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5년 4월호

두오모 전략기획본부장 박지원, 경험으로 확장하는 평온한 행복

좋은 공간은 좋은 삶을 만든다. 사람들은 공간 안에서 감각을 확장시키고 일상의 기쁨을 키운다. 공간적 경험을 바탕으로 편안하고 충만한 삶을 제시하는 두오모 박지원 본부장을 만나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EDITOR 이연우 PHOTOGRAPHER 이준희


박지원  서울대학교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10년 넘게 금융, IT 등의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2023년 두오모의 전략기획본부에 합류해 공학적 발상을 바탕으로 한 창조적 전략 경영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도 자신의 강점을 살려 두오모의 감도가 빛나는 공간을 확장하는 등 새로운 프로젝트를 전개해나갈 예정이다.



품격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기업 두오모DUOMO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박지원 본부장은 풍요로운 삶을 위한 공간의 힘을 믿는다. 일상을 꾸려나가는 공간은 단순히 물리적 형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반영한, 나아가 고유한 삶의 궤도를 그려갈 실재이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눈으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좋은 것들을 곁에 두며 이야기를 쌓아나가는 공간적 삶. 그런 의미에서 그가 집중하는 것은 바로 수준 높은 ‘경험’의 제공이다. “기존 활동을 효율적으로 확장하고 새로운 사업을 고민하는 데 가장 앞선 가치로 두는 부분은 ‘고객에게 공간을 경험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저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장인 정신이 담긴 멋진 가구, 기능과 심미성이 뛰어난 조명을 소개함으로써 좀 더 많은 이가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일상을 윤택하게 꾸밀 수 있도록 안내하는 거죠.” 단순한 제품의 나열이 아닌 ‘살아보고 싶은’ 아늑한 공간을 제시하는 두오모의 쇼룸은 다양한 스타일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고객들과 함께 쇼룸에서 클래식 음악회를 감상하고, 새로운 미식 세계를 탐구하는 디너를 누리고, 주목할 만한 미술 작품 전시를 즐기는 등의 예술 문화 활동 역시 두오모의 올곧은 철학과 태도를 나타내는 좋은 예가 된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가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지 늘 고민이라는 박 본부장은 앞으로도 더욱 감도 높은 기획을 바탕으로 또 다른 기회를 확산시켜나갈 계획이다. 당장은 새롭게 국내에 독점으로 선보일 B&B 이탈리아의 쇼룸을 내놓는 것부터 F&B 등의 분야 확장을 바탕으로 한 진정한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하는 일까지, 해야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 “일을 하다 보면 수준 높은 안목을 가진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그런 분들이 저희의 공간에서 종합적인 경험을 누리고 나서 ‘감동을 얻었다’라고 말씀하실 때 뿌듯한 마음과 함께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고자 하는 동력을 얻어요. 기능을 넘어서는 가치는 편안함이거든요. 완성된 공간에서의 편안함은 모두가 누리고 싶은 행복일 거예요. 많은 이가 자신을 닮은 공간 안에서 안온한 행복을 누릴 수 있길 바라며 더 열심히 달려보려 합니다.”


두오모의 가치와 철학을 잘 보여주는 쇼룸. 단순히 제품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낸 종합적 환경을 제공하며 고객들로 하여금 공간의 분위기와 정서를 체험할 수 있게 한다.



내 스타일의 ‘한 끗’은?

정제하는 것. 대화를 할 때도, 일을 할 때도, 음식을 먹거나 옷을 입을 때도 ‘더 뺄 게 없나, 과하지 않나’를 우선적으로 고민한다.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답고, 단순해지기 위해 생각을 깔끔히 정리한다.


나를 매료시킨 스타일 아이콘은?

독일의 산업 디자이너 리하르트 자퍼Richard Sapper. 디자이너가 공학적 배경을 지닐 때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실현해냈다. 공학 전공인 내게 공학적 사고와 디자인의 연결 고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인물이다. 싱크패드 노트북만 10년째 사용하다 ‘티지오’ 램프를 보고 반했는데 같은 디자이너임을 알았을 때의 감동이란.


옷장에서 가장 오래된 아이템은?

유니클로 터틀넥. 컬러별로 소장하며 겨울이면 이너웨어로 꼭 받쳐 입는다. 기본 중의 기본 아이템이고 무엇보다 아무리 오래, 자주 입어도 늘어나지 않아 좋다. 단 한 벌만 챙겨야 한다면? 후드 티셔츠. 업무 외 시간에는 캐주얼하고 박시한 옷을 즐겨 입는다. 여유 있는 주말이면 후드 티셔츠와 트레이닝 바지에 먼저 손이 간다.


늘 지니고 다니는 가방 속 필수품은?

업무적으로 회의나 미팅이 많고 말을 많이 해야 해서 민트 캔디를 항상 챙겨 다닌다.




쇼핑할 때의 기준은?

조화와 밸런스. 사고자 하는 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과 어울릴지 고려한다. 혹시 최근에 본 무언가에 매몰되어 갑작스러운 선택을 하는 건 아닌지 경계하는 편. 그동안 쌓인 내 스타일은 물론 내년의 나에게도 잘 어울리고 이질감이 들지 않아야 한다.


가장 최근에 구입한 것은?

아르떼미데Artemide ‘알파’. 최근 이사하면서 조명을 많이 구입했다. 알파는 아르떼미데의 아이코닉 조명이기도 하고 메탈과 유리, 대리석 소재가 주는 고급스러움이 매력적이다. 우리 집 거실의 포인트 아이템이다.


요즘 가장 갖고 싶은 것은?

위시 리스트 1순위는 놀Knoll의 ‘바르셀로나’ 체어다. 바우하우스의 정석으로 균형과 비례를 강조한 간결한 디자인에서 권위와 우아함이 느껴진다.


매년 찾는 강원도 낙산사. 지치고 흐트러진 마음을 차분하게 정돈시켜주는 곳이다. 이곳을 그저 한 바퀴 거니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과 힘을 얻는다.



나의 시그너처 향은?

르라보Le Labo의 ‘베이19’. 우디한 향인데 거칠지 않고 잔향이 촉촉하게 남는다. 조용한 숲을 떠올리게 된다.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은?

에바 캐시디Eva Cassidy가 부른 ‘Fields of Gold’. 회장님이 들려주셔서 알게 되었는데, 구슬프고 애절한 보이스에 빠져들었다. 스팅이 부른 원래 버전보다 에바 캐시디가 부른 넘버가 더 잔잔하고 재지한 분위기다.


근래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최근 건축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관련 도서를 주로 읽는다. 토머스 헤더윅이 쓴 <더 인간적인 건축>은 흑백 시멘트 컬러로 쓰여진, 시야를 탁 트이게 하는 건축 같은 책이다.


근래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기억에 남는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가벼운 점들의 연쇄 작용이 만드는 뚜렷한 선들에 놀랐다. 다들 연쇄 작용에 떠밀려 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건 아닐는지.


작품을 소장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도예가 권대섭 작가님. 그의 달항아리에는 어리숙해 보이는 순정의 미가 깃들어 있다. 작가님께 초대받아 작업실에 두어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보면 정말 편안한 느낌이 들고 복잡한 생각도 잊게 만든다.


클래식하면서도 현대적인 아름다움이 결합된 아르떼미데의 ‘알파’ 조명. 최근 이사를 하며 구입한 것으로, 집 거실을 빛내는 포인트가 되어주고 있다.



내 인생의 스타를 꼽는다면?

홍콩 HSBC 빌딩의 스토리를 알고 나서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에게 빠졌다. 과거 건축을 그라운드 레벨에 유지하고, 위로 이어진 건물을 떠올릴 때마다 과거를 바탕으로 어떤 미래든 풀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사과를 하나 먹는다. 깨끗이 닦아 껍질째 그릇에 올려두고 다소 멍하게, 하지만 구도자의 자세로 천천히 반듯하게 자른다. 아삭 소리를 내며 한 입씩 베어 물다 보면 잠이 달아나며 현실감이 든다.


잠들기 전 하는 일은?

구글 캘린더를 보며 다음 날 스케줄을 확인한다. 업무 미팅과 회의가 많은 편이라 일정 확인은 필수. 중요한 일은 슬랙에 메모해둔다.


절대 빼먹지 않는 자기 관리법은?

5년째 꾸준히 하고 있는 운동이 테니스다. 테니스를 치면 몸의 균형감과 리듬감이 살아나고, 야외에서 햇빛을 받으며 뛴다는 점에서 활력이 생긴다.


냉장고 속 필수품은?

화이트 와인. 술을 잘 마시는 편은 아니나 가끔 화이트 와인을 한 잔씩 마신다. 특히 시칠리아에서 생산되는 ‘랄루치 비안코Laluci Bianco’는 늘 냉장고에 챙겨두는데, 프루티하고 균형 잡힌 산도라 가볍게 즐기기 좋다.


평생 하나의 음식만 먹는다면?

해산물 숙회. 오징어, 문어, 새우 등 종류 상관없이 다 좋아한다. 숙회로 먹으면 재료 본연의 깨끗한 맛과 쫄깃한 식감을 즐길 수 있고 소화도 잘된다. 이때 신선한 올리브 오일을 뿌려 먹는 것이 킥이다.




나만의 의미 있는 장소는?

매해 강원도 낙산사를 방문한다. 산길을 지나 갑작스럽게 펼쳐지는 바다, 거대한 자연 속 중심을 잡아주는 거대한 불상. 특별히 뭘 하지 않아도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최고의 여행 기념품은?

도시의 특징이 묻어나는 엽서를 자주 산다. 촌스러운 사진이 프린트된 것보다는 일러스트나 그림으로 도시의 특징을 위트있게 표현한 엽서면 더 좋다. 주변 사람들에게 손쉽게 나눠주기도 좋고, 서재에 붙여두기도 좋다.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은?

애착 신발이 된 호간 스니커즈. 패션 스타일링을 할 때 신발을 고르는 게 가장 어려운데, 이 스니커즈를 선물받고 기준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요즘 가장 집중하며 빠져 있는 것은?

올해 회사가 B&B 이탈리아와 독점 파트너십을 맺은 만큼 본사와 원활히 소통하고, 두오모의 이름으로 한국에 잘 안착시키기 위한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하이엔드 고객에게 감도 높은 경험을 선사하게 될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이 큰 과제여서 그 모든 일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인생에서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은?

꼬여 있는 생각을 정돈하고 도식화함을 즐긴다. 복잡하게 얽힌 것들이 깔끔하게 해소될 때 희열을 느낀다.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조언은?

“한 발짝 떨어져서 볼 수만 있다면 모든 일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창세기 1장 서사를 해석한 말로 알고 있다.


내가 만약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면?

소박한 세상에 살아보고 싶다. 소박하다는 건, 인풋도 적고 비교군도 적은 곳. 모두가 이미 너무 많은 걸 알고 봐 버려서 서로 힘든 것 같다.


지난해 12월 두오모 쇼룸에서 열린 음악회. 정돈된 공간에서 음악을 비롯한 미술, 미식, 디자인 등 문화를 경험하고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낄 때는?

시간이 나면 경치 좋은 자연으로 여행을 가는 편이다. 때묻지 않은 자연의 광활함 속에서 머리가 맑아짐을 느낀다.


나의 영감의 원천은?

오래되고 편안한 것들.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는 걸 좋아하는데 삼국 시대의 금관과 반가사유상, 고려 시대의 청자 같은 문화유산을 보며 새로운 영감을 채운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비유해보는 것인데, 전혀 다른 분야를 교차해 적용해보는 시도다. 예를 들면 열역학을 HR에, 요리를 마케팅에, 이런 식으로 분야를 넘나들며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하나의 근본적인 로직을 찾다 보면 새로운 생각이 더 활발히 떠오른다.


내가 생각하는 ‘럭셔리’란?

가장 중요한 것은 타임리스라고 생각한다. 어제도, 오늘도, 지금도, 변치 않고 좋은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자연스러움. 화려하기보다는 다소 투박하더라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자연스러움이 진정한 럭셔리가 아닐까 싶다.


답변을 마치는 소감은?

좋은 취향을 지닌 사람을 동경해왔지만 정작 내 취향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새삼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돌아보고 취향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미국의 핵폭탄 개발 계획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끈 과학자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오펜하이머>를 인상 깊게 봤다. 삶의 연쇄 작용에 관한 많은 생각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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