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드비지 이슈트반 2019년 한국 헝가리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서울의 중심지 명동에 개원한 주한 리스트 헝가리 문화원의 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 있는 헝가리문화원 중 26번째로 개원한 주한 리스트 헝가리 문화원을 이끌며 매력적인 헝가리 문화를 알리기 위해 미술, 음악 등 다방면의 예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윤정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작가와 관객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서울아트나우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마케팅, 아트 딜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아티스트의 전시를 마련하는 한편, 주한 리스트 헝가리 문화원과 파트너십으로 국가 간 문화 교류에도 힘쓰는 중이다.
대한민국이 동유럽권 국가 중 가장 처음 수교를 맺은 나라가 헝가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헝가리와의 수교를 시작으로 한국은 유럽 동부권 국가들과 연이어 외교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나면 2024년, 두 국가의 수교 35주년이 시사하는 바가 사뭇 남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를 기념하기 위한 예술적 교류의 일환으로, 착시 미술인 옵아트의 선구자 빅토르 바자렐리Victor Vasarely의 개인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바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문화적 교류가 활발한 국가의 예술에 비해 헝가리의 미술 세계나 음악 등은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곳이 바로 주한 리스트 헝가리 문화원. 민속 문화는 물론, 식문화·음악·미술 등 한국과 헝가리의 활발한 문화 교류를 목적으로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매년 진행해왔다. 3월 초, 이윤정 대표가 이끄는 서울아트나우 갤러리에서 시작해 주한 리스트 헝가리 문화원으로 장소를 옮긴 헝가리 출신 아티스트 올란도 마로시니Orlando Marosini의 개인전 역시 문화원의 후원이 이뤄졌다. 협력 전시의 형태로 진행된 헝가리 출신 아티스트의 한국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에도 헝가리 아티스트 티보르 시몬 마줄라Tibor Simon Mazula를 주인공으로 한 전시를 마련했기 때문. 메드비지 이슈트반 문화원장과 이윤정 대표는 이를 두고 입을 모아 두 문화의 예술적 공존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시도라 밝혔다.
서울아트나우 갤러리와 주한 리스트 헝가리 문화원에서 헝가리 출신의 작가 올란도 마로시니의 한국 첫 전시가 열렸습니다. 주한 리스트 헝가리 문화원 후원으로 진행된 헝가리 출신 작가의 개인전이기도 하지요.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메드비지 이슈트반(이하 메드비지), 이윤정 다수의 유럽 국가들이 저마다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왔듯, 헝가리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를 다수 배출해온 국가 중 하나입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점이 비교적 덜 알려졌죠. 이를 타개하고자 주한 리스트 헝가리 문화원은 전시의 형식을 빌려 헝가리의 예술 문화를 전파하려는 시도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예술적 대화의 장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달까요. 이번 올란도 마로시니의 개인전 역시 서울아트나우 갤러리와 협력을 통해 기획된 것으로, 헝가리 현대미술을 더욱 많은 한국 관객에게 소개하는 자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셨듯 한국에서 헝가리 아트는 비교적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이번 전시 역시 한국에서 해당 분야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었고요.
메드비지, 이윤정 헝가리는 오랜 역사와 독창적인 문화유산을 보유한 나라입니다. 현대음악의 거장이라 불리는 리게티 죄르지Ligeti György나 한국과 헝가리 수교 35주년을 기념해 한국에서도 전시를 개최한 바 있는 옵아트의 창시자 빅토르 바자렐리 등 혁신적인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수세기 동안 독자적인 색채의 예술계를 구축, 발전해왔죠. 특히 헝가리 현대미술은 중세 성화에서 시작해 모던아트와 AI 아트에 이르기까지 전통과 현대적 감각의 조화를 기반으로, 독창성과 개성이 돋보이는 예술적 움직임을 보여주며 미술계의 발전에 발맞춰왔습니다. 그리고 올란도 마로시니의 작품 역시 이러한 헝가리 현대미술의 독창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죠. 마로시니의 작품에서는 팝아트, 표현주의, 그라피티적 요소를 고루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강렬한 색채와 즉흥적인 표현 기법을 빌려 현대사회를 향해 전하는 작가의 감정과 감각까지 느낄 수 있죠. 마로시니의 작품에서 빚어지는 생명력 역시 헝가리 현대미술의 다채로운 매력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헝가리 아트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메드비지 헝가리는 유럽 중심부에 위치하면서도 아시아 문화권의 흔적이 깃든,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왔습니다. 조상들이 수천 년 전 유목 생활을 했던 영향과 동서양의 문화가 교차하는 지리적 환경 덕분에 헝가리 예술은 여러 문화적 요소가 공존, 융합한다는 특징을 지니죠. 덕분에 헝가리는 여타 문화와는 다른 독창적인 예술적 언어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헝가리 현대미술은 컬로처Kalocsa, 머초Matyó, 펄로츠Palóc, 쇼모지Somogy 등으로 대표되는 전통 민속 요소와 현대적이고 즉흥적인 표현 기법을 결합해 강렬한 색채와 독창적인 예술 언어로 표현해내는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 이번 개인전의 주인공인 올란도 마로시니의 작품에서도 이러한 헝가리 미술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헝가리 전통의 상징적 요소와 현대적인 팝아트, 표현주의, 그라피티 기법을 결합해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죠.

그렇다면 헝가리 미술을 한국에 알리는 ‘아트 허브’ 중 하나가 바로 서울아트나우 갤러리네요.
이윤정 서울아트나우 갤러리의 목적성 중 하나죠. 서울아트나우 갤러리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동시에 이를 통해 예술적 교류를 촉진하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 차원의 문화적 소통과 융합을 위한 플랫폼으로서의 적극적 지원을 늘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올란도 마로시니 개인전은 서울아트나우 갤러리에서 처음 선보인 후, 주한 리스트 헝가리 문화원으로 전시가 연장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한 국가의 예술을 지속적으로 조명하고 그 가치를 확장하는 중요한 모델을 만드는 시도의 일환이에요. 헝가리 현대미술을 보다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한국 미술계와의 연계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네요.
이전에도 주한 리스트 헝가리 문화원과 협업이 이뤄졌다고 들었습니다. 어떠한 사례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윤정 2023년 헝가리 출신 현대미술가 티보르 시몬 마줄라의 개인전 <고요한 매혹, 깊은 사유: 예술 활동으로서의 침묵 그리고 자아 탐색>을 처음으로 개최했습니다. 티보르 시몬 마줄라는 대만 아트페어에서 3년 연속 모든 작품이 완판됐을 만큼 아트 마켓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한국에서도 그의 작품이 상당수 판매됐죠. 작가는 인간 내면의 본질에 대한 탐구, 기억과 꿈, 의식과 무의식이라는 현실과 초현실 사이를 넘나드는 상상력이 중점을 이루는 작품을 창작합니다. 주제만큼이나 짙고 묵직한 색과 텍스처로 구현한 깊이감이 매력적이죠. 이렇듯 올해에도 다양한 협력을 통해 헝가리인이라는 정체성과 예술가로서의 존재감을 지닌 작가들을 조명해볼까 합니다.

한국은 아시아의 핵심 아트 마켓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이런 점에서 주한 리스트 헝가리 문화원은 올해 어떠한 행보를 통해 이러한 시장 흐름에 발맞춰나갈 예정인지 그 계획과 비전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메드비지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 미술 시장과 예술에 대한 한국 아트 러버의 지속적인 관심은 헝가리 미술의 존재감을 확장하고 문화적 대화를 강화하는 주요한 촉매제가 됩니다. 이에 한국의 여러 갤러리, 박물관, 예술 기관과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헝가리 예술가들이 한국 관객들과 더욱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아트 플랫폼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지난 몇 년간 주한 리스트 헝가리 문화원에서는 <접히고-펼쳐진: 1960-1970년대 헝가리 작가들의 추상미술>과 <빅토르 바자렐리: 반응하는 눈> 같은 대규모 전시를 기획하는 등 한국 미술계와 긴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협력 관계를 더욱 확장해 헝가리 현대미술의 전시 기회를 넓히고, 한국 예술가들과의 프로젝트 역시 다채롭게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한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 사진, 퍼포먼스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헝가리 아티스트들이 한국 미술 시장에서 더욱 긴밀하게 교류할 수 있도록 문화적 접점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요. 궁극적으로 헝가리와 한국 예술가, 큐레이터, 관객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헝가리 문화의 입지를 다져나가고자 합니다.
한국과 헝가리, 두 국가 사이에는 어떠한 문화적 접점과 차이점이 있을까요?
메드비지 헝가리와 한국 모두 문화유산을 존중하고 이를 보존, 계승, 발전하고자 하는 태도를 지녔다는 점에서 충분히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라 생각합니다. 두 나라 모두 음악, 무용, 공예와 같은 전통 예술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고 전통의 현존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니까요. 심지어 헝가리의 굴라시goulash와 한국의 죽처럼, 두 나라는 오랜 역사 속에서 독창적인 식문화를 발전시켜왔다는 점 역시 닮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예술적 표현 방식에서 드러나는 두 국가 간의 차이도 흥미롭습니다. 한국 미술은 유교와 불교 등의 종교적 영향과 함께 자연과의 합일, 조화를 강조하며 문화적 산물 역시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는 철학적 메시지가 담긴 것이 많습니다. 반면 헝가리 미술은 유럽과 아시아의 교차로에 위치해 치열한 역사를 쌓아온 국가였던 만큼, 양 문화권의 예술적 요소를 고루 흡수하고 이어나가는 동시에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하면서 보다 강렬하고 적극적인 표현법을 선호한다는 특징이 있죠. 비슷한 듯 또 다르기에 두 문화 간의 교류는 상호 발전의 여지가 무궁무진합니다. 서울아트나우 갤러리를 비롯한 예술 기관과 협력해 헝가리와 한국 현대미술을 함께 조명하는 전시를 기획하고, 각국의 예술가들이 직접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양국의 예술적 가치를 더욱 강화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 올란도 마로시니의 작품이 어떠한 점에서 한국의 아트 러버들을 매료시킬 수 있을 것이라 보시나요?
이윤정 올란도 마로시니의 작품은 강렬한 색채, 즉흥적인 표현, 그리고 상징적인 캐릭터를 통해 현대사회를 독창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해석을 위한 수단이자 시각적 충격의 연장선으로 유머와 풍자를 활용하죠. 이를 통해 현대인의 감정과 경험을 탐구하는 데 주력합니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들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로만 작용하진 않습니다. 사회를 향한 비판, 소외 계층, 현대인의 정체성 혼란 등 현대사회에서 비일비재하게 논의되는 이야기에 기반해 탄생했기 때문이죠. 이렇듯 마로시니의 작품은 현대사회의 보편적인 감정과 경험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인에게도 분명한 울림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 봤습니다. 비록 같은 언어로 대화할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는 예술이라는 최고의 비언어적 수단을 통해 같은 이야기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공유할 수 있을 테니까요.
ARTIST INTERVIEW
올란도 마로시니Orlando Marosini

이번 전시는 서울아트나우 갤러리와 주한 리스트 헝가리 문화원의 협력으로 이뤄진 전시이자, 올란도 마로시니의 첫 한국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헝가리 출신 예술가로서 임하는 마음가짐도 색다를 테고요.
한국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라 이번 경험은 제게 유달리 뜻깊었습니다. 한국-헝가리 협력 전시의 주인공이 됐다는 점에서도 묘한 책임감이 일었죠. 단순한 개인전이 아니라, 한국과 유럽 현대미술이 서로 만나고 소통하는 중요한 장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더욱이 한국은 뚜렷한 주관과 안목을 지닌 컬렉터들을 기반으로 역동적인 아트 붐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전시를 준비하면서 저 스스로도 작품을 새로운 맥락에서 바라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팝아트를 연상케 하는 유머러스함과 강렬한 색채, 그라피티 특유의 표현주의적 터치가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여왔습니다. 올란도 마로시니의 작품은 어떠한 예술적 특징을 지니는지 아티스트 스스로가 정의하는 답변이 궁금하네요.
저에게 회화란 고정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질문을 던지는 과정입니다. 작품을 창작하는 행위란 곧 현대사회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에 대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죠. 대개 제 작품의 표현적 측면에 집중하지만, 저는 제 작품이 단지 관객에게 시각적인 충격을 주는 개체로만 남지는 않았으면 해요. 작품에 담긴 표현 이면에 마치 암호처럼 남겨둔 감정과 고유의 상징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가 관객에게 닿아 자기 자신과 사회를 다시금 바라보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의미입니다. 그 일환으로 바로 강렬한 색과 즉흥적인 표현 기법, 유머와 풍자라는 내러티브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고요. 물론 어떠한 측면이든, 제 작품에 머무는 어떠한 시선이든 제게는 더없는 자양분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 역시 일종의 메타포로서 작용하는 장치로 읽힐 수 있겠군요.
제 작품 속 캐릭터들은 단순한 조형적 요소가 아니라 인간의 여러 감정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중요한 상징입니다. 저는 사람들의 감정, 욕망, 갈등을 표현하는 데 관심이 많아요. 이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독창적인 캐릭터들을 창조해왔습니다. 이 캐릭터들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때로는 익살스럽고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때로는 풍자의 메시지를 담은 형상으로 탄생한 개체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마주하는 감정들, 즉 기쁨·불안·욕망·외로움 등을 대변하며 관객들이 자신의 감정을 투영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존재들이기도 하죠. 물론 한편으로는 작품 속 캐릭터들이 ‘자유로운 상징’이 되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관객들이 저마다의 경험과 감정에 따라 새로운 해석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도 예술의 확장일 테니까요.
장-미셸 바스키아, 조지 콘도, 빌럼 더코닝 등 현대미술의 저변 확대에 영향을 끼친 거장들에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도 보입니다.
많은 예술가가 자신의 스타일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많은 거장의 작업을 연구하고, 그들의 작품을 보는 건 무엇보다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 철학을 습득하며 자신만의 예술 언어를 길러내기 위함이지 않을까요? 제게 영향을 준 세 거장은 모두 기존의 틀을 깨고 자신만의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창조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일례로, 장-미셸 바스키아의 작품은 저에게 ‘즉흥성과 감정의 힘’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바스키아는 자유롭고 거침없는 붓질과 강렬한 색채로 감정을 시각화했고, 저는 그의 작품을 보며 제 내면의 에너지를 스스로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어요. 조지 콘도는 기존의 미술 전통을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독창적인 캐릭터와 작품 구성력을 선보인 작가라 생각합니다. 그의 작품을 보며 캐릭터를 구축하는 방식이나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개발하는 방법에 대해 모색할 수 있었지요. 빌럼 더코닝의 작업에서는 ‘유동적인 에너지’와 ‘회화 특유의 자유로움’이 무엇인지를 재고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처럼 지금의 저는 아티스트로서 고유의 방식을 찾아가는 여정 한가운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헝가리 출신의 아티스트로서 헝가리 아트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하나의 스타일’로 정의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는 실험과 문화적 융합이 헝가리 미술의 핵심 원동력이라 느껴지고요. 과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절의 클래식한 예술 양식부터, 바우하우스 운동을 주도했던 라슬로 모호이너지László Moholy-Nagy 그리고 옵아트의 거장 빅토르 바자렐리와 같은 혁신적인 예술가까지 귀결되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헝가리의 시각예술은 독자적이고 깊이 있는 매력을 지녔습니다. 이러한 역동적인 배경 덕분에, 헝가리 미술을 개괄해보면 과거의 유산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실험하는 예술적 DNA가 계속해서 이어져오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죠. 저 역시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창조하는 데 골몰하며 그들과 발을 맞춰가는 중입니다.

조각, 설치 등 예술 갈래의 확장 혹은 타 예술 장르와의 결합 등 실험적인 시도에도 열려 있을 것 같습니다. 아티스트로서 목표점이 있다면?
제 목표는 단순히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강렬한 경험을 제공하고 작품을 통해 감각적·감정적 해석을 이끌어내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전 절대 변화와 실험에 겁먹지 않아요. 언제나 낯선 접근 방식을 고민하고 탐구해서 회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와 기술을 활용한 창작에 도전할 겁니다. 대형 설치 작품이나 디지털 미디어 아트, 인터랙티브 아트 등 제 손으로 빚어낸 결과물은 항상 다변적일 거고요. 한국에서 또 한번 전시를 하게 된다면 그땐 분명 단순한 회화 전시를 넘어, 실험적인 공간 연출과 설치 요소가 결합한 형태로 이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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