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1월호

法古創新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의 마음으로 우리 민족의 전통과 문화가 담긴 고조리서를 재해석해 과거와 지금이 공존하는 상차림을 마련했다. 새해에는 새 마음가짐으로 고유함은 잃지 않되 더욱 정진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EDITOR 이호준 PHOTOGRAPHER 민가을

미식 산수화


마삭 분재는 초난. 새우 애호박문주를 올린 흑칠 타원 트레이는 김난희 작가 작품.

5단 만자 쌍합은 정대훈 작가의 작품으로 모두 KCDF.


알쌈 떡국  <조선요리제법>,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등 여러 고조리서 속에 등장하는 알쌈은 곱게 푼 달걀흰자와 노른자를 동그랗고 얇게 부친 후 쇠고기간장볶음인 천리찬 같은 소를 넣어 송편 형태로 붙여서 만드는 요리다. 보통 신선로나 궁중 비빔밥의 고명으로 쓰였는데, 이 알쌈을 떡국의 고명처럼 장식해 알쌈 떡국을 완성했다.

새우 애호박문주  1800년대 말 집필한 것으로 알려진 작자 미상의 조리서 <시의전서>는 조선 후기 양반 가정의 상차림을 유추해볼 수 있는 사료다. 책 속에 등장하는 요리 중 하나인 호박문주는 애호박의 꼭지를 도려낸 후 속을 파 그 안에 다진 쇠고기와 표고버섯, 석이버섯, 달걀 채를 양념한 뒤 섞어 호박 속에 채워 넣어 만든다. 호박의 달큼함이 조화 를 이루고 쇠고기 대신 다진 새우를 넣어 깔끔한 맛을 낸다. 곁들이 장으로는 초간장을 추천한다. 재료의 맛을 보다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

라이스페이퍼 부각 본디 김부각은 찹쌀가루를 되직하게 만든 다음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맞춰 김 위에 바른 후 김 한 장을 덧대어 튀긴다. 라이스페이퍼를 활용한다면, 보다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 김 위에 소금을 고르게 뿌리고 물에 불린 라이스페이퍼를 얹은 다음, 긴 막대 형태로 잘라 말리면 된다. 이를 기름에 튀겨낸 다음 통깨나 잣을 뿌리면 고소함이 배가될 것. 소스로는 두부 참깨 간장 소스를 곁들인다.

섭산적 밤떡갈비  <이조궁정요리통고>, <조선요리 제법>, <조선요리법> 등의 조리서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섭산적. 쇠고기를 다져 간장과 마늘, 파와 함께 둥글게 혹은 네모나게 만든 다음 납작하게 눌러 부친다. 섭산적 반죽에 굵게 다진 밤을 추가한다면 밤 특유의 향과 고소함을 더할 수 있다. 식감과 육즙을 살리고 싶다면 반죽을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양만 덜어내어 동그랗게 만들면 된다. 아삭한 식감을 추가하고 싶다면 얇게 채 썬 생밤을 고명처럼 올려보자.



흑백의 조화, 재료의 조응


겨울보리수 분재는 초난. 깻국이 담긴 흑자 고배 그릇은 전상근 작가 작품으로 KCDF


수란과 전복, 새우 그리고 문어를 곁들인 깻국  1948년 손정규 저자가 쓴 조리서 <우리음식>은 일본과 서양 등지에서 들여온 이색 재료를 우리 음식에 적용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본문 속 등장하는 수란의 조리법을 활용해 만든 수란과 더불어 깨를 닭 육수 혹은 물과 함께 갈아 차갑게 먹는 깻국에서 영감을 받아 요리를 완성했다. 부드럽게 쪄낸 전복과 새우 그리고 문어 등의 해산물로 깔끔한 뒷맛을 냈으며 식감을 위해 소금에 절인 오이, 배 역시 가미했다.

탕평채말이  석계 이시명의 정부인 안동 장씨, 장계향이 1670년경 저술한 음식 조리서 <음식디미방>은 저자와 연대가 가장 명확하고, 가장 오래된 한글 조리서로 알려져 있다. <음식디미방>에서는 ‘동아누르미’라는 음식을 소개한다. 동아는 얇게 저며 피처럼 만들고, 무와 석이버섯, 표고버섯, 참버섯 등은 양념해 소를 만든다. 그리고 피로 감싸 돌돌 만 다음, 꼬치에 꿰어 중탕에서 익도록 쪄내는 요리다. 이 요리의 조리법에서 영감을 받아 동아 대신 탕평채의 주재료인 청포묵을 사용했고 달걀지단, 애호박, 쇠고기, 당근, 숙주 등의 오색 재료를 넣고 돌돌 말아 쪄냈다. 간장과 참기름, 식초를 육수처럼 끼얹으면 감칠맛을 더할 수 있다.



달큼함, 맛 한 자락


마치 종지에 담긴 경단 같은 미니 막실라리아는 난의 종류 중 하나로 초난.


생강 토란병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기술된 토란병은 폭신하면서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요리다. 토란의 껍질을 벗겨 푹 쪄내고 체에 걸러 찹쌀가루와 함께 섞어 반죽을 만든 후 동글납작하게 빚는다. 이것을 참기름에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굽고 코팅하듯 조청을 뿌리면 완성이다. 향긋함을 더하고 싶다면 생강을 선택해보자. 은은한 스파이시 향이 매력적인 생강 가루를 올리고, 생강청을 뿌리면 맛과 향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디저트가 만들어진다.

흑임자 원소병  체에 걸러 곱게 내린 찹쌀가루를 익반죽해 새알 경단 모양으로 빚어서 삶은 다음, 꿀물이나 설탕물에 띄워 먹는 원소병은 여러 고조리서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한 요리다. 하지만 경단의 속 재료는 저마다 다르다. 대개 귤병, 대추, 호두, 잣, 계피 등을 활용하는데, 찹쌀 특유의 찰기와 합이 좋은 포슬포슬한 식감의 팥과 다진 호두를 추천해본다. 흑임자를 설탕물과 함께 갈아 걸쭉한 농도로 만들어 새알 경단과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다.

유자화채 셔벗  최초의 근대 요리책이라 불리는 방신영 선생의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 속 매력적인 디저트 중 하나인 유자화채는 유자의 속살과 껍질, 채 썬 배, 석류알, 잣을 재료로 사용한다. 재료를 설탕물에 재운 다음, 단맛이 스며들면 차갑게 먹는 음식인데, 화채의 형태 대신 재료와 얼음을 함께 갈아 셔벗으로 재해석했다. 셔벗 위에 배, 유자 껍질, 석류알, 잣을 올려 먹으면 된다. 잣을 올린 곶감과도 합이 좋다.



FOOD STYLIST  김가영(101 RECIPE)  ASSISTANT  이도화 

COOPERATION  KCDF(kcdf.or.kr), 초난(010-5662-2333)

참고 도서  <우리음식>(손정규)>, <음식디미방>(장계향),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이용기), <조선요리제법>(방신영),

<이조궁정요리통고>(한희순, 황혜성, 이혜경), <시의전서>(작자 미상), <조선 요리>(작자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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