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지혜 작가의 ‘검은 태양’(2019)이 설치된 생 로랑 서울 플래그십.
관계의 확장
염지혜 × 생 로랑 서울 플래그십
위에서부터 염지혜의 ‘검은 태양Le Soleil Noir’(2019)과 ‘물구나무종 선언The Manifesto of Handstanderus’(2021)
프리즈 서울이 개최될 때마다 흑백의 강한 콘트라스트가 예술적 오라로 탈바꿈하는 공간이 있다. 바로 ‘생 로랑 서울 플래그십’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토니 바카렐로의 감성을 바탕으로, 2022년에는 숯으로 대표되는 이배 작가가 생 로랑을 위한 작품을 선보였고, 2023년에는 저스틴 웨일러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기하학적 형태의 구조물을 매장에 설치한 것이 대표적 사례. 본디 무채색에 가까운 곳인지라, 지난 2년 동안 설치된 작품을 보노라면, 화이트 큐브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올해 생 로랑 서울 플래그십은 11월 23일까지 염지혜 작가의 영상 작품을 공개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생 로랑이 공식 후원하는 <피노 컬렉션: 컬렉션의 초상>(송은) 전시를 기념하는 자리로, 피노 컬렉션의 수석 큐레이터 카롤린 부르주아가 선정한 염지혜 작가의 ‘검은 태양’(2019)과 ‘물구나무종 선언’(2021)이 2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검은 태양’은 성역화된, 그리고 정치 논리에 휩싸인 과학이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경계하고, ‘물구나무종 선언’은 기후 위기와 팬데믹 등 재난에 직면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관점의 전환(물구나무서기)을 제안하는데, 플래그십 내 대리석의 추상적 패턴이 작품과 이어지는 듯해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인간과 자연의 연약한 관계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일단 가만히 지켜보는 중
엘름그린 & 드라그셋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Elmgreen & Dragset, ‘The Amorepacific Pool’, 2024, Photo: Andrea Rosetti
Elmgreen & Dragset, ‘Shadow House’, 2024, Photo: Andrea Rosetti
분명 평소 자주 들르는 곳인데, 미술관인지 주거 단지인지 헷갈린다. 예전 모습이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실제 크기를 방불케 하는 수영장이 전시 공간에 들어섰기 때문. 그뿐만 아니다. 유럽에서 볼 법한 약 45평 규모의 단독주택도, 레스토랑도 지어져 있다. 이 모든 건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엉뚱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관객이 미술관을 다르게 바라보기를 바랐어요. 남의 집을 들여다보는 것 같기도 하고, 레스토랑에서 포크와 나이프를 들기 전 사진부터 찍는 모습이 떠오를 수도 있을 거예요. 처음엔 설치 작품이 SNS 피드처럼 불연속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가까이 가서 바라보면, 이들이 연결되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을 텐데, 정해진 이야기는 없어요.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구축하면 돼요.”
인생의 덧없음에 관하여
우르스 피셔 × 제이슨함
Urs Fischer, ‘Duality’, 2019, Coursesy of the artist, Photo: Mats Nordman
제이슨함이 얼마 전 매입한 갤러리 바로 옆 건물을 우르스 피셔의 작품 세계로 물들였다. 성북동 언덕 꼭대기에 있는 이곳까지 걸어 올라오면서 그동안 인생에서 마주한 고난이 떠올랐는데,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작가가 곳곳에 심어둔 유머러스한 요소들이 “그래, 삶은 여행이지”라는 말을 입 밖으로 뱉게 하더라. 12월 7일까지 계속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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