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8월호

여름의 기억, 향수와 영화

여름의 끝자락을 앞둔 지금,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4인에게 여름을 조망할 수 있는 영화와 
그 인상을 닮은 향에 대해 물었다.

EDITOR 이영진 PHOTOGRAPHER 염정훈


아이 돈 노우 왓 오 드 퍼퓸  시트러스 향이 옅게 올라오며 샌들우드와 레더가 그 뒤를 받쳐준다. 디에스앤더가.

앳 더 바버스 오 드 뚜왈렛  바버숍을 찾은 남성을 연상시키는 깔끔하고 중후한 향취가 특징이다. 메종 마르지엘라 프래그런스.

검은 뿔테 안경은 에스.티. 듀퐁 by 디캐이.


YOUTH


“일상에서 흔히 겪는 일을 다양한 예술이 결합된 하나의 프레임에 담으며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무언가로 변모시키는 것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요.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유스>는 이미 많은 걸 가진 노인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며 방황하는 젊은이를 주인공으로 삼아 대조적으로 삶을 고찰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푸른 하늘과 정원이 어우러진 스위스 풍경이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만, 태양처럼 찬란한 순간을 향해 묵묵하게 나아가는 인물들을 그린 영화라는 점이 여름과 잘 어울리죠. 싱그러움 속에 우디 노트가 단단히 자리해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향을 택한 것도 같은 이유예요.” _ 월간 <디자인> 디자이너 김하람





상탈 33  가죽 향이 맴도는 향 가운데 바이올렛 향이 은은하게 올라와 무게를 덜어낸다. 르 라보.

멜로그라노 오 드 코롱  달콤한 플로럴 향을 시작으로 깨끗한 비누향이 이어진다. 산타마리아노벨라.

앙프랑뜨 오 드 퍼퓸  베르가모트, 파촐리, 앰버의 조화가 과일을 한 입 배어 문 듯한 싱그러움을 자아낸다. 꾸레쥬 퍼퓸.

각진 프레임의 선글라스는 보테가 베네타.


SOMEWHERE


“좋아하는 영화는 50번, 많게는 100번도 넘게 보곤 해요. 잘 때마저 틀어놓는 경우가 있을 만큼요. 일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찰나의 일탈을 선사하기도 하죠. <썸웨어>는 이런 제가 여름만 되면 찾는 영화입니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 특유의 분위기 덕에 고요한 여름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죠. 울창한 나무가 우거진 풀장 선베드에 아빠와 딸이 선글라스를 낀 채 오붓하게 누워 있는 신이 있는데요. 그저 주스만 홀짝이며 있을 뿐인데 더할 나위 없이 풍족하고 행복해 보여요. 꽃과 과일이 어우러져 청량함을 풍기는 향수를 뿌리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은 것처럼요.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끼게 해주는 고마운 영화예요.” _ 갤러리 <지우헌> 큐레이터 김아름





퀴르 벨루가 오 드 퍼퓸  라르 & 라 마티에르 컬렉션 거친 레더 어코드에 바닐라 향을 가미해 벨벳처럼

부드러운 향을 완성했다. 겔랑.

모하비 고스트 오 드 퍼퓸  모하비사막에서 자라는 ‘고스트 플라워’에서 영감받았다. 암브레트 머스크를 베이스로 짙은

달콤함이 느껴진다. 바이레도.


THE SCENT OF GREEN PAPAYA


“대개 미디어 속 여름은 햇살과 초록이 가득한 환희의 순간으로 대변되지만 저는 이 같은 낭만의 편린에 사뭇 거리감을 느낍니다. <그린 파파야 향기>는 파도와 볕이 가득한 소란한 해변가 대신 물기를 가득 머금은 적막한 아열대 우림이 그 자리를 대신하죠. 여러 미장센에서 느껴지는 눅진한 싱그러움. 그것이 제가 온몸으로 기억하는 여름입니다. 늦여름 밤, 툇마루에 걸터앉아 과일 한 움큼을 곁에 둔 채 이 영화를 재생하면 이별을 기약하는 작금의 계절을 조금이나마 담담하게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열대 과일을 연상케 하는 프루티한 노트의 향수나 절간에 들어앉은 듯 침전된 인상의 향과 함께면 보다 감각적인 감상이 가능할 것입니다.” _ <럭셔리> 피처 & 리빙 에디터 이호준





오리지널 컬렉션 1872  라임과 네롤리의 상큼함에 깊고 풍성한 앰버, 머스크가 어우러졌다. 클라이브 크리스찬.

무스카라 페로 제이 오 드 퍼퓸  부드러운 머스크 향이 본연의 살냄새에 녹아들면서 개인에 따라 다른 향을 풍긴다. 푸에기아1833.

724 오 드 퍼퓸  뉴욕의 세탁소에서 착안한 향으로 깨끗하고 따스한 무드를 자아낸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 .


시월애


“평소 좋아하는 감독과 배우의 작품도 찾아보지만 입소문을 탄 영화도 꼭 보는 편입니다. 대중의 눈을 믿거든요. 작업물을 많은 이에게 보이는 일을 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요. 여름 영화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왜인지 모르게 겨울 배경의 <시월애>가 생각났습니다. 판타지 멜로라는 낯선 장르로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죠. 이 영화 전반에 드리우는 낭만의 그림자는 여름밤의 한순간을 떠올리게 해요. 대낮의 열기가 식으면서 드러나는 밤에 문득 차오르는 그 감정이 영화와 참 닮아 있어요. 화려하지 않으면서 살내음같이 포근하고 묵직한 머스크 향이 몸을 감쌀 때의 먹먹한 느낌처럼 말이에요.” _ ‘디자인하우스’ 포토그래퍼 이창화



COOPERATION  겔랑(080-343-9500), 꾸레쥬 퍼퓸(1644-4490), 디에스앤더가(6905-3353), 르 라보(1544-1345),

메종 마르지엘라 프래그런스(080-363-5454), 메종 프란시스 커정(3479-1382), 보테가 베네타(3438-7682), 바이레도(3479-1688),

산타마리아노벨라(1644-4490), 에스.티. 듀퐁 by 디캐이(717-3990), 클라이브 크리스찬(1670-1329), 푸에기아1833(180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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