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원 3D 프로그램상의 모델링 작업을 다양한 형태의 현실 조각으로 연계 혹은 파생하는 작품을 발표해 미래의 조각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다양한 전시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2022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 알코바 전시에서의 협업 전시는 물론, 넥센타이어와의 브랜드 협업전을 펼쳤고, 작년 9월에는 갤러리 띠오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현재 잠실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진행하는 단체전 <모두의 트로피 : 영광의 순간들>에 작품을 출품했다.
조각의 소재론적, 방법론적 논의는 동시대의 조각가들에게 필연적으로 주어지는 숙명이다. 에스키스를 기반으로 나무나 돌, 금속 등의 재료를 깎아내고 빚어내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조각의 정의와 범주, 구성 요소 등의 재정립을 시도하는 예술적 행위가 빈번한 이유다. 이러한 맥락에서 강재원 작가의 조각은 ‘미래적’이라는 표현을 동반한다. 흔히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그의 조각 시리즈 ‘인플레이터블’은 얼핏 묵직한 매스감이 느껴지는 거대한 금속의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그 위용은 송풍기를 이용해 바람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반전을 지녔다. 외관의 형태는 3D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이며, 실제로 조각을 구현하는 것이 공기라는 무형의 소재라는 점. 그것이 강재원의 조각에 해당 수식어가 뒤따르는 이유다. 물론, 겉면에 크롬을 활용해 메탈릭하게 연출한 외관과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무비가 떠오르는 독특한 실루엣도 이 같은 평가를 이끌어낸 주요 요소 중 하나다. 다만 강재원의 조각을 단지 일차원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강 작가는 원래 여타 조각가들처럼 손으로 만드는 조각에 더 익숙한 사람이었지만, 현재 그는 3D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디지털 조각을 제작한다. “졸업 즈음에 여러 3D 모델링 툴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다가 그중 하나인 지브러시ZBrush를 배우게 됐습니다. 지브러시에서는 현실의 물리법칙을 고려하지 않은 창작이 가능했어요. 형태를 왜곡하거나, 뒤틀거나, 짓누르는 행위 등을 임의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었죠. 단축키를 활용하면 원하는 조형성이 갖춰질 때까지 몇 번이고 롤백할 수 있다는 점도요.” 대개 전통 조각 매체는 밑그림을 필요로 하지만, 그의 작업은 즉흥성과 우연적 요소를 적극 활용하는 셈. 이렇게 완성된 일명 3D 조각은 렌더링 이미지나 영상으로 재가공된다. 조각이 놓이는 환경은 가상의 세계. 그 모습은 때로는 우주가, 때로는 먼 미래의 디스토피아가 되며, 그리드로 이뤄진 데이터 세계의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 물론 작업 대부분은 가상을 넘어 현실로 구현되는 경우가 더 잦다. 3D 프린터를 활용해 필라멘트로 제작하는가 하면 주물, 주조라는 전통적인 방법을 통해 실물 조각으로도 세상에 나온다.
그중 강재원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건 단연 ‘인플레이터블’ 시리즈다. 인플레이터블은 원단을 봉제한 후 공기를 주입해 만든 것으로, 쉽게 말해 풍선 조형물이다. 강재원 작가의 주요 조각 작업인 해당 시리즈의 초기작은 주로 3D 소프트웨어로 대리석, 흙 등의 물성을 만들고 원단 위에 이를 프린트해 조각의 표면을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이후 그는 ‘착시’라는 시각적 효과에 주목했다. 실제 금속의 물성을 느낄 수 있도록 원단에 시각적 효과를 부여한 거대 조각 작품을 완성한 것. 그가 공기 주입식 작업을 작품 세계로 끌어들인 데는 공기막 조형물 업체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영향이 꽤 컸다고. 인플레이터블 조각은 봉제 원단에 송풍기를 통해 바람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전시장에서는 항상 빵빵하게 부풀린, 완결된 상태로 보이지만 평상시에는 바람을 뺀 원단 더미로 보관한다.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만큼 세간의 주목도 또한 높은 편. 리모와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 ‘PP7+RIMOWA’를 선보이는 한편,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출시를 기념하는 전시 <팰리세이드 하우스>, 넥센타이어의 디자인 비전을 전하는 전시
INSPIRATION IN LIFE
미래의 조각 언어를 탐구하는 강재원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것들.
현대자동차에서 팰리세이드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을 출시할 당시 개최한 전시에 협업 작가로 참여했다. 특히 차체 전면의 그릴이 강재원 작가의 ‘인플레이터블’ 시리즈와도 잘 어울린다.
작업실에 놓인 작업 도구들. 3D 프로그램 같은 현대 기술로 작품을 주로 만들지만, 처음 모델링한 작업물의 디테일을 매만지거나 직접 손으로 만드는 조각 작품을 선보일 때면 없어서는 안 될 든든한 동반자다.
3D 프로그램을 활용해 작업하는 작가의 작업 과정 캡처본. 그는 프로그램 속 기능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는다. 현실의 물리법칙에 구애받지 않는 기능은 작품의 조형성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디지털 세계에 놓이는 작품도 만들지만, 실존하는 조각 또한 꾸준히 제작한다. 조형성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Array 4_2’로 레진에 크롬 도금을 한 것.
작업실 한편에 쌓인 필라멘트 뭉치들. 3D 프로그램으로 모델링한 작업을 실체화할 때 필요한 없어서는 안 될 재료 중 하나다.
새로운 공간에서 본인의 작품이 놓이는 것을 종종 상상하곤 한다고 강재원 작가는 밝혔다. 그는 언젠가 한옥에서의 전시도 꿈꾸고 있다.
최근 백년가약을 맺은 아내이자 파트너 그리고 영감의 대상이 되는 정수정 작가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아 제작 중인 미완성 작품. 거북의 발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척박한 고원지대를 연상시키는 가상의 공간 속에 조각을 배치한 피그먼트 프린트 작품 ‘Trippy 12’.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나 <블랙 미러> 시리즈처럼 스페이스 오페라, 디스토피아, SF 같은
미래나 우주 등 미지의 요소나 상상력이 가미되는 영화를 즐기는 편. 영화 속 배경을 보며 저곳에
자신의 조각이 놓이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즐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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