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야 하야시 소재와 현상의 미세한 관계를 발굴해 새로운 내러티브와 의미를 부여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we+의 공동 설립자 겸 디자이너. 글로벌 무대에서 선보이는 혁신적인 작품과 프로젝트는 전통적인 디자인 관념을 넘어 재료와 환경, 그리고 인간 감성을 융합하는 실험적 접근법으로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허무는 데 방점을 찍는다.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태도는 (넓은) 관점과 호기심, 끈기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 2025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 콘퍼런스에서 ‘재료와 함께하는 새로운 연결New Connections with Materials’이라는 주제로 열린 디자인 스튜디오 we+의 강연은 우리 세상을 형성하는 재료들과의 혁신적인 관계를 탐색하는 자리였다. 이번 발표에서는 연구와 실험, 인간의 창의성과 환경 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we+의 독창적인 디자인 접근 방식이 심도 있게 다뤄졌다. 이날 we+의 공동 설립자 겸 디자이너 도시야 하야시는 도심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잔여물이 아닌 토착 소재로 재해석하는 ‘Urban Origin’과 자연과 인공이 융화된 삶의 방식을 상상하는 ‘Nature Study’ 등의 프로젝트를 예로 들며 도시와 자연 자원의 교차점, 재료의 개념 등을 설명하고, 자연과 인공을 연결하는 디자인 창조 및 공존과 지속 가능성에 관한 we+만의 새뜻한 태도를 소개해 청중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다음은 도시야 하야시와의 일문일답.
2013년 안도 호쿠토Ando Hokuto와 함께 we+ 디자인 스튜디오를 공동 설립하셨습니다. 스튜디오 설립의 배경과 철학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어요?
안도 호쿠토와 저는 공통의 친구를 매개체로 만나게 되었고, 그 인연이 we+의 시작으로 이어졌습니다. 저희는 전통적 디자인이 다루지 않던 소재와 영역, 접근법을 추구하며, 사회에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대안적 디자인’을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어요. 자발적 프로젝트self-initiated projects, 기업과의 공동 연구 개발(R&D), 클라이언트 의뢰 디자인 등의 영역 안에서요.
we+는 공간 디자인, 기업 및 조직의 R&D, 브랜딩, 아트 디렉션 등 여러 분야에 관여하고 있어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용어가 다소 모호해 보입니다. 공동 설립자로서 디자인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넓은 영역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명징하게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는 디자인을 자연 및 사회 환경을 포함한 우리 주변 모든 것과의 편안하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도구로 보고 있어요. we+는 소재와 현상의 미세한 관계를 발굴해 새로운 내러티브와 의미를 부여하는 데 앞장서며, 인간의 감성과 경험을 디자인에 녹여내고자 합니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 2025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 콘퍼런스에서 ‘재료와 함께하는 새로운 연결’이라는 주제로, ‘예술적 연구artistic research’ 방법론이 적힌 다이어그램을 선보이셨습니다. 그런데 ‘예술적’이라는 단어가 포괄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는 듯해요. 이 방법론을 어디서 어떻게 고안했나요?
바로 직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we+가 주창하는 예술적 연구는 대상의 주변 환경과 역사에 대한 조사에 기반한 논리적 사고 그리고 현장 조사 및 소재 실험에서 비롯된 직관적 접근, 이 둘 사이를 오가며 새로운 내러티브와 관점을 창출하는 방법론입니다. 우리는 이를 예술적 연구라 불러요. 여느 연구 방법론과 달리, 예술적 연구는 어젠다를 심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관과 감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we+의 작업에서는 아날로그적 감성(수작업, 공예적 접근)과 첨단 기술(신소재 개발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를 보면 예술적 연구란 느낌도 드네요.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할 때 중대하게 고려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첨단 기술은 그 자체로 이목을 끌어 프로젝트의 초점이 되기 쉬워요. 그래서 we+는 개념과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생각해 첨단 기술을 활용할 때 의도적으로 그 존재감을 최소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젝트마다 아날로그 방식과 최신 기술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신중하게 결정하죠. 이는 작업에 가장 부합하는 어울림을 이루도록 하기 위함이에요. 기본적으로 직접 손으로 실험하고 소재를 체험하는 아날로그적 접근을 예술적 연구의 시발점으로 삼습니다.
미래의 소재를 연구하는 것도 we+의 중요한 방향성이죠. 앞으로 디자인업계에서 주목해야 할 차세대 소재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예를 들어, AI를 이용한 신소재 연구 등에도 관심을 두고 있나요?
우리는 이미 존재하는 가치 체계에서 간과해온 해양자원, 과거에는 실용성이 없다고 여겨졌던 물질 등에 흥미가 있습니다. 특히 ‘토착 소재indigenous material’라는 개념을 도입해 도시 폐기물 같은 자원을 재활용하고, 순환 경제 및 지속 가능한 디자인 모델을 제안하고자 하죠. we+는 이러한 요소들을 또 다른 시점에서 관찰하고, 그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또 AI 기반의 소재 연구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데, AI는 디자이너 혼자 도달하기 어려운 영역을 더욱 깊이 탐구하게끔 도와줄 것입니다.

we+가 버려진 도시의 소재뿐 아니라 공기, 빛, 소리, 온도와 같은 무형의 요소들을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점 역시 인상적입니다. 디자이너로서 ‘보이지 않는 가치’와 ‘무형의 요소’를 구체적인 소재로 변환할 때 무엇을 중시하시나요?
우리는 디자인을 통해 무형의 요소와 친밀해지고, 보이지 않는 가치를 사람들이 알아챌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합니다. 대표적인 게 일본 고전에 나타나는 ‘안개’나 ‘비’ 같은 자연현상에 관한 다양한 표현을 재해석해 그 본질이 인간의 감성과 맞닿도록 하는 거예요. 소재를 다룰 때는 지금까지 눈길을 주지 않았던 가치를 찾아내고, 본연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고자 합니다.
we+는 장인 정신과 수작업 방식을 강하게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디자인 프로세스에 AI를 도입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또 디자이너로서 AI가 디자인 산업에 가져올 중대한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I가 소재의 역사를 공부하고, 소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데 매우 유용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we+는 외부 전문가와 협업하는 효과와 유사하게 AI로 얻은 데이터를 보조 도구로 쓸 계획이에요. 물론, 창의적 표현과 최종 작업은 직접적인 수작업과 실험을 기반으로 하겠지만요. 철저히 상업화된 디자인은 거의 전적으로 AI에 의해 대체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에 따라 디자이너의 역할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고, 제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거예요. 이와 달리 장인 정신, 예술 표현 등은 더 귀해지겠죠.
‘도시 소재’를 사용하는 것 외에 건강한 도시 생태계를 창출하는 we+ 프로젝트가 있다면?
‘Swell’과 ‘Straordinaria’ 같은 프로젝트는 자연과 도시를 잇는, 그리고 공존하게 하는 사례예요. ‘Swell’에선 도쿄 미드타운 가든의 바람, 녹지 등을 활용해 낮과 밤에 각기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고, ‘Straordinaria’는 보이지 않는 공기와 열 등 자연 요소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도시에서도 자연현상을 감각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이들은 도시 생활에서 종종 멀게 느껴지는 바람, 빛에서 아름다움을 추출해 보다 구체적이고 접근하기 쉬운 경험으로 변환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건강한 도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우리는 단순히 버려진 도시 소재를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 해양 소재(생김을 나무틀에다 말린 김, 이타노리 같은)와 미세 조류 등 생경한 자연 자원을 도시환경에 통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어요.
‘SO-Colored’(미세 조류를 천연수지와 혼합해 만든 소재로 제작한 가구 작품), ‘Less, Light, Local’(이타노리로 만든 조명 작품) 그리고 ‘Remli’(도쿄에서 발생한 건설 폐기물로 탄생한 조명) 등과 같은 프로젝트들이 현대 디자인 논의에서 강조되는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제조-소비-폐기로 이어지는 기존 선형 경제에서 벗어나 자원과 제품을 재사용, 재활용, 복원해 순환하는 시스템) 개념과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들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인간과 소재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재고하고 재구성해 이를 다른 차원으로 이끌고자 해요. 순환 경제와 유사한 점이 있지만, 출발점은 다릅니다.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한정된 자원 속에서 직접 도구를 만들고, 작은 경제 생태계 내에서 소재를 조달해 오래 사용하며, 필요시 수리하는 지혜를 발휘해왔는데요. 이는 자원이 제한되었기 때문이죠. we+는 과거의 이러한 조상들의 기지에 존경심을 가지며, 종종 우리의 작업에 영감을 주는 원천으로 삼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는 디자인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합니다. 특히 환경친화적 디자인이 시장성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은데, we+는 이러한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친환경 디자인을 시장에 도입하려면 생산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 가격 조정 등 여러 도전 과제가 필요함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비록 we+의 프로젝트가 당장 대량생산으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대중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는 소재를 가구나 제품에 도입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신선한 관점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믿어요.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혁신이 발생하면, 확장 가능한 생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we+ 디자인의 핵심 철학 중 하나는 ‘일상에서 새로운 감각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새로운 감각’을 경험한 적이 있으신가요? 이러한 경험들이 앞으로의 디자인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저는 제조 현장과 공장에 자주 찾아가려고 해요. 공장에서 여분의 재료, 장인들이 표준 도구로 이용하는 맞춤형 지그, 완성되지 않은 제품 등 독특한 매력을 지닌 요소들을 접하기 때문이죠. 그곳에 갈 때마다 놀라운 감각을 발견하곤 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현재 진행 중인 연구 프로젝트 ‘Hidden Layers’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눈길을 받지 못한 것들의 가치를 조명하고, 나아가 여기서 무언가를 파생하고자 하는데요. 오는 4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방문하신다면, 일본 주조 회사 헤이와 고킨Heiwa Gokin과 함께 만든 작품 ‘Unseen Object’를 눈여겨보시길 바랍니다.
급격한 기술 발전과 환경 변화 속에서, 앞으로 10년 후 we+의 디자인 접근 방식은 어떤 모습일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디자인 접근 방식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발전해야 하며, 변화를 수용하는 건 we+의 근본적인 자세입니다. 기술과 환경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앞으로 10년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계속해서 적응하고 진화할 것이라는 점이에요. 점점 유동적으로 변하는 세상에서 한 곳에 머무르면 전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렇기에 we+는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지역과 국경을 초월한 프로젝트에 집중해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지역 역학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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