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11월호

INSIDE KRUG’S KITCHEN

음식을 구성하는 재료의 힘에 주목하고, 단일 재료를 주제로 샴페인과 페어링할 수 있는 창조적 레시피를 제안하는 크루그의 ‘싱글 인그리디언트Single Ingredient’가 올해로 탄생 10주년을 맞았다. 이를 축하하며 지난 10년간의 주제를 색다른 방식으로 기념하기 위해 세계적 명성의 미쉐린 3스타 셰프 10인이 파리에 모였다. 이름하여 ‘크루그의 키친 속으로’.

EDITOR 윤정은


“크루그 마시러 파리에 갑니다”라고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순간, 여러 반응이 뒤따랐다. 그만큼 많은 이가 궁금해하고 또 선망하는 샴페인이라는 의미다. 나 또한 희한하게 크루그만큼은 단순히 샴페인이라는 표현을 지양하게 된다. 크루그는 크루그다. 그만큼 풍미와 아로마가 독특하다. 크루그의 독특한 개성은 창립자 조셉 크루그의 철학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그는 샴페인의 진정한 본질이 ‘즐거움’이라고 생각했고, 매년 달라지는 기후 조건에 관계없이 해마다 최고의 샴페인을 생산하겠다는 포부로 1843년 하우스를 창립했다. 크루그 하우스는 포도밭을 120여 개 구획으로 나누고, 그곳에서 생산된 와인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보존하고 강조한다. 특히 ‘크루그 그랑 퀴베’는 10개 이상의 다양한 연도에 생산해, 개별 보관한 각 구획의 와인을 서로 배합하는 방식으로 탄생한다. 마치 지휘자처럼 다채로운 개성을 조합하고 조율해 새로운 결과물을 창조하는 예술적 작업의 결과물인 셈. “크루그 그랑 퀴베는 사람들의 감성을 움직입니다. 해가 갈수록 각 에디션의 독특한 특징이 더욱 강해지며, 저마다의 개성도 뚜렷해집니다”라고 크루그 셀러 마스터 줄리 카빌 Julie Cavil은 소개한다. 즐거움과 개성을 중시하는 크루그 하우스의 철학은 음식을 대하는 관점에서도 나타난다. 크루그는 음식을 구성하는 재료의 힘을 믿으며, 각각의 단일 재료가 지닌 고유의 특성과 배경에 주목한다. 크루그의 ‘싱글 인그리디언트’는 이러한 단일 재료에 대한 하우스의 헌사를 담은 행사다. 해마다 하나의 재료를 주제로 정하고, ‘크루그 앙바사드’ 셰프를 초청해 이를 재해석하는 자리를 마련해왔다. 셰프는 각 재료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한편, 크루그 그랑 퀴베 또는 크루그 로제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색다른 페어링 레시피를 제안한다. “크루그 샴페인은 미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크루그 그랑 퀴베의 요리 페어링은 그야말로 무한하며, 다양한 풍미의 요리와 훌륭한 궁합을 자랑합니다”라고 창립자의 6대손이자 크루그 브랜드 디렉터인 올리비에 크루그Olivier Krug는 전했다.


‘크루그의 키친 속으로’ 행사는 파리의 옛 앵발리드 역 자리에서 9월 23일부터 30일까지 열렸다. 미식 체험에 앞서 10개의 단일 재료를 보다 가까이서 살펴보고 탐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파리에서 열린 ‘크루그의 키친 속으로’

2024년은 ‘싱글 인그리디언트’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2014년 토마토를 주제로 시작된 이 흥미로운 미식 모험은 감자와 계란, 버섯, 생선, 고추, 양파, 쌀, 레몬 그리고 올해의 꽃까지, 다채로운 주제를 거치며 전 세계 많은 이에게 영감을 선사해왔다. 특별한 해를 기리기 위해, 크루그 하우스는 지난 10개의 재료와 10명의 셰프를 조합하는 비범한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합치면 미쉐린 스타가 수십 개”라고 농담할 만큼, 동시대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세계 각국의 미쉐린 3스타 셰프가 한자리에 모인다는 사실만으로도 크루그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음식과 샴페인을 제공하는 메인 공간. 오픈 키친을 통해 셰프들의 요리 과정과 장인 정신을 보다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크루그는 셰프들에게 재료를 하나씩 부여했고, 각 셰프는 이에 맞춰 샴페인에 어울리는 자신만의 레시피를 창조했다. 또 이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고객들을 초청해 이 10개의 음식과 샴페인을 직접 음미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파리의 옛 앵발리드 역을 개조한 건물에서 9월 23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이 놀라운 이벤트에 <럭셔리>도 초청받았다. 오픈 키친을 둘러싸고 앉은 우리 앞에 등장한 첫 번째 요리는 일본 셰프 간다 히로유키Kanda Hiroyuki의 작품. 아시아인이라는 동질감 속에, 반가운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한 셰프는 계란을 주제로 한 애피타이저를 선보였다. 신선한 계란찜 위에 캐비아와 에다마메(풋콩)가 입체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만들어내며 ‘크루그 그랑 퀴베 171 에디션’과 완벽한 궁합을 이뤘다. 두 번째 요리는 독일 셰프 얀 하르트비히Jan Hartwig의 양파 요리로, 이번엔 ‘크루그 그랑 퀴베 169 에디션’과 페어링했다. 크리미한 수프 형태였는데 입안을 풍성하게 감싸는 짭조름한 맛이 입맛을 확 돋우는 듯했다. 양파 모양을 스낵으로 만들어 얹은 위트도 돋보였다. 노르웨이 셰프 에르벤 홀름보에 방Esben Holmboe Bang은 감자를 재해석해 역시 수프 형태의 요리를 선보였다. 작게 다듬은 감자와 캐비아의 식감이 크루그 그랑 퀴베와 어우러져 이색적 경험을 선사했다. 크루그 그랑 퀴베 169 에디션의 숙성된 향이 더욱 진해지는 느낌이었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기욤 갈리오Guillaume Galliot는 붉은 숭어red mullet를 조리해 생선 주제를 완성했다. 다소 낯선 생선의 풍미가 다채로운 향신료, ‘크루그 로제 21 에디션’의 농후한 보디감과 조화를 이루며 감탄을 자아냈다. 코스의 대미는 프랑스 셰프 아르노 랄르망Arnaud Lallement의 ‘레몬 일루션’ 디저트가 장식했다. 실제 레몬이라고 착각할 만큼 섬세한 모양새에 한 번 놀라고, 크루그 로제와의 절묘한 매칭에 또 한 번 놀랐다. 상큼하고 완벽한 마무리였다. 5개 코스가 차례로 이어진 약 2시간의 만찬은 재료와 음식 그리고 샴페인 페어링을 깊이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창의성과 장인 정신은 물론, 이 멋진 자리를 주관하고 영감의 원천이 된 크루그의 철학에 대해서도 다시금 강한 인상을 받았다. 당연히, ‘즐거움’도 가득했다.



‘크루그 그랑 퀴베’와 ‘크루그 로제’를 페어링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10 CHEFS MEET 10 INGREDIENTS

‘크루그의 키친 속으로’는 셰프들에게도 흔치 않은 기회이자 뜻깊은 사교의 장이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셰프 10인을 만나 그들이 해석한 재료와 영감의 여정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Jérôme Banctel × PEPPER

20여 년간 선구자적 여정을 이어온 프랑스 셰프 제롬 방텔. “고추를 태워 바삭한 식감을 시도하는 한편, 여러 텍스처를 탐구했습니다. 레시피는 제 고향인 브르타뉴의 유산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요리에 브라우닝 요소를 더해 풍미를 끌어올리고자 했죠. 짠맛과 어우러지는 브라우닝을 위해 정어리와 청어알을 곁들였습니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라 레제르브 파리La Réserve Paris 호텔에 위치한 레스토랑 ‘르 가브리엘Le Gabriel’에서 미쉐린 3스타에 빛나는 제롬 방텔의 요리를 만날 수 있다.


Hélène Darroze × FLOWER

런던 더 코노트The Connaught 호텔에 있는 ‘엘렌 다로즈’를 비롯해, 런던과 파리를 오가며 3개의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올해의 주제이기도 했던 꽃을 재해석했다. “제 뿌리인 바스크 지방의 요리 문화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바스크의 전통적인 게 요리에 꽃을 조합해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해 보았습니다. 저는 섬세하면서도 확실히 인지할 수 있는 맛을 원했고, 이런 접근 방식에서 장미가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죠. 장미의 우아함과 관대한 매력을 부각시켜 크루그 로제의 섬세한 풍미와 조화를 이루도록 연출했습니다.”


William Bradley × MUSHROOM

윌리엄 브래들리는 “존경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이 커뮤니티에 함께하게 되어 기쁩니다. 서로에게 많은 영감을 받고, 우정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인 윌리엄 브래들리는 샌디에이고에서 레스토랑 ‘에디슨Addison’을 운영하고 있다. “훌륭한 샴페인은 미쉐린 3스타 레벨의 다이닝과 비슷합니다. 최고의 재료를 사용할 뿐 아니라 고도로 섬세하고 복잡한 조합을 통해 독창성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번에 캘리포니아산 버섯을 요리에 활용한 그는 “버섯은 자연의 정수를 상징하는 재료입니다”라며 재료에 대한 헌사를 전했다.


Enrico Bartolini × RICE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나고 자란 엔리코 바르톨리니는 미쉐린 가이드 역사상 최초로 4개의 미쉐린 스타를 한 번에 받은 유일한 셰프다. 밀라노의 문화 박물관(MUDEC) 내에 그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이 있으며, 베르가모와 카스틸리오네 델라 페스카이아, 베네치아 등에도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저는 레시피의 균형을 추구합니다. 이번엔 크루그 로제와 페어링할 수 있는 크리미한 리소토를 만들었습니다.”


Jan Hartwig × ONION

얀 하르트비히는 본인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을 연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미쉐린 3스타를 달성해 화제를 모은 뮌헨의 스타 셰프다. 그는 미식업계가 치열한 프랑스와 달리 독일은 미쉐린 3스타 셰프가 많지 않다며, 그래서 더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겸손함을 표했다. “독일 요리의 DNA를 재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풍미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 저의 철학입니다”라고 말한 얀 하르트비히는 양파를 신선한 방식으로 재해석해 ‘크루그 그랑 퀴베’와 함께 제안했다.


Kanda Hiroyuki × EGG

일본을 대표하는 셰프 중 한 명인 간다 히로유키는 미쉐린 가이드 도쿄편이 출간된 2007년부터 꾸준히 미쉐린 3스타를 유지해왔다. 도쿠시마현에 위치한 ‘간다Kanda’가 그의 무대다. 그는 1990년대 초 베르사유의 트리아농 궁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우연히 올리비에 크루그를 만났고, 이후로 오랫동안 크루그 앙바사드 셰프로 활동하며 하우스와 깊은 인연을 이어왔다. 이번 ‘크루그의 키친 속으로’를 위해 그는 신선한 계란찜에 캐비아와 에다마메를 얹은 일본식 요리를 선보였다.


Esben Holmboe Bang × POTATO

덴마크 출신의 에스벤 홀름보에 방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마에모Maaemo’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산에서 직접 캔 감자와 엘더플라워, 블랙커런트, 킹크랩과 캐비아가 어우러진 색다른 요리로 시선을 끌었다. “감자는 땅속 깊은 곳에서 풍성한 풍미를 끌어옵니다. 저의 레시피는 크루그 그랑 퀴베와의 페어링을 통해 감자의 매력을 극대화합니다.”


Anne-Sophie Pic × TOMATO

3대째 내려오는 셰프 가문의 후손이자 현존하는 최고의 여성 셰프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안 소피 피크. 감성과 직감을 바탕으로 요리하며, ‘침윤imprégnation’ 방식의 조리법으로 유명하다. 프랑스 발랑스에 위치한 그의 레스토랑 ‘피크PIC’는 올해 트립어드바이저가 꼽은 2024년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파인다이닝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요리 기법의 숙달과 탐구야말로 제 창조 프로세스의 핵심입니다. 아로마의 균형을 향한 노력의 길잡이 역할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크루그 로제 한 잔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토마토를 색다르게 재해석했습니다.”


Guillaume Galliot × FISH

프랑스 루아르 밸리에서 태어난 기욤 갈리오는 일찍이 미식과 여행에 대한 열정을 깨달았다. 뉴욕과 생바르텔레미섬, 모로코, 싱가포르, 베이징 등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는 현재 포시즌스 호텔 홍콩의 레스토랑 ‘카프리스Caprice’를 책임지고 있다. “이번에 맡은 재료는 생선이지만, 처음 크루그와 협업했을 땐 토마토를 주제로 했어요. 그때의 기억을 살려 토마토를 디시의 일부로 활용했습니다. 생선 둘레에 토마토를 둘렀죠.” 그는 정통 프랑스 요리 기법을 바탕으로 이국적 터치를 곁들인 조화로운 음식을 선보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제 요리는 다양한 재료와 경험이 조화를 이루어 완성됩니다.”


Arnaud Lallement × LEMON

미쉐린 3스타를 받은 ‘라시에트 샹페누아즈L’Assiette Champenoise’의 오너 셰프. 수십 년간 크루그 앙바사드 셰프로 활동하며 크루그 가문 저택의 메뉴를 책임져왔다. 이번 행사에서는 본인의 장기인 ‘레몬 일루션’ 디저트를 선보였다. “레몬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트러스류 과일입니다. 저의 디저트 대표작을 통해 시각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아로마의 관점에서 레몬의 매력을 부각시키고 싶었습니다.” 재료를 탐구하는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은 소감도 덧붙였다. “각 재료는 어떻게 요리하는가, 어디서 요리를 하는가, 그리고 어디에서 공수했는가에 따라 다채롭고 환상적인 표현이 가능합니다. 아주 흥미로운 도전이지요.”



COOPERATION  크루그

목록으로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