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지금 구매하세요:쇼핑의 음모>는 AI 내레이션이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 연출되지만, 실상은 쇼핑의 해악과 쓰레기의 여정을 놀랍도록 자세하게 고찰한 다큐멘터리다. 84분의 러닝타임이 지나면 ‘내가 산 물건이 내 손을 떠난 이후를 생각해본 적 있었던가?’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된다. 고작 10% 남짓이라는 재활용 수치만 보아도 ‘어떻게 버리는가’가 아니라, ‘어떤 것을 사서 얼마나 오래 쓸 것인가’가 압도적으로 중요한 숙제라는 걸 알게 될 터. 항간에서는 기계식 시계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친환경인 셈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어떤 물건이 50년 이상 끄떡없이 사용할 수 있는지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관리만 잘하면 세대를 넘어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고, 100년을 내다보는 물건. 경매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리스트 중 하나가 세월을 오래 버틴 시계라는 점만 봐도 그렇다. 급기야 경매장까지 가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재판매,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쉐론 콘스탄틴의 ‘레 컬렉셔너 컬렉션’으로 브랜드 차원에서 중고 제품을 완벽하게 수리해 재판매한다. 브랜드 가치는 지키면서, 신뢰 있는 구매가 가능한 셈이다. 그러니 1년만 지나도 신제품이 나와서 교체를 고려하게 만드는 스마트 워치와는 비교할 수 없다. 2019년 즈음 등장했던 워치업계의 지속 가능성 노력은 표면적인 겉치레가 아니었다. 실제로 리치몬트, LVMH, 스와치, 케어링 그룹 등의 산하 전 브랜드들은 그룹 단위의 윤리적인 경영이 결국 장기적 차원에서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리치몬트 그룹은 올해 모든 현장에서 재생 가능한 전력만 사용하도록 전환하고 2030년까지 주요 온실가스 배출량을 46% 감소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와치 그룹은 2050년까지 기후 중립을 실천한다는 장기 미션을 설정했다. 좋은 품질의 기준이던 장인 정신과 헤리티지, 전문성, 희소성 등의 조건에 사람과 지구를 위하는 마음과 행동이 추가된 것이다. 여기에 나열된 시계를 구매 리스트에 올려둔다면, 내 손목 위를 떠난 시계의 여정을 걱정 아닌 기대로 채워도 좋다.
MONTBLANC

때로 워치메이킹의 열정은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을 넘나든다. 그 증거로 몽블랑은 CO2를 함유한 미들 케이스 소재, 카보2CABO2로 작년 워치스앤원더스를 뜨겁게 달궜다. 산악 탐험가를 위해 고안된 ‘1858 지오스피어 제로 옥시전 카보2’ 워치의 케이스는 바이오 가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되는 CO2와 재활용 공장에서 생성하는 미네랄 폐기물을 포집하는 선구적 프로세스로 완성했다. 게다가 카본 계열의 특성인 불규칙한 패턴이 더욱 멋스럽고 가벼우며 견고하다. 케이스 내부에 산소가 없기 때문에 산화와 환경 변화에도 강하다.
PANERAI

탐험가가 탔던 요트의 금속을 케이스로 재생해 시계를 만들었던 파네라이는 재활용 소재를 과감하게 적용하는 데 누구보다 적극적인 브랜드다. 재활용 소재 수급을 위해 항공 우주, 자동차 산업과 협력해 공급망을 확보했고 지난해 한정 출시한 ‘섭머저블 이랩-아이디’ 워치는 시계 구성품의 95%가 재활용 소재였다. 그리고 지금은 시계 무게의 무려 58.4%에 달하는 89g의 중량을 재활용 소재 ‘e스틸eSteel™’로 사용한 컬렉션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브랜드 역사상으로도 가장 혁신적인 소재인 e스틸™은 새로운 원자재 채굴을 줄이고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강력한 지속 가능성 의지의 반영이다. 브랜드의 대표적인 아이콘인 ‘루미노르 마리나’ 모델의 다이얼과 케이스에 e스틸™을 적용했고, 기존 스틸 케이스와 동일한 화학적 성질, 물리적 구조, 내식성을 유지하면서 재활용 PET 섬유 스트랩과 재활용 소재로 제작한 전용 보관 박스에 담아 제공한다.
IWC

시계를 착용하는 동안 교체 빈도가 가장 높은 건 역시 스트랩이다. IWC는 3가지 스트랩 선택지로 다채로운 즐거움까지 준다. 먼저, 80%가 천연 식물섬유인 팀버텍스 스트랩이다. 유럽 산림에서 수확해 국제산림관리협회의 인증을 받은 목재에서 셀룰로스를 추출해 쓰고, 이탈리아의 전통 제지 기술로 스트랩을 제작한 뒤 식물성 천연염료로 염색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미라텍스는 업계 최초로 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바이오 기반 소재로, 100% 자연 생분해되는 스트랩이다. ‘포르토피노 크로노그래프 39’ 워치와 ‘포르토피노 오토매틱 문 페이즈 37’ 워치에는 브랜드 최초로 추적 가능한 스위스 송아지 가죽 스트랩을 적용했다. 동물성 제품을 책임감 있게 생산하는 공급업체를 선정했고 스트랩 안쪽에 ID 번호를 새겨 IWC 앱으로 그 출처를 확인할 수 있다.
TUDOR

튜더는 금속을 포함힌 핵심 재료에 재활용 소재 사용을 늘리는 직접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이를 곧 시계 제작에 반영해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자신 있게 예고할 정도다. 종이, 판지, 물 기반 접착제, 재활용 직물 등 지속 가능한 소재의 포장재를 도입하고, 플라스틱과 금속 사용을 줄이는 데에도 중점을 뒀다. 결과적으로 프레젠테이션 박스 무게는 이전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더불어 오랜 기간 신뢰성을 유지하도록 설계하고 제품의 수명 연장을 통해 불필요한 자원 소비를 줄이며, 추적 가능한 소재와 재활용 금을 우선 사용해 지속 가능성을 다각도로 실천한다.
BREITLING

고급 소재, 특히나 여러 가지 소재가 혼용되는 시계의 소재 추적은 거의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브라이틀링 ‘슈퍼 크로노맷 오리진’ 워치는 이 불가능함을 뛰어넘은 최초의 추적 가능한 시계라 불러도 손색없다. 스위스 베터 골드 협회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단일 영세 광산에서 금을 조달하고, 실험실 제작 다이아몬드, 일명 고등급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사용한다. 또 이 시계를 샀다면 블록체인 기반의 NFT를 통해 고급 소재의 출처 기록도 확인할 수 있다. 원재료에서 완제품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공급망이 온라인 소스 맵과 NFT에 시원하게 공개 문서화되어 있다.
PIAGET

피아제도 금과 다이아몬드, 컬러 스톤을 윤리적으로 공급된 것으로 골라 쓰는 데에 적극 동참 중이다. 2006년부터 주얼리 산업관행책임위원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2011년 관련 규범 인증을 획득했다. 또 공급업체도 이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요청하며 리치몬트 그룹 공급업체 행동 규범 준수 동의서를 체결하도록 한다. 여기에 서명하면 책임 있는 공급망, 노동 및 인권 존중, 환경 지속 가능한 제품의 개발과 사용 등 총 39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또한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을 포함한 국제법과 국내법을 반드시 준수하도록 감독하고 있다.
BVLGARI

책임감 있는 구매만으로도 지속 가능한 경영이 이뤄진다. 불가리는 이미 10년 전부터 책임 있는 방식으로 공급된 귀금속을 골드 주얼리 제품 라인에 적용해왔고, 마침내 2022년에는 공식 인증된 금만을 사용해 전체 주얼리 라인을 생산해내고 있다. 또 분쟁 지역의 다이아몬드 구매를 철저히 차단하고, 정부와 업계, 시민단체가 연합한 국제 인증 제도인 킴벌리 프로세스Kimberly Process를 거친 다이아몬드만을 구매하고 있다. 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불법적인 반정부 활동의 지원자금이 되는 것이 분쟁 지역의 다이아몬드, 일명 ‘블러드 다이아몬드’이기 때문이다.
ROLEX

온실가스 배출 축소를 위한 롤렉스의 노력은 확연한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를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절대량을 25% 감소시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는 파리 협정에 따라 지구 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탈탄소화 요건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또 이 노력의 결과를 홈페이지에 자신 있게 공개하고 있다. 공개된 보고서에는 기업 내부에서 발생하는 직접적 온실가스, 기업에서 소비하는 구매 전력과 관련한 간접적 온실가스, 그리고 기업의 직접 통제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다운스트림 활동과 연결된 간접적 온실가스로 나뉜다. 이 중 롤렉스 탄소 발자국의 대부분은 외부에서 발생하고, 롤렉스 내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상당히 낮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또 책임감 있는 원재료 조달, 채굴된 금의 비중 감소, 화석연료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전환, 효율적인 설비 및 운송, 패키징의 최적화도 실천하며, 롤렉스의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는 현재진행형이다.
TIFFANY & Co.

티파니는 출처가 분명한 원석과 귀금속만을 취급하는 것은 물론, 자회사 로렐톤 다이아몬드Laurelton Diamonds를 설립해 원석 구매부터 조달, 커팅, 연마 과정 등 전 과정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관리한다. 또 티파니는 다이아몬드 생산국의 경제개발 지원과 특정 지역의 광산 개발 금지 노력을 동시에 실천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생산이 주요 산업인 지역은 전폭 지지해 지역사회의 경제개발과 유지를 돕는다. 그러나 미국 알래스카주의 브리스톨 베이처럼 세계적인 연어 서식처이거나 삼림, 레저 자원이 풍부한 곳은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광산 개발 금지에 앞장선다.
AUDEMARS PIGUET

오데마 피게는 직접 비영리기관을 설립하기까지 했다. 오데마 피게 파운데이션은 1992년 스위스 에서 설립한 이래로 산림 보호와 재건을 지원해오고 있다. 환경보호, 청소년 환경 교육이 주요 활동이며, 현재까지 28개국에서 48개의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마스터피스를 만드는 데에도 이런 노력을 동일하게 기울이며, 소규모 수공예 광산을 지원해 윤리적,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 또 구매하는 금의 양에 따라 추가 기부금을 프로그램에 지원해 광부들의 삶이 나아지도록 하고 있다. 다이아몬드와 컬러 젬스톤을 선정할 때도 윤리적 조달 기준을 철저히 준수한다.
TISSOT

동력 없이도 움직이는 시계가 있다면 바로 이것. 태양에너지를 무한 동력으로 전환한, 그야말로 최첨단의 ‘해시계’인 셈이다. 2000년 중반 처음 출시된 이 모델은 이제 ‘라이트마스터 솔라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해 태양에너지를 손목 위에서 자유롭게 다룰 수 있도록 발전했다.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통과하는 자연광과 인공광 모두를 흡수해 동력원으로 사용하며, 눈에 띄지 않는 태양광 패널이 이를 충전식 어큐멀레이터에 저장한다. 인공광 아래에서 생활하는, 햇빛이 부족한 환경에 놓인 현대인에게도 충전 걱정 없겠다.
COOPERATION 롤렉스(2112-1251), 몽블랑(1877-5408), 불가리(6105-2120), 브라이틀링(792-4371), 오데마 피게(553-1351), 튜더(2112-1251), 티쏘(6137-5642), 티파니(6250-8620), 파네라이(1670-1936), 피아제 (1688-1874), IWC(1877-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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