합니다. ‘디 아트 오브 퓨전The Art of Fusion’이라는 철학으로 대표되듯, 장인 정신과 첨단 기술을 융합한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고요.
밍글스 주방에서 자주 들리는 단어를 꼽는다면, ‘신속’과 ‘정확’일 거예요. 몇 초만 늦어도 원하는 음식 맛이 안 나오는 까닭이죠. 그래서 시간을 긴요하게 여깁니다. 정확한 계측을 자랑하는 위블로 시계를 항상 손목에 차고 있는 이유예요. 이와 더불어 신선하고 신뢰감을 주는 식재료를 생산하는 분들에 대한 감사도 필수지요. 그런 면에서 위블로라는 브랜드도 이와 비슷하게 다가와요. 위블로는 전통을 이해하고, 장인을 존중하는 정신 위에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왔습니다. 실험적인 태도도 늘 견지하고요. 밍글스 또한 전통과 현대의 균형을 고민하며 요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강민구 셰프가 착용한 시계는 케이스와 베젤 모두 블랙 세라믹 소재를 적용한 위블로의 ‘빅뱅 유니코 블랙 매직’. 케이스 지름 42mm에 ‘HUB1280’ 무브먼트(매뉴팩처 셀프와인딩)를 탑재했으며 72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이렇게 탄생한 한국 요리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설명해주세요.
‘채식 기반의 제철 식문화’. 고기를 덜 먹던 예전엔 채소를 맛있게 먹기 위해 발효 음식을 적극적으로 개발했어요. 고기와 해산물 소비가 늘어난 지금도 장과 채소를 곁들여 먹는 방식은 그대로 남아 있죠. 이러한 과거와 현재의 흐름을 잇는다는 명분 아래 밍글스는 음식뿐 아니라 공간, 식기 등 한국의 본질을 담아낼 수 있도록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장 외에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식재료가 있다면?
멸치입니다. 밍글스 2년 차부터 멸치 육수를 어떻게 맛있게 낼지 연구했어요. 일본 요리에 가다랑어가 있다면, 우리에겐 멸치가 있죠. 멸치는 한국 음식의 영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밍글스는 남해에서 공수해온 멸치를 콜드 브루 방식을 통해 육수로 만드는데, 비린 맛없이 깔끔해 요리의 밑바탕을 형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최근엔 멸치와 치즈를 결합한 ‘멸치즈’를 개발하고 있고요.
경제적 자립을 가능케 했던 레스토랑 ‘페스타 바이 민구’ 계약이 얼마 전 끝났습니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요?
‘프릳츠 커피’와 함께 한옥 카페를 준비하고 있어요. 장소는 아직 알려드릴 수 없지만.(웃음) 프릳츠의 커피, 빵과 잘 어울리는, 한식의 터치가 가미된 편안한 음식을 맛보실 수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고추장 소스를 곁들인 한국식 소시지 같은? 오픈은 올여름을 예상합니다.
COOPERATION 위블로(540-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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