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5년 2월호

위즈진 대표 윤동국, 모든 문제는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

AI와 로보틱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목전에 둔 기업들의 핵심 화두다. 위즈진은 이 두 기술을 융합해 혁신적인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기업이다. 전기모터부터 고도 의사 위성까지, 위즈진은 기술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GUEST EDITOR 이기원 PHOTOGRAPHER 박용빈

‘천재’라는 말은 한국에서 너무 남용되는 면이 있다. 하지만 공학박사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윤 대표는 천재로 불린다. 그의 비범한 발상과 문제 해결 능력 때문이다.



20세기 들어 우리의 삶을 가장 급격하게 바꾼 발명품 중 하나는 전기모터일 것이다. 전기모터는 대규모 제조 공정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움직이고, 로봇 팔을 제어하며 현대 산업의 동력이 되었다. 이를 통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생산 비용도 낮아질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타는 엘리베이터, 지하철, 상하수도 시스템의 펌프, MRI 스캐너, 인공 심장 등 셀 수 없이 많은 일상의 편리들이 전기모터로 작동된다. “현대적 의미의 전기모터가 등장한 지 70년이 넘었지만, 본질적으로 바뀐 건 없어요. 여전히 래디얼 플럭스Radial Flux 모터가 대세죠. 하지만 위즈진의 액시얼 플럭스Axial Flux 모터는 기존 대비 효율이 400% 이상입니다. 게다가 모터 중앙이 비어 있는 ‘중공中空 모터’ 구조라 로봇 팔이나 드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수 있어요.” 윤동국 대표의 설명이다.

윤 대표는 창업가이자 과학자다. 위즈진은 로보틱스와 AI를 융합한 기업으로, 모빌리티부터 항공 우주까지 폭넓은 분야를 아우른다. “스타트업이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에 찬 질문에 그는 답한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아무도 믿지 않아요. 불가능한 일이라는 거죠. 하지만 저희는 이미 핵심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는 6분의 1 크기의 기체로 제작했고, 선박용 모터도 개발 중이에요. 기존 선박은 엔진과 샤프트가 따로 필요했지만, 저희 모터는 물속에 직접 넣을 수 있어 엔진 룸도 필요 없습니다. 이런 기술은 데이터 센터의 유체 냉각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죠. 핵심 기술은 하나지만 여러 분야에서 혁신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위즈진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고고도 의사 위성(HAPS) 개발 사업으로, 메이플 씨앗에서 영감을 받은 혁신적인 설계가 특징이다. 지름 30m에 무게는 30kg에 불과하지만 100kg의 장비를 탑재할 수 있다. 30km 상공에서 L밴드, C밴드, X밴드 레이더로 한반도 전역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한다. “태양광으로 작동하고 회생제동으로 에너지를 보충해 365일 공중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재난 관리나 통신 중계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죠.”

재는 촉망받는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이지만, 위즈진은 애초에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스터디 랩에서 출발했다. 윤 대표는 “돈보다는 자신과 동료들이 가진 지식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지향했다”라고 말한다. 이제는 매출과 이익도 중요해졌지만, 처음 시작할 때의 공익적인 마음은 여전하다. 대표적인 예가 위즈진의 전동 휠체어다. “저희 동네는 노인과 장애인의 비율이 높은 편인데, 그분들에게 휠체어는 생존 도구예요. 하지만 현재 사용되는 전동 휠체어는 너무 무겁고 거추장스럽죠. 이동에 제한을 받는 겁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전동 휠체어는 무게가 100kg에 달한다. 비행기 반입도 불가하다. 윤 대표는 휠 안에 모터가 들어가는 인휠 모터를 구현해 가벼우면서 작동 원리도 간단한 전동 휠체어를 만들었다. 위즈진이 현재까지 개발한 전동 휠체어의 무게는 고작 16kg. 항공기 반입도 충분히 가능한 이 전동 휠체어는 올해 상용 제품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동의 자유는 사람이 가져야 할 기본권이잖아요. 이 기술은 물류 로봇이나 ‘라스트 마일’ 배송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장애인분들이 근거리 배송을 담당할 수 있게 되면, 이동권을 넘어 노동권까지 확장될 수 있습니다.”

위즈진은 올해 국내 주요 대기업 3곳과 협업을 시작했다. 기술의 가치를 알아본 대기업 R&D 담당자들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만큼 기술의 완성도와 효율을 인정받은 셈이다. 심지어 해외 정부와의 미팅도 예정되어 있다. 보수적으로 잡은 올해 예상 매출은 100억 원 정도. 계약하기 나름이라 그 이상이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저는 기술 결정론자예요.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다만 이 기술이 인류를 위해 쓰여야 해요. 우리 기술은 선한 목적으로 쓰면 무한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기업가로서 제 목표는 수익 창출이지만, 과학자로서 목표는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인류에 기여하는 겁니다.”


위즈진이 개발 중인 고고도 의사 위성. 한반도 전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발상의 기기다.



(왼쪽) 기존 모터 대비 4배의 효율을 가진 위즈진의 전기 모터.

(오른쪽) 자율주행 전동 휠체어의 시제품. 무게는 16kg에 불과하고, 자율주행 센서 역시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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