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4월호

지속 가능한 뷰티, 양연주 & 사라 므와퉁가

서울리빙디자인페어 2025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 콘퍼런스에 영국의 브랜딩 전문 회사 디자인 브리지 & 파트너스가 새롭게 발족한 ‘뷰티 퓨처스’의 두 리더가 초대되었다. 이들이 전하는 ‘뷰티 & 웰니스’ 산업의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통찰.

EDITOR 박이현 PHOTOGRAPHER 이경옥(인물)

양연주  디자인 브리지 & 파트너스 뷰티 퓨처스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태그호이어, 밀러 해리스 같은 럭셔리 브랜드, 테이트 모던 등의 문화 기관, 한국과 중국의 신생 뷰티 브랜드 등과 협업했으며,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인테리어 디자인 등의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사라 므와퉁가  디자인 브리지 & 파트너스 뷰티 퓨처스 수석 전략가. 퍼스널 케어 및 웰빙 분야의 브랜드, 유니레버, 바이엘 등과 협업했다. 뷰티 퓨처스의 공동 설립자이자 전략 책임자로 뷰티와 웰니스, 헬스케어 전반의 변화를 주도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디자이너와 브랜드 전략가의 핵심적인 자질로 ‘호기심과 지속적인 학습에 대한 헌신, 추진력’(연주),

‘호기심과 결단력, 열정’(사라)을 꼽고 싶습니다.”



하이네켄과 애스턴마틴, NASA, 포트넘 앤 메이슨 등 세계적 기업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글로벌 에이전시 디자인 브리지 & 파트너스Design Bridge and Partners(이하 DBP)가 ‘뷰티 퓨처스Beauty Futures’ 사업부를 신설했다. 과열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뷰티 산업에서 이들이 궁극적으로 제안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이들은 뷰티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미의 기준을 넘어 소외된 요구를 포용하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폭넓은 리서치와 연구, 시각적인 트렌드에 대한 통찰 등 다양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발 앞서 뷰티 산업의 새로운 지형도를 제시해가는 양연주, 사라 므와퉁가와의 인터뷰.


두 분이 DBP에 합류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 회사만의 독특한 비즈니스 접근법, 문화라고 할 만한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양연주 저는 크리에이티브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브랜드 디자인’이 글로벌한 스케일로 성장하는 데 얼마나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DBP에 끌린 이유는 이곳이 창의적인 탁월성을 추구하며, 다양한 대중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로, 우리 회사는 ‘콜게이트 치약’ 같은 일상적인 제품부터 애스턴마틴 같은 럭셔리 브랜드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다룹니다. DBP는 글로벌한 관점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고 있으며, 전 세계 여러 도시에 걸쳐 900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역동적인 환경을 제공합니다. 사라 므와퉁가(이하 사라) DBP가 세상에 의미 있는 변화를 불러오는 브랜드를 디자인하는 데 전념한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또 우리 회사는 직원들에게 투자하고, 기업가 정신을 장려하는 문화가 있어 열정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인재 육성과 투자에 관한 이 같은 헌신이야말로 DBP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이며, 이를 통해 업계뿐 아니라 더 넓은 세상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받게 되는 것 같아요.


뷰티 퓨처스는 디자인 브리지 & 파트너스 내에 비교적 최근에 신설된 부서입니다. 이 부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배경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특히 부서명에 붙은 ‘퓨처’라는 단어가 흥미로운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양연주, 사라 우리 회사는 이미 다양한 카테고리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지만, 뷰티 및 웰니스 분야를 더욱 특화할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퓨처’라는 개념은 우리가 뷰티 산업의 미래를 예측하고 그 미래를 만들어감으로써 우리의 고객들을 장기적인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반영합니다. DBP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부티크Boutique’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큰 차별점이죠.


양연주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질문드릴게요. 뷰티 분야에서의 디자인은 이전 작업과 무엇이 다른가요?

약 20년 전, 에이브 로저스 디자인Ab Rogers Design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밀러 해리스Miller Harris와 협업해 공간, 시즌별 프로모션, 향수 라인의 패키지 디자인을 진행한 경험이 있죠. 이때의 경험이 향수나 뷰티 산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게 한 것 같습니다. 뷰티 산업 디자인의 매력은 뷰티가 우리의 감각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향, 질감, 시각적 요소를 통해 사람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또 힘을 실어줄 수도 있죠. 또한 뷰티 산업은 비주얼 문화와도 긴밀하게 얽혀 있어 패션, 사진, 영화 등의 트렌드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따라서 역동적이고 자극적인 환경 속에서 창의적인 탐구를 이어가야만 하죠.


뷰티 퓨처스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들을 보니, 전통적인 브랜딩과 마케팅을 넘어서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양연주, 사라 DBP는 오랫동안 뷰티 분야가 사회적 영향력을 창출할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예로, 뷰티 뱅크Beauty Banks, 슈퍼드럭Superdrug과 파트너십을 통해 필수 위생용품이 담긴 한정판 뷰티 백을 제작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위생 빈곤hygiene poverty’에 대한 인식을 높였으며, 이를 통해 뷰티 브랜드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죠. 마찬가지로 우먼 바이 바이엘WOMEN by Bayer 브랜드를 고객사와 함께 개발하며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건강에 대한 그들의 요구 사항을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우먼 바이 바이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건강 문제에 대한 열린 논의를 장려하며, 뷰티가 단순히 외모를 넘어 여성의 권리와 웰빙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죠.




두 분의 발표를 들으며, DBP 작업에 포함된 깊이 있는 사회학적 리서치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창의적인 프로세스에서 심층적인 연구는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양연주, 사라 우리가 디자인하는 모든 것은 인간에 대한 통찰에서 출발합니다. 브랜드가 사람들과 진정으로 연결되려면, 그들의 동기와 행동 그리고 문화적 맥락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믿거든요. 그래서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는 항상 함께 움직이죠. 연구는 의미 있는 내러티브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며, 단순히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작업을 넘어 감성적으로도 공감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도록 돕습니다. 또한 소비자의 니즈를 예측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발견하며, 창의적인 과정이 명확한 방향성과 목적을 가질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우리는 눈에 띄는 브랜드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드를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사라 므와퉁가 수석 전략가에게 질문드릴게요. 콘퍼런스를 들으면서 당신이 뷰티 산업에 깊은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뷰티 산업에서 일하는 즐거움이나 보람은 무엇인가요?

뷰티 산업은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사람들의 자기표현, 정체성, 자신감과 연결되는 몇 안 되는 산업 중 하나입니다. 전략가로서 사람들이 깊이 공감하는 브랜드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보람된 일이에요. 우리는 고객과 협력해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도달하기 전부터 인식을 형성하는 작업을 합니다. 이를 통해 뷰티 산업이 더 포용적이고, 시대에 맞으며, 의미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돕습니다. 결국 개인이 어떻게 보고 느끼는지를 형성하는 과정에 기여하고, 그들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이 제가 하는 일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발표 주제처럼 뷰티 산업이 트렌드를 넘어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고, 또 환경과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는 관점에 동의합니다. 여러 클라이언트와 일하며 실제로 이런 관점이 얼마나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양연주, 사라 몇 년 전만 해도 수익성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저항이 컸죠. 하지만 이제 글로벌 기업의 리더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한 장기적인 영향력을 인식하고 공감하며, 협력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트렌드를 넘어서려는 노력은 여전히 많은 브랜드에게는 쉽지 않은 여정입니다. 어떤 브랜드는 더 깊은 스토리텔링과 장기 전략을 받아들이는 한편, 어떤 브랜드는 여전히 빠른 성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죠. 반면, ‘포용성’은 소비자에게 더 이상 타협할 수 없는 요소로 널리 인식되고 있어요. 브랜드들 역시 그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지만, 이를 브랜드 전략에 진정성 있게 통합하려면 종종 지침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역할이 바로 이러한 지침들을 표면적인 제스처가 아니라 브랜드에 진정성 있게 내재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글로벌 디자인 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전략가로서 작업에 기술을 얼마나 적용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I, 챗GPT 같은 도구나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기술들을 얼마나 자주 사용하시나요? 또 이러한 미래적인 테크놀로지와 관련해 회사 차원에서 제시하는 교육이나 지침도 있나요?

양연주, 사라 우리가 매일 직면하는 도전과 기회에 깊이 맞닿아 있는 질문이네요. 우리는 WPP(영국 런던에 있는 글로벌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기업) 네트워크 내의 에이전시로서 AI와 새로운 기술들의 등장에 대해 단순히 수동적으로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이를 우리의 핵심 작업 흐름에 적극적으로 통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구들을 인간의 창의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의 경계를 확장할 수 있는 강력한 보조 도구로 보고 있어요. 동시에 우리는 AI의 윤리적 의미를 인식하고 책임감 있는 혁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WPP는 편향성,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 지적재산권 같은 문제들을 다루는 내부 지침과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왔습니다. 우리는 이런 지침을 구체화하고 기관 전체에 걸쳐 실행되도록 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우리의 교육 프로그램은 단순히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뿐 아니라, 언제 그리고 왜 사용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나 인상 깊게 보고 있는 뷰티 브랜드가 있나요?

양연주 첫 번째, 예술과 제품의 경계를 허물며 뷰티 산업에 혁신을 일으킨 한국 브랜드 ‘탬버린즈Tamburins’. 그들의 독특한 리테일 경험과 차별화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영감과 차별성을 줍니다. 두 번째는 퍼스널 케어 브랜드인 ‘도브Dove’. 이들은 강력한 캠페인을 통해 자기표현력과 신체 긍정성을 꾸준히 옹호해왔는데요. 변함없는 정직성과 지속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라 탬버린즈와 ‘팻 맥그래스Pat McGrath Labs’의 큰 팬입니다. 팻 맥그래스는 아름다움을 재미있고 탐험적인 것으로 만들어 사용자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도를 하도록 유도해요. 그녀는 고기능성 제품과 예술적 비전을 결합해 럭셔리 뷰티의 정의를 다시 썼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녀가 루이 비통의 코스메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앞으로 무엇을 해나갈지 정말 기대됩니다.


많은 예비 디자이너, 브랜드 전략가가 여러분을 롤 모델로 삼을 것 같습니다. 훌륭한 디자이너나 브랜드 전략가의 핵심적인 자질을 3가지 단어로 꼽는다면?

양연주 호기심, 지속적인 학습에 대한 헌신, 추진력. 사라 호기심, 결단력, 열정.



WRITER  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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