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수 서브컬처에 관심이 많았고 연관된 패션업계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지난 11년간 반스 코리아에 몸담았고 올 초 ‘키스 서울’의 디렉터로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러닝, 서핑, 스노보드, 스케이트 등 운동을 즐기며 요즘은 디제잉에 푹 빠져 있다.
뜨거운 기대와 관심 속에 서울에 상륙한 브랜드 키스Kith. ‘키스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키스 서울 디렉터 최진수는 주저없이 자신을 ‘모험가’라 칭한다. 운명처럼 BMX와 스케이트보드를 접하게 되면서 부딪치고 넘어지고 깨지기를 자처하다 보니 누구보다 단단한 힘으로 균형을 잡고 일어서는 법을 체득하게 됐다. 높은 장애물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넘어서기를, 굴곡진 험한 길을 만나도 주저앉지 않고 도전하기를 계속하면서, 삶을 대하는 자세도 크게 바뀌었다. 미래는 언제나 낯설고 도전은 늘 두렵지만,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기보다는 앞장서 길을 찾고 움직이며 기꺼이 순간을 즐기는 방향으로 말이다.
지난해까지 마케터로 오래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 키스 서울의 브랜딩을 담당하는 새로운 역할을 맡은 것도 그의 모험가적 기질이 발휘된 결과다. 익숙한 현재도 충분히 의미 있고 즐겁지만 다시 한번 자신을 거친 파도 위에 올려놓고 싶었다. 혹여 거친 풍랑이 닥치더라도 그 너머엔 지금으로선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커다란 수확과 기쁨이 있을 것을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담대한 모험의 곁에는 그가 좋아하고 만끽하는 것들이 있다. 진심을 다해 탐닉하는 음악, 운동, 패션, 술 그리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하는 이들. 확고한 신념과 취향으로 다져진 맷집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그에게 크고 작은 질문들을 던져봤다.
디제잉은 내가 직접 공간의 분위기를 이끌고 흐름을 만들어간다는 즐거움이 있다. 무엇보다 내가 너무 신나고,
사람들이 그에 반응해줄 때
더욱 탄력을 받는다.
내 스타일의 ‘한 끗’은?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는 것. 남들과 똑같아지는 건 정말 싫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다수가 향하는 방향과 반대로 움직여왔던 것 같다. 타고난 성격이 원래 삐딱한 모양이다.(웃음)
나를 매료시킨 스타일 아이콘은?
키스의 CEO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로니 파이그Ronie Pieg. 솔직히 같이 일을 하기 전까지는 그를 단순히 일 잘하는 창립자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가까이서 겪고 알아갈수록 그의 아이디어와 추진력, 남다른 사고와 취향에 감탄하게 된다. 무엇보다 생각의 규모가 큰 사람이다.
단 한 벌만 챙겨야 한다면?
베이식한 티셔츠와 청바지 그리고 스니커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들이고 또 그게 가장 기본이니까. 기본을 멋있게 소화하는 것이 진짜 멋 아니겠나.
늘 지니고 다니는 가방 속 필수품은?
어딜 가든 무조건 에어팟을 챙긴다. 집 앞을 나가더라도. 음악이 담긴 USB도 꼭 넣는다. 음악을 틀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 디제잉을 할 수 있게.
옷을 쇼핑할 때의 기준은?
글쎄, 그날의 기분? 정해놓은 기준은 없다. 사실 옷은 대부분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편이다. 액세서리를 비롯한 다른 아이템은 취향이 확실한데 왠지 옷만큼은 그때그때 끌리는 대로 고른다.
최근 구입한 시계. 매우 만족하며 매일 착용하고 있다. 슬쩍 시계 욕심이 생겨서 이것저것 여러 모델을 찾아보고 있다.
가장 최근에 구입한 것은?
롤렉스 ‘서브마리너’ 워치를 구입했다. 원래는 시계에 딱히 관심이 없었는데 디제잉하며 찍힌 사진이나 영상을 보니 손목이 허전해 보이더라.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시계가 좋아지기도 했고. 한동안 시계를 열심히 살펴봤는데, 이 모델이 마음에 들어왔고 좋은 기회로 가질 수 있게 됐다.
요즘 가장 갖고 싶은 것은?
최근 2종 소형 면허를 따고 나서 오토바이에 푹 빠져 있다. 사고 싶은 모델이 여럿 있는데 특히 트라이엄프의 ‘본네빌’과 ‘스크램블러’를 눈여겨보고 있다. 하지만 과연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의 시그너처 향은?
시그너처라고까지 할 순 없지만 이솝의 향수 ‘휠’을 좋아해서 즐겨 사용하고 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향이다.
디제잉에 진심이다. 일 그리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 외에는 온통 음악을 듣고, 디깅하고, 믹싱 작업을 하는 데 쏟는다.
하나둘씩 수집한 LP와 장비가 상당히 모였다.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은?
답하기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음악을 정말 많이 듣는데 특정 곡을 반복해 듣진 않는다. 매일 다른 뮤지션을, 매번 다른 곡을 찾아 들으려 노력한다. 음악 매거진도 참고하고, 좋아하는 레코드 스토어의 리스트 업데이트도 보고, 스포티파이 알고리즘 추천도 받고, 다른 DJ들의 사운드 믹스를 듣기도 한다. 새로운, 좋은 음악은 무궁무진하다.
근래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최근의 특정 작품을 꼽기는 좀 어렵고, 우디 앨런의 작품을 좋아한다. 특유의 영화적인 분위기 그리고 감각적인 영상이 마음에 든다.
작품을 소장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조금 뻔할 수 있지만, 이우환 화백의 작품은 한 점 곁에 두고 싶다. 아, 이것도 나는 아티스트의 작품이라고 생각되는데, 보이드라는 회사의 스피커다. 사운드는 물론 디자인도 어마어마하다.
내 인생의 스타를 꼽는다면?
정재연, 나의 아내다. 믿음직스럽고 책임감 강한 모습이 귀감이 된다. 훌륭한 삶의 태도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 하지 못하는 것들을 척척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도 멋있다.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딸이 밤새 잘 잤는지 확인하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후 정성 들여 커피를 내려 마신다.
잠들기 전 하는 일은?
특별한 루틴은 없는데 보통 잠들기 전까지 음악을 듣는다. 댄스 뮤직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를 오간다.
7년째 꾸준히 러닝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좋은 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절대 빼먹지 않는 자기 관리법은?
시간이 날 때마다, 특히 아침 시간을 활용해서 밖으로 나가 달린다.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아침 6시. 물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가 쉽진 않지만 아침 공기를 마시며 달리는 즐거움과 뿌듯함이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개운한 마음으로 와인 한 잔씩을 즐긴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스킨컨택트 내추럴 와인이 제격이다.
냉장고 속 필수품은?
와인을 무척 좋아한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디깅을 하며 한 잔씩 마시는 것이 큰 행복이다.
평생 하나의 음식만 먹는다면?
피자. 물론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많겠지만 너무 개성이 강한 것들은 매일 먹을 수 없지 않나. 피자는 빵, 소스, 토핑, 끝. 간단한데 맛있고 언제든 쉽게 먹을 수 있다.
나에게 의미 있는 장소는?
이태원 주변. 지금 살고 있는 곳이자 친구들과 만나 가장 많이 어울리는 동네다. 또 내가 디제이로 음악을 많이 트는 곳이기도 하며 가족과 주로 산책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남산 소월길이 내게 가장 특별하다.
최고의 여행 기념품은?
아주 오래전 일인데 아이팟을 사고 싶어서 일본 여행 중 현지 스토어에 들른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N번째’ 이벤트 당첨 고객으로 뽑혔다. 혜택이 ‘모든 구매품 공짜’였다. 살면서 그런 행운이 몇 번이나 있겠나. 얼떨떨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아이팟만 사온 게 살짝 후회되긴 하지만.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은?
선물이라고 말해도 될까? 사랑스러운 내 딸, 소월이가 인생 최고의 선물이라 생각한다. 살면서 내게 이렇게까지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이 또 있었나 싶다. 물론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이 정신없고 힘들기도 하지만 이 아이로 인해 내가 변화하고 성장하는 걸 느낀다.
키스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를 준비하며 이 공간이
브랜드의 철학과 색깔을 보여주는 곳이 되도록 신경을 썼다.
그저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좋은 인상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얼마 전 키스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가 오픈한 만큼, 지금은 스토어의 운영과 안정화에 온 신경을 쏟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패션 리테일 숍이 아니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새로운 개념의 공간이자 브랜드다. 이러한 철학과 혁신이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은?
술을 무척 좋아한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향과 맛이 좋은 술을 마시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조언은?
조언이라기보다 자주 떠올리는 문구는 있다. 누구나 들어봤을 평범한 말이지만, ‘이 또한 지나간다’는 것. 어려운 일이 닥치면 주저앉고 싶어지는데 그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며 일어난다. 크든 작든, 슬프든 기쁘든, 힘들든 아니든, 모든 것은 지나가니까.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앞을 보며 살아갈 수 있다.
만약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면?
뚜렷한 스타일과 색을 가진 아티스트로 한 번 살아보고 싶다. 나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 작업과 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또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생을 살아보면 좋겠다.
가장 편안함을 느낄 때는?
한강이나 남산길을 따라 뛰거나 음악을 디깅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눈앞의 풍경과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는 그 시간이 가장 편안하고 흡족하다.
나의 영감의 원천은?
시기와 장소,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는다. 최근에는 직장을 옮기고 변화를 겪으면서 아무래도 회사 그리고 업무와 연관된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키스가 태동한 뉴욕의 문화, 분위기 그리고 사람들이 내게 미치는 파동이 크다.
내가 생각하는 ‘럭셔리’란?
마음의 여유. 여유를 갖고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럭셔리’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잘 돌볼 수 있고, 타인에게 마음을 내어줄 수 있고, 일상 속에서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삶 말이다.
답변을 마치는 소감은?
인터뷰를 하며 ‘취향을 갖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다. 누군가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문제일 수도, 어려운 숙제일 수도, 사치스러운 고민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제대로 아는 건 꼭 필요한 일 아닐까?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취향을 가다듬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 그게 바로 스스로를 조금 더 사랑하고 나아가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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