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4월호

조각으로 표현한 ‘무한’ 세계, 박은선

독창적인 조형 언어와 견고한 조각 기법으로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조각가 박은선. 형태와 균형, 대조와 조화를 탐구하는 그의 작업은 동양적 미학과 서양 조각 전통의 조화로운 융합을 보여준다.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에 있는 작가의 아틀리에에서 직접 들어본 박은선의 조각 세계.

EDITOR 박이현 PHOTOGRAPHER Nicolò Forcieri(인물, 아틀리에)


아틀리에 야외 전시 공간에 설치된 기념비적 작품 앞에 앉아 있는 조각가 박은선.


박은선  기하학적 추상 속에 자연의 숨결을 담아내는 조각가. 1993년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 카라라 국립예술원에서 수학한 후, 대리석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에서 작업하면서 국제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유럽 각지에서 50여 회의 개인전과 200회 이상의 그룹전에 참가한 그는 한국 미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업적을 인정받아 2015년 국민훈장을 받았다.



박은선의 조각 세계는 자연과 인간,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라는 이분법적 구조를 해체하고, 상반된 요소들이 하나의 조형적 언어로 공존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두 개의 다른 석재를 결합하는 기법은 이질적인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조형미를 창출하는 작가의 예술적 신념을 반영한다. 또 그의 조각은 공공 미술과 대형 조각을 통해 조각이 도시와 자연 속에서 어떻게 유기적으로 융화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견고한 균형은 박은선의 조각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이다. 대리석과 화강암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명확한 구조는 단번에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는 듯하다. 선은 곧고, 면은 깨끗하며, 재료의 질감은 절제되어 있다. 하지만 조각을 바라볼수록 단순한 형태 너머의 깊이가 드러난다. 무게감과 부드러움이 공존하고, 대립하는 듯한 두 재료는 서로를 완성하며 하나가 된다. 안정적이지만 긴장감이 감돌고, 고요하지만 강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균형 속의 역동성’이라 정의한다. 그의 조각이 어떻게 정적이면서도 움직임을 만들어내는지, 그 미묘한 감각을 따라가본다.




한국에서 조각을 공부하고, 조형 연구를 위해 이탈리아로 건너가셨어요.

20대 후반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어요. 보통 나이가 들수록 예술을 하는 것이 조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예술가로서의 삶을 설계했습니다. 당시 많은 작가가 단기적인 경력을 쌓기 위해 단체전이나 그룹전에 참여했지만, 저는 그런 행사에 연연하지 않았죠. 대다수가 제 태도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시간이 흐른 뒤에는 제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알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경제적으로 힘들던 시기에도 ‘한 달에 10만 원씩은 꼭 재료비로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웠더니, 날마다 조급하게 살지 않고도 원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목표들을 하나씩 이뤄나갔고, 그 과정에서 저 자신이 원했던 그림이 점점 현실이 되었어요. 이제는 더 큰 목표를 세우고,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Pietrasanta에서 작업하면서, 도시의 예술적 환경과 특히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거장들이 사용했던 최고급 카라라 대리석이 창작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한 덩어리를 쪼아가며 형태를 찾아가는 전통적 방식의 돌 작업을 좋아했습니다. 서울 올림픽 이후 경기 활성화로 인해 한국에서도 대리석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더군요. 그 무렵 신문이나 잡지에서 이탈리아 대리석 산지와 대리석을 다루는 작가들의 소개가 자주 보였고,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탈리아 생활이 시작되었지만, 한국에서 하던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마치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탈리아 작가들 모두가 이미 같은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저는 ‘대리석의 나라’인 이탈리아에서 새로운 작업 방식을 배울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결국 한국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만, 뛰어난 장인들이 정교한 기술을 활용하는 모습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피에트라산타에서의 작업 활동은 일상에서 자연의 색감과 익숙한 형상을 접하면서도 이질감 없이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해주었고, 미켈란젤로 같은 대가들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가 많아 스스로 대가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한 대리석이나 화강암의 성질처럼 부지런함과 치밀함, 그리고 정직함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대리석과 화강암을 결합하는 독창적인 조각 기법을 선택하게 된 배경과 그 안에 담긴 철학적 의미는 무엇인가요?

일반적으로 대리석은 매끄럽게 다듬어 완벽한 마무리를 추구하는 재료로 여겨지지만, 제 작업에서는 파열되고 부서지며, 때로는 서로 결합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또 그 속이 비워지면서 어둠 속에서 새로운 빛이 드러나고, 깨진 틈 사이로 마치 새살이 돋아나듯 희망과 꿈이 모습을 드러내죠. 이는 단순한 물리적 조형 과정이 아니라, 삶의 본질적인 의미를 조각으로 탐구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법을 선택한 건 대리석과 화강암이 가진 상반된 특성을 통해 삶의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이에요. 흰색과 회색, 그리고 빨강과 검정이 반복적으로 겹치면서 질서와 불안, 조화와 부조화가 대비를 이루고, 이러한 색채와 형태의 반복성은 인간 내면의 이중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며 균열과 결합, 상처와 회복을 반복하면서 성장해나갑니다. 저의 조각은 바로 그 과정, 즉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구성되는 삶의 모습을 반영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찾으려는 의지를 담고 있어요.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균열’과 ‘틈’의 조형적, 철학적 의미는 무엇인가요?

작품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매끄럽고 부드러운 표면은 사랑과 평온함을, 갈라지고 파열된 틈은 증오, 불안, 내면의 갈등을 상징합니다. 이는 단순한 대비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이중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조형 요소예요. 우리 내면에는 슬픔과 기쁨, 흥분과 절망이 함께 자리하며, 저는 이러한 감정들의 공존을 조각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균열은 단순한 상처가 아닌, 물질의 숨겨진 부분을 밖으로 드러내는 하나의 재생 과정입니다. 표면이 깨지고 갈라지는 순간, 우리는 그 내부에 존재하던 새로운 차원의 공간과 빛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에게 균열은 숨 쉴 수 있는 공간이자 사유의 장場이며, 때로는 억눌려 있던 생각, 강박·두려움·분노가 표출되는 출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균열은 활력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요소로도 작용해요. 마치 상처를 입은 피부가 회복되며 더욱 단단해지듯, 균열 속에서 새로운 생명력이 솟아나고 이를 통해 존재의 본질적인 회복과 성장의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합니다.




작품에서 동양적 철학과 서양적 조형미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두 문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기둥, 원형, 사각 같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를 통해 인간 본연의 순수함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또 반복적인 연속성을 통해 무한한 공간감과 확장성, 즉 인간의 욕망과 꿈, 희망, 미래를 상상해보았어요. 그리고 단순한 기하학적 구조 안에 서양 조각이 지닌 논리적 균형과 동양 사상이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공존하도록 했죠.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무한 기둥Colonna Infinita’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구조적 실험을 넘어, 무한이라는 개념을 조각을 통해 시각적으로 구현하고자 한 시도예요.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형태의 반복 속에서 인간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영속성과 그 안에 내재한 조화로운 균형을 탐구하고자 했습니다. 이 ‘무한’이라는 개념은 앞으로도 제 작업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질 중요한 주제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조각은 공간과 관객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예술 형태입니다. 작품을 통해 관객과 어떤 형태의 대화를 유도하고자 하시나요?

제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간과의 관계예요. 조각은 단순히 하나의 독립적인 오브제가 아니라, 주변 공간과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입니다. 저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색과 선을 활용해 마치 회화적인 공간을 연출하듯이 작품을 구성하며, 이를 통해 조각이 단순한 형태의 구축을 넘어 감성적이고 철학적인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합니다. 특히 ‘무한 기둥’ 시리즈는 단순한 형태의 쌓기를 통해 사물의 외형보다 그 내재한 본질을 탐구하며, 연속성을 통해 공간의 확장을 만들어가는 작업입니다. 공간 확장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의 확장에 그치지 않고, 인간 내면의 감정을 형상화하는 역할을 해요. 저는 조각을 통해 인간이 가진 순수성과 실재성을 강조하고자 하며, 더 나아가 인간의 꿈과 희망이 조각의 연속적인 형태 속에서 끊임없이 확장되기를 바랍니다. 제 작품은 관람객이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공간과의 관계 속에서 작품을 직접적으로 느끼고 감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의도되었어요. 절제된 기하학적 조형을 통해 저는 새로운 조형 양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형태를 통해 관람객이 자신의 감각과 감정을 작품과 연결하며,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유도하려고 해요. 조각이 단순한 형태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문화적 감성을 자극하고 철학적 사유를 유도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도록 말이죠. 특히 ‘무한 기둥’은 정돈된 기둥의 형태 속에서도 다양한 감각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요. 기둥의 면 처리는 상단과 하단은 명확한 직선으로 정리되었지만, 측면은 곡선으로 부드럽게 변화하며 유기적인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이를 통해 인간의 숨결과 정감, 그리고 생동감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또한 조각의 명확하고 경쾌한 형태는 주변 공간을 정화하며, 작품이 놓인 장소의 의미성을 더욱 강조하는 역할도 합니다.


새로운 아틀리에가 완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공간의 특성이 작품의 방향성이나 창작 과정에 어떤 변화를 불러오게 될까요?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나고 본격적인 작업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창작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소리를 느낄 수 있는 조각을 연구하고 있죠. 단순한 시각적 조형을 넘어 촉각과 청각까지 아우르는 작품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현재 천장에 매달린 조각을 밀면 소리가 나는 구조를 만들었고요, 앞으로는 센서를 활용해 관객이 가까이 다가가면 자동으로 흔들리는 장치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하면 조각을 눈으로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와 움직임까지 경험할 수 있게 될 거예요. 결국, 제가 추구하는 핵심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돌을 깨면서 나는 소리를 작품의 요소로 활용하고, 관객이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는 조각을 구상하고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히 조각을 제작하는 것을 넘어 예술을 지속적으로 보호하고 지켜낼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갤러리들이 작품을 관리해줄 수도 있지만, 저는 스스로 예술을 지킬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소 무리를 감수하면서도 이 공간을 마련했고, 그 과정에서 제 예술적 여정은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마리오 보타와의 협업 과정에서 건축적 접근 방식과 조각적 시각이 어떻게 융합되었나요? 이를 통해 아틀리에 공간의 개념과 기능이 어떻게 확장되었는지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먼저 제가 사는 도시인 피에트라산타부터 소개해야겠군요. 약 2만3000명이 거주하는 작은 도시예요. 주변 4~5개의 도시를 합쳐 베르실리아Versilia라고도 불리며, 그렇게 되면 약 20만 명이 거주하는 지역이 됩니다. 피에트라산타는 1400년대에 메디치 가문에 합병된 이후 미켈란젤로가 잠시 머물며 작업했던 곳으로, 중세 후기부터 수 세대에 걸쳐 뛰어난 조각가들을 배출한 도시입니다. 수많은 조각 공방과 브론즈 공장이 자리하며, 미켈란젤로 시대부터 이어져온 장인들이 활동하고 있죠. 또한 헨리 무어, 호안 미로, 아르날도 포모도로, 장-미셸 폴롱, 페르난도 보테로 같은 위대한 예술가들이 작업한 곳이기도 하며, 현재는 세계적인 조각가 데이미언 허스트가 작품을 의뢰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유럽인 컬렉터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 사람, 굳이 말하자면 피에트라산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고마움을 되돌려줄 방법을 항상 아내와 의논하곤 했고요, 아틀리에 공간을 미술관으로 일부 사용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시내에서 접근하기 좋은 공간을 찾아 마리오 보타에게 제안해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역시 제 스튜디오 미술관이지만, 한 공간은 젊은 작가들이 전시할 수 있는 곳으로 설계했고, 나머지 전시 공간들도 전시와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제 거의 마무리가 되었고, 올해 5~6월 중에 오픈할 예정입니다.


‘1도 1뮤지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건립되는 신안 인피니또 뮤지움Infinito Museum도 함께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과 예술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언젠가 마리오 보타와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그러던 2014년 로마의 제국 포럼 박물관에서 전시를 개최했을 때 전시를 보러 온 보타가 제 작업에 감탄하며 저를 스위스 스튜디오로 초대했습니다. 이 인연으로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친분을 쌓았고, 이번 기회에 설계를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마리오 보타는 자연을 깊이 이해하는 건축가로, 신안과 같은 대자연의 섬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마치 그 자리에 늘 존재해온 듯한 미술관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다시 말해, 자연과 건축물이 어느 한쪽도 돋보이지 않고 서로를 기대며 조화를 이루는 미술관을 구상했습니다. 결국 자연과 건축물의 공존이 핵심이었고, 저에게는 더없이 완벽한 선택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렇게 미술관의 첫 삽을 뜨게 되었죠. 이는 미술관 건립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이었습니다. 두 번째 조건은 여러 공간을 확보해 주변 지역의 작가들이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다양한 작가들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는데, 이 뜻이 받아들여져 미술관은 여러 공간으로 나뉜 형태의 건축물로 구성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주민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야외 공연장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로써 미술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이제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선배 작가로서 조각을 공부하며 예술계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이탈리아와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저는 후배들에게 항상 이렇게 조언합니다. “꿈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온 힘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그 꿈을 향해 피나게 힘을 쏟아부으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믿어요.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언젠가는 기회가 옆으로 지나가며, 준비된 사람만이 그것을 잡게 된다는 점을 항상 강조합니다. 저는 그동안 그런 과정을 경험했기 때문에, 억지로 해보려 한 적은 없어요. 늘 하는 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자기 자신과 솔직한 대화를 자주 하라는 거예요. 진실한 대화를 통해 그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죠. 예술은 결코 꾸미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진실한 자기 표현입니다. 이런 점을 먼저 경험한 선배 예술가들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예술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그 시간은 결국 무한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 긴 시간을 버티려면, 꾸밈이 아닌 오직 진실만이 통하는 마라톤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곳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 유리한지에 대한 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CONTRIBUTING EDITOR  박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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